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04화 (305/328)

304. 무당공격

두두두두-

여명을 흔드는 거친 발소리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대인원.

창천영문의 무인들은 산문에서부터 속보로 달리기 시작했다.

거의 숨을 쉬지 않고 달리는 그들의 눈에는 오직 살기만이 진하게 보일 뿐이었다.

타앗.

수하들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인물.

‘뭣들 하는 짓이지?’

영문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해검지를 지나면서부터 어두워진 얼굴 표정은 멀리 무당파의 정문이 보일 때가지 펴지지 않았다.

‘도사 놈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포기한 것은 아닐 텐데.’

결전을 해도 서너 번 했을 것이었다.

‘아쉽긴 하군.’

차례대로 부수고 올라오는 재미를 기대했다.

안휘성의 삼문을 전멸시킬 때도 늘 같은 방법이었다.

근데 무당파는 달랐다.

무당파의 정문에 도착한 선봉이 갑자기 멈췄다.

“무슨 일이냐?”

휘익.

선두에 있던 순중이 황급히 다가왔다.

“정문에 누군가 있습니다.”

“누가 있다는 말이지?”

“황금 걸복을 입은 사내입니다.”

“……!”

‘걸황이?’

“그가 확실한가?”

“소신도 그를 본 적이 없어서…….”

“알겠다.”

무당파에 황금 걸복을 당당히 입고 나타날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밖에 없을 것이다.

신무맹에 있어야 할 인물이 무당파에 있었다.

“당황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구만. 한번 확인을 해보면 되겠군.”

순중은 곧바로 옆으로 물러났다.

“가자.”

영문자는 무당파 정문을 향해 걸었다.

점점 가까워지자 무당파 정문 앞에 홀로 선 사내가 보였다.

“맞군.”

기세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빛을 등진 황금 걸복이 더욱더 강한 빛을 냈다.

중원 무림의 최고라 알려진 인물.

약관에 들어선 나이에 맹주에 올라선 무림 영웅이라 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잘됐군. 이런 자리라면 더 좋지.’

십여 장의 거리.

영문자는 걸음을 멈추며 걸황을 자세히 살폈다.

그에게서 흐르는 기운은 창천주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뜻밖인데. 무림에 주군을 닮은 인물이 있었어.’

그동안 걸황에게 당한 사건들이 이해되었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어.’

나이는 의미가 없었다.

중원에는 간혹 괴물 같은 놈들이 태어나곤 했다.

‘이런 녀석들은 초기에 싹을 잘라야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끝을 내면 되지.’

척척.

영문자는 앞으로 나섰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거리를 좁히며 정문까지 올라섰다.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군. 전혀 표정엔 변화가 없어.’

영문자가 내뿜는 단심기의 기운을 옆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대가 걸황인가? 젊은 친구가 대단하군. 난 영문자라고 하네.”

“남하림입니다. 그냥 걸황이라 해도 괜찮소이다.”

“걸황. 반갑군. 깨어난 뒤 가장 많이 들은 이름이 걸황이었지. 한 번 만나보고 싶었네.”

“영광이군요.”

스윽.

슥.

남하림과 영문자는 두 손을 올려 포권을 했다.

영문자는 문득 생각이 났다.

“아…… 혹시 어제 저녁에 우리 스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잠시 두세 번 스쳐 지났지요.”

“내 느낌이 죽은 건 아니었어. 걸황이 내력을 잘 숨긴 것이었군.”

“들킬 뻔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한 번도 타인에게 들킨 적이 없었거든요.”

“후후후, 그럼 비겼다고 하면 되겠나?”

“아니죠. 결국에는 당신이 어디인지 찾지 못했으니 내가 이긴 게 맞지요.”

“……푸하하하!”

영문자는 대소를 터뜨렸다.

한손으로 남하림을 가리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걸황, 그대가 이겼다고 해주지. 그렇다고 나보다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승패를 중요시하는 편이네요.”

“크크크. 사내라면 어떠한 것도 이겨야 한다.”

“조금 피곤하게 사는군요.”

영문자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정문 뒤를 향했다.

‘무슨 꿍꿍이지?’

걸황 외에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당파의 도사들은 보이지도 않는군. 전부 도망을 갔나?”

“안에 들어오면 알 겁니다.”

“알겠다. 조만간 들어가 주지. 그 전에 하나만 묻고자 한다. 자네는 여기에서 뭘 하는가?”

“경고를 하기 위함이죠.”

“누구에게 무엇을 경고한다는 말이지?”

“당신들이 무당산에서 무사히 물러갈 수 있는 기회.”

“크하하하하!”

