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99화 (200/328)

199. 마교에 들어서다

무극검신공(無極劍神功).

구천마제의 마지막 사대절대무극공이 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중원오대상국 중 동문상국.

무림인들의 시선들은 동문상국이 있는 강소성 염성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편,

오가련의 련주 제갈령은 강소성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었다.

오가련은 제갈령에 의해 세워진 다섯 세가의 연합이다.

#NAME?

용병왕 역위천에게 의뢰.

“역위천이라…… 피곤한 인물이 끼어들었어.”

동문상국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

제갈령은 역위천의 신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용병왕 역위천은 구천 중 호천의 전인이다.

다섯 명의 세가 주인들 중 제갈령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가주들은 역위천을 단순히 용병왕이라 알고 있을 뿐이지만.

모용세가주 모용황이 나섰다.

“련주, 용병림이 대단하다고 하나 본 연합도 그들에 비해 약하지 않소이다.”

“모용 형의 말씀이 맞소. 은하궁에 대적하기 위해 본 연합은 그동안 계속해서 힘을 모으고 있었소이다. 용병림과 싸워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외다.”

이번에는 상관문이 동의했다.

그런데, 남궁세가주 남궁강은 회의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했다,

“남궁 가주, 무슨 할 말이 없소이까?”

“본인이 무슨 말이 있겠소이까? 이번 일은 그저 련주께서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겠지요.”

어쩐지 수동적인 대답.

“남궁 가주의 뜻이 그러하다면 모두 동의를 한 것으로 알겠소이다.”

제갈령은 오가련의 이름으로 동문상국에 우선 전령을 먼저 보내고자 했다.

“만일 상국에서 거절한다면 그들과 일전을 벌일 각오를 해야겠지요.”

제갈령은 용병림과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네 명의 가주들과 한 명씩 마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마지막으로 물었다.

“무극검신공을 얻기 위해 용병림과 싸울 가치가 있는지, 네 분 가주들께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지요.”

“제갈 련주. 우린 이미 결정을 내린 듯하오. 남들은 무극검신공을 얻기 위한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오가련의 힘을 중원에 보여주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후후후, 맞소이다. 여러분들께서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중원 무림에 우리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지요.”

중원 무림에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용병림을 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용병왕 역위천. 호천의 전인. 오히려 잘됐어.’

제갈령 또한 구천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염천인 그가 먼저 건드리려는 곳은 호천의 용병왕 역위천.

‘혹시 모르니 혈군사에게도 얘기를 해둬야겠군. 호천을 없애는 일이라면 나서겠지.’

* * *

마교에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무거웠다.

남하림은 주위에서 그를 내리누르는 마기를 막아냈다.

내력이 약한 황보궁이 바짝 붙어 걸었다.

“궁아, 괜찮아?”

“대형께서 막아준 덕분에 괜찮아요.”

“조금씩 적응을 해봐.”

“네, 알겠어요.”

마교 주위에 생명체가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짙은 마기는 그야말로 죽음의 기.

길가에 자라는 잡초마저도 살아남기 힘들 정도였다.

“잔뜩 몰려왔군.”

이휘연은 긴장했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은 마도의 종주 마교.

‘말렸어야 했나?’

다른 사람이 아닌 그조차 마교의 분위기를 이겨내기 힘들 정도였다.

마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여섯 명을 죄여오기 시작했다.

‘우릴 시험하고 있어.’

파아앗!

남하림은 무단을 전력으로 뿜어냈다.

우우우웅-

이휘연은 물론 네 명도 내력을 끌어올린 채 남하림과 뭉쳤다.

파아아아앙-!

강력한 폭음 소리가 터졌다.

‘호오…….’

일행의 맨 뒤에서 따르던 탈혼마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기를 몰아내는 다섯 명의 내력은 내로라하는 마교 인물들이 모여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들은 내력이 왜 이리 강하지? 겨우 약관밖에 안 된 어린놈들이…….’

탈혼마제는 이들의 강한 내력을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휘익!

내기의 폭발로 숨어 있던 마교도들이 여섯 명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걸음을 멈춰라.”

땅이 흔들거릴 정도로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

남하림이 먼저 신분을 밝혔다.

“개방의 후개 남하림이오. 천마신교의 교주님을 뵙고자 왔소이다.”

“크하하하하! 네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본 신교의 교주님을 뵙겠다는 것인가?”

“…….”

“개방의 거지 놈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다.”

척.

마붕이 손을 들어 남하림을 가리켰다.

“저놈들을 죽여라!”

이유도 필요 없었다.

다짜고짜 내린 공격 명령.

타아앗!

오백 명의 마도인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남하림의 뒤에서 이휘연이 움직였다.

사아아아-

천살성의 살향이 피어오르며, 마기조차 밀어내는 살기를 내뿜었다.

