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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92화 (92/670)

# 92

귀환 마교관

92화

“제길, 이게 무슨 일이람?”

혈옥동 간수는 통로를 따라 바쁘게 걸으며 옥문이 굳게 잠겨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문을 흔들어 가며 확인하는데, 마침 안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며 말을 걸었다.

“어이,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긴! 지금 사정을 몰라서 그래? 지금 침입자가….”

빠르게 말을 이어 가던 간수가 흠칫거리고 고개를 돌렸다.

통로 끝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자는 다름 아닌 사비강이었다.

간수가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너, 너, 너는…! 네가 어떻게…?”

잠시 후 간수의 눈길이 사비강 뒤에서 쭈뼛거리며 따라오는 마수괴에게 향했다.

마수괴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 사정이 좀 묘, 묘하게 돼서 말이야.”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나, 난 이쪽 말을 들어야 할, 할 것 같아서.”

“이런 미친…!”

간수가 얼른 몸을 돌렸다.

“비상이다! 여기 탈옥… 커억!”

달려가면서 소리치던 간수가 비명을 지르며 철퍽 엎어졌다.

“끄아아아악!”

그의 배에는 벌겋게 지져진 인두가 튀어나와 있었다.

사비강이 손을 뻗자 불덩이가 날아가더니 그의 머리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

퍼엉!

“시끄럽게 굴고 있어, 쯧.”

무심히 중얼거리는 사비강을 보며 마수괴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사비강이 손을 뻗자 간수의 허리춤에 달려 있던 열쇠가 둥실 떠올랐다.

“열어.”

“알, 알았어.”

마수괴가 얼른 열쇠를 받아 들고는 옥문을 열기 시작했다.

사비강 다음으로 깊은 곳에 갇혀 있던 사람은 예상대로 상필지였다.

그 역시 고문을 당한 것인지 사지가 공진철로 구속된 가운데 축 늘어져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내공을 운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인두로 사정없이 지져댔으니 기절할 만도 할 터.

사비강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돌아보았다.

“네가 한 짓이냐?”

“아, 아냐! 내, 내가 맡은 건 너, 너 뿐이야. 알잖아?”

마수괴가 얼른 손사래를 치며 물러났다.

“그럼, 누구냐?”

하지만 마수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당사자가 나타났다.

“으잉?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긴 또 왜 이래?”

통로 쪽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려 왔다.

마침 열린 옥문을 통해 빼빼 마른 노인 한 명이 불쑥 들어섰다.

반들반들한 머리에 허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자란 늙은이였다.

그는 이미 옥내에 들어선 사비강과 마수괴를 보고는 흠칫거렸다.

찰나.

그는 수십 년 동안 살아 오며 쌓아 둔 노련함을 발휘했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공진철로 제작된 옥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철컹!

당황해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그렇게 두 사람을 모두 옥내에 가둔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문을 잠그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순식간에 문 앞으로 이동한 사비강이 옥문을 발로 쾅 걷어찼다.

“커억!”

닫혔던 문이 벌컥 열리면서 노인을 튕겨내 버렸다.

“흐이익!”

기겁을 한 노인이 벌떡 일어나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에어 블래스트(Air blast).”

사비강이 손을 뻗어 무심히 읊조리자, 통로 허공에 아지랑이처럼 수십 개의 기운이 뭉치더니 일시에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슈슈슈슈슈슈슈슉!

푹! 푸푹! 푸푸푸푸푹!

“커헉!”

벌떡 일어선 노인의 몸에 저절로 구멍이 뚫린 것처럼 상처가 생기더니 피가 분출했다.

수십 개의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에어 블래스트 마법이었다.

거리가 지극히 가까웠던 지라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노인의 몸을 관통한 것이다.

“끄으으으윽!”

쓰러진 노인이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이 과정을 지켜본 마수괴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스, 스승… 님…!”

“네 스승이었냐?”

사비강이 싸늘하게 돌아보자, 마수괴가 손사래를 쳤다.

“스, 스승이긴 하지만… 괜, 괜찮아. 못된 것만 배웠으니까. 헤헤.”

마수괴가 우는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사비강은 코웃음을 치고는 옥내로 돌아가 상필지를 풀어 주었다.

맥을 짚어 보니 거의 죽음 직전까지 이른 상황.

그가 상필지의 머리를 받쳐 안고는 힐링 포션을 입에 부었다.

이처럼 위중한 상태이니, 힐링 포션을 복용했다고 하더라도 몸을 온전히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어쩌면 완치가 된다 하더라도 다시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상필지의 부상은 심각했다.

“업어라.”

“내, 내가?”

마수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사비강이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그럼, 내가 업을까? 좋아, 내가 업고 넌 토끼한테 뒈지면 되겠네.”

“아, 아냐! 내, 내가 업을게. 업, 업으면 되잖아.”

마수괴가 얼른 상필지를 업고 통로로 나갔다.

사비강은 옥마다 갇혀 있는 생도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

다행히 생도들은 고문을 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차피 고문을 해서 얻을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자아, 다들 짐 싸라. 집에 갈 시간이다!”

사비강의 목소리가 통로에 쩌렁쩌렁 울렸다.

**

“이 개 같은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혈사련의 비밀 분타주 모중강(毛中江)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칼을 휘둘러 갔다.

하지만 그는 곧 안면으로 날아드는 뭔가에 떠밀려 콰당 넘어지고 말았다.

밤하늘이 핑글핑글 돌았다.

‘도대체 방금 그건 뭐지?’

형체도 없는 것에 얻어맞은 느낌.

기풍인가?

그렇게 보기에는 그저 바람처럼 느껴졌다.

‘끄응!’

