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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231화 (231/670)

# 231

귀환 마교관

231화

쩌어엉!

화룡과 수룡이 서로 뒤엉키며 힘을 겨루자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타닷!

사비강이 얼른 몸을 빼내자, 화룡이 맹렬히 뒤쫓았다.

다음 순간,

팟!

사비강이 바닥을 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콰르르륵!

성난 화룡이 수직으로 몸을 꺾으며 사비강을 쫓아왔다.

‘지금이다!’

슈콰앙!

냉기를 품은 베르타스가 다시 한 번 화룡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치이익!

타는 소리가 나면서 화룡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꽈과앙!

땅바닥이 움푹 파이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 올랐다.

마침 바로 곁에 있던 설수민이 튀어 오른 파편에 맞으면서 비명을 터뜨렸다.

“크욱!”

화르르르륵!

목표물을 잃은 화룡의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나뭇가지에 내려선 사비강이 슬쩍 미소 지었다.

‘틀림없다.’

그가 속생각을 확신하면서 입을 열었다.

“쉬엄쉬엄 하자고.”

“흐히히히.”

의미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설서린이 예의 그 귀신같은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허공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히이햐!”

순간 설서린이 달려들면서 마칸의 꼬리를 휘둘러 왔다.

콰르르르륵!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센 불길에 휩싸인 채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타앗!

사비강이 나뭇가지를 차고는 달렸다.

블링크는 쓰지 않았다.

싸움이 다소 길어진 만큼 마나를 아낄 필요도 있었고, 따로 노린 바도 있었다.

콰아앙!

화르르륵!

화룡이 날아가 부딪치자 나무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콰르르르릇!

녀석은 바짝 약이 오른 듯 사비강을 쫓아서 쇄도해 왔다.

마침내 설수민 앞까지 다다른 사비강.

그가 설수민의 머리카락을 콱 움켜쥐더니 번쩍 들어올렸다.

“크윽! 무슨 짓…!”

“너 좀 빌리자.”

사비강이 설수민을 방패마냥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맹렬히 날아들던 화룡이 설수민과 마주치고는 일순 주춤거렸다.

‘역시!’

미약하나마 동요가 있다.

지금까지 거듭된 공격에서도 설수민에게만은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아마도 설서린의 무의식이 작용하는 것이리라.

그거면 충분하다.

이성을 잃은 설서린이 설수민을 알아보고는 갑자기 공격을 멈출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 찰나의 틈이 천금과도 같은 기회를 만드는 법.

화룡이 아주 잠깐 주춤거린 그 순간!

사비강이 설수민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블링크를 시전했다.

파앗!

순식간에 설서린 앞에 다다른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강하게 내질렀다.

푸욱!

“끼야아악!”

설서린의 날카로운 비명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린아!”

한쪽 구석에 쓰러진 설수민이 손을 뻗으며 절규했다.

마칸의 꼬리가 마치 고통을 공감이라도 하는 듯 미친 듯이 퍼덕거렸다.

설수민이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린아에게 무슨 짓이냐!”

“동생 살리고 싶으면 잠자코 있어!”

사비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푸우우웃!”

설서린의 입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피를 토한 설서린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뜨거…워…!’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악몽을 꾸다시피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이제 차츰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한데…

‘이자는… 누구? 사비강…?’

두 눈에 힘을 주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

그래, 사비강이라는 교관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

또 살짝 정신을 잃었던 걸까?

그가 내지른 검이 복부를 뚫고 있었다.

그럼에도…

‘편안해….’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소 뜨겁긴 하지만 악몽을 꾸면서 허우적거릴 때에 비하면 한없이 평온한 기분이다.

‘이자가… 날 악몽에서 꺼낸 건가?’

이유 없이 두근거리는 가슴.

죽음을 문턱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 저 남자의 강렬한 눈빛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순간,

쑤우욱!

설서린의 복부에 깊이 박혀 있던 베르타스가 뽑혀 나갔다.

탁.탁.탁!

