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08화 (309/328)

308. 다음을 기약하다

당무독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창천의 인물.

독광이 신무맹이 있는 곳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했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만.”

“뭔가?”

“저를 직접 찾아온 이유가 뭐지요?”

“환금호.”

창천은 북방표국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그 일을 한 인물이 그였음을 알았다.

“아하, 그렇게 된 것이군요. 복수를 하기 위해서.”

“복수는 아니지. 내가 그 정도로 속이 좁은 사람은 아니거든.”

“그게 아니라면 혼자 온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요?”

“독제라고 하기에 궁금했다. 얼마나 독을 잘 사용하는지. 그대도 잘 알지 않느냐.”

당무독은 그를 이해했다.

이건 다른 무공보다 독공을 익힌 무인들만의 특성이었다.

상대의 독이 얼마나 강한지 비교해 보려는 습성 말이다.

독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혼자 온 것이군요.”

“그렇다.”

“어떤가요? 와서 보니 충분히 만족하십니까?”

“강하군. 확실히 독에 미친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계속하실 것입니까?”

“당연히! 아직 준비해 온 것도 많은데 그만두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흐, 다행입니다. 혹시나 그만하자고 할까 걱정했소이다.”

“미친놈. 얼마나 독에 대해서 잘 아는지 두고 보지. 이번에는 제법 강한 맹독을 뿌릴 테니까! 어떻게 막을지 궁금하군!”

타앗!

신문자가 마을로 신형을 날렸다.

‘또 뭘 한다는 거야?’

당무독도 그의 뒤를 빠르게 따라붙었다.

스르르르-

신문자가 마을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을 낚아채 잡았다.

‘설마……!’

당무독의 눈에 그가 인질에게 독을 먹이는 것이 비쳤다.

“커어어억!”

독단을 먹은 사내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이름 그대로 미친놈이었잖아!’

신문자에게 인간은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인간이란 오직 독을 위한 소모품이며 실험체일 뿐이었다.

“독제, 반각이다. 그 전에 해독시키지 못하면 이자는 죽는다.”

처억!

당무독은 바닥에 쓰러진 사내의 곁에 순식간에 다가가 독을 살폈다.

이미 그의 손에서 은침이 움직였다.

시약을 부어넣자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연기와 냄새, 그리고 색으로 통해 독단의 성분을 하나씩 찾아냈다.

‘혈점사, 사버섯, 독와, 독전, 무점오…….’

칠극절멸독이 틀림없었다.

일곱 가지의 맹독으로 만든 칠극절멸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극성의 약초를 사용해야 했다.

챠르르르-

가방 안을 완전히 개방했다.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서른 개의 약초 가루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인형삼.’

휘익.

서른 개의 가루 중 인형삼을 갈아놓을 가루를 엄지손톱만큼 은수저에 펐다.

두 번째는 홍사의 보혈을 굳게 만든 뒤 갈아놓은 가루.

세 번째는 인면어의 내단을 갈아놓은 가루.

그다음 백년이끼, 옥봉의 액, 계수나무의 껍질, 마지막으로 삼백초의 잎을 갈아놓은 가루를 섞었다.

울컥!

당무독이 만든 해독제를 입에 넣어주자 사내는 곧바로 검은 독을 토해냈다.

신문자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놀랍군.’

일곱 가지 독을 찾아낸 당무독의 능력.

그 자리에서 해독제를 만드는 모습까지 완벽했다.

스윽.

당무독이 그의 앞에 다가섰다.

“또 다른 건 없나요? 굳이 죄없는 사람을 붙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후후,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군. 대단해! 얼마 동안 독을 연구했느냐?”

“글쎄요. 아버지 말씀으로는 걸어 다닐 때부터 독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라고 했지만 그의 나이 겨우 약관을 넘었을 뿐.

백 년 이상 독물에 대해 공부를 한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천재는 따로 있군.’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무공이었다.

“우린 무림인이다.”

“그렇지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독공을 겨루어야겠지.”

당무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마을 안에서 독공을 대결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다른 장소로 옮기죠.”

“안내해라.”

“따라오세요.”

휘익!

두 사람의 신형이 공동회관에서 사라졌다.

* * *

나무 한 점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허허벌판.

휘이이잉-

바람에 먼지가 일어났다.

“여기 같으면 충분히 싸울 수 있겠죠?”

“멋지군. 오직 우리 실력 외에는 전혀 변수가 없겠어.”

“시작해 볼까요?”

“좋다.”

신문자가 먼저 움직였다.

슈우우우욱-

그의 손에서 독강이 퍼지며 당무독을 감싸면서 다가섰다.

