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283화 (283/670)

# 283

귀환 마교관

283화

사비강의 의도대로 노회군은 체면을 챙긴 대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왔다.

그는 광풍대를 비롯해서 은신술이 뛰어난 조직인 귀혼대(鬼魂隊)까지 사비강에게 내어 주었다.

적어도 토벌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두 조직이 사비강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맹세했다.

이에 사비강은 먼저 천신교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주둔한 채 귀혼대를 탐색조로 보냈다.

한참이 지난 후, 천신교의 장원을 살피고 돌아온 귀혼대가 보고를 했다.

“동서남북을 각각 스무 명의 무인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남쪽 정문에서 번을 서는 자들의 무공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귀혼대주의 보고에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교주전은 어디지?”

“장원 내에 교주가 머무는 건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핵심 건물로 보이는 곳은 장원 정중앙에 위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뭐지?”

“납치당한 자들의 행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 한 명도?”

“그렇습니다. 그만한 인원이 모여 있을 공간도 보이지 않습니다.”

“흐음.”

사비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침음을 흘리자, 귀혼대주가 넌지시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확실한 건지요? 그들이 인신매매를 해왔다는 사실이.”

이제 와서 귀혼대주가 사비강을 얕보거나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만큼 장원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었기에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비강은 확신했다.

그는 귀영단의 정보력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확실하다. 뭐,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사비강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차피 장원을 기습하는 일이다. 녀석들이 찔리는 구석이 있는 만큼 방비가 잘 되어 있겠지. 남측 정문을 제외한 삼면을 동시에 공격하기로 한다. 광풍대가 서쪽으로 돌아가서 치도록 하고, 귀혼대가 북측으로 진입한다. 신생조는 동쪽으로 들어간다. 목적은 토벌이다. 적어도 장원에서 살아서 나가는 자가 한 놈이라도 생기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무인들이 나직하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비강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방화 임무를 맡은 자들은 작전 수행 후에 곧바로 납치된 자들을 찾는 것에 전력을 다하도록 한다.”

“예, 알겠습니다!”

각 조직에서 방화 임무를 맡은 자들이 대답했다.

“좋아, 그럼 한 시진 후에 기습을 하도록 하지. 그때까지 일단은 제 위치에서 신호를 보낼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데… 그 전에 한 가지 처리해야 할 것도 있군.”

사비강의 의미 모를 말에 무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찰나,

팟!

사비강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사비강은 삼십여 장 쯤 떨어진 곳의 수풀 사이에 나타났다.

“넌 뭐하는 놈이냐?”

사비강이 바로 앞에서 등을 지고 선 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상대가 기겁을 하며 돌아섰다.

“우아악!”

“잘도 우리를 염탐하고… 음?”

말을 꺼내던 사비강이 눈을 부릅떴다.

“너는…?”

“교, 교, 교관님!”

엉덩방아를 찧었던 상대가 반색하며 소리쳤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았던 그의 표정이 어느새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문탁?”

“이럴 수가… 진짜 교관님이죠? 으허엉! 교관님! 보고 싶었어요!”

조문탁이 사비강에게 와락 달려들어 안겼다.

**

곡보옥이 손가락으로 나무 기둥을 푹푹 찌르며 중얼거렸다.

“늦는군.”

“좀 더 기다려보자.”

단리정이 팔짱을 낀 채 차분하게 말했다.

천멸대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은 아직 은시 지단의 영역.

현재 은시 지단에서는 최대한의 인원을 풀어 자신들을 찾는 중이었다.

때문에 이동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뭣하면 그들을 쓸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들이 신호탄 같은 것으로 위급 상황을 알린다면 천신교까지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중에 제법 먼 곳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하필이면 혈사련 분타가 있는 방향이었기에 천멸대는 잠시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주시했다.

하지만 단리정도 그곳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꽤나 기도를 능숙하게 감추고 있는 데다 수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어 도저히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용안을 착용하고 있다지만, 투시를 할 만한 능력은 없다.

때문에 단리정은 조문탁에게 정찰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런데 조문탁이 떠난 게 벌써 반 시진 전이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둘 중 하나다.

꽤나 중요한 정보를 물어오기 위해서 시간이 걸린다거나, 정체불명의 놈들에게 발각이 되었다거나.

한동안의 침묵을 깬 사람은 염자량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벌써 돌아오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이야.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어.”

“흐음.”

단리정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부스럭!

가까운 곳에서 들린 기척.

“웬 놈이냐!”

연우경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마침 한쪽 수풀을 헤집으며 조문탁이 나타났다.

“나야, 나. 좀 늦었지?”

그제야 조문탁을 확인한 천멸대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

걱정과 질책이 담긴 말들을 들으면서 조문탁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미안, 미안.”

“뭐, 건진 거라도 좀 있나?”

단리정의 질문에 조문탁이 어깨를 으쓱이며 씨익 웃었다.

“건졌다 뿐이겠어? 아예 끌고 왔지.”

“끌고… 와?”

단리정이 멍하니 되묻는데, 마침 조문탁 뒤로 귀신같은 그림자가 생겨났다.

곧 그가 주먹으로 조문탁의 뒤통수를 따악, 때리고는 말을 툭 뱉었다.

“그럴 땐 모셔왔다고 하는 거다.”

한편, 단리정을 비롯한 천멸대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갑자기 나타난 사비강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능소소는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까지 했다.

