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120화 (121/328)

120. 검문

문령에게서 흐르는 기운.

범접할 수 없는 정도로 성스럽다.

‘무공이 하는 짓이랑 완전 딴판인데?’

남하림도 전신에 호신강기를 펼쳤다.

슈우욱-

문령이 먼저 손을 뻗었다.

남하림의 가슴을 향한 붉은 기운.

무형살기(無形殺氣).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인할 수 있었다.

‘강하군.’

쑤우욱.

문령의 양손 손톱에서 붉은 기가 뻗어 나왔다.

“이건 홍기조라고 하지. 네놈이 자랑하는 강룡십팔장을 한번 볼까?”

‘무형강(無形罡)을 쉽게 만들어내는군.’

홍기조에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당할 것 같았다.

파아아앗!

문령이 먼저 움직였다.

크아아아아아-

마치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

붉은 매의 손톱이 남하림의 가슴을 단숨에 찢으려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정면 승부!’

남하림은 강룡십팔장을 뻗었다.

무룡파천(舞龍破天).

쿠아아아앙!

주위를 집어삼킬 듯 거대한 꿈틀거림.

무룡이 홍기조를 뚫어버릴 듯 강맹하게 날아갔다.

퍼어어어럭.

그때,

홍기조의 뒤로 펼쳐진 홍조의 붉은 날개가 무룡을 감쌌다.

스걱.

찌지지직-

“……!”

남하림의 오른팔 소매가 그대로 찢겨 나갔다.

홍기조가 강룡십팔장을 뚫고 들어온 것!

“크크큭, 당황했군.”

“쯧, 그렇소. 강룡십팔장을 뚫을 줄이야.”

“하나 가르쳐 줄까? 그대가 나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지.”

문령은 갑자기 입이 간질거렸다.

“뭐요?”

“강룡십팔장은 이미 파훼법이 나와 있거든.”

“호오, 대단한 곳이군. 강룡십팔장의 파훼법이 있다니…… 그럼 혹시 타구봉법도 있소?”

“중원 무림에 있는 웬만한 무공들에 관한 파훼법은 전부 가지고 있지!”

“과연, 그것들만 외운다면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은 문제도 아니겠군?”

남하림의 목소리에서 비웃음이 느껴졌다.

“후개. 비꼬는군. 흥, 그런다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건 두고 봐야 할 일. 강룡십팔장의 파훼법이 얼마나 정교한지 보고 싶은데.”

“하, 지금 웃을 수 있을 때 마음껏 웃어라. 곧 네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파아앗!

홍기조가 다시 한 번 더 날아올랐다.

남하림은 피하지 않고 내력이 실린 일장을 뻗어냈다.

퍼어어엉!

이번에는 강룡십팔장이 아닌 단순한 장강(掌罡)으로 문령의 무형살기를 막아냈다.

‘홍기조(紅氣爪)가 쉽게 막혔어.’

문령은 의외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계속해서 강룡십팔장을 유도하여 단번에 파훼시킬 계획이었는데.

“얼굴을 보니 뭔가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군?”

남하림의 말에 따끔했다.

“강룡십팔장은 왜 안 펼치지?”

“파훼법을 안다고 해서 말이지. 굳이 펼쳐줄 이유가 없지 않소?”

“두려운 모양이지?”

“그대가 워낙 자신만만하다 보니.”

“크하하하! 천하의 후개도 겁을 먹는군.”

그때,

남하림이 대소를 터뜨린 문령을 향해 기습적으로 강룡십팔장을 펼쳤다.

풍룡동우(風龍動雨)의 초식.

푸우우우우우왕-!

얼굴을 향해 쏟아지는 바람.

거대한 폭풍에 문령은 순간 숨이 막혔다.

폭풍 속에서 일장이 떨어졌다.

“후개애애애!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이것만 막아내면 넌 끝장이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내력을 전신으로 흘려보낸 문령이 몸을 보호했다.

퍼어어어억!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문령이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쿠와아아아앙-!

남하림은 무심하게 두 번째 공격을 펼쳤다.

곤룡토생(坤龍土生)의 초식.

두두두두두-

바닥을 뚫고 거대한 강기들이 솟구쳐 올랐다.

“이노오오오옴……!”

문령은 곤룡토생 초식에 대한 파훼 초식을 펼쳤다.

타앗!

그 자리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투투투투투!

바닥을 향해 홍기강을 쏟아냈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폭격.

‘이것이 바로 곤룡토생의 파훼식이다!’

