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272화 (273/328)

272. 마교를 수습하다

남하림과 천마의 대화를 들었다.

‘혼마신이…….’

마뇌는 믿기지 않았다.

“걸황, 난 믿을 수 없다. 혼마신은 절대로 혼자 처리할 수 없어!”

“풋.”

남하림은 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혼마신이 무슨 신이라도 된다고 보는 것 같소이다.”

“……!”

“겨우 강시 같은 놈을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스윽.

남하림은 손을 들어 올렸다.

손 안에 붉은 종이 있었다.

“이게 뭔지 아시오?”

‘이 멍청한 놈이 제대로 하지 않고……!’

제혼마종이 남하림 손에 있었다.

혼마신은 정말로 끝장난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라 했건만……!’

“제대로 알아보는 것 같군요.”

혼마신은 마교 멸문을 위한 최후의 비책이었다.

하나 혼마신이 사라지고 걸황까지 나타난 이상, 이제 승패의 추는 마교에게 기울어진 상태.

“천마, 끝을 내지요. 이제 제가 나설 일은 아니군요. 전 여기까지입니다.”

“고맙군.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도움이 됐어.”

초강유는 모든 것이 해결된 듯 무거웠던 가슴이 가벼워졌다.

“마뇌, 이젠 우리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좋겠군.”

“…….”

휘이이익!

‘선수로 먼저 움직인다!’

마뇌는 미끄러지듯 천마의 앞으로 다가서면서 일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그의 일권 끝에서 일곱 개의 빛이 쏟아졌다.

‘강하군. 하나 이 정도론 나를 이길 수 없다.’

천마호신공을 펼쳐지며 마뇌의 공격을 막아냈다.

두두두두두두-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폭발했다.

천마는 호신공으로 신형을 보호했다.

‘북두신왕권(北斗神王拳)을 펼치다니.’

천마권과 비교해서 절대로 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크크크, 천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소?”

마뇌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듯한 모습.

“강하군. 이런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머리를 굴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니까. 오래 살아 심심해서 괜히 일을 늘리는 것인가? 아, 겁쟁이 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군. 하하하!”

“…….”

창천주에 대한 험담이었지만 마뇌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초강유의 뜻에 어느 정도 동조했으니까.

두두두웅-

북두신왕권을 펼치자 마치 북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사방을 진동시켰다.

마치 지축이 흔들릴 것 같은 웅혼한 소리.

파파파파파파팟!

수십 개의 주먹이 초강유를 향해 날아왔다.

‘피할 수 없지. 모두 부숴주마.’

만마불권(萬魔佛拳)의 초식과 북두신왕권의 강기와 부딪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각-

힘의 강도.

내력의 크기.

무리의 이해.

마뇌는 그 어떤 것도 초강유를 넘어서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천마의 공격이 터졌다.

‘우욱.’

바닥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손을 빠르게 흐느적거렸지만, 결국 마뇌는 일 장 정도를 뒤로 물러났다.

한 번의 공격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변천의 힘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변천이라고 해서 강한 게 아니야. 내가 자네보다 강할 뿐이지. 이유가 따로 있을까?”

“그렇군. 큭, 천마가 나보다 강한 것이군.”

“원하는 대로 싸워줬으니 이곳을 정리해야겠군.”

번쩍!

초강유는 빠르게 손을 들었다.

“변절자를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아아!!”

천마의 사자후가 터지자 마교도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두두두두두두-

마천궁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로. 마교도의 기세는 강했다.

“졌어…….”

마뇌의 혀 끝에서 패배가 맴돌았다.

한 번 꺾인 기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교도들은 무릎을 꿇고 있는 마뇌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매서운 기세로 달려 나ᄀᆞᆻ다.

척척.

천마가 그의 앞에 섰다.

“방금 끝내지 못한 싸움을 마저 하도록 하지.”

“……좋다.”

정상적으로 싸워서는 천마를 이길 승산이 없었다.

‘동귀어진.’

창천을 위한 최선의 방법.

초강유가 그의 눈빛을 보며 웃었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비장한 눈빛.

저 독기 어린 눈빛의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이번은 그대가 이겼네. 다음에도 이길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네. 본 천에 의해 마교 또한 조만간 중원 무림에서 멸문하게 될 것이야.”

마뇌는 말을 하면서 비틀거리며 섰다.