스걱.

부드러운 태극흑검의 검로.

검이 지나가는 자리 뒤로 마도인들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마교 놈들의 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군.”

붉은 태극이 피어올랐다.

간단하게 찌르는 동작에도 이미 태극혜검의 요결은 녹아 있었다.

어느 누구도 태극흑검을 막거나 피하지도 못했다.

“으악……!”

마도인들의 비명 소리에 두려움이 느껴졌다.

‘천살성이로군. 무당파의 검에 천살성의 기운을 담다니…… 후개뿐 아니라 미친놈이 또 있었군.’

마교로 오는 내내 묵묵히 걸어가던 인물의 살기 짙은 무력에 탈혼마제는 내심 놀랐다.

스윽.

나머지 세 명도 훑어보았다.

‘혹시…… 이놈들도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휘이이잉-

퍼어어어어어엉!

공중으로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백색의 연기처럼 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방금 던진 게 뭐지?’

가방을 옆으로 메고 있던 당무독.

무림인이 도검이 아닌 가방을 메고 있으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옥병?’

그것이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커어억.”

“독…… 독이다.”

미세하게 날린 가루에 오십여 명이 단번에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이번에는 허리에 찬 주머니 안에서 마지막 남은 구탄을 꺼낸 뒤 던졌다.

폭뢰침탄.

당문에서 받은 물건 중 하나였다.

퍼어어엉!

쏴아아아아-

폭뢰침탄이 공중에서 터지자, 수백 개의 독침이 소나기처럼 떨어졌다.

단번에 백여 명이 바닥에 다시 굴렀다.

‘저놈도 미친놈이군.’

독을 마치 장난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챠르르르-

스걱.

‘큭, 저놈은 언제 저기로 간 건지 모르겠군.’

시선을 돌린 곳엔 마교도들 사이로 뛰어 들어간 성철각이 있었다.

철각반의 철비늘 사이에서 튀어나온 검날의 스산한 소리가 울리자, 사방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으으악!”

“카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앙!

이번에는 폭뇌가 떨어졌다.

보통 사내들보다 작은 덩치의 팽유도.

그의 손에는 대도가 아닌 반도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묵흑반도를 내리치는 충격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했다.

다섯 명의 무공을 전부 본 탈혼마제는 움직이지 못했다.

‘이것들 정말 물건이로구나. 이 인원으로 마교에 쳐들어온 이유가 있다.’

정사마를 떠나 무림에서 이런 인물들은 처음 보았다.

단순히 무공이 강해서 구미가 당기는 것이 아니라, 저들 자체가 흥미로웠다.

‘크크킄큭, 재미있어.’

탈혼마제는 이들 다섯 명이 싸우는 장면들을 보면서 신이 났다.

정파인의 싸움과는 달랐다.

오히려 사파나 마도인들 같았다.

남하림은 오로지 전진하며 양손으로 강룡십팔장을 쏟아냈다.

퍼어엉!

쿠가가가가가가가-

‘이런…… 개 같은 일이…….’

마붕은 손이 덜덜 떨렸다.

스윽.

눈앞에 다가온 남하림과 마주 섰다.

그의 뒤로 하늘을 덮을 만큼 무형기가 뻗어나 있었다.

“마교주를 잠시 만나는 것도 힘드오?”

“그건…….”

“조용히 만나고 갈 생각이었는데 환영식이 너무한 것 같소이다.”

“아, 알겠소. 안에 들어가서 교주님께 한 번 더 아뢰겠소.”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마교가 더 큰 피해를 당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계속 싸웠다가는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휘익!

마붕은 마교를 향해 신법을 펼쳤다.

* * *

“탈혼마제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말인가?”

“네. 그렇사옵니다.”

“의외로군. 그분이 왜 그놈들과 마교로 오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큭, 웃기는군. 후개를 죽이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함께 마교로 온다?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구나.”

“…….”

천마 초강유의 말대로 중원은 뒤죽박죽이었다.

무극검신공이 나타나면서 강소성은 또 한 번의 거대한 세력들에 의해,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천마님, 어떻게 하실 것인지…….”

“겨우 여섯 놈밖에 안 되는 것을 막지 못해 본좌에게 물어보는 것인가?”

“죄송하옵니다. 당장 극마혈신대를 보내도록…….”

“쯧, 이번에는 극마혈신대까지 없앨 모양인가?”

“그게…… 아니오라…….”

“극마혈신대가 그놈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

“그놈들을 잡으려면 최소한 마황천군을 풀어야 할 것이다.”

“천마님…… 설마 걸협오성이 그 정도의 인물이란 말입니까?”

“멍청하기는. 지금까지 당한 것을 보면서도 모르는가?

호장악은 머리를 한 번 더 숙였다.

