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97화 (198/328)

197. 탈혼마제

석자무관의 현판 아래 정문은 활짝 열렸다.

열린 정문으로 나오는 걸협오성.

청해삼도가의 혼류도문에서 석자무관으로 쳐들어온다는 전갈을 받았다.

“오백 명 정도라고 해.”

“제법 많군.”

당무독이 물었다.

“부장, 어떻게 처리할 거야?”

“일단 배운 사람답게 타일러 봐야겠지.”

“만일 말을 안 들으면?”

“다시 타일러야지. 어떻게 한 번만에 되겠어?”

“관대하네. 두 번째도 안 된다면?”

“최소한 세 번은 타일러야겠지.”

성철각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부장은 군자구나.”

“흐, 철각, 고마워.”

“부장. 세 번째도 말을 안 들으면 그때는 힘으로 해야겠지?”

“세 번이나 좋게 말해줬는데 안 들어먹는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봐야겠지.”

“동의.”

탁탁!

당무독은 어깨에 걸친 가방을 기분 좋게 두드렸다.

최근에 틈틈이 만들어둔 신독향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두두두두두-

석자무관으로 향하는 진동이 점점 강해졌다.

그렇게 반각의 시간이 지나자.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승자가 된 것처럼 떠들썩하게 나타난 혼류도문 문주 복정은 가까워지는 석자무관을 보았다.

정문에 서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

‘거지들?’

하지만 거지라고 하기엔 그들 다섯 명의 복장이 너무 깨끗했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모습인데…….

‘설마……?’

복정은 선두에서 혼류도문을 이끄는 단주 하창모를 불렀다.

“하 단주. 혹시…… 저들이……?”

하창모 또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얼마 전 성도평야에 그들이 있었다는 소문을 듣긴 했다.

하지만 성도평야 싸움은 이제 막 끝났을 텐데.

마교를 물리친 그들이 사천성에서 굳이 청해성까지 올 이유가 없다.

“문주님, 소신이 한 번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어…… 그렇게 하게나.”

하창모는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척!

그는 정문 앞에 선 다섯 명의 청년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포권을 했다.

꿀꺽.

말이 나오기 전에 침을 한 번 삼켰다.

“혼류도문의 하창모라 합니다. 혹시 다섯 분께서는…… 개방의 걸협오성님들이 맞으신지요?”

“잘 아는군요. 걸협오성이 맞소이다. 본인이 후개입니다.”

‘큰일 났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석자무관에 이런 거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죄, 죄송하지만 다섯 분께서는 석자무관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야 당연히 곤륜파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지요.”

“아아…… 네에…….”

망했다.

혼류도문은 지금이라도 빨리 돌아가야 했다.

하창모는 변명을 생각해 내기 위해 머리를 팽팽 굴렸다.

“혼류도문이 청해삼도가의 한 곳이라 하더군요. 맞소이까?”

“네…… 맞습니다.”

남하림의 시선이 그의 뒤로 늘어선 혼류도문의 무인들을 향했다.

“무관에 막상 도착해 보니 이상한 말들이 들리더군요.”

하창모는 뜨끔했다.

이들은 분명 자신들이 곤륜파의 비전서들을 강탈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기 뒤에 있는 분이 그대들의 수장이 맞소?”

“그렇습니다. 문주이십니다.”

“그렇군요. 그와 이야기를 하고 싶소이다만.”

남하림이 문주 복정을 가리켰다.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창모는 얼른 복정의 앞으로 다가섰다.

“문주님, 후개님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후개가 맞던가? 확인을 했나?”

“예? 그야…….”

“정확히 물어봐야 하지 않겠나.”

“……?”

정확히 물어보라니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창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자꾸 확인하라고 닦달하는 문주를 보면서 그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저들이 풍기는 분위기만으로도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혼류도문에서 석자무관에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들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하면 정말 경을 칠 텐데.

