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하후도 도착하다
‘이런 길이 있다니…….’
황궁 아래에는 미로처럼 비밀 통로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남하림은 만통자를 따라 지하통로를 걸었다.
“대단하네요.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하나씩 만들어진 것이지요.”
“혹시…… 황제도 지하통로가 있는 것을 아나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도 굳이 알릴 이유는 없지 않겠소이까?”
현천에게 황제는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관리하는 인물일 뿐.
만통자는 황제라고 해서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했다.
그 또한 일반 사람이라고 말이다.
현천에게 황제는 아랫사람이었다.
만통자의 걸음이 멈추었다.
“이곳입니다.”
두 사람이 멈춘 곳은 건청궁 아래였다.
“올라가면 황제가 있을 겁니다.”
스르르릉-
만통자가 황제의 침실로 들어서는 문을 밀었다.
스윽-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사내.
만통자는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내였다.
“만통자께서 어인 일이시오?”
“황제께 소개시킬 분이 계시오.”
‘분?’
황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단 걸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그보다 상관인 듯한 어투.
남하림은 황제를 예사롭게 대하는 만통자의 모습을 보았다.
‘현천이 이 정도로 힘이 있다는 것인가?’
황제도 이 같은 태도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분께서는 현천의 전인이십니다.”
“……!”
황제는 또 한 번 눈이 커졌다.
‘이 젊은 청년이…… 황궁수천의 수장이라고?’
“회주, 인사하시지요. 황제입니다.”
스윽-
남하림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현천의 전인이 된 남하림입니다.”
황제는 손을 내민 남하림을 주시했다.
“혹시…… 걸황이라고 불리는 무림인이 맞는가?”
“황제, 현천의 주인이십니다.”
만통자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황제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실수했소이다. 너무 젊은 분이라서 그만.”
그동안 남하림은 황제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무시하는 건가? 어쩌면 현천에 대해 반감이 있을 수도.’
남하림이 현천이란 말을 들었을 때 황제의 반응.
‘꼭 있는 자들이 별 볼 일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보일 만한 반응이잖아.’
남하림은 황제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초장에 잡아야겠어. 황제도 별거 아니군.’
첫 만남이었지만, 남하림은 만통자의 말처럼 황제도 일반 사람과 같음을 단번에 알았다.
“만통자에게 듣기로는, 현천의 도움으로 이 나라를 세운 걸로 알고 있소이다.”
“…….”
“그 말은 당장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지 않소이까?”
남하림은 미소를 띠고 황제를 똑바로 보며 협박했다.
‘허어…… 역시 단번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군.’
만통자는 속이 시원해졌다.
강한 주인을 모시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 이러하구나.
황제는 오래전부터 은연중 현천의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보고만 있었다.
‘황제, 이제 큰일 났소이다. 제대로 주인을 만났구려.’
남하림은 무단의 내력으로 황제를 지그시 내리눌렀다.
“욱…….”
“황제, 난 말이오.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을 제일 싫어하외다. 똑똑한 분이시니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
“현천의 전인이 된 이상, 본인은 현천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오. 오늘은 인사차 얼굴을 보여주러 왔으니 그만 가보겠소이다. 다음에 종종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 참…… 그리고 여기 주위에 오십 명 정도가 숨어서 본인을 노리고 있군요. 첫 만남에 살기는 아니지 않소이까?”
휘익!
순간, 남하림의 신형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남하림.
툭툭.
남하림의 손에 든 서너 개의 신패를 아래로 던졌다.
“금의위이군요. 말을 안 듣길래 할 수 없이 전부 목숨을 끊어놓았소이다. 괜히 책상 옆에 이상한 것을 눌러서 일이 생겼군요. 혹시 본인을 죽이려고 이들을 부른 것이오?”
모든 것을 한눈에 꿰뚫어보고 있었다.
황제의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시간이 되면, 따로 내 성격을 한번 알아보시오. 무림에서 본인을 건드리는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일단 한 팔부터 자르고 시작해서 말이외다.”