휘릭!

당무독은 선풍걸신법(旋風乞身法)을 펼치며 신문자의 뒤로 넘어갔다.

회전하며 움직이는 신법은 독과 비검을 펼치는 당무독에게 가장 적합한 신법이자 보법이었다.

신문자는 순간 당무독의 신형을 놓쳤다.

‘빠르군!’

휘익!

신문자는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뒤로 돌아섰다.

등 뒤에서 당무독의 공격이 바로 올 것이라 예상한 것!

“……!”

하나 당무독은 웃고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네놈, 나를 봐준 것이냐?”

“그건 아니죠. 확신하지 않는 공격을 안 했을 뿐이외다.”

‘약은 놈.’

만일 당무독이 공격을 했다면 반격에 서로 부상을 당했을 터.

“혹시 독천신무를 볼 수 없겠습니까?”

“제법이야.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군.”

“독문의 무인이라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독광이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독제가 그런 말을 해주니 기분은 좋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설의 독광과 마주한 자리에서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두렵지 않은 모양인데.”

“당연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독을 다루는 데 두려움을 가진다면 진정한 독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맞다. 진정한 독인이라면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 법이지. 그대가 원하는 독천신무를 보여주마.”

“기대하겠습니다.”

당무독은 가슴이 뛰는 것을 진정시켰다.

‘드디어 독천신무를 볼 수 있다니!’

샤아아아아아-

신문자의 신형이 아래로부터 검은 연기로 퍼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똑바로 봐라. 이것이 독천신무(毒天身霧)다.”

흑무로 변한 신문자가 움직일 때마다 독기가 흘러나왔다.

‘이야, 스치기만 해도 단번에 중독되겠는데!’

당무독은 선풍걸신법을 펼치며 독천신무를 피하면서 움직였다.

“크크크크. 계속해서 도망칠 수는 없을 텐데…….”

그의 목소리가 마지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울렸다.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다.

파아앗!

당무독은 흑무를 향해 연쌍비투를 펼쳤다.

“……!”

휘익!

연쌍비투가 흑무 사이를 그대로 통과한 뒤 떨어졌다.

‘진짜 흑무로 변한 건 아니겠지?’

당무독은 냉정을 유지했다.

사람은 절대로 연기가 될 수는 없었다.

‘흑무 속에 몸을 숨겼을 터…….’

독천신무를 펼친 신문자의 신형을 찾아야 했다.

신법을 펼치며 돌면서 점점 퍼져 나오는 흑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순간 한 곳에 시선이 집중이 되었다.

‘그림자……!’

바닥을 스치며 지나가는 흑무 사이에서 음영을 보았다.

‘찾았다.’

흑무 속에서 신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격을 하지 않고 흑무를 피하기만 하는 당무독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는 모양인가? 자신만만하더니 별수 없는 것 같군.”

“…….”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공격하기 위해 멈추는 그때…… 움직인다!’

최후의 한 수.

‘이것이 실패한다면 죽을 수밖에!’

당무독은 서서히 내력을 끌어 올리며 비천유성멸우의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황우진하(黃雨震河) 후요공강(侯曜共姜) 우주서항(宇宙徐抗) 소조양시(疏阻揚視) 헌영시구(獻永視究)) 무운동우(舞運動雨) 황우진하(黃雨震河)…….’

신문자는 당무독이 내력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득의에 찼다.

‘내가 공격하기를 기다리는군. 하지만 독천신무를 잡기 위해서는 반경 십 장을 단숨에 쏟아내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쉬쉬쉬쉬쉬-

흑무가 바닥을 따라 흐르면서 점점 당무독을 향해 다가섰다.

슈우우욱-

하늘로 흑무가 솟아오르며 당무독을 덮쳤다.

“우욱.”

당무독은 독막으로 몸을 감싼 채 흑무의 독을 막는 중이었다.

‘제법이지만 계속해서 버틸 수는 없지. 독공으로 독천신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신문자는 확신에 찼다.

그때였다.

우두두두두-

당무독의 머리 위 공중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콰콰콰콰콰콰-

‘설마 이건……?!’

당문의 비천유성멸우.

불완전한 무공이라 알려진 사천당문 최고의 비기가 당무독의 손에서 펼쳐지며 떨어져 내렸다.

우두두두두두-

끊임없이 떨어지는 멸우 속에서, 흑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크윽!!’

신문자는 전력을 다해 흑무를 솟구쳤다.

콰아아아앙!!

신문자의 머리 위에서 굉음이 울렸다.

거대한 기의 폭발로 먼지가 솟구치며 두 사람을 가렸다.

