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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49화 (349/670)

# 349

귀환 마교관

349화

결국 지켜보던 욱청풍이 나서며 사비강을 진정시켰다.

“어허, 이렇게까지 할 것 있겠소? 사 대협도 그만 노기를 풀고 묵 당주의 노파심을 헤아려 주면 좋겠소. 나 역시 신협단이 사멸할 것을 우려해서 반대한 것이니. 자자, 우선 좀 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눠 봅시다.”

그는 사비강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기도를 보면서 감히 함부로 상대해서는 안 될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맹주와 군사가 그를 아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셈이기도 했다.

장로가 한 발 물러나서 설득하자, 사비강도 매서운 기세를 풀었다.

그러자 허공에 둥실 떠오른 베르타스가 저절로 검집으로 돌아와 갈무리됐다.

사비강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솔직해집시다. 내가 나서서 저들을 구할까 봐 걱정되는 거요? 아니면 신협단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거요?”

“허참, 무슨 말을 그렇게… 사 대협이 본맹을 위기에서 구해 준다는데 왜 우리가 걱정하겠소?”

‘그야 네놈들이 알력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그렇겠지!’

속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사비강은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욱청풍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당연히 우리는 신협단을 잃을까 염려되는 것이오. 사 대협도 알다시피 신협단은 본맹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으니 말이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욱청풍이 묵양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묵양제가 기분 나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저 역시 회주님의 뜻과 같습니다.”

“보시오. 그러니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하지만 사비강은 비소를 지우지 못했다.

‘퍽이나.’

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소. 그럼 신협단은 두고 가겠소. 그렇다면 이의가 없겠지.”

그 말에 욱청풍과 묵양제는 물론, 구윤조차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협단을 두고 간다니요? 어딜 간다는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겠소? 아군을 구하러 가야지.”

사비강이 턱짓으로 서화평원을 가리켰다.

세 사람은 그저 입을 척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지옥으로 신협단도 없이 가겠다고? 제정신인가?’

한참 만에 구윤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신협단도 없이 간다면 너무 위험한….”

“필요 없소. 우리 애들만 데려가도 충분하니까.”

“우리 애들이라니….”

구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사비강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멀지 않은 곳에 매설란을 비롯한 감찰국 무인들과 신생조가 있었다.

굴욕감을 느낀 천호당주 묵양제는 주먹을 꾹 말아 쥐고는 사비강의 뒷모습을 보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때 그의 귓가로 욱청풍의 전음이 흘러들었다.

[흥분하지 말게.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을 한 번 보게.]

욱청풍이 곁눈질로 사비강과 함께 있는 감찰국 무인들과 신생조를 가리켰다.

묵양제가 힐끔 보니, 욱청풍의 전음이 이어졌다.

[아무리 사비강 전 국주가 날고 긴다고 한들, 저들로 뭘 어떻게 하겠나? 오히려 이 기회에 저자의 세력을 크게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 자네가 신협단을 이끌고 맹주님을 구출한다면 훨씬 좋은 그림이 그려질 걸세.]

그제야 묵양제의 표정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그가 진심을 담아 답했다.

[과연 미천한 후배가 회주님께 심계를 배웁니다.]

한편 구윤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두 분이 사람을 잘못 건드리셨소.’

한편, 사비강은 감찰국 무인들과 신생조를 둘러보며 말했다.

“뭐, 대략의 사정은 눈치 챘을 것 같군. 이제부터 난 저들을 구하러 간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너희들은 곧바로 출격하도록.”

“알겠습니다!”

감찰국 무인들과 신생조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대답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눈빛에는 모종의 기대감마저 서려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미 그들에게 있어서 바올드와 같은 마물은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믿었다.

사비강이 함께 한다면 어떤 싸움이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반면 추량은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어,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사비강이 추량을 깊은 눈동자로 돌아보았다.

“내 옆에는 항상 네가 있잖아. 잊지 마라. 넌 내 호위무사다.”

“……!”

추량이 한 방 얻어맞은 표정으로 사비강을 보았다.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그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목숨을 바쳐 사부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지.”

사비강이 추량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바닥을 찼다.

다음 순간,

쉬이이이이잇!

사비강의 신형이 빛살처럼 날아가더니 어느새 까마득한 밤하늘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추량이 움찔거리고는 사비강을 향해 달려갔다.

“잠, 잠깐만요! 사부님 그렇게 가시면 저는 어쩌라고요! 사부니이임!”

추량이 헐레벌떡 사비강의 뒤를 쫓았다.

**

서화평원 남동쪽의 언덕 위에는 혈사련의 총군사 류여중이 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선 그는 이미 정도맹 쪽으로 많이 밀고 올라간 사마연맹의 진영을 살피면서 천리경을 들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천리경을 내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저건 무슨….”

전쟁에서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취하는 중임에도 그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의 예상 밖이었다.

이래서야 총군사로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꼴이지 않은가?

마령교에서 마병들을 부려서 싸울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마령교의 기기묘묘한 대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잡다하니, 혈사련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납득하고는 넘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은휘의 세력을 소탕하는 데에는 그 마병들의 등장이 큰 도움이 됐으니까.

한데 저건 뭔가?

인간의 뇌를 닮은 집채만 한 것이 촉수에 떠받들어진 채로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는 게 아닌가?

마령교가 저런 것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땅을 파고 이동하는 굴마병과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자랑하는 폭마병, 거기에 동족을 잡아먹으며 성장하는 거마병까지!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쯤 되자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이 전쟁은 누가 준비한 것일까?