“그놈들을 데리고 오라.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봐 주지.”

* * *

휘리리릭-

호장악이 마붕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걸협오성과 황보궁 뒤에서 쉬고 있는 노인이 눈에 띄었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새 옷으로 바꿔 입었지만 눈빛만으로도 누구인지 대번에 눈치챘다.

그때, 탈혼마제의 전음이 들려왔다.

[난 없는 사람이다.]

‘…….’

호장악은 탈혼마제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지만.

무슨 이유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는지는 점점 궁금했다.

호장악은 얼른 시선을 돌렸다.

“본인은 천마님의 수행하고 있소. 호장악이라 하오.”

“반갑소이다. 후개라 하외다.”

“천마님께서 그대를 만나보시겠다고 말씀하시었소이다.”

“잘됐군요. 계속 이런 식으로 싸웠다면 마교는 서서히 망했을 것이외다.”

호장악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한마디로 마교를 무시하는 말이었다.

“후개, 천마님께서 허락을 하셨지만 너무 함부로 말을 하는 게 아니오?”

또다시 탈혼마제의 전음이 들렸다.

[크크크큭, 이봐, 후개에게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개겨도 좋아. 그렇지 않다면 괜히 건드리지 말고 천마에게 데려다 주는 게 좋을 게다.]

호장악은 흠칫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탈혼마제가 전음을 보내왔다.

탈혼마제도 후개를 인정했다는 뜻처럼 들렸다.

“마교주를 수행한다고 했소?”

“그렇소이다만…….”

“그대는 마교주의 명을 수행만 하면 되오. 괜히 그와 나 사이에 당신이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소이다.”

“미…… 미안하외다.”

남하림은 시선을 돌려 뒤에 있던 탈혼마제를 쳐다보았다.

피식 입가에 미소가 나오는 것을 봐서는 어떻게 된 것인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그대들을 모시겠소이다. 따라 오시오.”

* * *

호장악을 따라 여섯 명은 마교로 향했다.

계곡 사이로 들어서서 일각 정도 걸어가자,

계곡을 막아 놓은 성문이 보였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주는 성문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마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성문 앞에 다가섰다.

구우우우웅.

사전에 연락이 갔는지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환영인사를 위해 수많은 마도인들이 정렬한 채 성안에 대기한 채로 기다리는 중이었다.

천마의 최측근 이대 무장단으로 천마궁단이 모습을 드려냈다.

두국두국.

천마궁단장 창현덕이 호장악 앞으로 나왔다.

“호령, 이들이오?”

“그렇소이다. 그리고…….”

호장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현덕의 신형이 옆으로 스쳐 지났다.

젊은 청년 여섯 명과 그 뒤에 서 있는 노인.

내력에 금제를 당한 탓인지 탈혼마제의 마기는 줄어든 상태였다.

“거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건 웬 늙은이가 있지?”

‘멍청한 놈이……! 탈혼마제님의 마기를 느끼지 못하다니…….’

아무리 내력을 어느 정도 금제를 했다지만.

호장악은 심장이 그대로 멈추는 것 같았다.

“이런 망할 놈이 있나.”

탈혼마제는 창현덕을 향해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삼 성밖에 내력을 끌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흡성대공은 펼칠 수 있었다.

슈우우우욱-

탈혼마제는 오른 손에 힘을 주며 창현덕을 빨아 당겼다.

터어억!

그의 손안에 머리가 닿았다.

“크윽?!”

“크크크,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창현덕은 노인의 손에 잡힌 머리를 빼내려고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어어어억…… 내력이…… 빨려…… 들어간다?!’

창현덕은 당황했다.

탈혼마제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발버둥만 칠 수 있을 뿐.

호장악은 얼른 그의 앞에 부복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탈혼마제님, 이 녀석이 모르고 함부로 말을 했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천마님의 최측근으로 천마궁단장입니다.”

“천마궁단장이라? 이 얼빠진 녀석이? 쯧…….”

툭.

탈혼마제는 귀찮은 듯 창현덕을 앞으로 던졌다.

털썩!

바닥에 넘어진 창현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허억. 저분이…… 탈혼마제…….왜…… 후개와……?’

“상대의 역량을 제대로 볼 줄도 모르는 놈이 천마의 곁에 있다니 정말 한심하군.”

“죄송하옵니다.”

“천마의 명을 받았으면 그것만 수행하면 될 뿐이다. 상대를 무시한다고 해서 네놈이 잘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다니…… 쯔쯔. 예전에는 네놈같이 떨어지는 놈들이 없었건만…….”

“…….”

“뭐 하고 있지? 천마에게 안내하지 않고?”

벌떡.

창현덕은 재빨리 일어나 앞장을 섰다.

“넵. 알겠습니다. 소인을 따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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