“그게 아니라…… 잘못 누른 듯합니다.”
“한 번은 넘어가겠소이다. 다음에도 잘못 누른다면 손가락을 자를 수밖에.”
휙!
남하림은 매정하게 돌아섰다.
“만통자, 그만 가시지요.”
“알겠습니다.”
만통자는 앞장서며 밖으로 나갔다.
‘크윽……!’
황제는 밖으로 사라진 두 사람을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타아앙!
황제는 탁자를 부서질 듯 내리쳤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인지상의 자리인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직 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무림.
그 무림이란 세상은 황제의 권한이 전혀 미치지 못했다.
그들 또한 나라의 백성이 아닌가?
하지만.
무림을 없애려는 야망을 드러내는 순간, 그들의 방문을 받았다.
현천의 인물들.
그때 현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현천은 그가 무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조용히 있을 것이라 전했다.
그럼에도 황제는 현천의 힘을 믿지 않았다.
우선 동창을 이용해 비밀리에 현천을 찾아내고자 했다.
황제가 그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그는 무림을 위협하는 현천의 적이 되었다.
‘현천…… 죽일 놈들…….’
* * *
만통자는 지하통로를 지나가면서 뒤를 힐끔거렸다.
“노인장, 물어볼 게 있으면 속 시원하게 물어보세요.”
“…….”
속마음을 들킨 듯했다.
“왜 황제께…….”
“강압적으로 했냐고요?”
“그렇습니다.”
“하하, 매번 만통이라면서.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던가요? 난 단번에 알겠던데.”
“황제가 현천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심하게 다그친 것은 아닌지.”
“후후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현천을 죽일 듯이 생각하던걸요.”
“황제가…… 그럴 일이 없습니다. 우린 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위에서 계속 지켜보기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겠죠. 말 그대로 자신이 만인지상의 황제인데,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한다? 노인장이 입장을 바꿔본다면 좋겠어요?”
“…….”
“노인장 앞에서 제가 이런 말 하는 건 좀 아니지만, 원래 세상이 그런 거예요.”
남하림의 말이 맞았다.
황제의 입장에서 보며 현천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황제가 되도록 도와준 건 선대일 뿐.
계속해서 참견하는 현천을 죽이고 싶을 것이 맞았다.
“현천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황제에게는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강압적으로 하신 것입니까?”
“현천은 황제가 딴생각을 못하도록 하는 곳이라면서요. 현천의 회주 앞에서 딴생각을 했다면 접게 만들어야죠. 이왕 현천의 전인이 되었으니 화끈하게.”
“만일…… 황제가 딴생각을 품었다면 어떻게 하겠소이까?”
“그럴 경우 현천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 않습니까?”
“서너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중 제일 간단한 게 뭡니까?”
“황제를 바꾸면 됩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딴생각을 한다면.”
남하림은 머리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에 어떠한 인물이 들어선들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황제가 그런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 * *
제독동창 유장은 수하의 보고를 받았다.
하후도 천무대장군이 그의 수하들과 황궁으로 올라온다는 내용이었다.
‘훗, 하후도. 네놈이 아무리 대군을 이끌고 올라온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휙!
그는 상관이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금의위는 어떻게 하고 있지?”
“황궁으로 입궁하여 건청궁으로 가는 길에 하후도를 잡을 것이라 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에게 많은 장수들이 따르고 있네.”
“황제 폐하를 만나기 위해서는 소수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두었습니다. 그 후 금의위에서 잡아들일 계획입니다.”
“과연 하후도가 그것을 받아들일까?”
“그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자신감이 강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후훗. 금의위에서 자신만만하니 한 번 믿어주지.”
“네. 금의위에 다녀오겠습니다.”
정북은 허리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곧바로 유장의 앞에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천의 천령 수장인 인물.
제독동창인 유장이 일어나며 공손하게 맞이했다.
“어떻게…… 직접 오셨습니까?”
