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85화 (186/328)

185. 나팔을 불다

소림사와 개방 연합 진영.

이 개월 동안 이어진 결전에 소림사의 승려들이 머무는 진영은 침울할 만큼 조용했다.

으하하하핫!

둥! 둥! 둥!

뿌우우우-

반면.

개방 방도들의 진영은 시끄러운 북소리와 함께 떠드는 소리들로 활기가 흘러넘쳤다.

육식을 하지 않는 소림사 진영과 달리, 개방 진영에는 연일 끊어지지 않게 고기와 술이 보급되고 있었다.

방주 오종이 술잔을 비웠다.

“캬아, 양 총관, 고맙네.”

“아닙니다. 보급품들은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기전의 승패는 보급에 의해 결정되는 법.

양삼은 개방이 소림사에 원군을 간다는 소식을 들은 후.

남천상국과 관련된 모든 상국과 표국을 통해 보급을 도맡았다.

“방주님, 저들은 조만간 보급이 끊어질 것입니다.”

“양 총관, 무슨 말인가?”

“천사회에 보급을 맡고 있던 상단이 어디인지 찾았습니다. 더 이상 중원 어디에서도 한두상단에 물품을 보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와하하하핫!”

양삼의 설명에 오종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한두상단으로 물자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은다면, 천사회에서도 당연히 식량을 제때 받지 못할 터.

무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사람은 먹지 않으면 결국 싸울 수 없다.

“하핫, 정말 고맙네.”

“방주님, 저도 양 총관께 그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식량이 떨어지기 전 저들은 마지막으로 총공격을 할지도 모릅니다.”

당무독의 말이 맞았다.

천사회는 그냥 물러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알았다. 경계 태세를 확실히 해야겠군.”

오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삼에게 들은 내용을 소림방장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 * *

천사대전으로 한 인물이 들어섰다.

무심한 듯한 눈빛과 무표정의 얼굴.

혈군사 기성이 혈사천주 설백진의 앞으로 다가섰다.

스윽.

혈군사가 허리를 숙였다.

“천주님을 뵙습니다.”

“자네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숭산에서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내용은?”

“두 문파에서 보급이 문제가 된 모양입니다. 한두상단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방해를 하는 모양이군.”

“중앙상국이라 하지만, 그 뒤로 남천상국에서 움직인 듯합니다.”

“남천상국이라.”

“아직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들이 아니고서는 상계가 한두상단을 막지 않았을 것입니다.”

설백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식량이 모자라면 끝까지 소림사를 압박할 수 없었다.

사실 설백진에게 무극수신공은 명분일 뿐이었다.

폐관을 나선 기념으로, 소림사를 지우기로 결정을 내린 것.

이것이 그가 무림맹주 유극지를 만난 이유였다.

‘솔직히 유극지가 내 뜻을 쉽게 받아들일지는 몰랐지만.’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유극지의 욕망.

유극지는 처음부터 무림맹 맹주 자리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은하궁의 전인으로서, 무림을 발밑에 둔 진정한 일인자가 되길 원했다.

구천마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구천마제가 죽은 후에야 겨우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건만.

도중에 문제가 생겼다.

구천마제의 예언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분명 이십 년 뒤라 했다.’

무림은 물론, 구천 또한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게 만들겠다 장담한 내용.

정말 가능한 것인지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구천마제는 허언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설백진은 이십 년을 조용히 기다렸다.

이미 지고한 실력이었음에도 폐관에 들어서면서까지, 구천마제를 이기기 위해 수련을 거듭했다.

폐관이 끝난 후, 유극지를 만나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유극지도 곧바로 움직였다.

일사불란하게 은하궁의 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무림맹은 와해되었다.

정파 무림은 단숨에 산산조각 났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때맞춰 무극수신공이 소림사의 품에 들어갔다.

천하의 소림사를 칠 명분이 생겼다.

소림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극수신공을 넘기지 않을 테니까.

철혈방과 신천문을 보내면, 마지막 천사백사군으로 쉽게 정리가 될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개방이 나타났다.