사비강이 재빨리 설서린의 혈을 짚어 나갔다.

마혈을 짚어 움직일 수 없게 했고, 내공을 운기할 수 없도록 혈도 몇 군데를 막아 버렸다.

“아…!”

설서린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했다.

찰나,

휘리리릭!

마칸의 꼬리가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비강을 휘어 감으면서 강하게 옭죄기 시작했다.

“크우웃!”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쥔 채로 힘을 줬지만, 마칸의 꼬리는 점점 더 사비강을 옭아맸다.

이대로 버티다가는 손에 쥔 베르타스에 가슴이 베일 상황!

콰드드드득…!

무섭게 이글거리는 화룡이 사비강을 휘어 감고 똬리를 튼 채 일절 놔주지 않았다.

사비강은 냉기 속성을 최대한 불어넣으며 몸을 보호했다.

치이이이이익!

타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가 그를 감쌌다.

‘제길, 베르타스… 이것 밖에 안 되냐!’

사비강이 순간 양손에 힘을 주자,

파앙!

베르타스에 떠밀린 마칸의 꼬리가 튕겨 나가듯 바닥에 떨어지면서 마구 퍼덕거렸다.

한참이나 요동치던 마칸의 꼬리는 차츰 얌전해지더니 이내 스르륵 본래의 채찍 형태로 돌아왔다.

“스읍, 후우우.”

사비강이 심호흡을 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전신에서 새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젠장, 덥군.”

한편, 멍하니 앉아 있던 설수민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린아…!”

복부가 뚫린 설서린은 죽어 버린 건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남은 내공을 모조리 쥐어짜면서 사비강에게 달려가 멱살을 움켜잡았다.

“네놈이 린아를!”

사비강이 그대로 설수민의 안면에 주먹을 내다꽂았다.

꽈앙!

“크억!”

저만치 날아간 설수민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쯧… 피곤해 죽겠는데.”

사비강이 짜증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그가 설서린의 어깨를 안아들고는 품에서 힐링 포션을 꺼냈다.

대략의 응급처치를 끝낸 사비강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나마 의식이 있던 조원들마저 기력이 다한 것인지 기절한 상태였다.

오로지 맹가숙 일당만이 한쪽 구석에서 잔뜩 눈치를 살피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사비강이 불쑥 입을 열었다.

“나와.”

누구에게 건넨 말일까?

다음 순간,

슈슈슈슈슛.

사방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순간 맹가숙 일당은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들의 가슴팍에 새겨진 검은색 글귀.

그건 분명 살막을 뜻하는 것이었다.

“헉! 지, 진짜 살막 맞잖아! 씨벌…!”

맹가숙이 멍하니 중얼거리는 동안, 일살이 사비강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이 녀석들 좀 옮겨야겠다.”

“존명.”

살수들이 신속하게 조원들을 들쳐 업고 몸을 날렸다.

마침 사비강의 시선이 한쪽 구석의 맹가숙 일당에게도 향했다.

“너희들은 뭐하냐? 노냐?”

다음 순간, 맹가숙 일당이 후다닥 달려 나와 조원들을 들쳐 업기 시작했다.

**

“설 남매가 당했다고요?”

이번만큼은 류여중도 꽤나 놀란 표정이었다.

“확실합니까?”

그가 재차 물었다.

보고를 올린 독고진 역시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분명합니다. 지금 현재 녀석의 숙소에 부상당한 조원들이 치료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들을 다 옮겼다는 겁니까?”

“뭐, 맹가숙은 또 살막을 봤다는 둥, 그들이 조원들을 옮겼다는 둥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럴 리는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살막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잡일을 하겠습니까? 분명 사비강이 꼼수를 써서 그 비슷한 조직을 흉내 낸 거겠지요.”

“후후. 과연 무서운 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진짜 살막의 표적이 되면 어쩌려고….”

“강호에서 가장 빨리 죽는 인간이 바로 겁 없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강호에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다.

