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27화 (완결) (328/328)

327. 이후

천하무림대회의 막이 가까워졌다.

결승전에 올라온 최후의 이인.

사무련의 석주진을 이긴 황보세가의 황보궁.

화산파의 지석환을 이긴 마교의 벽리중.

천하무림대회의 최종 승자는 둘 중 한 명이었다.

벽리중은 천마 초강유의 제자였다.

“비겁하게 권성을 비무대회에 보내다니!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지?”

초강유는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남하림이 들리도록 소리를 높였다.

남하림도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른 미만이면 누구나 참여를 할 수 있지 않소이까? 그리고 저 친구도 내가 알기에 우리 궁과 나이가 한 살 밖에 차이나지 않던데요. 혹시 질 것 같아서 혹시 밑밥을 깔아 놓는 겁니까?”

“누가 밑밥을 깔았다고. 권성이 비무에서 지면 누구누구가 망신살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이 되는군.”

“하하!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타악.

남하림은 황보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궁아. 하나다.”

“대형, 하나가 무슨 말입니까?”

“한 수에 끝을 내라. 그게 아니면 진 것으로 하겠다.”

“…….”

“할 수 있느냐?”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살 한다고 힘들었습니다.”

사실 권성 황보궁이 천하무림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참가 이유는 남하림의 한마디였다.

“궁도 나이가 되지 않아?”

그리고 황보궁도 싫지 않았다.

“좋아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남하림은 고개를 돌려 초강유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저 녀석이……!’

권성의 우승은 기정사실이었다.

“잘 들어라. 무조건 한 수는 막아야 한다. 알겠느냐?”

“넵. 사부님.”

벽리중도 굳은 표정을 지었다.

두우우우우웅!

북소리가 울렸다.

“결승 진출자들은 비무대에 오르시오.”

휘익!

파악!

황보궁과 벽리중이 비무대에 올라섰다.

“궁 형님,”

“미안하게 됐어. 대형이 나가라고 해서…….”

“이해합니다. 전 오히려 궁 형님께서 출전을 하셔서 더 좋았습니다. 정식으로 비무를 펼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대형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지? 한 수에 끝을 낼 거야.”

“알겠습니다.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막아내겠습니다.”

“좋아. 잘해보자.”

황보궁과 벽리중은 뒤로 물러났다.

두우우우우웅!

결승전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비무대 주위는 고요해졌다.

황보궁은 전신의 내력을 올렸다.

역무천심공(力武天心功)은 이미 극성에 가까웠다.

척.

역무삼권의 초식.

궁마자세를 취하며 오른 손에 극성의 내공을 끌어 올렸다.

‘궁 형님의 무공도…… 사제에 비해 밀리지 않으신다.’

벽리중도 천마의 제자로 들어서면서 초강유의 모든 무공을 전수받았다.

그의 주위로 천마기가 솟구쳤다.

내력이 약한 무인이라면 천마기에 목숨이 잃을 정도로 짙은 마기였다.

“간다.”

퍼어어엉!

황보궁이 역무멸정을 펼쳤다.

비무대의 바닥이 덜컹거리며 벽리중을 향해 권강이 날아갔다.

한 자 크기의 권강은 점점 벽리중에게 다가서며 하나의 점으로 변했다.

그리고 벽리중의 앞에서 사라졌다.

변무강(變無罡)의 경지에 들어선 황보궁의 권강.

벽리중은 눈을 부릅뜨며 천마기를 앞으로 내밀어 절강천마력을 펼쳤다.

우우우우우우-

비무대 위로 기의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돌풍은 하늘로 올라가면서 사방에서 수많은 기들을 빨아들였다.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펄럭이면서도 사람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찌지지지직-

세상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퍼어어억!!

벽리중의 눈에 강막을 뚫고 들어선 붉은 점이 보였다.

‘강하…… 구나. 하지만 다음에는…….’

쿠우우웅!

벽리중의 신형이 공중으로 뜬 채 날아오른 뒤 비무대 밖으로 떨어졌다.