“놀란 모양이군. 본인이 잘못 왔는가?”
“아닙니다. 천령강령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후도가 황궁으로 올라온다는군.”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금의위에서 그를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방금 들었다. 하지만 과연 성공할지 모르겠군. 하후도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만일을 위해 동창에서도 대기를 하겠습니다.”
“일을 할 때는 완벽하게 하는 게 좋지. 어설프게 처리하다 보면 당할 수 있거든.”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천령강령이 나타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후도의 문제는 이와 비교한다면 문제가 아니었다.
“현천에 대해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게…… 아직…… 워낙 오래된 무리들이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허어, 그 오랜 시간 동안 찾지도 못하다니 실망이군.”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현천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궁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곳이었지만, 한정된 부지 안에 지어진 곳이기도 하니 한편 좁은 곳이기도 했다.
하나 황궁의 모든 곳을 샅샅이 꿰뚫고 있는 동창제독일지라도, 황궁 지하 깊은 곳에 현천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만약 알았더라도, 현천을 찾고자 무작정 황궁 바닥을 파고들어갈 수도 없었을 터.
“유장, 이번이 웃으면서 대화를 하는 게 마지막일 것이다.”
천령강령의 내력이 유장의 몸을 사정없이 짓눌렸다.
몸이 아래로 굽어지면서 바닥에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알…… 알겠습니다.”
스으으으-
그의 몸을 짓눌렀던 기가 사라졌다.
유장이 몸을 일으키자 천령강령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에이…….’
입속에서 욕이 맴돌았지만 막상 입 밖으론 내뱉지 못했다.
예전에도 한 번 그가 사라진 줄 알았다가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크크크크, 또 욕을 할 줄 알았는데. 아쉽군. 목을 자를 수 있었거늘.”
“…….”
“크큭. 농담이네. 이제 진짜로 사라져 주지.”
천령강령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망할 놈이…….’
유장은 화가 나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 * *
쪼르르르-
한 환관이 빠른 걸음으로 황궁을 뛰다시피 걸어갔다.
순간, 신발 아래로 작은 원통이 툭 떨어졌다.
스윽-
그러고는 발바닥으로 작은 원통을 벽 아래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슈우우우욱-
벽 아래 구멍은 지하로 연결된 통로.
투욱!
환관이 밀어 넣은 원통이 지하 천장에서 떨어졌다.
“음…… 줘지?”
사내가 통 안에 든 서신을 펼쳐보았다.
‘창천이 나타났군.’
사내는 서신을 곧장 만통자에게 가지고 갔다.
“만통자님, 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허어, 창천이 점점 숨겼던 발톱을 드러내는군.”
이십 년 동안 거의 움직임이 없던 창천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곳은 황궁.
‘허허허. 창천의 입장에선 아쉽게 되었군. 차라리 좀 더 일찍 움직였다면 우리가 당했을지도 모르는데.’
창천은 현천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터였다.
지금의 주인은 창천조차 잡아먹을 수 있을 포식자.
‘그가 스스로 모르는 척, 아닌 척할 뿐이지. 진정한 포식자는 원하는 것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걸황 남하림.
그는 세상의 포식자였다.
* * *
휘비적.
남하림은 귀를 후비면서 객잔에 들어섰다.
“대형, 여기예요.”
조용한 가운데 황보궁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 왔구나.”
남하림은 일행 곁으로 가면서 주위를 보았다.
객잔에 있는 손님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일황사제와 탈혼마제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시끄럽게 떠들 수 있는 배짱을 지닌 무인들은 없었다.
남하림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부장, 갔던 일은 잘됐어?”
스으으으으-
남하림이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주위에 기벽을 세웠다.
“현천을 맡아달라고 하더군.”
“어떻게, 맡는다고 했어요?”
“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현천의 수장이 되면 뭐, 좋은 일이겠지. 축하해.”
“고마워. 아, 현천에 가니 좋은 곳이 있더라고. 나중에 데리고 갈 테니 기대해도 좋아.”