‘거지 놈들이 개봉에 처박혀 있을 일이지, 숭산까지 기어 나오다니.’

게다가 남천상국이 같이 움직였다.

‘그놈을 죽였어야 했나?’

설백진의 손가락이 신경질적으로 탁자를 탁탁 두드렸다.

아쉽게도, 앞으로 그놈을 죽일 기회는 생기지 않을 듯했다.

이미 내력이 사라진 놈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혈군사, 자네는 천사회를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일세.”

“당분간은 없을 듯합니다.”

“사실대로 말을 하니 좋군. 뒤통수 맞을 일도 없을 테니.”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놈들은 천사멸전군이 후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알 수 없겠지?”

“절대로 모를 것입니다.”

“천사멸전군에게 명을 내리게.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으니 소림사와 개방을 쓸어버리라고.”

“명을 받들겠습니다.”

스윽-

혈군사 기성이 대전을 물러났다.

문을 닫고 뒤돌아선 그의 눈가에 살기가 비쳤다.

‘천주, 본인은 나가지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천주가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외다.’

* * *

숭산으로 다가오는 천사회의 무리들.

휘익!

들쥐처럼 몸을 숨기고 있던 개방 걸비가 빠르게 움직였다.

펄럭!

방주의 깃발이 솟구친 군막.

소림사와 개방의 주요 인물들이 모였다.

걸비가 전해온 소식.

당무독이 십여 명의 인물들을 주시했다.

“천사회가 움직입니다.”

“아미타불.”

소림 방장 명허 대사가 불호를 외웠다.

개방으로부터,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라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공격과 다른 총공격이 펼쳐질 터.

“당 시주,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걸협오성의 당무독은 방어 위주의 전략을 세워 개방과 소림을 아우르며 싸움을 이끌었다.

실질적으로 그가 이 전쟁의 중심이나 다름없을 정도.

개방의 도움이 없었다면 소림사만으로 천사회에 맞서 싸워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림사의 제자들이 다치거나 죽었을 것은 당연지사.

“우린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저들과 싸울 것입니다.”

당무독은 가리킨 지도의 장소는 숭화삼지.

오종은 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

“숭화삼지에서 협공을 하겠다는 뜻이군.”

“네. 방주님, 맞습니다.”

“저들이 숭화삼지로 오지 않고 여기 이강협곡을 바로 지나갈 수 있지 않은가?”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이미 손을 써놓았습니다.”

오종은 대견스러웠다.

“벌써 움직였다니…… 잘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협공을 해야겠군.”

“북쪽은 소림사에서 맡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서쪽은 개방에서 맡을 것입니다.”

“아미타불. 당 시주, 그대의 계획대로 하겠네.”

마지막 회의가 끝이 났다.

하나 군막 밖으로 나온 당무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모르겠어.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야.’

천사회를 상대하기 위한 계획은 이상이 없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피해만을 보는 최고의 계획이 틀림없었다.

‘뭐지?’

그런데도 불안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스윽-

거처인 군막으로 들어서자, 팽유도가 먼저 그를 반겼다.

“무독 형! 회의는 끝났어요?”

“응, 우리가 세웠던 계획대로…….”

이휘연이 당무독의 어두운 표정을 읽었다.

“무슨 일이 있나?”

“아니, 없어요. 다만…… 우리가 모르는 게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큰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내일이 되면 걱정은 사라질 거다.”

“무독, 휘연 형 말이 맞아.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성철각도 걱정하는 당무독을 다독거렸다.

‘후우…… 아무 일이 없다면 좋겠다. 이럴 때 부장이 있다면…….’

* * *

아침이 밝았다.

격전의 시간.

적은 숭산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천사회의 철혈방과 신천문, 조금 떨어진 뒤로 천사회 사대천사군 중 천사백사군이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무독은 천사백사군을 상대하기 위해, 이강협곡에 천 명의 개방 방도들을 숨겨놓았다.

