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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62화 (362/670)

# 362

귀환 마교관

362화

끼이이익.

싸리문이 열리면서 사비강과 추량이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음?”

두 사람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앞을 보았다.

용암에 삼켜진 마을.

그 전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추량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사부님… 여긴…”

“마을이군.”

사비강이 무심히 중얼거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뒤쪽에는 싸리 울타리가 쳐진 오두막집이 있었다.

분명 싸리문을 열고 안마당으로 들어섰는데, 두 사람은 지금 마치 그 안마당에서 밖으로 나온 것처럼 서 있는 것이다.

추량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왜 우린 밖으로 나온 거죠?”

“내가 알면 지금 이렇게 밖에 서 있겠냐?”

사비강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자, 추량이 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턱을 괴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던 사비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 싸리문에도 술법이 걸린 것 같군. 뭐,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어떻게 무너뜨려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다시 들어가 볼까요?”

추량이 돌아서서 오두막집을 보며 물었다.

별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사비강도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 보자.”

두 사람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신중한 움직임으로 싸리문을 열었다.

아직 발을 내딛기 전, 밖에서 들여다보니 분명 감나무 한 그루가 심어진 안마당이 보였다.

천천히… 조심조심…

그렇게 두 사람이 안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음?”

“젠장!”

눈앞에 펼쳐진 것은 역시 용암에 덮인 마을의 전경이 아닌가?

분명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문을 열고 나온 상황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

싸리 울타리 너머로 분명히 집이 보이는데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추량, 혼자 들어가 봐라.”

“알겠습니다.”

사비강이 팔짱을 끼고는 싸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추량을 보았다.

그런데…

안마당으로 들어가던 추량이 그대로 다시 문을 열고 나오는 게 아닌가?

사비강을 본 추량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안 되네요. 전 분명히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는데… 사부님이 여기 계시는군요.”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군.”

사비강은 목을 우두둑 꺾더니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가다가 싸리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역시 그의 앞에는 여전히 용암에 덮인 마을과 추량이 서 있을 뿐이었다.

“젠장! 열 받네!”

사비강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소리쳤다.

이젠 베르타스를 뽑아 들고는 싸리문과 싸리 울타리를 날려 버린 후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비강은 계속해서 밖에 있는 추량과 마주칠 뿐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시도했을까?

문을 통해 들어가도, 울타리를 넘어가도, 깨부수고 들어가도, 뒤쪽으로 들어가도 똑같은 현상의 반복.

결국 사비강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포효했다.

“이런 빌어먹을 도사 같으니라고! 당장 안 튀어나와!”

하지만 사비강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쩌렁쩌렁 울릴 뿐.

추량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부님… 그만 돌아가시는 게 어떨까요? 이러다가 정말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정상이 아닌 곳에 있으니, 몸과 마음도 비정상이 되는 느낌이에요.”

“젠장! 이대로는 못 돌아가!”

화가 잔뜩 난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뽑아 들고는 우렁차게 외쳤다.

“무랑!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다 부숴 버리겠다!”

진심을 담아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주위는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사비강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 영감탱이가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나오겠단 말이지…?’

그때였다.

“사, 사부님! 저기!”

추량이 가리킨 곳은 남쪽 하늘이었는데, 이름 모를 새떼가 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분명 이 추운 겨울에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 보았더라면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 모종의 두려움마저 느꼈으리라.

하지만 사비강은 그 광경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

“이제야 겨우 답할 마음이 생겼나보군.”

“그럼… 저것도 그 도사의 술법입니까?”

“그럴 거다. 뭐, 볼케이노까지 사용하는 걸 봤을 텐데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겠지.”

그러는 사이 새떼가 사비강과 추량의 머리 위로 까맣게 무리지어 날아와서는 맴돌았다.

다음 순간,

툭… 툭!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다.

추량이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손등에 떨어진 것을 보고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사부님… 이거… 똥인데요? 오줌도 섞인 것 같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툭, 투툭! 투두두두두두둑!

갑자기 머리 위로 새떼의 똥오줌이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닌가?

“우욱!”

“이런!”

쏴아아아아아아!

그야말로 새떼의 똥오줌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냄새가 고약한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이 똥오줌으로 온몸이 흠뻑 젖고 나서야, 시원하게 배설을 마친 새떼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갔다.

마치 화장실을 잘 이용하고 떠난다는 듯 유유히…

추량이 울상이 되어 중얼거렸다.

“크으으. 아무래도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음? 사부님…?”

구오오오오오…!

고개를 푹 숙인 사비강의 전신에서 미묘한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푸른빛의 강기가 넘실거렸고, 왼손에는 붉은 빛의 마나가 일렁였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그 기운만으로도 그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죽여… 버리겠어…!”

“사, 사부님… 우리의 원래 목적은 그 도사를 데려…”

“이제 다 상관… 없다…! 죽여 버린다! 반드시! 이 영감탱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 주마!”

“사, 사부님!”

이성을 잃은 사비강이 바닥을 팡, 차면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레비테이션 마법을 사용해서 허공에 부유한 그가 베르타스를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죽어라아앗!”