스르릉-

초강유는 단번에 끝을 내기 위해 천마검을 잡았다.

“더 이상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

쉬이이이익-

천마검이 강한 소리를 내며 앞을 겨누었다.

“…….”

마뇌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죽음은 감흥이 없었다.

초강유의 경고에도 앞으로 다가섰다.

이제 초강유 또한 마뇌의 뜻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렇군. 나하고 같이 죽자는 뜻이군. 네놈이 원한다면…….”

중간에서 막을 수 있었지만 마뇌가 다가오도록 기다렸다.

‘원하는 게 동귀어진이라면 받아주지.’

모르고 있을 때와 알고 있을 때의 차이가 컸다.

마뇌가 일 장 앞에까지 다가왔다.

그의 신형이 점점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겨우 폭렬공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보는가?”

“폭렬공이라면 그대를 죽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것도 같이 터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마뇌는 품 안에서 벽력탄을 보여주었다.

“하하, 제대로 터진다면 확실히 나를 죽일 수 있겠어. 이런 것도 몸에 가지고 다니는 모양이군. 하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

“내가 죽는 것을 싫어하는 이가 있거든.”

스륵-

마뇌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누구?’

스걱.

어느새 마뇌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영…… 마…….’

무심한 눈빛.

“난 천마님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가 나타난 이유.

마뇌를 죽이지 않는다면 천마가 죽을 수 있었다.

털썩.

황당한 죽음.

그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목숨이 끊어졌다.

마뇌의 죽음으로 반란의 무리들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그들의 무리 뒤로 여방초가 북명단을 이끌고 오면서, 상황은 정리되었다.

* * *

천무문이 무너졌다.

마교의 힘이 마천궁에 모여든 탓도 있었지만 창천주문의 힘은 강했다.

주문자는 아직 마교 내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풍당당히 천마문을 통해 안으로 밀고 들어왔건만.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천마광장에 모인 마교도들.

당황한 눈빛이 아니라 전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잘못됐어.’

주문자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천문자의 계획이 실패했다.’

“멍청한 놈. 똑바로 못하다니…….”

주문자는 헛웃음이 나왔다.

‘할 수 없군.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창천십문 중 최고라 자신했다.

마교 정도는 천문자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난공불락이라 여겨지던 마교의 천무문을 단숨에 제압한 뒤 무너뜨리고 들어오지 않았는가.

“뭣들 하느냐? 마교 놈들을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아!!”

창천주문의 무인들은 함성을 지르며 한 걸음씩 천천히 걸었다.

지상 최고의 힘을 가졌다고 믿는 그들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두두두두-

콰아아앙!!

마교도와 창천주문의 무인들이 부딪혔다.

창천주문의 무인들은 마교도를 상대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대로 마교도들은 흥분한 상태로 적을 맞이했다.

팟팟팟팟!

창천주문의 무인들이 진영을 유지하면서 마교도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호기롭게 달려오던 마교도들은 창천주문의 진영을 뚫지 못한 채 물러나기 시작했다.

‘후후후. 급할 게 없지. 천천히 한 놈씩 죽이면 된다.’

스걱.

주문자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수십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저놈이…….’

파앗!

혈성마는 수하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형을 날렸다.

“네놈은 본인이 상대한다.”

슈우우우욱-

주문자를 향해 혈장수(血仗手)를 쏟아낸 혈성마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크크크, 겨우 이 정도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주문자가 붉은빛이 뿌리는 혈장수를 가소롭다는 비웃었다.

피시시식-

그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혈장수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건……!’

혈성마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 아니라 공간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무공(空武功)!”

주문자의 무공을 알아차렸다.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무공을, 창천의 인물이 펼치고 있었다.

“제대로 알아보는 놈이 있군. 상당히 오래된 무공이거늘.”

이백 년 전 인물이었던 공무자의 무공.

그는 중원에 잠시 나타났던 전설상의 무인으로, 출신과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상대의 무공을 허공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당신이 공무자의 전인인가?”

“전인이 아니라 본인이 바로 공무자다. 잠시 심심해서 무림에 나간 적이 있었지. 그때 재미있게 놀다가 왔던 기억이 나는군.”

“……!”

스스로 공무자라니.

그는 주문자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슈우우욱-!

“받아라.”

혈성마가 연이어 혈장수를 펼쳤다.