어쨌거나 류여중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수민은 그렇다 쳐도 설서린까지 막아낼 줄이야.

그녀가 한 번 이성을 잃으면 웬만한 초절정 고수도 감당하지 못한다.

한데 그런 설서린을 꺾었다는 건가?

하지만…

“설 남매가 이대로 쉽게 그를 따를까요?”

“절대 그럴 리가 없지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녀석들 아닙니까?”

독고진이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류여중도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으로 이긴 것과 마음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비록 사비강이 설 남매를 무공으로 제압했다고는 하나, 과연 그들이 사비강을 따를 것인가?

류여중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들의 마음을 열긴 어려울 겁니다, 사비강 교관.’

**

“나랑 혼인해 주세요.”

조원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지하 연무실.

의식이 돌아온 설서린이 깨어나자마자 사비강을 보고 내뱉은 말이었다.

추량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어내면서 사레가 걸리고 말았다.

그녀의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사비강이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교관님! 나랑 혼인해 주세요!”

추량은 물론 다른 조원들 역시 입을 척 벌리고는 설서린을 바라보았다.

애절한 눈빛으로 사비강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설수민이 설서린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린아. 갑자기 왜 그러느냐?”

“오라버니. 난 이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강렬했던 그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나, 이분에게 반하고 말았어요. 나, 사비강 교관님과 혼인하고 싶어요!”

갈수록 가관이다.

추량은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뜬 채로 이 기이한 상황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저 여자… 배에 칼을 쑤셔댄 남자와 혼인을 하겠다는 건가?

뭐, 처음 봤을 때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긴 했지만 해도 너무하지 않나?

‘좀체 종잡을 수 없는 여자네.’

그러는 사이 설서린이 다시 말했다.

“오라버니, 아시잖아요? 예전부터 날 악몽에서 꺼내 줄 사람이 생기면 내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한 걸.”

설서린의 표정이 더욱 간절해졌다.

설수민이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난… 허락하마.”

푸우우웃!

다시 한 번 추량이 물을 뿜어냈다.

방심했다.

오라버니라는 인간이 저렇게 대답할 줄이야!

추량이 콜록거리면서 소리쳤다.

“이보시오! 그게 무슨 무책임한 소리요! 여동생이 사리분별 못하고 저렇게 나오면 응당 말려야 할 것을!”

“내가 왜 말려야 하는가?”

“그야….”

“사랑이 나쁜 것인가?”

“그건….”

“린아의 사랑을 말리지 않겠다. 난 이 결혼을 허락할….”

쾅!

어느새 날아든 사비강의 주먹이 설수민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그대로 고꾸라진 설수민은 기절한 것인지 한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사비강이 설서린을 향해 시큰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깟 놈이 허락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흑, 제가 싫으신 건가요?”

설서린이 그렁거리는 눈망울을 들어 사비강을 보았다.

“싫다.”

사비강의 표정은 단호했다.

설서린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울상을 지었다.

“아아, 나쁜 남자! 왜 내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거죠?”

“정인이 있다.”

“그렇다면….”

설서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가늘게 떨며 흐느꼈다.

이런 설렘은 처음이었다.

자신을 끔찍한 악몽에서 끌어낸 최초의 인간이자,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최초의 남자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다음 순간,

슈팟!

그녀가 가슴에서 비도 한 자루를 꺼내 던졌다.

따앙!

사비강이 얼른 손가락을 튕겨 날아드는 비도를 쳐냈다.

사비강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짓이지?”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릴 거예요.”

파박!

설수린이 몸을 날려 왔다.

찰나, 사비강이 지풍을 날렸다.

쉬이이잇! 퍽!

한 줄기 지풍에 명치를 얻어맞은 설서린이 그대로 푹 고꾸라졌다.

“역시… 강하네요.”

희미하게 말을 뱉어낸 설서린이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였다.

“좋은 자세다. 그런 각오로 덤벼야지.”

사비강이 몸을 돌리고는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추량을 비롯한 생도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 묘한 관계를 지켜보며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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