또 한 번 대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가슴이 시원해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

“걸황의 배포 하나는 정말 마음에 드는군. 창천주이신 주군의 적수가 되기에 절대로 모자라지 않다.”

“물러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요.”

“당연한 것이 아니냐? 우리가 물러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당파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갔어야 했다.”

휘익.

영문자는 손을 뻗었다.

‘얼마나 강한지 봐주지!’

단심광의 빛이 남하림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파아아앙!

남하림은 손을 올려 가볍게 그의 단심광을 막아냈다.

‘어라. 이것 봐라. 진짜 장난이 아니군. 얕잡아 보다가 당한 게 아니었어. 완전한 실력에 의해 진 게야.’

그는 팔 성의 단심광을 쉽게 막아낸 남하림의 무공에 긴장했다.

‘한 번 더 어떻게 대항하는지 볼까?’

스윽.

영문자의 손에는 이미 십 성의 단심광이 올라가 있었다.

“이것도 받아봐라.”

슈우우욱.

그의 손바닥에서 빛이 전방으로 퍼지면서 남하림의 기를 녹이려고 했다.

웅웅웅웅웅.

남하림은 오른손에 무단기를 끌어 올리고는.

그와 동시에 손바닥을 뻗어냈다.

샤르르르-

무단기에 단신광은 흔적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것인가? 양천의 진정한 힘이라는 게.’

“후후후후.”

그는 남하림의 무공을 제대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이번에 한층 더 강한 초식을 펼칠 준비를 했다.

앞전과 다른 강한 내력이 솟아올랐다.

휘익.

그때, 갑자기 남하림이 몸을 뒤를 뺐다.

도망을 치려는 듯한 남하림을 보며 영문자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걸황, 어디를 가는 것이냐? 이대로 물러나기에 아쉽지 않는가?”

“아쉽기는 하죠. 근데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당신의 상대는 내가 아니라서요.”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의 상대는 검제가 될 겁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휘익!

남하림은 손을 흔들어준 뒤 정문에서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영문자는 어이가 없었다.

‘황당한 녀석이군. 놀림을 당했나?’

정문에는 더 이상 한 사람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중.”

휘익!

영문자의 뒤로 순중이 빠르게 다가왔다.

“무당 도사 놈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라.”

“존명.”

순중과 뒤로 수하들이 무당파 안으로 들어갔다.

* * *

남하림은 정문에서 영문자와 한 번의 손을 섞어본 뒤 절후대로 돌아왔다.

이휘연이 남하림을 맞이했다.

“저들은 어때?”

“…….”

남하림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스윽.

그리고 황금 걸복의 겉옷을 젖히며 속옷을 보여주었다.

시커멓게 탄 자국이 보였다.

“부상당했어?”

“분명 막았어요. 그에겐 내색하지 않았지만 무단기를 뚫고 들어왔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내가 천괴지체를 이루지 못했다면 분명 당했을 겁니다.”

“…….”

남하림이 당할 정도라면 그자의 무공이 상상을 초월이라는 뜻이었다.

“휘연 형, 그래도 일단 그가 펼치는 빛을 조심하면 돼. 그럼 간단히 이길 수 있어요.”

이휘연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말은 쉬웠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검을 잘 피하면 되고, 상대의 손을 안 맞으면 괜찮다는 뜻과 같았다.

“부장의 말대로 하면 쉽네. 게다가 그의 무공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잘 싸워보지. 내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있겠지?”

“정 안 되면 나도 같이 싸우죠.”

“…….”

한 번도 같이 싸우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분명 이휘연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게 분명했다.

“정말로…… 강하군. 얼마나 강한지 직접 상대하겠다.”

“…….”

“물론 내가 힘들어하면 옆에서 얼른 도와주고.”

“알겠어요. 근데 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기지 못한다고 했지 진다고는 말 안 했거든요.”

“후후, 고맙다. 자신감이 붙는군.”

오랜 시간을 같이했지만 남하림의 성격에 대해 잊을 때가 있다.

‘이 녀석은 지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지.’

지기 때문에 도와주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같이 싸우겠다는 의미였다.

두두두두-

절후대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경진인이 선두에 나섰다.

“무당파의 제자들은 검을 들어라!”

채애애앵!

차아아앙!

무당파의 일대제자부터 삼대제자들까지 제각기 허리와 손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제자들은 들어라. 무당을 욕보이려고 하는 자들이 올라왔도다. 저들에게 무당의 저력이 어떠한지 보여줄 때가 왔다! 모두 힘을 내서 물리치자!”

“와아아아-!”

진경진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가 함성을 내질렀다.

‘음…… 약해.’

남하림은 무당파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데 부족하다고 여겼다.