모중강이 몸을 일으키는데.

후우우웅!

다시 한 번 돌풍이 휘몰아치더니 그를 떠미는 것이 아닌가?

“크읏!”

그가 얼른 발을 뒤로 빼며 강풍에 맞섰다.

“이게 무슨 개 같은…!”

다른 이가 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광경.

사실 그는 능소소가 부리는 실라페와 맞서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술에 취해서 허우적거리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실라페가 곧바로 방향을 틀어 뒤에서 치고 들어가자, 모중강은 다시 허공으로 떠오르며 넘어지고 말았다.

꽈당!

“크으윽! 젠장!”

한편, 곳곳에서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마구 울렸다.

채챙! 챙챙!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마침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노호성을 터뜨리며 나타났다.

그는 앞서 흑호 가면을 쓰고 행동했던 고웅천(高雄天)이었다.

분타에 머물며 몸조리를 하던 중 난리가 나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생도들이 저자를 상대해서는 곤란하겠다.’

마침 지붕 위에서 그를 확인한 당이협이 얼른 몸을 날렸다.

그는 생도들의 습격이 시작된 후, 줄곧 지붕 위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생도들에게 위협이 가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달려가 손을 쓰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는 흑호를 이곳에서 처음 보았지만, 단번에 상대의 기도를 파악했다.

비록 부상 중이지만 초절정에 가까운 고수.

오히려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의 수준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생도들이 그와 부딪치게 되면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되리라.

“이 당 아무개가 상대해 드리지!”

고웅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네놈은… 사천의 당이협? 사라졌다던 놈이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것이냐!”

“뭐, 길을 가다가 잠깐 들렀다고 해두겠소.”

“흥! 그렇다면 죽을 길을 잘못 들른 거다!”

흥분한 고웅천이 콧방귀를 끼고는 몸을 훌쩍 날려 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당이협을 너무 과소평가했거나.

당이협이 양손을 활짝 펼쳤다.

순간 사방에 짙은 꽃향기가 풍겨지면서 하늘이 형형색색 꽃잎으로 물드는 듯했다.

곧이어.

쏴아아아아아!

시커먼 암기가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크아악!”

“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웅천이 얼결에 팔을 들어 올려 막았지만, 독이 묻은 암기를 맞았으니 육신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노옴!”

그가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자, 당이협이 얼른 그에게 일장을 뻗었다.

그의 특기인 흑련신장이었다.

퍼엉!

“쿠아악!”

그렇잖아도 몸이 성치 않은 고웅천이 비명을 터뜨리며 붕 날아갔다.

콰당탕!

벽에 부딪치며 쓰러진 그가 울컥 피를 토했다.

그의 배에는 시커먼 손바닥 자국이 나 있었다.

흑련신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당이협은 그를 더 이상 보지도 않고 몸을 돌렸다.

흑련신장에 당한 이상 살 수는 없었기에.

아니나 다를까 비틀거리며 일어난 고웅천이 이내 두어 걸음을 옮기자마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허무할 정도로 금방 끝나버린 싸움.

일전에 사비강이 고웅천에게 심각할 정도의 내상을 입힌 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당이협은 사방에서 싸우고 있는 생도들을 보았다.

확실히 기량이 많이 늘었다.

위급할 시에는 자신의 수하들이 급히 개입하곤 했지만, 대체로 분타에 주둔하고 있는 무인들과 거의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연신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던 분타주도 목단화와 연우경의 차륜전에 당하면서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물론, 오로지 생도들의 실력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당문의 무인들이 그때그때 암기를 날려 거들었고, 귀야채 무인들이 고적산의 통솔 하에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몰살되는 건 특목반 생도들이 되었으리라.

“교관님, 저쪽입니다!”

마침 염자량이 북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혈옥동 입구가 있는 곳이었다.

염자량과 당이협이 그곳으로 달려가는데.

퍼엉!

혈옥동 입구에서 불길이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불을 토해내는 것만 같았다.

“크아아악!”

“우아악!”

비명과 함께 간수장과 간수들이 튕겨 나가며 나뒹굴었다.

“우웃!”

염자량과 당이협도 얼른 얼굴을 가리며 물러섰다.

화끈한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졌다.

당이협이 천천히 다가갔다.

“어떻게 된…?”

그때, 혈옥동 입구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염자량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교관님!”

“왜 이렇게 늦었어?”

사비강이 눈살을 슬쩍 찌푸리고는 핀잔을 주었다.

당이협이 얼른 곁으로 달려갔다.

“죄송합니다. 정도맹에서 온 자가….”

“알아. 그 뺀질거리는 석지평인가 뭔가 하는 놈이 왔겠지.”

“그걸 어떻게…? 아.”

당이협이 곧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주군은 이미 미래를 겪어 보지 않았던가?

“피해는?”

“아직 우리 쪽은 없습니다.”

“그야 당연히 그래야 되고, 분타의 피해 말이야.”

“사 할 정도입니다. 급습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랬겠지. 정도맹이나 용천관에서 이곳을 칠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테니.”

“그게 오히려 득이 된 셈이군요.”

“뭐 굳이 따지자면.”

사비강이 대충 말을 뱉고는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우선 애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여기 있는 것들 싹 청소해.”

“알겠습니다.”

사비강이 염자량의 어깨를 툭 두드려 주고는 발길을 옮겼다.

“애썼다. 이제 내게 맡겨라.”

**

안마당으로 뛰쳐나온 함가조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이 개 같은 놈들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바닥을 차고 달려가려는데.

“내가 말했잖아.”

불쑥 들려 온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사비강이 이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함가조의 눈이 퉁방울처럼 굵어졌다.

“네놈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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