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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11화 (311/670)

# 311

귀환 마교관

311화

퍼억!

구강룡의 발이 옹기승의 가슴을 걷어찼다.

울컥!

옹기승이 이번에도 피를 토해내면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형님은… 형님은 어째서 그리… 이기적이시오?”

“이기적이다?”

“정작 지옥에서 허우적거린 건 나였는데, 어째서 형님이 발목만 담갔던 그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이리도 몰아붙이냐는 거요!”

“좋아. 이기적이라고 치자. 내가 처음부터 이기적이었더냐?”

“…….”

“나는 너를 동생으로서 아끼고 보살폈다. 하지만… 배려가 지나쳐서 결국 모든 게 잘못되고 말았지. 그걸 되돌리고 싶은 것일 뿐이다.”

옹기승이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찬찬히 저었다.

“안타깝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가 없소.”

“그래.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화근을 없애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날 죽이겠다는 거요?”

“그럼 안 될 이유가 무엇이냐? 모든 게 너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너를 제거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구강룡이 천천히 기수식을 취해 갔다.

그의 전신에서 강맹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듯 일어났다.

옹기승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는 검을 들어올렸다.

“미안하지만 나도 내 삶을 이렇게 포기할 생각은 없소.”

“뻔뻔하군.”

“그래도 어쩔 수 없소. 억울해서라도 이렇게 죽을 수는 없소. 저주받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보란 듯이 살아볼 거요. 지금은 그게 내 의지요.”

“그 의지를 지금 꺾어 주마!”

파밧!

다시 한 번 구강룡이 옹기승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옹기승에게 날아들었다.

따다앙!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다시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일어났다.

이번만큼은 구강룡의 검세가 더 매서웠다.

그는 벼락처럼 몰아쳐 갔다.

꽈장! 꽈과아앙!

그의 일격이 시전 될 때마다 뇌전이 울리면서 폭음과도 같은 소음이 연신 일어났다.

“크웃!”

눈을 꼭 감은 옹기승은 점점 수세에 몰리는 것을 깨닫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위험하다… 정말 위험해!’

구강룡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서른 합을 채 채우기도 전에 옹기승의 수면신공에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받아라!”

퍼엉!

“크억!”

가슴으로 일장을 받아낸 옹기승이 뒤로 튕기듯 날아갔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네놈을… 용서할 수 없다!”

어느새 자신의 뒤로 이동한 것인지, 서늘한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옹기승이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며 검을 대각선으로 베어 올렸다.

스까앙!

내려치는 구강룡의 검과 올려치는 옹기승의 검이 서로 부딪쳤다.

하지만 구강룡의 검세가 워낙 강맹하다 보니 옹기승은 그 반동으로 몸이 팽이처럼 휘리릭 돌아가 버렸다.

구강룡이 그대로 발을 내지르자, 옆구리를 얻어맞은 옹기승이 저만치 날아가면서 뒹굴었다.

“내 반드시… 네놈을… 네놈을…!”

옹기승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구강룡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그렇게 다섯 보 정도를 앞두었을 때였다.

스윽.

구강룡 앞으로 사비강이 나섰다.

구강룡이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물었다.

“무슨 짓이오? 나더러 저 녀석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하지 않았소?”

“그랬지.”

“그런데? 이제 와서 저 녀석이 죽을까 봐 겁나는 거요?”

“아니, 그 반대야.”

“반대라니?”

구강룡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는 사비강을 노려보았다.

사비강이 구강룡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혀를 찼다.

“쌓인 감정이 많아서 본심을 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잔정이 많은 인간이었군.”

“뭐요?”

“그 정도로 죽겠나?”

“뭣?”

“저 녀석의 몸에 뭐가 깃들어 있는지 잊었나보군. 선천마령지체가 우스워?”

“누가 우습다고 했소? 난 저 녀석을 죽일 생각으로….”

“됐다. 입만 나불거리는 녀석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 이젠 내가 나서지.”

“무슨…?”

다음 순간,

팟!

사비강의 신형이 눈 깜빡할 사이에 옹기승 앞에 나타났다.

‘대체 무슨 경신법을 쓰기에 저렇게…?’

구강룡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사이, 겨우 몸을 일으켰던 옹기승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사비강을 보았다.

“교관님. 왜 형님을….”

퍼억!

“크억!”

사비강이 다짜고짜 주먹을 내지르면서 옹기승의 안면을 가격하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 포탄처럼 튕겨나간 옹기승이 바닥을 구르며 벽에 처박혔다.

문답무용을 펼치는 사비강을 보면서 구강룡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 뭐야? 저 교관…?’

그러거나 말거나 사비강은 그대로 옹기승을 향해 달려간 다음 베르타스를 대각선으로 베어내렸다.

슈우우웃! 까아앙!

청명한 금속성과 함께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면서 튕겼다.

“크웃! 교관님…! 갑자기 왜…”

“시끄럽다.”

쉬이이잇! 까앙!

다시 내려친 검신에 부딪치면서 옹기승은 검의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휘리리리릭, 콱!

십여 장이나 날아간 검이 바닥에 푹 꽂히면서 흔들렸다.

“교, 교관님…!”

“시끄럽다니까.”

사비강은 예의 그 무심한 눈빛으로 베르타스를 휘둘러 갔다.

휙! 휙휙! 휙!

옹기승이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려 피했다.

검로 하나하나에 살기가 배여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격이었다.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옹기승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사비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몰라서 묻느냐?”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네놈에게 선천마령지기가 있으니 그렇지.”

“설마 교관님도 그 힘을 가지고 싶으신 겁니까?”