우우우우웅-

내력을 끌어 올리자 남하림의 신형에서 돌풍이 솟구치면서 공중으로 퍼져 나갔다.

무당파 제자들의 시선이 남하림에게 집중되었다.

“천하제일무당도가의 제자들이여. 본인은 걸황이외다.”

“와아아아아-!!”

걸황이 내뱉은 첫마디.

천하제일무당도가란 말에 무당파의 제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무당의 태극은 하늘을 덮고 무당의 검은 땅을 가른다고 했소. 저들은 감히 자신들의 분수를 모른 채 천하제일무당도가에 올라왔소이다. 어떻게 해야겠소이까?”

“죽음으로 혼을 내줘야 합니다!”

“맞소이다. 자랑스러운 무당의 제자들이여. 저놈들에게 무당파가 왜 천하제일도가인지 알려줘야 하지 않겠소이까? 무당파는 이길 것이외다. 여기 검제도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있소이다.”

“와아아아아!!”

“검제 만세……!!”

“걸황 만세……!!”

절후대의 사기는 하늘 위로 치솟았다.

앞전의 함성과 달리 기세는 무당산을 뚫고 나갈 정도였다.

“허허허. 엄청나지 않소이까?”

후방에 자리를 잡은 진무도인과 장로들은 남하림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 * *

영문자는 순중의 보고를 받았다.

무당파의 모든 도사들이 절후대에 모여 있다고 했다.

절후대의 지형은 한 번 들어가면 뒤로 물러날 수 없는 배수진의 지형.

“훗. 겨우 생각한 것이 배수진인가 그래도 머리는 썼어. 우리가 싸우는 방법을 파악했으니.”

영문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배수진은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

오히려 찾으러 다니지 않아서 더 편하지 않은가.

일만 명의 수하들이 절후대를 단숨에 피로 잠기게 할 수 있었다.

“순중. 선봉을 맡아 입구를 확보하라.”

“넵, 명을 받들겠습니다.”

휘이이익!

순중은 수하들과 함께 선봉으로 절후대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둥둥둥둥.

“와아아아아-!!”

사방에서 천둥소리가 치듯 무당파의 제자들이 달려들었다.

진경진인이 앞장을 서며 소리쳤다.

“절후대로 들어오는 놈들은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도륙하라!”

콰아앙!

쉬이익-

까아아앙!

무당파 제자들이 검을 내리치며 몰아붙였다.

‘허억.’

순중은 깜짝 놀라 몸이 뒤로 움찔거렸다.

터억.

그는 수하에게 부딪혔다.

‘제기랄…….’

절후대에서 배수진을 친다고 해서 방어만 할 것이라 예상했다.

절후대로 들어서는 입구는 좁아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완전히 들어가지 못한 탓에 수적으로 열세에 놓였다.

채애애앵!

까아아앙!

순중이 무당파 도사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소리쳤다.

“뒤로 물러나라!”

순중의 명령에 수하들이 절후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절후대로 들어갔던 수하들이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본 순중이 다급히 영문자의 앞에 다가섰다.

“영문자님, 무당파 도사 놈들이 절후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잔머리를 굴렸군.”

영문자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단순한 배수진인 줄 알았다.

입구부터 공격을 해오는 무당파의 도인들.

이렇게 된다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저들이 나오게 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약은 놈들. 지원군이 올라오는 걸 기다리고 있어.”

“영문자님…… 소신이 한 번 더 절후대의 입구를 한 번 더 뚫어보겠습니다.”

휘익.

순중은 앞으로 나가면서 내력을 끌어올렸다.

‘방금 전은 몰라서 당했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다.’

“모두 들어라. 다시 들어갈 것이다!”

“넵, 순 대주님.”

수하들도 무당파에 당한 것에 화가 났다.

“가자.”

순중과 그의 수하들은 절후대의 입구를 향해 달렸다.

단숨에 입구를 뚫고 나간 뒤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두두두두두-

창천영문의 선봉대.

순중은 다시금 덤벼드는 무당파 제자들을 노려보았다.

첫 번째와 달리 두 번째는 당황하지 않았다.

스걱.

순중이 도사들을 향해 검을 펼쳤다.

“커어억.”

그의 검은 빠르며 강했다.

초절정을 넘어선 경지의 무공은 일반 제자들이 상대하기 어려웠다.

“이노오오오옴. 네놈은 내가 맡겠다.”

진경진인의 노여움이 터져 나왔다.

슈우우우웅.

순중의 머리 위로 떨어진 진경진인의 검.

타아앗.

순중은 가볍게 검을 쳐냈다.

‘엇……!’

진경진인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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