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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80화 (380/670)

# 380

귀환 마교관

380화

다행히 천장 아래의 진득한 액체는 그 구멍을 넘어서면서까지 차오르진 않았다.

하지만 천장 아래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가는 틀림없이 몸이 잠기고 말았을 터였다.

가까스로 한숨 돌린 생도들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두리번거렸다.

구멍 아래쪽은 이제 완전한 늪으로 변해 버려서 붉게 빛나던 기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어둠.

숨 막힐 듯 답답했던 시야는 사비강이 주문을 캐스팅하면서 환하게 밝아졌다.

“라이트.”

허공에 하얀 빛무리가 떠오르는 찰나,

끼에에에!

고막을 찢을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더니 시커먼 그림자들이 사방팔방에서 훅훅 날아드는 게 아닌가?

“우앗!”

“뭐, 뭐얏?”

깜짝 놀란 생도들이 허둥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쉬이이이잇!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무언가를 느낀 여소정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쉬까앙!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번쩍였다.

“방금… 그건…?”

여소정이 놀란 표정으로 끔뻑였다.

“검은 뼈…”

그녀가 멍하니 중얼거린 말에 진경산이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검은 뼈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검은 뼈가 날아다녀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면서 진경산에게 달려들었다.

“헛!”

헛바람을 삼킨 그가 얼른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검기를 머금은 칼은 허공을 베고 말았다.

대신 그림자는 그대로 진경산의 어깻죽지를 베며 지나쳤다.

“크윽!”

진경산이 비틀거리며 신음을 흘리자, 사비강이 불쑥 말했다.

“‘다크번’이다. 다들 정신 차리고 경계해라. 검은 뼈로 이루어진 녀석들이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날개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게 특징이다.”

말을 마친 사비강이 허공으로 빛 무리 몇 개를 더 띄워 올렸다.

그 덕분에 시야가 밝아지긴 했지만, 다크번이 워낙 빠른데다 시커먼 색이었기에 좀처럼 그 움직임을 쫓기가 어려웠다.

움직임만 따진다면 어지간한 절정 고수 이상의 빠르기였다.

사비강은 당황하는 생도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너무 서두른 건지도.’

애초에 이 정도 난이도를 생각했다면, 생도들까지 대동하지 않았을 터다.

오히려 자신 혼자 찾아오거나 천멸대를 대동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으리라.

하지만 누가 알았겠나?

중원에 거의 최초로 나타난 던전이 이 정도의 난이도일 줄을.

사실, 다크번은 상대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몬스터가 아니다.

녀석들은 빠르고 은신을 잘하는 대신, 공격력과 방어력이 무척 약한 편이다.

때문에 몸에 실드를 두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멸마관 생도들은 아직 실드를 익히지 않은 상태.

보름만 더 지났어도 마나 다루는 법을 익히고 실드를 배웠을 테지만, 하필 그 전에 던전을 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호신강기를 상시 펼치고 있기에는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다.

기막을 펼친다면 그나마 내공을 아끼면서 유지할 수 있겠지만, 실드만큼 탄탄한 방어력을 지니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칼날처럼 날아다니는 다크번을 상대로 생도들은 악전고투를 면치 못했다.

“제길! 도대체 어디에서 공격해 오는 거지?”

“이것들 짜증나네!”

벌써 몇몇 생도들은 어깨, 허벅지 등이 베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사비강은 냉정한 시선으로 생도들을 훑으며 생각을 계속했다.

‘도대체 마령교에서 무슨 짓을 했기에 이렇게 빨리 소환 시기를 당길 수 있었던 거지?’

이건 분명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정도의 인지 능력이 있는 몬스터를 소환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테라포밍까지 가능할지도…!’

테라포밍은 실제로 칠 년 후에나 일어날 일이다.

테라포밍을 통해서 마왕성이 이 땅에 강림하고, 마왕이 본격적으로 중원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로 지금 테라포밍이 가능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 한다!’

사비강이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디선가 금속성과 함께 생도 하나가 느닷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까앙!

“헉! 우아아악!”

다크번의 날개를 칼로 막은 생도가 허공으로 붕 떠오르면서 튕겼다.

한데 하필이면 그가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찰나,

“실라페!”

후우우웅!

능소소의 외침 끝에 강한 바람이 불더니 그를 구멍 밖으로 밀어냈다.

능소소가 청의봉을 거두어들이자, 강렬하게 불던 바람도 잠잠해졌다.

실레스틴을 부리지 않은 것은 자칫 광풍이 일어나 다른 생도들마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지켜보다 못한 사비강이 앞으로 나섰다.

원래 생도들에게 실전 경험을 익히게 해줄 요량이었지만, 던전의 성질이 심상치 않은 만큼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는 건 곤란하지.’

사비강이 천천히 왼손을 뻗으며 말했다.

“다들 중심 잘 잡도록.”

“예?”

생도들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사비강이 왼손을 뻗으며 버럭 소리쳤다.

“그래비티!”

구우우우웅!

찰나, 엄청나게 무거운 공기가 생도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크읏!”

“갑자기 몸이…!”

기기기기…!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압감이 온몸을 짓눌러댔다.

몇몇 생도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만약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운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몸이 바닥에 달라붙어 찌그러졌을 지도 모를 일!

키에엑!

크이이익!

투웅! 터엉! 투투툭!