휘이이잉-

먼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신문자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하하하하하!”

처음이다.

독공으로 싸우면서 이기지 못한 적은 말이다.

“졌다!”

“아닙니다. 지금 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스윽-

당무독은 손을 꿈틀거렸다.

“아, 그런가요? 난 조금 정도는 움직일 수 있는데. 제가 이긴 모양입니다.”

“크크크, 그 정도는 나도 움직인다.”

“아아…….”

“아쉽다는 뜻인가? 일황사제라고 하기에 정당하게 싸울 줄 알았는데 아니구만.”

“특이한 성격을 지닌 누군가를 닮아서요.”

“…….”

“오늘은 여기에서 그만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나 또한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니 담에 확실히 끝을 냈으면 좋겠군.”

“그럼, 먼저 가시죠.”

스으윽-

신문자의 신형이 앞에서 사라졌다.

“쳇. 무공을 펼칠 수 있군. 난 완전히 죽을 맛인데…….”

당무독은 가방 안에서 취구단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

싸아아-

청량한 기운이 뜨거운 목 안에서 퍼져 나갔다.

“휴우…….”

몸속에 들끓고 있던 내기가 진정되었다.

휘이익.

마을 주위로 제독을 하던 수하들이 나타났다.

당무독의 모습.

걸복이 독에 의해 여러 군데 녹아 정말로 거지처럼 보였다.

“독제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제독은 잘됐습니까?”

“네. 마을 전체를 다니면서 충분히 뿌렸습니다.”

“수고했어요. 신무맹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벌써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환자들의 치료는 마을 의원들이 할 테니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 * *

당무독은 신무맹에 돌아온 후 남하림을 찾았다.

맹주전에 들어섰다.

“뭐냐? 제대로 당했는데?”

당무독은 들어온 순간부터 정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황보궁이 벌떡 일어났다.

“무독 형님, 어떻게 되신 것입니까?”

마을에 중독 현상이 있어 급히 나갔다 온 그엿다.

“말도 마라. 독공에 죽을 뻔했다.”

“네에……?”

천하의 독제가 독공에 죽을 뻔했다는 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정말요? 상대가 누구인데요?”

“독광.”

“독광(毒狂)이라고요?”

팽유도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독의 전설이라 불린 인물.

수백 년 전의 독인과 싸웠다는 말인가?

“그가 왜 무독 형을 왜 찾아왔어요?”

“만나고 싶었다나. 그래서 마을에 독을 뿌린 후 기다리고 있었나 봐.”

“정말로 독광이 맞던가요?”

“어엉, 여기 이것들이 독천신무에 당한 거야.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은 본인밖에 없지.”

남하림은 투덜거렸다.

“전부 창천의 인물들이군. 그동안 무림인들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어.”

그 또한 양천과 현천의 전인이지만, 구천의 존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하튼 이번 일이 끝나면 더 이상 구천은 무림에서 없어지도록 만들어야겠어.”

만통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주님, 다른 곳에서 인정을 하겠습니까?”

“인정하고 안 하고 상관없어요. 일단 구천의 존재에 대해 중원에 하나도 빠짐없이 까발리면 무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죠.”

“그 뜻이었습니까?”

“노인장에게 더 좋은 뜻이 있소이까?”

“그게 아니라 소인은 구천과 싸운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서로 아는 사이니 좋게 말을 하면 통하겠지요.”

“네에.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다시금 그들은 당무독과 독광의 대결이 궁금했다.

“그와 싸우곤 난 뒤 어떻게 됐어?”

“다음을 기약하자면서 갔어.”

“다야?”

“간단하긴 하지? 그래도 독광의 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면 내가 고생했다는 것을 알 거야.”

“그거야 알지. 수고했어. 그래도 의외네. 홀로 온 뒤 조용히 떠나다니.”

“창천 놈들은 의외로 지저분하게 싸우지 않고 떠나는군.”

“사람의 목숨으로 장난치는 놈이야. 당연히 나쁜 놈들이지. 뭐…… 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나쁜 놈이려나. 상대적이니.”

“…….”

황보궁은 말이 없었다.

그는 날 때부터 정파 소속이며 무림의 평화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정도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처어억.

남하림은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궁아, 죽을상을 쓰고 축 늘어져 있지 않아도 돼. 우리에게는 무림의 평화를 위한다는 신념이 있지만, 저들에게는 지배라는 망념이 있지. 무슨 차이인지 알겠지?”

“……알겠어요. 대형.”

남하림의 설명에 황보궁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역시…… 대형은 대단한 분이세요. 바로 이해가 돼요.”

그러고는 남하림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불쑥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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