“그럴 리가. 나는 그럴 재주도 없다.”

“하면 대체 왜!”

“왜긴 왜냐? 너의 그 기운이 앞으로 위험할 것 같으니 그렇다. 이번에도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는 혈사련주의 제물이 되었을 뿐.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더냐?”

“그래서 날 죽이기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네놈이 사악한 자의 먹이가 되느니, 차라리 죽여 없애자는 생각이다.”

“이럴 거면 절 왜 살렸습니까?”

“살리긴 누가? 말했다시피 련주의 제물이 되는 걸 막았을 뿐.”

츄핏!

마침내 사비강의 검이 옹기승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상처가 얕아서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조금만 더 깊었어도 옹기승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크익!”

위기의식을 느낀 옹기승이 얼른 몸을 날려서 바닥에 꽂힌 검을 뽑아 들었다.

“농담이시죠? 교관님?”

“농담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 테지.”

사비강의 눈빛은 더 없이 싸늘했다.

옹기승은 그 순간 확신했다.

‘이 사람… 진심이잖아!’

찰나,

“파이어볼.”

사비강이 나직이 읊조리자 순간 커다란 화염구 다섯 개가 생성되더니 동시다발적으로 옹기승을 향해 날아왔다.

화륵. 화륵. 화르르륵!

‘이대로 죽을까보냐!’

옹기승이 어금니를 뿌득 갈고는 검을 휘둘러 갔다.

콰콰앙! 쾅쾅!

거침없이 날아들던 화염구가 그의 검세에 막히면서 연신 터져 나갔다.

화끈거리는 불기운이 옹기승의 얼굴에 훅훅 들이닥쳤다.

마침내 다섯 개의 화염구를 모두 쳐냈을 때,

불쑥!

시커먼 연기를 뚫고 사비강의 안면이 옹기승의 코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헙!”

옹기승이 얼른 검을 휘두르려는데,

탁.

사비강이 왼손으로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크읍.”

그대로 옹기승의 가슴팍을 무릎으로 찍으며 넘어뜨린 사비강이 오른손으로 베르타스를 치켜들고는 말했다.

“죽어라. 선천마령지체.”

명백한 살의!

옹기승은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이 사람… 진짜… 진짜 진심이었어!’

순간 그간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베르타스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릴 때,

“이게 뭔 짓이오!”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면서 구강룡이 나서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지만, 정작 옹기승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사비강이 구강룡 쪽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왼손을 불쑥 뻗었다.

다음 순간,

슈우우우웃! 퍼퍼퍼펑!

“크아아악!”

대여섯 개의 얼음덩어리가 날아가면서 구강룡의 전신을 가격했다.

순식간에 얼어 죽을 것만 같은 한기에 휩싸인 구강룡이 이를 악다물고는 바닥을 기었다.

뼛속까지 치미는 한기 때문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가는 것만 같았다.

사비강이 무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와서 형제간의 우애가 싹트다니. 눈물겹잖아.”

“노옴! 내 동생을 죽이면 가만두지 않겠다!”

구강룡이 엎드린 와중에도 이를 빠득 갈며 소리쳤다.

사비강이 코웃음을 쳤다.

“언제는 옹씨 성을 가진 동생은 둔 적도 없다더니.”

“닥쳐라! 네놈이…!”

“시끄러. 이제 마무리다.”

말을 마친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곧장 내려쳤다.

망설임은 없었다.

말 그대로 살기를 담아 모든 힘을 쏟아서 옹기승의 목을 내질렀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 버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그런데 다음 순간,

쿠우웅!

육중한 소음과 함께 베르타스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베르타스의 검봉은 옹기승의 목을 한 치 정도 앞두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뭔가에 부딪치기라도 한 듯.

아니다.

이건 보이지 않는 뭔가에 잡힌 느낌에 더 가깝다.

사비강이 더욱 힘을 주었지만, 역시 베르타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사비강의 입매에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나타나셨나?”

그가 고개를 들었다.

한편, 구강룡은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녀석, 갑자기 혼자 뭐라는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퍼엉!

폭음과도 같은 소음과 함께 사비강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러더니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옹기승이 꼿꼿하게 선채로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구강룡은 뒤이어 펼쳐진 광경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맙소사… 저, 저게 뭐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위압감을 풍기는 존재.

검푸른 기운을 넘실거리면서 나타난 미지의 존재는 뿔이 달린 머리가 세 개였고, 팔도 세 개였다.

녀석은 옹기승의 몸에서 연기처럼 솟아 나와 상체만을 희끄무레하게 보이고 있었다.

만약 범인이 이 광경을 봤더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줌이라도 지렸으리라.

- 감히 나를 도발한 자가 네놈인가?

미지의 존재가 사비강을 노려보며 물었다.

영혼을 떨쳐 울리는 목소리였기에, 구강룡은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포감을 억눌렀다.

반면 사비강은 아직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다.”

- 하찮은 인간 주제에 감히…? 가만… 네놈은…?

미지의 존재가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 순간, 뜨끈하고 강맹한 기운이 사비강의 몸에서 소용돌이치듯 일어났다.

그리고 그 기운은 곧 미지의 존재만큼이나 강렬한 위압감을 풍기면서 사비강의 등 뒤에 나타났다.

이쯤 되자 구강룡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 대체 저건 또 뭔…?’

물론, 그 존재를 본 것은 구강룡뿐만이 아니었다.

옹기승의 몸에서 솟아난 미지의 존재 역시 그것을 보았다.

사비강의 등 뒤에서 검붉은 기운으로 넘실거리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도도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하찮게 바라보는 레드 드래곤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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