쑤아아아아앙!

순간 오른손에 맺혀 있던 강기가 검강으로 변하면서 날아갔다.

슈우우욱, 꽈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그 먼지구름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사비강은 이제 왼손을 들어 마법을 캐스팅했다.

“헬 파이어!”

화르르르르르륵!

어마어마한 열기가 오두막집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이든 저 불지옥에서는 사멸하고 말리라.

하지만 사비강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파이어 스톰(Fire Storm)! 록 스톰(Rock Storm)! 블레이즈 템페스트(Blaze Tempest)! 프로미넌스(prominunce)!”

화르르륵! 화르르륵!

후아아아아아앙!

펑! 꽈과아앙! 꽝꽈앙!

하이 서클의 마법을 연이어 퍼부은 사비강이 비로소 분이 풀렸는지 바닥으로 내려섰다.

갑자기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한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훅, 훅, 후욱!”

거칠게 숨을 몰아쉰 사비강은 차츰 불길이 사라지고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가 희미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잠시 후 연기가 말끔히 사라졌을 때,

“으아아아아아!”

사비강이 눈이 뒤집혀 괴성을 지르더니 베르타스를 스르릉, 뽑아 들었다.

놀랍게도 오두막집은 멀쩡했다.

뿐만 아니라 안마당에 심어진 한 그루 감나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이런 도사 나부랭이가!”

쒸앙! 쑤앙! 쉬이잉!

꽝! 꽈광! 쾅쾅!

강기가 연속으로 날아갔다.

마치 체내의 모든 마나와 내공을 쏟아 붇겠다는 듯 사비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발작적으로 몸부림을 쳤을까?

“…부님! 사부님!”

추량의 목소리가 그제야 귀에 닿았다.

뒤늦게 칼부림을 멈춘 사비강이 여전히 멀쩡한 오두막집을 보면서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뭐냐?”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시겠답니다.”

“뭔 소리야!”

사비강이 미간을 푹 구기고는 휙 돌아섰다.

다음 순간, 사비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추량 곁에 지팡이를 짚은 웬 노인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아닌가?

길게 자란 흰 눈썹이 두 눈을 거의 덮을 지경이었다.

사비강이 눈썹을 성큼 치켜 올렸다.

“누구세요?”

**

집무실 책상에 앉은 구윤이 고개를 들고 앞에 서 있는 추희룡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추희룡은 탐탁찮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련주가 죽었다.

하지만 그 후의 상황이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구윤이 물었다.

“해서 호신위의 수장은 누구로 임명하겠습니까?”

순간 추희룡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그가 어금니를 뿌득 갈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런 것까지….”

“아시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혈사련은 본맹의 감시 하에 놓인다는 것을.”

구윤이 말을 가로지르며 답했다.

추희룡이 주먹을 꾹 말아 쥐고 몸을 가늘게 떨었다.

치욕적인 열패감으로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듯했다.

정말이지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은 몰랐다.

사비강을 도울 때는 적어도 정도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위치는 만들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한데 이건 뭔가?

그야말로 살아남은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겨야 할 상황 아닌가?

련주가 될 자신이 호위 수장을 누구로 임명할 건지 일일이 보고까지 해야 하다니!

만약 자신이 끝까지 련주에게 충성을 했더라면?

속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랬더라면 이렇게라도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테지.’

서화평원의 대전은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사건이었다.

그래, 그나마 지금 이렇게 수치에 떨면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사비강을 도왔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그자에게 감사할 수는 없게 됐지만!’

위선자의 혀를 복용한 이상, 자신은 앞으로 정도맹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으리라.

아니, 어쩌면 사비강 개인의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

‘제기랄!’

새삼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생각 중입니까?”

다시 들려온 목소리에 추희룡이 부리부리한 눈을 들어 구윤을 보았다.

구윤은 그 눈빛을 담담히 받아냈다.

‘과연 대단하군.’

추희룡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구윤은 무공이 뛰어난 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눈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살기를 드러내지 않았다지만, 어지간한 무인들도 자신이 정면으로 노려보면 오금을 저리기 마련이건만.

마침내 추희룡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적 대주가 여기 있다고 들었소.”

“적 대주라면 혹시 적무린 조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추희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무린은 무공도 꽤 수준급인데다, 결코 주인의 뒤통수를 칠 인간은 아니었다.

구윤이 이름을 적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후 지망은 누굽니까?”

“후 지망?”

“혹, 적 대주가 호위 수장의 자리를 거절할 경우를 감안해서 묻는 말입니다.”

“흥! 그가 거절할 리가….”

“이미 다른 곳에서 그를 지목한 상황입니다. 적 대주가 호위 수장을 맡지 않을 수 있으니 후 지망을 선택하시지요.”

추희룡은 멈칫거리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보겠소.”

호위 수장이라면 자신의 최측근에 머물러야 할 자다.

아무나 임명할 수는 없었다.

구윤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다음으로 총군사 자리는 누구를 임명하시겠습니까?”

‘총군사’라는 말에 추희룡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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