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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274화 (274/670)

# 274

귀환 마교관

274화

“니미럴… 니미럴… 니미럴…”

연못 앞에 주저앉은 맹가숙은 무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욕지거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침 그의 곁으로 도비천이 다가오더니 말없이 풀썩 앉았다.

“뭐 하슈?”

“니미럴… 보면 모르냐? 니미럴….”

“봐도 모르겠는데?”

“니미럴… 쪽 팔려서 그런다.”

“뭐가? 신생조원들 도움 받은 것이?”

“글쎄다. 그게 쪽 팔린 건지, 저게 쪽 팔린 건지 모르겠군.”

“대체 뭔 소리요? 그게.”

“아, 시끄러! 나도 생각 좀 하자고!”

맹가숙이 버럭 소리쳤다.

도비천이 피식 웃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혀 있었다.

“영감답지 않게 생각은 무슨. 꼴리는 대로 삽시다.”

“…….”

“사실은 신생조를 믿지 않았다는 게 쪽 팔린 거지?”

“……!”

“뭐, 나도 그 녀석들이 그렇게 나설 줄은 몰랐어. 그래서 어쩌라고? 누구도 몰랐을 걸?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 그 녀석들을 움직인 게 나인지, 영감인지. 아니면 사비강 교관인지.”

맹가숙이 도비천을 힐끔거리고는 물었다.

“내가 함정에 빠졌을 거란 건 어찌 알았냐?”

“범달에게 받은 정보라기에 가서 추궁해 봤지. 그 녀석이 결국 실토하더군.”

“허참. 믿은 놈은 배신하고, 믿지 않은 놈들이 신의를 지키다니.”

“신의 따위가 어딨소? 그냥 꼴리는 대로 사는 거지. 안 그렇소?”

맹가숙이 입을 다물었다.

도비천은 그냥 대충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한 마디가 맹가숙에게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꼴리는 대로라….”

“그래. 꼴리는 대로. 내키는 대로. 믿고 안 믿고는 영감 자유지만, 난 당장 내키는 대로 살 거요. 뒤통수 맞았을 때 후회도 내 몫이 되겠지만, 원래 인생이라는 게 결국 통째로 내 몫 아니오? 난 일단 저 미친놈들하고 놀아 볼라고. 그러니 영감도 같이 가자고.”

도비천이 맹가숙의 어깨를 툭 치고 일어났다.

맹가숙이 그를 올려다보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신생조원들이 가득 모여서 사비강의 숙소를 침투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맹가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빠진 놈들. 그리 당하고도 저길 또 들어가려고?”

하지만 그는 곧 내뱉은 말과 달리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침 저만치 건물 위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사비강이 보였다.

암살을 해야 하지만, 신생조원들은 몰래 침투할 생각 자체가 없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비강의 숙소 안에는 온갖 기묘한 장치가 되어 있으니, 잠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비강이 내려다보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들어가는 것이다.

맹가숙이 피식 실소했다.

‘당신을 믿는 건 아니오. 하지만… 속는 척은 해보겠소.’

묘한 웃음을 머금은 그가 신생조원들에게 다가가며 버럭 소리쳤다.

“아, 뭣들 하고 있어! 얼른 들어가서 그 괴상한 장치들 박살내지 않고!”

“제일 느려터진 영감이 와서 몸빵을 해줘야 할 것 아냐?”

“뭬야?”

신생조원들이 껄껄 웃어댔다.

**

사비강은 숙소로 침투하는 신생조원들을 보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마침 그 곁으로 다가온 추량이 혀를 내둘렀다.

“와… 저 징한 놈들. 오늘도 쳐들어오는군요.”

“저런 독기가 한 단계 발전하는 디딤돌이 되겠지.”

“하지만 저 독기가 가끔 광기로 변하니까 문제죠. 어제처럼.”

묵귀대와 싸운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추량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 묵귀대는 신생조가 나타나자마자 맹가숙을 건드리지 않고 그냥 돌아가겠노라 선언했다.