“뭘 그리 놀라느냐?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구나.”

사비강의 시큰둥한 말에 제일 먼저 연우경이 멍하니 말을 뱉어냈다.

“교관…님?”

“오냐, 그동안 잘들 지냈냐?”

“정말… 교관님이…?”

이번엔 목단화였다.

그녀의 영롱한 두 눈에는 눈물마저 그렁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다른 생도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교관님!”

“그래, 그래. 혹시라도 닭살 돋게 달려들진 마라. 그런 놈은 문탁이 하나로 족하다.”

사비강의 말대로 달려드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저마다 반가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불과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수년 만에 다시 재회한 기분이었다.

“젠장, 정말 몰랐네. 교관님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곡보옥이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며 투덜거렸다.

그 말에 몇몇 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비강이 단리정을 돌아보았다.

“얘기 들었다. 매 국주가 당했다고?”

“죄송합니다.”

단리정이 눈시울을 붉히고는 가까스로 대답했다.

사비강이 피식 웃더니 단리정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척 올렸다.

“애썼다. 이제 구하면 되지.”

**

혈사련 신생조 제일권 백공보.

그는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턱을 한껏 치켜들고는 곡보옥을 노려보았다.

곡보옥 역시 팔짱을 끼고는 금방이라도 들이받을 것처럼 백공보를 노려보았다.

체구가 건장한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마치 영역다툼이라도 하는 두 마리의 멧돼지를 보는 것만 같았다.

“흥!”

백공보가 코웃음을 치더니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 들었다.

다음 순간,

파스락!

그의 손에 들린 돌멩이가 완전히 부서지면서 가루가 되었다.

그가 마치 곡보옥에게 보라는 듯 손을 들어 부스러진 가루를 떨어뜨렸다.

“훗!”

곡보옥 역시 코웃음을 치더니 저벅저벅 걸어가서는 바위 앞에 섰다.

푸욱!

곡보옥이 검지로 바위를 내찌르자 마치 두부를 찌르는 것처럼 손가락이 깊숙이 파묻혔다.

백공보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백공보는 다시 코웃음을 치더니 손목을 우두둑 꺾어 보이고는 그대로 그 바위를 내려쳤다.

꽈자아앙!

바위가 박살났다.

백공보가 보란 듯이 손을 털었다.

곡보옥이 더 큰 바위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왜? 아예 저기 위에 올라가서 절벽도 부수지 그러냐? 산사태를 일으켜서 천신교라도 매장해 버리면 딱 좋겠는데.”

사비강이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그제야 두 사람은 모종의 힘겨루기를 멈추고 서로 나직이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추량이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아. 이 녀석들은 생각보다 훌륭한 조합이 될 거다.”

사비강이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추량은 그 말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사비강은 천멸대원들을 데려오고 나서 침투조의 구성을 바꿨다.

신생조와 천멸대로 나누지 않고, 각기 개성과 능력에 맞춰 조를 다시 정한 것이다.

이를테면 곡보옥과 백공보가 이인 일조.

도비천과 조문탁이 이인 일조.

이런 식이었다.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구나.”

추량이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도비천과 조문탁이 서로 빤히 노려보면서 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도비천은 비수를 던졌다가 받길 반복하면서 조문탁을 노려보았고, 조문탁은 비수를 빙그르 돌리면서 손재주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마침내 도비천이 먼저 나무기둥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쉭! 쉭! 쉭!

세 자루의 비수가 거의 동시에 날아가더니 나무기둥의 한 지점에 정확히 모여들어 박혔다.

푹푹푹!

조문탁이 피식 웃더니 빙그르 돌리던 비수를 잽싸게 날렸다.

쉬쉬쉬익!

콱! 콱! 콰앙!

그가 날린 세 자루의 비수는 도비천의 비수를 전부 쳐내더니, 마침내 마지막 비수는 아예 그 나무기둥을 뚫고 날아가 버렸다.

‘이익…!’

도비천이 이를 빠득 갈고는 품에서 열 자루의 비수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마침 맹가숙과 연우경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더니 각각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똑같은 말을 던졌다.

“야, 저기 좀 위험한 것 같지 않냐?”

그제야 도비천과 조문탁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거기에는 목단화가 서 있었는데,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면서 한 여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바로 사비강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몸을 비비 꼬는 설서린이었다.

설서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교관니임, 이 떨거지들은 다들 뭐예요?”

“내가 가르치던 녀석들이다.”

“어머? 그러셨구나아. 푸훗, 근데 정말 촌스럽게 생겼다아.”

순간 목단화가 발끈하면서 살기가 폭발했다.

그 바람에 주변 사람들마저 헛바람을 삼킬 정도였다.

하지만 설서린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목단화를 보았다.

“성난 고양이 같네. 호호.”

목단화가 이를 꽉 다물고는 사비강을 보며 애써 웃음 지었다.

“교관님, 쓰레기들을 모아 놓은 사파로 가시더니, 요즘 기루도 다니시고 재미 좋으신가 봐요?”

“기루…?”

“오죽 좋으셨으면 옆에 창기를 끼고 다니실까 싶어서요.”

목단화의 말에 신생조원들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기 싸움을 하던 자들도 두 여자의 기세에는 기가 죽었는지 그저 마른 침만 꿀꺽 삼키고는 이쪽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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