“와아아아아아!!”

“권성 만세!”

“황보궁 만세!”

짝짝짝!

남연우는 손바닥을 치면서 좋아했다.

“황보 삼촌이 이겼어요!”

“그러게.”

남하림이 축하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휘익.

비무대 위로 중년 사내가 올라왔다.

그는 곧바로 남하림을 가리켰다.

“걸황, 당신에게 도전을 하고자 한다.”

주위에서 중년 사내를 향해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먼저 남하림이 비무대 위로 내려섰다.

“당신은 누구요?”

“난 창천의 수호신가에서 왔다.”

“……참으로 끈질긴 곳이군요. 그가 죽어도 창천은 살아 있는 것을 보면.”

“그분께서는 이런 일도 있을 것이라 예상하셨다.”

“그건 인정합니다. 근데 홀로 온 이유는 뭐지요?”

“창천이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다.”

“자신이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이런 자리에서 무림에 알리는 것을 보면.”

“당연하다. 그동안 무림을 연구했다. 걸황, 그대의 무공도 완벽하게 파악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창천은 대단한 곳이군요. 대체 끝이 어디가 될지 모르겠소이다.”

“창천은 영원불사의 조직이다. 세상이 멸하지 않는 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좋소이다. 창천에서 내 무공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하는데 당신도 알고 있소?”

“당연하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의 도전을 받아줄 수 있는가? 아니면 겁이 나서 두렵다면 물러나도 좋다.”

“후후후. 도전이라. 얼마든지 받아주지. 단…… 목숨은 걸어라. 나도 목숨을 걸 테니. 괜찮겠나?”

“……좋다.”

남하림은 비무대를 정리했다.

군중들은 걸황의 무공을 볼 수 있다는 상황을 보면서 흥분했다.

무림 최고의 무인이라 알려졌지만 십 년 동안 이토록 가까이서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본 일이 없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남하림은 내력을 단숨에 끌어 올렸다.

비무대 주위로 대기의 진동이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

군중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와아아아아아!!”

“걸황무적이시다!”

군중들은 목이 터져라 환호를 했다.

“후후후. 역시 우리 부장은 대단해.”

성철각도 오랜만에 보는 남하림의 무공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뭐냐? 굳이 저런 식으로 안 해도 되잖아. 남들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군.”

남하림을 잘 아는 인물들은 이미 포기한 듯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슈욱.

남하림은 한 걸음 만에 중년 사내의 앞에 다가섰다.

“내 약점을 찾았다고 하니 한 번 펼쳐 보시오.”

“……!”

걸황의 무공.

하지만 그것은 십 년 전의 무공이었다.

방금 걸황이 보여준 무공은 사람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그는 우물거리며 움직일 수 없었다.

바로 앞에 다가선 걸황의 기세에 중년 사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창천주께서 화엄호에 들어가시기 전 최소 백 년 뒤에 나서라고 하셨거늘…… 이제야 그 말씀이 무엇인지 알겠다.’

걸황이 살아 있는 한 절대로 중원 무림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퍼어억!

걸황의 주먹에 얼굴에 떨어졌다.

‘어…… 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몸이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잘 보시오. 본 걸황에게 도전을 하려는 자가 중원에 많다고 들었소이다. 도전은 얼마든지 받아주겠소.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외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똑바로 보시오.”

남하림은 중년 사내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

퍽퍽퍽퍽!

강하게 내리치는 남하림의 주먹에 중년 사내의 얼굴은 짓눌려 있었다.

털썩.

그는 공격다운 움직임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죽었다.

“허어…… 왜 이리 약하지?”

남하림은 재미가 없는 듯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방금 그 장면을 보면서 깨달았다.

걸황에게 도전을 하는 자는 미친놈이다.

천하무림대회는 끝이 났다.

우승자는 당연히 권성 황보궁이 차지했다.

당사자인 황보궁보다 가주 황보인이 가장 좋아했다.

황보세가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한 인물이 없었다.