그런 마당에 후개가 맞는지 정확히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문주님……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허어, 갈 땐 가더라도 제대로 확인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복정은 괜한 자존심이 발동했다.

그의 뒤로 오백 명의 수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복정이 남하림 앞으로 다가섰다.

‘젊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젊은 사내들이었다.

그런데 남하림의 신형에서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가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의심이 드는 순간.

겁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후개님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소이다. 당신이 저들의 수장인 모양이군요.”

“혼류도문의 문주외다.”

“그건 들었소이다. 수하들을 잔뜩 이끌고 함께 무관으로 온 이유가 무엇이오?”

“그건…….”

“청해삼도가에서 곤륜파의 비전서에 욕심을 내는 것 같다고 하던데. 맞소이까?”

“그게 아니라…… 곤륜파의 어린 제자들이 지니고 있으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잠시 본 문에서 맡는 것이 안전하다 여겨서…….”

“흠, 문주의 취지는 좋으나 그건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소이다. 본인이 그냥 조용히 보내줄 테니 그만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하오.”

“…….”

복종은 다섯 명의 걸협오성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겨우 다섯 명밖에 안 되는 것을.

오백 명 대 다섯 명.

백 명당 한 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저들이 아무리 고수라도 단번에 덤벼든다면 이기지 않을까?

그는 단순했다.

다섯 명밖에 없는 저들이 누구인지도, 그들의 문파가 어디인지도 그 순간 전부 잊었다.

남하림의 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혹시 우리와 싸울 생각이라면 미리 말해두지만 봐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문주는 확실히 죽소이다.”

남하림의 협박에 복정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음을 읽고 있었다.

“혹시 이게 뭔지 압니까?”

허리에서 홍팔겹을 슬쩍 보여 주었다.

“그만 돌아가세요. 두 번째 말하는 겁니다.”

“……후개, 혹시…… 정말로 개방의 후개인지…….”

복정은 담담한 시선을 보이는 남하림에게 또 물었다.

붉은 자루 매듭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계속 확인을 하려고 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소이다. 내 입으로 내가 후개라고. 세 번째로 말합니다. 돌아가세요.”

“…….”

남하림의 차가운 목소리.

복정은 이때라도 물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복정은 후개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남하림을 보면서 거짓이 아닐까 의심했다.

“할 수 없군. 세 번의 기회를 주었소이다. 이 시간 이후 일어난 일의 모든 책임을 혼류도문에서 지게 될 것이외다.”

슈우우욱-

남하림의 신형에서 무단의 기가 솟구쳤다.

“헉……!”

갑자기 하늘 끝까지 솟구친 내기에 복정의 눈이 터져 나갈 듯했다.

“무독, 이들을 정리해야겠다. 말을 하나도 안 듣는군.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크, 기다리고 있었지.”

당무독은 사실 이들이 그냥 물러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일부러 내력도 최대한 감추었다.

타앗!

당무독의 손이 움직였다.

“커어어억!”

“캐애액, 캑!”

갑자기 혼류도문의 무인들이 목을 감싸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숨에 일백여 명이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어떻게 독이 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독광걸……! 전뇌…… 의 독이다!”

수하들 중 한 명이 당무독을 보며 소리쳤다.

팽유도는 한 번의 움직임에 일백 여 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움직임을 더 서둘렀다.

‘가만히 있다가는 전부 무독 형에게 빼앗기겠어!’

팽유도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팽유도의 묵흑반도가 떨어졌다.

“아아아악!”

또 다른 비명 소리가 수하들 사이에서 찢기듯 울려 퍼졌다.

복정은 두 번의 공격에 수하들이 기백 명씩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봐요. 내가 분명히 물러가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죄…… 죄송…… 합니다.”

“쯧쯧, 어차피 누군가 한 번 당해야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니,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소.”

타아앗!

퍼어어억.

남하림이 복정의 앞에 불쑥 나타나나 일장을 뻗었다.

