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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08화 (408/670)

# 408

귀환 마교관

408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선배님?”

“어허! 자네는 공을 세워서 출세하고 싶지 않은가?”

“하하… 전 딱히 출세까진….”

자운룡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하자, 등부형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욕심이 없어서야. 사람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뜻이 없어도 안 되는 법.”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를 의심하는 건 좀….”

등부형이 발끈하며 쏘아붙였다.

“자네도 그날 보지 않았나? 위검종 교관이 얼마나 수상쩍은지!”

“솔직히 저로서는 딱히… 정말로 숲속에서 수련을 하던 중이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쯧쯧. 이렇게 순진해 빠져서야. 자네가 그렇게 맹하게 구니까 생도들이 자네를 만만하게 보는 걸세.”

“그런가요?”

자운룡이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뒤통수를 긁적였다.

등부형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다가 열쇠구멍에 쇠꼬챙이를 찔러 넣고 한참이나 끙끙거렸다.

마침내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리자, 등부형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됐다! 나는 이제부터 문밖에서 망을 볼 테니, 자네는 들어가서 수색하게나.”

“제가요?”

자운룡이 화들짝 놀라서 되묻자, 등부형이 미간을 좁히고는 물었다.

“그럼, 내가 들어가란 말인가? 자네도 내가 조교라고 무시하는 겐가?”

“그럴 리가요. 선배님이 조교가 되신 건 제게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 그걸 안다면 어서 들어가서 뭐라도 찾아보게.”

“흐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뭘 찾으면 되는 거죠?”

“허어, 답답한! 뭐라도 증거가 될 만한 걸 찾아보란 말일세. 그날 분명히 위검종은 어딘가로 전서를 보냈단 말일세. 그가 ‘간자’라는 걸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후우, 알겠습니다.”

자운룡이 어딘지 자신 없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등부형은 뒷짐을 진 채로 휘파람을 불며 그 앞을 서성거렸다.

나름대로 수상하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이었지만, 남이 보기에는 오히려 그 행동들이 이상할 뿐이었다.

등부형이 자운룡을 찾아간 것은 오늘 새벽.

그는 자운룡을 설득해서 위검종의 숙소를 수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침 위검종은 다른 지역의 소환지를 토벌하기 위해 멸마관을 떠나 있던 차였다.

‘반드시 위검종 그 녀석의 가면을 벗기고 말리라! 어디 사파 잡종 따위가 명문 정파와 맞먹으려고! 흥!’

등부형은 내심 코웃음을 치고는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런데 마침 생도들이 우르르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이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지나가는 생도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 거냐?”

“위검종 교관님을 주축으로 한 토벌대가 돌아왔다고 해서요. 귀환자들을 맞이하러 가는 거죠, 뭐. 영웅담도 들을 겸.”

“뭐? 위 교관이 벌써 돌아왔다고?”

“예. 소환지로 가고 오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틀이나 빨리 도착했답니다.”

“허어…”

“그런데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다.”

생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얼른 달려갔다.

마음이 급해진 등부형이 얼른 위검종의 숙소 안에 있는 자운룡에게 전음을 날렸다.

[증거는 찾았나?]

[아뇨. 깨끗합니다. 다만…]

[다만?]

[침대 아래쪽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침대를 들어서 옮겨야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럼 얼른 옮겨서 확인해야지! 뭐하고 있는 건가?]

[아… 혹시라도 그럼 다른 흔적을 남기게 될까 봐… 별 것 아닐 수도 있고요.]

[이런 답답한! 지금 그런 걸 따질…! 헉!]

전음을 보내던 등부형이 눈을 크게 뜨고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의 시야에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위검종이 보였다.

‘아니, 저 인간은 왜 도착하자마자 숙소로 오는 거야? 관주전에 가서 보고부터 하지 않고!’

자운룡이 전음을 보내 왔다.

[왜 그러십니까?]

[제길! 위검종이 돌아왔어!]

[예? 위검종 교관이요? 벌써요?]

[그래! 지금 저기 보인다!]

[헉! 그럼 전 어떻게 합니까?]

[자네가 늑장을 부리니까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혹시라도 들키면 나는 모르는 일일세!]

[선배님… 그건 너무…]

[그럼 전부 내 잘못이라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알아서 해결하게!]

등부형이 매몰차게 말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위검종 교관님이 아니십니까?”

“등 조교가 여긴 무슨 일이오? 등 조교의 숙소는 다른 방향 아니오?”

“그렇지요. 다만, 위검종 교관님이 귀환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위검종이 차갑게 조소하자, 등부형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전에는 소소한 오해가 있었습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타인의 무공을 훔쳐보고는 참으로 뻔뻔하군.”

‘이런… 간악한 놈! 네놈이야말로 간자 주제에 참으로 뻔뻔하구나!’

등부형은 속에서 치미는 생각을 애써 갈무리하면서 답했다.

“허허, 그건 오해라니까요. 그나저나 위검종 교관님의 영웅담을 좀 듣고 싶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소환지를 토벌하신 겁니까?”

“내가 한 건 없소. 무랑초환진이 워낙 견고해서 덕을 봤을 뿐. 생도들이 다 한 거요.”

‘어울리지 않게 겸손한 척 하기는!’

등부형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교관님께서 그 자리에 없었다면….”

“더는 할 말 없소. 쉬고 싶으니 비키시오.”

“아… 예. 많이 피곤하실….”

위검종은 등부형의 말을 더 듣지도 않고는 걸음을 옮겨 버렸다.

‘건방진 사파 새끼!’

