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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25화 (425/670)

# 425

귀환 마교관

425화

“이영이 당했다고?”

사비강이 미간을 모으고 되묻자, 홍염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숨만 겨우 붙은 상태로 복귀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호전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와 함께 탐색에 나섰던 그림자들은 모두 전멸 당했습니다.”

그러자 함께 있던 매설란과 추량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사비강이 침음을 흘리다가 물었다.

“확실히 마령교도들이었나?”

“그렇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들의 의식 규모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강림 의식 같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홍염이 표정을 굳히고 대답했다.

이번에도 매설란과 추량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비강이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림 의식을 진행한다는 건 정말로 마족들이 곧 넘어올 수 있다는 것 아냐?”

“그렇겠지. 예상보다 빨라도 너무 빠르군.”

앞으로 칠 년이라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어긋난 변화로 인해 그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됐다.

추량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물들만으로도 벅찬데… 마족이라니… 정말 이러다 중원이 어찌 되는 건 아닌지….”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대책을 세워야지.”

귀영단은 공식적으로 중원 각지의 소환지를 관리하고 있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마령교의 은신처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마령교의 은신처보다는 강림 의식이 진행되는 곳을 찾는다고 봐야 했다.

지금은 마령교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불러올 마족들이 문제였다.

다만 홍염은 물론, 사비강조차도 지금까지 강림 의식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족들의 차원이동을 빠르게 돕는 의식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성대하기 치러질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한데 이번에 이영이 이끌었던 귀영단이 강림 의식으로 의심되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위치는?”

“산서(山西) 지역의 항산(恒山)입니다.”

“산서…?”

조금은 뜻밖이었다.

중원으로부터 격리되고 황궁으로부터도 먼 지역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서 지역의 항산이면 좀 어중간하지 않은가?

‘일부러 허를 찌른 건가?’

하긴 전생에 마족들이 나타난 곳은 어울리지 않게도 운남 지역이었다.

북풍한설을 몰고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와 달리 그들은 뜨겁고 더운 지방에서부터 멸겁을 이끌며 북진해 왔다.

홍염은 이영에게 들은 바를 그대로 보고했다.

보고에 의하면, 분지 형태의 드넓은 땅에서 마령교도들이 엄청난 규모의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기에 휩싸인 마령교도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학살하면서 사이한 의식을 계속해서 이어 갔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끝날 것 같은 의식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단순히 마물을 차원이동시키는 게 아니니까.”

“의식을 행하는 장소에는 숙소로 보이는 건물들까지 지어져 있었고, 며칠이나 몇 개월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흐음.”

“번을 서는 무인들의 무공 수준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당연할 것이다.

일단 귀영단에서 홍염 다음으로 은신과 경공이 뛰어난 이영이 그토록 만신창이가 되어 복귀했다는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시 가 봐야겠군.”

사비강의 말에 매설란이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말했다.

“대규모 토벌대를 구성할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어째서?”

매설란이 놀란 표정으로 사비강을 보았다.

“어차피 멸마관은 계속해서 소환지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야. 빼낼 전력도 없어.”

“하지만…”

“멸마관에서는 나, 추량, 흑귀만 간다.”

“예엣?”

이번에는 추량이 화들짝 놀랐다.

그가 입매를 씰룩이며 물었다.

“하하… 하… 사부님 농담이시죠? 아무리 제가 좀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고… 또… 무척 강하다고는 해도… 흑귀 녀석은 별 도움도 안 되는데다가… 저와 사부님만으로….”

하지만 사비강은 추량의 말을 무시한 채 홍염에게 물었다.

“강림지에 있는 마령교도의 수는 얼마나 되지?”

“삼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허허… 허허…”

추량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저쪽은 삼천, 이쪽은 셋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사부님… 지금 천 대 일로 싸우자는 건 아니죠?”

매설란 역시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너무 많아. 당신이 강한 건 알지만 세 명이 가기에는 무리야. 생도들을 빼기가 어렵다면 교관이나 조교들 중에서 일부를 추려서….”

“걱정 마. 셋만 갈 생각은 없으니까.”

“그럼?”

“모처럼 맹도 일을 해야지.”

“아…”

매설란과 추량이 그제야 조금이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곳이 강림지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함정일 수도….”

“그럴 지도 모르지. 이미 그 부분도 생각해봤어.”

“그런데도 갈 거란 말이지?”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면 가야지. 이런 식으로 초대장을 보낸다면 기꺼이 응할 수밖에.”

“언제 가려고?”

“당장이라도 가야지. 그게 진짜 의식이라면 한 시도 지체해서는 안 되니까.”

매설란이 사비강을 부드러운 눈길로 보았다.

“조심해.”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이번에도 내가 없는 동안 잘 부탁할게.”

“물론이지.”

**

어둠이 가득한 분지에 점점이 박힌 불빛들이 지상의 별빛처럼 수놓아져 있었다.

분지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언덕의 정자.

그곳에 서 있던 백면인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올까요?”

“오겠지.”