마침내 허공을 휘저으며 날아다니던 다크번도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이따금씩 중력에 저항이라도 하려는 듯 앙상한 날개를 퍼덕거렸지만 결국 다시 날아오르진 못했다.

사비강은 왼손을 뻗은 상태에서 그래비티 마법을 유지한 채로 오른손으로 베르타스를 뽑아 들었다.

그가 천천히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오른손에 집중하자,

우우우우웅!

베르타스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시퍼런 검강이 형형하게 맺혔다.

다음 순간,

쑤앙! 쑤앙! 쑤아앙!

사비강이 검을 휘젓자, 시퍼런 강기가 파공성을 터뜨리며 쓰러진 다크번들에게 날아갔다.

퀴이이익!

크위익!

듣기 싫은 괴성과 함께 다크번들이 무참히 잘려 나갔다.

사실, 하이 레벨의 다른 마법을 캐스팅하면 더욱 편하게 다크번을 제거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칫 생도들마저 휩쓸릴 수도 있었다.

때문에 이왕 수련도 할 겸 마나와 내공을 동시에 운기하는 방법을 사용해본 것이다.

‘오랜만이지만 역시 나쁘지 않군.’

확실히 마나와 내공을 나눠서 운기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대규모 전투에 적합한 마법과 밀집 지역에서 사용하기 좋은 내공을 적절하게 응용한다면, 지금처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을 섬멸할 방법도 있으니.

기감을 활짝 펼쳐 주변에 살아 있는 다크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비강이 그제야 그래비티 마법을 해제했다.

“후아!”

“허억!”

강렬한 압박에서 벗어난 생도들이 숨을 토해내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한편, 진백은 중력의 압박에서 풀려나자마자 곧장 사체가 된 다크번에게 달려갔다.

그는 한참이나 다크번을 살피다가 품에서 빈 주머니를 꺼내 다크번의 사체 조각을 챙겨 넣기 시작했다.

나중에 멸마관으로 돌아가서 여러 가지 실험 재료로 쓸 작정이었다.

“뼈만 있음에도 하늘을 날다니. 혹시 이 녀석들에게 또 다른 특징은 없는가?”

진백의 말에 사비강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 다크번의 뼈는 피에 젖었을 때 발열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때문에 녀석들의 뼈에 베이게 되면 상처 부위가 몹시 화끈거리지요. 그래서 녀석들의 사체 뼈를 잘라서 화살촉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호오, 그 화살촉에 맞으면 화상을 입게 된다는 건가?”

“그렇지요.”

“그렇다면 신수각(神手閣)에 더 어울릴 재료겠구나.”

‘신수각’이란 조신량이 각주로 머물고 있는 멸마관의 대장간이었다.

사실 대장간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었다.

사비강이 조신량을 멸마관으로 데려온 것도 그런 이유였기에.

지금 중원이 보유한 무기들로는 결코 마족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다들 다크번의 뼈를 잘라 수집하도록 한다. 들었겠지만 화상을 입기 싫다면 피가 닿지 않도록 조심해라. 아, 참고로 날개 뼈만 있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사비강의 지시에 따라 생도들이 다크번의 뼈를 잘라 수집하기 시작했다.

대략의 상황이 정리되자, 사비강은 다시 생도들을 이끌고 이어진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동혈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후끈한 열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보통의 던전이 아니다. 점점 불길한 생각이 드는데….’

사비강은 자신의 예측이 빗나가길 바라면서 계속 걸음을 옮겼다.

돌아나갈 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도들을 내보냈겠지만, 길은 더욱 깊숙한 곳으로만 이어지고 있었다.

이따금씩 마물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앞장서 있던 사비강이 단 일격으로 처리해 버렸다.

여전히 던전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생도들을 훈련시킬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마계에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던전을 헤집고 다녔던가?

한데 이렇게 생소한 곳이라니?

단지 중원에 나타난 던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던전이 중원으로 소환되면서 뭔가 변질이 된 걸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머리 아프군.’

그렇게 한참을 들어갔을 때였다.

동굴 안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 여인의 목소리였는데,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소리 같았다.

“무슨 소리지?”

“안쪽에 누가 있는 건가?”

“누구긴 누구겠어? 또 마물이겠지!”

이제 방심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무엇보다 마물이라는 것들의 생소한 싸움 방식이 생도들에게는 가장 대응하기 힘든 요소였다.

마침내 통로를 완전히 빠져나오니 다시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그제야 사비강과 생도들은 희미한 흥얼거림이 어디에서 울려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사비강이 얕게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버티고 선 육중한 문을 바라보았다.

고대부터 존재했을 것만 같은 커다랗고 낡은 문.

알아볼 수 없는 상형문자가 빼곡하게 양각된 문.

그 안쪽에서는 여전히 여인의 흥얼거림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노랫가락이 한편으로는 구슬프게 들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평온했기에 생도들은 긴장이 절로 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

생도들은 얼른 내공을 운용하면서 여인의 흥얼거림에 빠져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렸다.

사비강이 나직이 읊조렸다.

“보스 몹이다.”

“예?”

“수장 마물이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운이 없다면 제단까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사비강은 거의 확신했다.

이토록 큰 문이 있다면, 분명 그 안에는 제단까지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이곳에서 나간다면 마령교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봐야겠어.’

사비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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