등부형은 내심 이를 갈면서도 더 이상 치근거리지 못하고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위검종의 숙소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 시각, 자운룡은 위검종의 숙소를 안에서 걸어 잠근 후, 창문을 열고 은밀하게 몸을 빼냈다.

간발의 차이로 숙소로 들어선 위검종은 침상으로 걸어가 털썩 몸을 눕혔다.

그렇게 무심히 고개를 돌리던 그가 창가로 걸어갔다.

잠금장치가 풀려 있는 것을 확인한 그가 미간을 슬쩍 좁혔다.

‘의심 받고 있다는 건가…?’

**

‘아슬아슬했다.’

자운룡은 가슴을 쓸면서 걸음을 서둘렀다.

정말이지 간발의 차이였다.

그가 그렇게 성큼성큼 걸으며 어느 건물 모퉁이를 돌아갈 때였다.

“으아아아!”

느닷없이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한 무리의 생도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자운룡이 깜짝 놀라서 물러나는데, 생도들이 얼른 그의 등 뒤로 몸을 숨기며 소리쳤다.

“교관님! 도와주세요!”

“살려 주십시오! 교관님!”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자운룡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왜 이러세요?”

“저 미친 고양이가 우리를 공격해요!”

“미친 고양이?”

그때,

- 크르르러렁!

자운룡은 그들이 빈말로 부탁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눈앞의 커다란 괴수.

그건 분명 반묘였다.

자운룡이 눈을 부릅뜨고는 앞에 나타난 반묘를 바라보았다.

‘커진다, 커진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커질 줄이야.’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뒤에 숨은 생도들이 반묘를 자극했을 것이고, 이에 격분한 반묘가 변태하여 공격을 해오는 것이리라.

대략의 상황 파악이 끝난 자운룡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착, 착하지…? 아하하. 너는 원래 착하고 귀여운…”

- 크르르러렁!

콰아악!

“우악!”

번개같이 날아든 반묘가 그대로 자운룡의 머리를 덥석 물었다.

자운룡은 보았다.

자신의 머리가 반묘의 입안에 들어가기 직전, 헐레벌떡 달려오는 한 여인을.

그리고 그녀가 애타게 손을 뻗으며 소리치는 것을.

“안 돼! 멈춰!”

그녀의 외침이 통한 것인지, 천만 다행히 반묘는 자운룡의 머리를 잘라 먹진 않았다.

**

“후우.”

자운룡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저래 일진이 사납군요.”

그의 목과 등에는 반묘의 잇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옷은 걸레조각처럼 너덜너덜 찢어져 있었다.

게다가 반묘가 혀로 핥는 바람에 팔뚝과 목덜미의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그의 상처에 능소소가 힐링 포션을 부어 가며 발라 주고 있었다.

자운룡이 그런 능소소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능 조교님은 동물을 정말 잘 다루시는군요.”

만약 그때도 능소소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자운룡은 반묘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반묘가 능소소의 품에 들어가 냥냥거리고 있었다.

능소소가 쓴 웃음을 지었다.

“정말 잘 다뤘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생도들에게 동물과 교감하는 법을 가르치다가 일어난 일이에요.”

“그거야 생도들이 아직 미숙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요. 조교님 책임이 아니죠.”

“제가 훌륭하다면… 생도들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겠죠. 그분처럼 가르칠 수만 있다면요.”

“그분이라면…?”

“사비강 관주님이요.”

능소소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마치 사비강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는 듯.

자운룡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어쩌면 그렇게 동물들을 잘 다루시죠?”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거랍니다. 내가 먼저 다루려고 하기 전에, 이 아이가 뭘 원하는지,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한답니다.”

“그럼 들리나요?”

“그럼요. 교관님도 이 아이에게 귀를 한 번 기울여 보세요. 아마 들릴 거예요.”

능소소가 대뜸 반묘를 불쑥 내밀었다.

자운룡이 멍하니 보다가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제겐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어? 잠깐만요. 움직이지 마세요. 목덜미에도 상처가 깊어요.”

능소소가 힐링 포션을 솜에 묻혀서 자운룡의 목덜미를 닦아 주었다.

자연스럽게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졌다.

자운룡이 멍한 표정으로 능소소를 가만히 보다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

“왜…”

“네?”

능소소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바라보자, 정신을 차린 자운룡이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닙니다.”

능소소는 이제 자운룡의 뒤로 돌아가 등에 난 상처에 힐링 포션을 발라 주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교관님도 생도들의 장난을 너무 다 받아 주시는 것 같아요. 자꾸 그러시면 버릇이 없어진답니다.”

“하하. 그건 경험담인가요?”

“네?”

“사비강 관주님이 교관이었던 시절, 그분이 가르치던 생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생도들 기세가 대단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랬죠. 그런데 저는 모범생이었어요.”

능소소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말하자, 자운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능 조교님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요? 누구죠?”

“자연을 사랑하고, 인정이 많은 소녀였죠. 저를 아주 많이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혹시 그분이…”

능소소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자운룡이 얼른 대답했다.

“아,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립습니다.”

“그럼 만나러 가세요.”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아이를 볼 용기가 나지도 않고요.”

자운룡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데, 능소소가 어느새 앞으로 돌아와 다부진 표정으로 손을 꽉 잡았다.

“사랑은 용기로 시작하는 거예요!”

“네?”

“아… 그런 쪽이 아닌가요?”

“하하! 정말 닮았습니다.”

“칭찬으로 들을게요.”

“물론이죠.”

두 사람이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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