남하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전음으로 당무독과 이야기를 대충 나누었다.
[황제도 현천의 전인에게는 함부로 못하더군.]
[그 정도야?]
[믿기지 않겠지만 현천에서 황조를 바꾼다고 하면 믿겠어?]
[대단하군. 그런데 현천에서 딴 맘을 먹는다면 피곤해지겠는걸.]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
* * *
붉은 군장을 찬 무장.
천무대장군 하후도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그의 뒤로 수많은 군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걸황, 모든 게 준비가 되었소이다. 폐하의 곁에서 아첨을 떠는 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베어버릴 것이외다.”
“대장군의 뜻대로 하시지요.”
“고맙소이다. 걸황께서 도움을 준다면 천군만마를 곁에 둔 듯하지. 하하하!”
하후도는 대군을 이끌고 황궁을 향해 진군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황제의 곁에 있는 동창과 금의위를 쓸어버리는 일.
대군은 황궁 밖에 주둔시켜 놓았다.
황제의 명이 없이는 황궁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들어올 수 없었다.
“황제 폐하를 만나러 가시지요.”
하후도는 허락을 받기 위해 백여 명의 군마들과 함께 황궁으로 향했다.
두두두두-
남하림과 일행도 군사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황궁의 성문이 보였다.
철컥. 철컥.
한 발씩 걸어가는 부관 두경홍의 걸음걸이 사이에서 쇳소리가 울렸다.
“성문을 열어라! 천무대장군 하후도 님이시다!”
구우우우우웅-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 성문 안.
검은색 위로 황금색의 띠가 이어진 무장복.
금의위 소속들의 무인들이었다.
두경홍은 앞으로 나오는 사내, 장군교위 막풍을 노려보았다.
“막풍, 길을 비켜서라. 천무대장군님이시다.”
스윽.
막풍은 하후도를 향해 고개만 짧게 움직였다.
“천무대장군 하후도님, 오셨습니까?”
두경홍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똑바로 예를 보이지 못할까?”
“두 형, 황제 폐하께서 계시는 황궁이오. 목소리를 낮추지 않겠소?”
“뭣이?”
두경홍은 노기가 솟구쳤다.
하후도가 나서지 않았다면 달려들 뻔했을 정도로.
“두 부관, 물러나게.”
“……알겠습니다.”
하후도는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백만의 군사를 거느린 대장군의 위엄이 막풍을 향했다.
척!
하후도는 금의위들을 노려보았다.
마땅히 얼굴을 보여야 할 인물이 없었다.
“금의위 수장 종어용은 어디에 있나?”
그의 기세에 눌린 막풍은 순간 숨이 막힌 듯 굳어버렸다.
“지휘사사께서는…… 황제 폐하와 함께 계십니다.”
“건방진 놈.”
‘금의위의 수장에 오르도록 만들어 주었거늘!’
하후도의 노기가 퍼져 나왔다.
“당장 안내하라.”
“대장군님, 송구하오지만 군사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막풍, 무슨 망발을 하는 것이냐? 감히 네놈이 대장군님의 앞을 막아서겠다는 것인가?”
두경홍이 목소리에 내력을 실었다.
하지만 막풍은 물러나지 않고 똑바로 말을 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휘사사께서 명을 내렸습니다. 황제 폐하를 뵈러 가실 때는 군사들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놈들이……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 모양이군.’
하후도는 망설였다.
물러가서 군사를 이끌고 와야 할지 고민했다.
[들어가시지요.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그때, 남하림의 전음이 들렸다.
걸황의 뜻이라면…….
“……좋다, 당연한 일이다. 그럼 나 혼자 들어가야 하는가?”
“군사들만 아니면 됩니다.”
“그렇군. 본장과 두 부관, 그리고 황제 폐하께 소개를 시켜줄 인물들이라면 괜찮겠지?”
막풍의 시선이 군사들 뒤로 모습을 드러낸 일행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