한데 그 발목을 잡은 건 오히려 신생조였다.

저들은 그냥 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굳이 싸움을 일으켰다.

이미 맹가숙은 묵귀대에 많은 사상자를 낸 상황이었다.

징계가 불가피했다.

그런데 거기서 또 신생조가 나서서 사고를 치다니!

“도대체 왜 굳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추량이 미간을 팍 구기고는 투덜거렸다.

신생조가 한바탕 제대로 설치는 바람에 혈사련 수뇌부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이야기가 내려오지 않았지만, 그들은 곧 신생조와 사비강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고민할 것이었다.

묵귀대원 몇몇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신생조원들이 혈사련에서 파문을 당한다고 해도 지나칠 것이 없으리라.

하지만 사비강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게 이들의 방식인 거지.”

“그 방식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옳고 그름을 누가 판단해?”

“그야….”

“정답은 없다. 이곳은 혈사련이다. 정도의 방식을 이들에게 강요하면 그 신의는 얼마가지 못할 거야. 사람 관계라는 건 산수하고 다르지.”

추량은 반박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한편, 사비강은 창밖을 본 채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회귀를 한 지 이제 삼 년차… 앞으로 이 년인가?’

마족의 본격적인 침공은 정확히 귀환 시점으로부터 십 년, 즉 앞으로 약 칠 년 후에 시작된다.

하지만 그 전에 조금씩 징조가 나타난다.

아니, 이미 징조는 나타났다.

곳곳에 결계의 동혈이 생겨났고, 그곳에 마법 도구들이 보존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이는 징조 중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좋은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년 후에 나타날 징조는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생물이 넘어온 다음에는 생물이다.’

한데 그 생물에도 이동 속도에 차이가 있다.

지능이 낮은 것들부터 차례로 간격을 두고 나타나게 되니까.

제일 마지막은 당연히 마족과 마왕이 될 것이다.

원래라면 이계 생명체의 최초 발견은 마족이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육 개월 전이다.

그때 우연히 발견된 마계 생명체를 황궁의 병력이 처리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무림인들은 그것이 재앙의 징조라는 것을 몰랐다.

또한 그와 같은 마계 생명체가 이미 이 땅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마물들은 본격적인 침공 오 년 전부터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지 결계에 묶인 마법 도구처럼 발견이 되지 않았을 뿐.

‘그에 관해서도 마족이 최종적으로 도착하기 전에 최대한 대비를 해 둬야겠지.’

하지만 마계 도구와 달리 마물이 나타나는 위치에 대해서는 사비강 역시 잘 알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계 도구는 생성 위치를 마족들이 모두 기록해 두었지만, 마물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마왕이 이 땅에 오면서 마기의 영향을 받은 그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난폭하게 설쳐댔을 뿐이다.

‘뭐, 찾아낼 방법이 아예 없진 않을 테니.’

사비강이 생각을 갈무리하고는 추량을 돌아보았다.

“량, 이걸 받아라. 지난번에 여행을 다녀오면 주겠다고 한 거다.”

사비강이 품에서 묵직한 돌덩이 같은 것을 꺼내더니 휙 던졌다.

반사적으로 받아든 추량은 거뭇한 돌덩이를 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게 뭡니까? 도저히 영약이나 신병이기로 보이진 않는데요?

“누가 너한테 영약을 준다고 했냐? 신병이기는 벌써 가졌잖아.”

“듣도 보도 못한 기물을 준다면서요?”

“너, 그거 본 적 있어?”

“아뇨.”

“들은 적은?”

“없어요.”

“그럼 듣도 보도 못한 기물이 맞네.”

추량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손에 들린 돌덩이를 보았다.

아무리 살펴도 이 시커먼 돌덩이가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사실 이건 사비강이 백호당의 지하비고에서 찾은 물건이었다.

이 물건의 가치를 전혀 모르는 것은 추희룡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사비강에게 순순히 내 준 것이기도 했다.

추량이 머리를 벅벅 긁고는 물었다.