빠지지지직!

복정의 심장을 보호하던 늑골이 부서지며 충격이 가해졌다.

콰아아아앙!

일장의 충격에 복정은 십여 장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덜덜.

하창모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수하들 삼백여 명이 비명을 지르고 독에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것이…… 걸협오성의 위력…….’

절정을 넘고 초절정의 단계를 넘은 고수들의 위력은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백……? 이들의 실력이라면 오만도 이길 수 없어…….’

여기서 살아 나갈 방법은 무릎을 꿇는 것뿐.

“후개님…… 후개님…….”

쿵! 쿵!

하창모는 연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남하림을 불렀다.

반각도 안 된 시간.

정문 안에서 그 장면을 보던 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의 두 무력단을 때려잡았다는 믿기지 않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하하하, 어때? 대형과 형님들이 세지?”

황보궁은 곤륜파의 어린 제자들과 함께 서 있었다.

“모두 봤느냐? 저분들이 걸협오성이시다.”

“네, 사숙님.”

“후개님의 말씀을 기억하겠지. 열심히 수련하면 곤륜파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사숙님, 후개님처럼 멋진 곤륜파의 제자가 될 거예요……!”

곤륜파의 어린 제자들의 뇌리에 다섯 명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기억되었다.

* * *

석자무관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

이는 청해삼도가의 다른 두 문파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혼류도문의 문주가 후개에게 죽었다.

이유는 하나.

곤륜파의 비전서에 욕심을 내다가 당했다고 했다.

#NAME?

석자무관은 본 개방 아래 있으니, 무관을 건드린다는 것은 천하제일대개방을 무시하는 짓으로 간주하겠소이다.

후개 남하림의 이름으로 경고하니, 무관을 건드리는 자나 문파는 필히 멸문을 염두에 두기를 바라는 바이오.

후개 남하림의 강력한 경고.

개방이나 후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제 석자무관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허진 도인은 안심하여 벅찬 마음으로 남하림의 손을 부여잡았다.

“후개…… 정말 고맙소이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혜라고 할 게 있겠습니까? 여기 이 녀석들을 잘 키워서 예전의 명성을 이으셔야지요.”

“후개…… 정말…….”

“아,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서궁상국을 찾아가 본인의 이름을 대면 도와줄 것이외다.”

허진은 물론 다른 네 명의 도인들도 남하림 앞에서 절을 했다.

“곤륜파는 은공의 은혜에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십만대산 마교.

천마궁에 들어선 천마호령 호장악은 죽을 맛이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는 천마 초강유의 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혈적마군단과 마혈갑주단이 실패했다.

“호장악.”

“천마님.”

“제법이지 않나?”

초강유는 후개 남하림을 말하고 있었다.

‘역시 양천의 전인이란 말이군.’

후개이기에 강한 것이 아니라, 양천의 전인이기에 강한 것이다.

초강유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놈에게 연락이 왔다?”

“곤륜파의 일로 본 신교에 따지겠다면서 오겠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큭, 크하하하하핫!”

천마 초강유는 대소를 터뜨렸다.

곤륜파를 쳤다고 따지러 오겠다는 인물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웃기지 않는가?”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긴 했다.

“잘됐군. 온다면 만나주면 되겠지. 여기까지 잘 올 수 있다면 말이야.”

초강유의 주위로 날 선 살기가 감돌았다.

수하들을 보내면 되지만, 남하림의 실력을 알기 위해 아까운 수하들의 목숨을 쓸 필요는 없었다.

문득 마혈옥이 생각났다.

마혈옥은 한 번 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호장악, 마혈옥에 얼마나 살아남아 있지?”

“…….”

부복을 한 호장악은 순간 흠칫했다.

“천마님, 그들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아군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마뇌에게 가봐.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다.”

“……명을 받을겠습니다.”