철협방과 신천문 연합은 이강협곡으로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두두두두두두-

선두에서 달리던 철혈방 화천사강대 대주 종자황은 숭화삼지로 달렸다.

이강협곡이 숭산으로 더 빨리 가는 길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굳이 서둘러 갈 이유가 없었다.

숭화삼지에서 소림사와 개방 연합을 완벽하게 제압하면 되니까.

이강협곡으로 잘못 들어갔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개방의 독광걸이 설치한 독진에 의해 큰 피해를 당했다.

만약 협곡 사이로 들어갔다간 또다시 독진의 함정에 빠질 수 있었다.

다다다다-

선두에서 달리는 철혈방 화천사강대로 한 명의 인물이 다가왔다.

그는 곧바로 종자황의 곁으로 붙었다.

“이강협곡 안에 독무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독광걸, 이 녀석이…… 계속 재미를 보려고 하는군.”

당무독의 뒤를 쫓다 독진에 빠지기를 서너 번.

그 뒤로 이들은 당무독을 끝까지 추격하지 못했다.

“됐다. 우린 급한 게 없으니까. 숭화삼지만 통과하면 소림사에 곧바로 올라갈 수 있다.”

“넵. 알겠습니다.”

마지막 총공격이 실패한다면 이들 또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강협국에 들어갔다 잘못되어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철혈방과 신천문 연합의 선봉대인 화천사강대.

협곡을 스치며 숭화삼지로 달려가는 무리를 한 시선이 지켜보았다.

당무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휘유, 겨우 정찰만 보낸 뒤 바로 숭화삼지로 올라가는군. 오늘 일을 후회하게 해주지.’

두두두두두두두두-

두 세력의 연합이 먼지만을 남기며 이강협곡을 지나갔다.

‘이젠 우리도 움직여볼까?’

뒤를 돌아보자 네 명의 얼굴이 보였다.

이휘연, 성철각, 팽유도. 그리고 황보궁.

그 뒤로, 일천 명의 개방 방도가 등을 지켰다.

곧 도착할 천사백사군을 상대해야 했다.

* * *

반시진 후.

두우웅-

이휘연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부좌를 튼 상태로 운기를 가볍게 행공했다.

우우우우우우-

스륵-

가부좌 아래 바닥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진동.

“오는군.”

이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섯 명 또한 앞으로 나서며 일렬로 나란히 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천사백사군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평선 너머로 백색의 구름이 끝없이 피어올랐다.

백의무복의 천사백사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궁아, 이걸 받아라.”

“넵, 무독 형님.”

황보궁이 독탄을 받았다.

“저기까지 날아가겠지?”

“충분합니다.”

“좋아. 힘껏 던져라.”

황보궁은 내력을 올려 당무독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독탄을 던졌다.

휘익!

“자아, 이것도.”

연이어 세 개의 독탄이 날아갔다.

퍼어엉!

퍼어어어엉!

퍼어어엉!

독탄이 터지면서 독무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선두에서 달리던 천사백사군 일단주 음작수는 피부에 찌릿한 감각을 느꼈다.

‘이건…….’

독이었다.

음작수는 곧바로 뒤를 향해 소리쳤다.

“독탄이다! 숨을 죽여라!”

재빨리 숨을 멈춘 천사백사군.

독무가 바람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피우우우웅-

피이이이잉-

독탄에 의해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

천사백사군 위로 괴음이 지나갔다.

천사백사군 중앙에 있던 군장 산구창이 고개를 들었다.

퍽! 퍽!

공중에서 터지는 폭음.

쏴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수백 개의 비침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핏핏핏핏핏!

“으아아악!”

“커어억!”

천사백사군은 단 두 번의 공격에 진영이 소란스러워졌다.

천사백사군의 군사 역할인 삼단주 우조묵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흩어지면 안 된다!”

그의 목소리가 진영을 울렸지만, 여기저기서 울리는 끔찍한 비명 소리에 묻혔다.

‘젠장……!’