마치 내일이 없는 듯 전신의 내력을 한 수, 한 수에 뿜어냈다.

휘이이익!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문자를 향해 날아가던 혈장수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큭, 신기하지?”

주문자가 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앞에 나타난 그가 손을 뻗어 혈성마를 잡으려고 했다.

‘헉!’

주문자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쑤우욱!

갑자기 늘어난 듯한 그의 손이 목을 향해 뻗어졌다.

막고자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혈성마는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며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놀라기는……!”

스윽-

주문자는 뒤로 물러난 혈성마를 다시 잡고자 앞으로 다가섰다.

공격을 해도 주문자의 근처에서 모두 사라지며 전혀 통하지 않았다.

혈성마의 눈빛에 결국 두려움이 나타났다.

슈우욱-

결국 주문자의 팔이 뻗어 나오며 목이 잡히는 순간.

따악!

누군가 주문자의 손등을 타구봉으로 내리쳤다.

“…….”

주문자는 어이없는 시선으로 타구봉을 손안에서 빙글 돌리는 청년을 보았다.

‘어떤 놈이지?’

건방진 모습에 주문자의 이마에 짙은 주름이 새겨졌다.

“이노오오옴!”

휘익!

주문자는 다시 움직이며 청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타닥.

남하림은 다가오는 손을 가볍게 내리쳤다.

공무공이 전혀 상대에게 먹히지 않았다.

주문자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못된 손이네.”

“네놈은 누구냐?”

천마수호위의 복장을 입은 청년이었지만, 마교의 인물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남하림이라 하면 아는지 모르겠군.”

“……!”

중원 무림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무인이 있을까.

“걸황…… 이란 말인가?”

“맞습니다.”

‘걸황이 마교에는 왜?’

주문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무맹에 있어야 할 인물이 마교에 있었다.

“궁금할 건 없어요.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당신들 때문에 왔을 뿐이지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

어린 모습에 방심을 할 뻔했다.

전력을 다해야 했다.

주문자는 공무공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일석이조군. 마교와 함께 걸황을 죽일 수 있게 되었어.”

“과연 그렇게 되겠소이까?”

“자신감이 강해서 좋군. 방금 전과는 다를 것이다.”

상대는 걸황이었다.

무림 최고의 인물.

보기에는 아직 어려도, 창천주와 같은 수준의 무인으로 보였다.

차앗!

공무공을 일으키자 주문자의 앞에서 무의 공간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휘릭.

주문자는 가볍게 손을 휘둘렸다.

‘허어…… 신기하네.’

남하림은 눈앞에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듯했다.

그가 만들어낸 공무공의 기가 남하림의 바로 앞까지 커지면서 다가왔다.

척!

남하림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공무공이라 해도 기(氣)일 뿐.

무단기를 펼치는 남하림의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반대의 경우는 보지 못했는지 주문자는 당황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 듯 남하림을 향해 공무공을 펼치면서 다가섰다.

우우우웅-

남하림의 한 치 앞까지 다가온 무의 공간.

하지만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 채 그대로 멈췄다.

“우우우욱.”

덜덜덜덜.

주문자의 뻗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긴 한데…… 나에게는 소용이 없소이다.”

공무공의 내기가 사라지면서 주문자는 몸이 그대로 남하림에게 노출되었다.

그는 공무공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했다.

단 한 번도 공무공의 내기가 사라진 적이 없었으니까.

퍼어어어어엉!

강룡십팔장이 주문자의 가슴을 향해 펼쳐졌다.

“커어어어!!”

일장을 맞은 주문자.

호신강기를 순간적으로 펼치며 방어하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우루루루루-

천마와 함께 마교도들이 천마광장에 도착했다.

초강유는 다가오면서 주문자와 싸우는 남하림을 보았다.

마천궁에서 갑자기 사라진 남하림이 이곳에서 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군.’

천마와 함께 마교의 본진 격인 마교도들이 합류하면서, 밀리던 마교도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문자의 부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천문자 이놈. 그렇게 확신을 하더니……!’

천마까지 나타난 것으로 봐서는 완전히 실패한 게 틀림없었다.

창천주문의 수하들이 하나둘씩 마교도에 의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젠장…….’

대패였다.

공무공을 막아낼 수 있는 마인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며 마교에 왔다.

그러나 지금, 주문자는 죽음이 눈앞에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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