“재미있어. 마혈옥에 누가 있을지 궁금하군. 가봐.”

“소신,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호장악은 천마궁을 나섰다.

홀로 천마좌에 앉은 천마 초유강은 생각에 잠겼다.

“후개, 이놈. 여기로 오는 이유가 그것은 아니겠지.”

곤륜파의 일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이 녀석이…… 만약 양천의 전인으로 오는 것이라면.

‘내가 변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중원 무림에서 마교가 변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곳은 구천의 전인 외에는 없었다.

초강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마나 강한 녀석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 * *

철컹!

성인의 팔 두께만 한 철고리가 열렸다.

중간 문이 열리고, 마지막 철문 앞에 도착했다.

호장악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손에 들린 것은 마뇌에게 얻은 단약.

이것으로 마혈옥에 있는 마인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드르르릉-

철문을 밀자,

슈우우우욱!

마옥 안에서 혈향과 함께 마기가 쏟아져 나왔다.

중력처럼 내리누르는 짙은 마기의 농도.

호장악 또한 마인이었건만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흐으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킥킥.”

“킥.”

“키키킥.”

깊숙한 곳에서 괴소가 들려왔다.

마혈옥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서너 명 정도는 있을 거라 여겼건만.

두 개의 방을 지난 지금, 살아 있는 인물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방.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바닥까지 닿은 존재.

양손과 양발은 철갑으로 묶여 있었다.

번쩍.

귀신처럼 늘어진 머리카락 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허억…….’

호장악은 그대로 다리가 풀릴 뻔했다.

“캬캬칵, 마기를 익힌 놈이 겁이 그렇게 많아서야…… 신교에서도 제법 높은 놈 같건만…… 쯔쯔, 틀려먹었구먼.”

“죄송하지만…… 누구십니까?”

“캬캬캬칵! 자신부터 먼저 신분을 밝혀야 하는 게 아닌가?”

“죄송합니다. 천마호령 호장악입니다.”

“천마호령? 천마수호위와 비슷한 것인가?”

“천마수호위는 천마님의 호위를 담당하고, 전 개인적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천마호령에 대해 처음 듣는 것으로 봐선, 한 세대 이전의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여하튼 천마의 사람이군.”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키킥, 노부는 선요라 하지.”

두우우웅!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

호장악은 그대로 허리를 숙이며 부복했다.

“탈혼마제님을 뵙습니다.”

“크크크큭, 아직도 노부의 이름을 알고 있는 녀석이 있었군.”

전대 천마에게 도전을 했던 마도인.

죽었다고 알려졌던 탈혼마제가 마혈옥에 갇혀 있었다.

“천마호령이란 놈이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천마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놀아줄 장난감이 필요한 모양이군. 어쩌나…… 노부가 그 장난감들을 모두 부숴 버렸거든. 크큭.”

탈혼마제가 마혈옥에 갇힌 마인들을 모두 죽였다.

“그들을 죽인 이유가 있습니까?”

“크캬카카캭! 마도인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겠는가? 지내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나씩 손을 봤지. 그랬더니 없어지더군.”

“…….”

“킥,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무슨 일이냐? 마혈옥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죽일 놈은 다섯 놈입니다. 그중 다른 놈은 몰라도 한 명은 꼭 죽여야 합니다.”

“한 놈만은 무조건 죽여 달라? 그놈이 누구지? 무림맹주인가?”

“개방의 후개입니다.”

“크핫? 뭐라고?”

탈혼마제의 얼굴은 여전히 머리카락이 덮여 있었지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예상이 갔다.

“방금 개방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크하하하핫! 거지 왕초도 아니고 새끼 왕초를 죽여 달라는 말이더냐? 언제부터 본 신교가 맛이 간 것인지, 꼴이 말이 아니군! 크하하하핫!”

“…….”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한바탕 마혈옥을 떨친 후.

호장악은 중원 무림에서 일어난 일들을 아주 간단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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