독탄과 비침들이 수없이 떨어졌다.

천사백사군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저놈들이다!’

일단주 음작수는 전방을 노려보았다.

다섯 명이 독탄을 던지고 비침을 쏘고 있었다.

개방의 걸협오성!

“천사백사군, 일단은 나를 따라온다!”

타앗!

음작수와 함께 오백 명의 수하들이 뒤를 따랐다.

스윽.

이휘연이 태극흑검을 뽑았다.

“저놈들이 천사회 놈들이다.”

“부장의 원수 놈들!”

성철각은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궁아, 저놈들은 지금껏 상대한 놈들과 다르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라.”

“알겠습니다. 휘연 형.”

당무독이 서너 걸음 앞으로 나갔다.

우우우웅-

양손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려 앞으로 뻗자,

슈우우우욱-

천사백사군의 일 단 앞으로 비천유성멸우가 쏟아져 나갔다.

팟팟팟팟팟!

“으으으아아악!”

수십 명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아직 멀었지.”

슈우우우욱-

당무독의 신형에서 뻗어나간 무형비강이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핏핏핏핏핏!

내력만 받쳐준다면 혼자서 천사백사군을 전멸시킬 것 같은 존재감.

‘휴우…….’

단숨에 내력을 쏟아냈는지, 당무독이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뒤로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우리 차례인가?”

팽유도와 성철각이 앞으로 나섰다.

“형, 가자.”

“좋아.”

타아앗!

파아앗!

천사백사군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가는 팽유도와 성철각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었다.

오직 그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

개방은 강하다.

부장, 남하림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질 수 없었다.

* * *

콰아아아아앙!

천사백사군과 당무독이 이끄는 개방 일천 명이 부딪혔다.

처음에는 개방의 우세였다.

천사백사군이 뒤로 밀리면서, 단번에 끝을 내고 숭화삼지로 간 철혈방과 신천문 연합의 뒤를 치려던 계획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밀리는 쪽은 개방 방도였다.

채애애앵!

까아아앙!

이휘연은 십여 초를 나눈 군장 산구창을 노려보았다.

강하다.

적어도 십 초 이내에 마무리를 짓고 천사백사군에게 밀리는 개방을 도와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당무독은 일단주 음작수.

성철각은 이단주 편고병.

팽유도는 삼단주 우조묵과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그들 또한 아수라장 속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의 무공에 쉽게 끝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하하하!”

산구창은 대소를 터뜨렸다.

“한심걸, 당황스럽나? 이강협곡에 네놈들이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본진과 합치지 않고 따로 온 걸 보니, 철혈방과 신천문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본 모양이지?”

“크크크큭, 한 가지 가르쳐 줄까? 지금쯤이면 숭산 후방에 천사멸전군이 나타났을 것이다.”

뭣이?

잠시 물러나 있던 당무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것이었나? 계속해서 불안했던 게!’

또 다른 천사회 무력군이 나타날 줄은……!

천사멸전군이 후위에서 나타난다면, 포위를 당한 것은 천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소림사와 개방 연합이었다.

당무독은 마음이 급해졌다.

적들은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있었다.

이휘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독.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빨리 숭화삼지로 가라!”

“크하하핫! 이미 늦었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여기를 두고 간다고 해도 천사백사군이 따라온다면 어차피 마찬가지다.

천사백사군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구원을 갈 수  없었다.

뿌우우우우-

그때.

‘나팔 소리?’

다그닥.

다그닥.

난장판 속으로 화려한 마차 한 대가 표표히 움직였다.

여섯 마리 흑마는 갈기가 투명할 정도로 빛이 났다.

결전 현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육두사륜마차를 본 이들은 한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히이이잉!

육두사륜마차가 멈췄다.

산구창은 어이가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았다.

덜컹!

마차의 문이 열리고.

손에 나팔을 든 젊은 청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하하하! 내 형제들. 잘 지냈는감? 내가 보고 싶지 않았어?”

뿌우우우-

손에 들린 나팔이 가볍게 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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