오래전 남궁세가의 우승을 지켜보기만 했던 그에게 황보궁의 천하무림대회의 우승은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림 대회가 끝난 뒤, 연회가 따로 시작되었다.

남하림의 곁으로 두 남녀가 다가왔다.

이휘연과 남희미는 오 년 전에 혼인했다.

“동생, 축하해.”

“고마워.”

그녀의 배가 불룩했다.

“또……?”

“뭐가 또야? 최소한 세 명은 낳아야지. 안 그래요?”

그녀는 함께한 이휘연을 올려다보았다.

“맞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이휘연은 그녀의 말에 곧바로 수긍했다.

“휘연 형도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완전히 공처가구나.”

“……편안하게 지내는 것도 좋잖아.”

“천하의 검제가 이렇게 변하다니 세상 오래 살 일이야.”

따악!

남하림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중원 무림에 걸황 남하림의 머리를 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한 명밖에 없었다.

청성파의 현현자.

“이놈아, 네놈이 못하는 말이 없도다. 누구 앞에서 오래 살았다고…….”

“크크크큭, 맞습니다. 저놈이 세상 높을 줄 모르는 놈입니다.”

현현자의 곁으로 만통자가 다가오면서 마치 고자질을 하는 듯했다.

“방주가 되었으면 이젠 겸손이라는 것도 있어야지. 허어.”

“저어…… 언제 청성파에 돌아가실 것입니까?”

“당분간 여기서 보낼 생각이다. 그리 알고 있어라.”

“아…… 네에.”

노인장 삼인방에 어느덧 현현자까지 합류해 있었다.

“하림아.”

“왜?”

남희미는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만 용서해 줄 생각은 아직 들지 않아?”

“……부장, 내 생각도 같다. 이미 시간도 지났고, 남천상국도 이미 돌려주었잖아.”

이휘연과 남희미의 부탁.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이긴 했다.

“……좋아. 한 번 만나보지.”

“고마워.”

* * *

연회의 구석에 앉아 있는 인물.

전 남천상국의 국주이자 상왕이었던 남후정은 힘없이 연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내를 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축…… 하한다.”

“고맙습니다.”

“…….”

“잠시 시간이 되시면 이야기하시죠.”

“알겠다.”

남하림과 남후정은 연회장에서 빠져나왔다.

개방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어떻습니까?”

“많이 깨끗해졌구나.”

예전에 개방에 왔을 때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개방이 개방다워야 한다면서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

“그래도 난 깨끗한 게 좋습니다.”

스윽.

남하림은 돌아섰다.

“전 그 일은 이제 잊었습니다.”

“……미안하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저도 아버지의 상황을 좀 더 이해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아니다. 내 욕심이었을 뿐이다. 그깟 상국이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장 소중을 것을 버리면서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찾아뵈어서 잘못했다고 말을 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스윽.

남하림은 그를 껴안았다.

“아버지께 가장 고마운 것은 여기에 저를 보내주신 일입니다.”

“허허허. 그때 개방에 정말로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남하림이 개방으로 떠나던, 오래전 그날을 기억했다.

* * *

타아앙!

중년 사내가 바닥을 내리쳤다.

“여도비가 당했다고 했소이다.”

“걸황이 그 정도로 강한 인물이라는 것인가? 분명 그의 무공에 대해서 모두 파악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십 년 전의 무공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강해졌다는 말이군.”

중년 사내는 얼굴이 붉어졌다.

드디어 때가 되어 중원에 나설 것이라 결심했다.

창천주의 원수를 갚는 동시에 무림을 접수하기로 결정을 내릴 차였다.

“수호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중원 무림에 나갔다가는 당할 수 있겠어.”

“그렇다면……?”

“좀 더 기다리자. 시간은 우리의 편이지 않는가. 걸황이 사라지는 날. 우리는 다시 무림에 나가면 된다.”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만날 때까지 잘 지내고들 있도록.”

“그렇게 하시지요.”

창천은 다시금 어둠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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