“대체 이게 뭡니까?”

“알이다.”

“예? 알… 이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이 돌덩이 같은 게 알이라고요? 꼬꼬닭이 낳는 그런 알?”

“닭이 낳은 건 아니지만 알은 분명해.”

사실 그건 ‘플라탄의 알’이라는 것으로 마계에서도 구하기 힘든 것이었다.

마계의 최북단으로 가면 노스왐프라는 늪지대가 나온다.

그곳은 놀랍게도 바다처럼 넓은 곳인데, 노스왐프 수면에서만 피는 플라탄이라는 대형 꽃이 있다.

이 꽃은 천 년에 한 번씩 꽃잎을 피우면서 돌덩이와 같은 알을 뱉는다.

“그것이 바로 플라탄의 알이다.”

“정말 희귀한 거긴 하군요. 하지만 그래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

대략의 설명을 들은 추량이 약간 삐딱한 자세로 묻자, 사비강이 눈살을 구기고 손을 내밀었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 이리 줘. 다른 녀석에게 주지, 뭐.”

“아,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요. 그냥 순수한 호기심입니다. 아시잖아요? 제가 호기심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 헤헤.”

추량이 얼른 수습하자, 사비강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보기에는 돌덩이처럼 보이지만, 그건 부화(孵化)를 한다.”

“예? 이게요? 정말 이 안에서 생명체가 나온단 말입니까?”

“그래. 지금은 그저 화석 같은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 그래서 생명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렇기에 저 물건이 차원을 이동해 온 것이리라.

‘하지만 저런 물건이 어째서 넘어왔는지 모르겠군.’

아마 마계에서 차원 이동 작업을 할 때, 대량의 물품들을 보내다 보니 섞여 들어간 것이리라.

어쨌거나 나쁠 건 없다.

그리 득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제가 이걸 어떻게 하면 됩니까? 부화시키면 되는 겁니까?”

“그래. 지속적으로 마나를 주입해 주어라. 플라탄의 알에 마나를 주입하는 건 꽤나 어려운 수련과 같다. 마족들은 마법을 수련하기 위해서라도 그 플라탄의 알을 구하려고 야단법석이지.”

“흐음. 이게 그렇게 대단합니까? 그냥 단지 마나를 전달하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냐. 마나를 보내다 보면 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시점이 있다. 그 반응에 맞춰서 네가 마나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세밀한 작업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줄탁동시(啐啄同時) 같은 거군요.”

“그렇지. 그러니 일방적으로 마나를 퍼붓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화되면 뭐가 나오는 거죠?”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예? 그걸 모르는데 그냥 무작정 부화만 시키라고요?”

“흐음. 보통은 제법 훌륭한 마수(魔獸)가 태어나지.”

“마, 마수라니! 마수를 지금 탄생시키겠다는 겁니까?”

“걱정 마라. 플라탄의 알을 통해 태어난 마수는 길들이기가 쉽다. 아마 전력에 도움이 될 거다.”

“흐음.”

추량이 그럼에도 여전히 찜찜한 표정으로 알을 보았다.

“만약 태어나면,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는 겁니까?”

“그땐 알 수 있지. 어지간한 종류는 다 암기하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정말 이 녀석을 부화시키기만 해도 마나 수련이 된단 말씀이죠?”

“비약적으로 상승할 거다. 너의 마나 량과 운용 능력이. 그리고 그건 카르텔의 수호구를 사용하는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

추량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 번 부화시켜 보겠습니다!”

“그래, 시간 될 때마다 시도하도록.”

“그러겠습니다.”

잠시 후 사비강은 또 다른 기척을 느끼고는 불쑥 입을 열었다.

“왔나?”

“주군을 뵙습니다.”

방 한쪽에서 그림자가 스르르 나타나더니 이내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홍염이었다.

“조사 결과가 나왔나?”

“예, 인왕채와 거래하는 노예상들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꽤 은밀하게 움직였기에 시간이 다소 걸렸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비강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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