“함정이라는 걸 알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면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래서 올 거다.”

금면인의 말에 백면인이 무슨 뜻이냐는 듯 돌아보았다.

금면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저 아래의 불빛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그자의 행동으로 볼 때, 함정이라는 걸 알아도 올 게야. 그는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함정이라면 그 역시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릴 테니까.”

“마치 가까이 두고 본 사람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원래 철천지원수가 어지간한 친구보다 더 가까운 법일세. 그게 바로 미운 정 아니겠나?”

“그나저나 정말 흡사하군요.”

백면인이 분지를 둘러보며 말했다.

실제로 강림 의식을 진행하는 그곳과 이곳은 자신이 봐도 구분하기 힘들만큼 닮아 있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눈길이라도 주겠지. 존야의 말씀대로라면 어째서인지 사비강은 마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금면인의 눈이 깊어졌다.

**

분지가 내려다보이는 가장자리 언덕 위.

“정말 대단하지 않나?”

마령교에 입교한지 육 년차인 음화성(陰華盛)이 함께 번을 서는 후임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아직 입교한지 육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이욱(李旭)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네, 장엄합니다.”

“이것이 바로 본교의 힘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라.”

“명심하겠습니다.”

이욱이 고개를 숙이며 깍듯하게 대답하자, 음화성은 마음에 든다는 듯 이욱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자네는 본교에 들어온 계기가 뭐라고 했지?”

“홀어머니가 사파 무인에게 당해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정도맹의 도움을 받고자 했습니다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습니다.”

이욱이 그때를 떠올린 것인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음화성은 그런 이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령교에 입교한 자들 대부분이 그런 사연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기에.

“원래 정도맹은 허울 좋은 쓰레기지. 자네는 꿈이 뭔가?”

“강해져서 강호 무림을 짓밟는 겁니다.”

이욱의 눈이 더욱 매섭게 빛났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 꿈을 실현하고 싶다는 듯.

음화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꾸했다.

“반드시 그리 될 것이다. 존야께서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욱이 고개를 푹 숙이자, 음화성이 싱긋 웃었다.

“어쩐지 자네와 나는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군. 오늘 밤에 교대하면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지.”

“그건… 좀 어렵겠습니다.”

“음? 왜…?”

푸욱!

짧은 순간 음화성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욱이 자신의 목에 단검을 쑤셔 박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그럴 실력이 되는 것인지.

정말이지 단검이 목을 파고 들어오는 동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술잔은 다음 생에 기울이도록 하지.”

이욱의 싸늘한 목소리를 듣는 것을 끝으로 음화성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털썩!

음화성이 바닥에 쓰러지자, 그 자리에 그림자 둘이 홀연히 내려섰다.

이욱이 인피면구를 뜯어내고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그림자들은 바로 사비강과 살막주 악천괴였다.

악천괴가 이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육살(六殺).”

이욱은 바로 살막의 육살이었던 것.

그는 이틀 전에 이곳으로 와서 이욱을 살해하고 인피면구를 만들어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령교의 그 누구도 몰랐으리라.

살막이 마령교도로 위장하고 있을 줄은.

잠시 후 그곳에 한 명이 더 나타났다.

“엄청나군요.”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린 사람은 바로 추량이었다.

“이래서야 대규모 의식이라기 보단 하나의 마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악천괴가 목을 우두둑 꺾으며 말했다.

“모처럼 손을 푸는 건 좋은데 말이야. 굳이 여기가 가짜라는 걸 알고도 올 필요가 있었을까?”

“날 끌어들이기 위해 실제 강림 의식과 흡사하게 만들었을 거다. 그러니 이곳을 참고하면 진짜를 찾기도 쉽겠지. 모처럼 왔으니 청소도 하고.”

“뭐, 그런 뜻이라면 받아들여야지.”

악천괴가 손가락 마디마디를 우두둑 꺾으며 소리를 냈다.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듯했다.

추량이 사비강의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시작할까요?”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 보내.”

“알겠습니다.”

추량이 돌아서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어두운 하늘 위로 던져 올렸다.

삐이익, 팡!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불꽃이 터졌다.

다음 순간, 분지를 둘러싸며 언덕마다 횃불이 피어올랐다.

곧이어,

“정도맹의 이름으로 악을 처단하라!”

맹주 능운파의 사자후가 천하에 쩌렁쩌렁 떨쳐 울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정도맹 무인들이 분지로 파도처럼 밀려 내려갔다.

정도맹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포위할 수 있었던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곳이 진짜 강림지가 아니기 때문에 경계가 비교적 허술했다는 점.

둘째, 살막이 번을 서는 무인들을 미리 제거했다는 점이다.

밀물처럼 쏟아져 내려가는 무인들을 보며 악천괴가 입매를 비틀었다.

“노다지군. 우리는 대가리들 먼저 취한다.”

“복명!”

대답을 한 살수들이 일제히 흩어지듯 달려 내려갔다.

사비강이 분지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자, 초대에 응했으니 이제 그쪽에서 준비한 패를 꺼내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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