정말로 혈사련이 준비한 것일까?

아니면 마령교가 준비한 것일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이 전쟁에서 정도맹을 몰살시킨다고 해도 위험해!’

류여중은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직감했다.

이대로 승리감에 도취되었다가는 큰 실수를 하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우선 병력을 아껴야 해!’

생각을 굳힌 류여중이 수신호를 보냈다.

지금부터는 거침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최대한 숨을 고르면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만약을 대비해서.

‘부디 그 만약의 경우가 본련이 버틸 수 있는 것이길 바라야겠지만.’

류여중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천리경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저건…?”

움찔 놀란 그가 천리경을 내렸다가 다시 들어보았다.

두 눈을 끔뻑이고 보았지만 분명했다.

“사비강… 교관이잖아?”

틀림없었다.

밤하늘에 도도한 자태로 서 있는 한 남자.

무슨 경신법을 사용한 것인지, 그는 어두운 하늘 복판에 보법도 펼치지 않은 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저런 게 가능한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은잠사 같은 것을 허공에다가 엮어 두고 그 위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평원이다.

반경 수백 장에 이르는 넓이의 평원.

이런 곳에 은잠사로 거미줄을 칠 수는 없다.

천리경으로 보이는 사비강의 모습은 마치 어둠을 타고 강림한 신… 아니, 야차와 같은 모습이었다.

신이라 부르기에는 그의 두 눈이 너무나 형형한 살기로 빛나고 있었기에.

**

“흐이이익!”

쿠웅!

달아나던 정도맹 무인 앞으로 집채 만 한 덩치의 거마병이 떨어져 내렸다.

“으으으으.”

엉덩방아를 찧은 무인이 엉거주춤 물러나면서 턱을 달달 떨었다.

거마병은 한 마디로 괴물이었다.

피부가 석판처럼 단단했고, 주먹이 바위처럼 컸다.

쑤우우우웅!

주먹이 혜성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무인을 덮치려는 순간,

“노오옴!”

어디선가 사자후가 터져 나오더니 하얀 빛줄기가 날아들었다.

쑤커어엉!

섬뜩한 마찰음에 이어 풍채가 당당한 노인이 뚝 떨어져 내렸다.

정도맹주 능운파였다.

“쿠와아아앙!”

거마병이 괴성을 터뜨리며 몸을 뒤틀었다.

“크르르르르!”

쿠웅!

오른쪽 옆구리에서부터 왼쪽 어깨까지 대각선까지 잘려 나간 거마병이 커다란 소음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괜찮은가?”

능운파가 돌아보자, 무인이 고개를 숙이며 거듭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달아나게!”

“예? 아, 옛!”

능운파는 미간을 좁히고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달려오는 거마병들을 보았다.

이제 혈사련 무인과 마령교도들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뒤에서는 정체 모를 괴물이 촉수를 뿌려대며 밀어붙였고, 앞에서는 거마병과 폭마병이 막아서고 있었다.

‘어렵구나, 어려워!’

능운파가 가슴 깊이 탄식했다.

제 한 몸 지키자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자신을 믿고 몸을 던졌던 무인들이 적들의 손에 쓰러져 가는 것을 보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때였다.

“저건…?”

“뭐지?”

“엇? 사비강 전 국주님인 것 같은데?”

달아나던 정도맹 진영 쪽에서 무인들이 주춤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자연히 능운파의 시선도 그들을 따라갔다.

어둑한 하늘 위에 한 사람이 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사비강이었다.

이내 사비강을 알아보는 무인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 사비강 전 국주님이시다!”

“오오! 정말이다! 그런데 저건 대체 무슨 신법이지?”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허공을 답보할 수도 있는 건가?”

“사비강 전 국주님이 어쩌면 우리를 구해주실 지도!”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정도맹 무인들은 이제야 한 줄기 희망을 엿본 듯 들뜨기 시작했다.

사비강이 사용한 마법은 레비테이션(Levitation)이라는 것으로, 하급 비행 마법인 플라이보다 훨씬 안정적인 부유 마법이었다.

하지만 마법에 대해 무지한 무인들로서는 그저 사비강의 이런 움직임이 신묘할 따름이었다.

능운파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사비강을 보았다.

‘사비강 전 국주… 대체 어쩌려고 여기까지…?’

그가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세가 심각하게 기운 이 시점에 사비강이 나타난다고 한들 무슨 도움이 될까?

한편, 하늘 위에 뜬 채로 지옥도를 내려다보는 사비강의 표정은 더 없이 차가웠다.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오르는군.’

마계가 중원을 침공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 순간이 되면 지금보다 더한 지옥도가 펼쳐지리라.

중원의 모든 인간들이 하나로 뭉쳐서 대응해도 될까 말까인데, 이렇게 서로를 죽여 대다니.

그것도 마물까지 소환해서!

사비강의 미간이 팍 구겨지는 것과 동시에 그가 손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스톤 월!”

드드드드드드…!

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지축이 뒤흔들리더니 바올드 무리 앞에 거대한 장벽이 솟구쳐 올라왔다.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바올드 몇 마리가 튕기듯 날아갔다.

쿵! 쿠웅!

마침내 바올드와 정도맹 무인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만리장성처럼 쌓였다.

무인들이 입을 척 벌리고는 그 광경을 넋 놓고 보았다.

사비강은 이제 돌아서서 거마병과 폭마병이 있는 쪽을 보았다.

“먼저 네놈들부터 요리해 주마.”

그의 입가에 차디 찬 냉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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