남하림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홍기강을 보며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 세상에 초식을 하나하나 갖다 바치면서 펼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슈우우우우우우웅-

땅에서 솟아오른 용이 연이어 승룡포박(乘龍捕縛)의 초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늘로 솟구친 강룡십팔장.

콰우우우우우!

고막을 찢는 듯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허억!”

문령의 눈이 커지면서 승룡의 거대한 입을 담았다.

‘중…… 간에…… 초식이…….’

하나, 전력을 다한 초식을 중간에 바꿀 여력은 없다.

콰아아아아앙!

문평은 온몸을 구부린 채 또 한 번 전신의 내력을 끌어냈다.

휘이이이이-

최소한으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함이었지만, 문령은 오 장이나 뒤로 날아간 뒤 내려앉아야만 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때, 파훼법이 어떻게 잘 먹히는 것 같소?”

“……이이익!”

“보아하니 생각보다 잘 안 되는가 보군.”

“후…… 개…… 죽일 놈의 새끼…….”

빠직!

왼쪽 어깨에 충격이 심하게 가해졌다.

‘부러졌다. 방심했어.’

이대로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

빨리 돌아가서 부상을 치료해야 한다.

“후개, 오늘은 몸이 덜 풀렸으니, 그냥 돌아가겠다! 담에는 제대로 파훼법을 보여주지!”

“맘대로 하든지.”

휘익!

문령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입만 살았군.”

이휘연이 남하림의 곁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게요.”

“예전에는 파훼법이 먹히기도 했어. 각 문파의 비전에 속하는 무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노출되었거든.

하지만 파훼법이 만들어지는 동안 다들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 오히려 역이용하는 수법도 생겨났고. 이제 웬만해선 파훼법이 통하지 않아.”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던데요?”

“그렇다면 수백 년 동안의 연구를 그저 맹신한 모양이군.”

“음, 그렇군요. 틀에 박힌 인간이네요.”

남하림은 문령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 본 뒤 돌아섰다.

* * *

검문관을 넘은 다섯 사람이 검각으로 들어섰다.

“흐으음.”

중원을 돌아다니면서 이보다 많은 여무인들을 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검각(劍閣) 천녀검문(天女劍門).

중원 무림의 여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천녀검문의 문주, 검후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

“검문 때문인지 몰라도 여무인들이 상당히 많네요.”

팽유도는 긴장해서 걸음이 뻣뻣했다.

다른 지역이라면 모를까, 검각에서 여무인과 시비가 붙는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바짝 긴장한 팽유도와 달리, 다른 네 사람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터벅터벅.

남하림은 사람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중간중간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뭐야. 저기…… 거지들 맞지?”

“어휴, 복장 좀 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걸협오성 흉내를 내고 있잖아.”

“아하하, 그래도 저 사람은 잘생기긴 했잖아.”

속닥거림은 끝이 없었다.

‘이거 참, 시끄럽네.’

남하림은 가만히 귀를 닫았다.

“유도야, 검문이 어디 있지?”

“아! 네. 한번 물어볼게요.”

팽유도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전방에서 세 사람이 다가왔다.

‘검문의 무인들이다.’

척!

팽유도가 그녀들을 향해 포권 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구소영은 걸음을 멈추고 팽유도를 살폈다.

거지 복장에 등에 멘 반도.

선뜻 떠오른 인물은 걸협오성의 도천걸 팽유도다.

채애앵!

구소영은 검을 뽑으며 팽유도를 향해 겨누었다.

삐이이익!

날카로운 신호음.

스윽.

구소영은 팽유도의 뒤로 네 명의 사내들을 보았다.

“뻔뻔한 사기꾼 놈들! 들켰으면서 아직도 도망가지 않았더냐!”

그녀는 시선을 돌려 날카롭게 팽유도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 못 간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으엥? 검? 이보시오!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만, 아니, 왜 우리를 잡으려는 거요?”

“닥쳐라! 네놈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검문에 가서 직접 심문하겠다!”

우루루루루-

순식간에 이십여 명의 여인들이 빠르게 나타났다.

걸협오성은 포위됐다.

팽유도는 돌아서며 전음을 보냈다.

[형, 어떻게 해?]

[흐음, 저들 하는 대로 하면 되겠네. 검문까지 쉽게 가겠는걸.]

[또……? 나중에 또 한 사람 놀리려고?]

[어떻게 알았냐?]

[어휴, 같이 지낸 지 하루 이틀이에요? 벌써 오 년이 넘었다구요.]

“드디어 사기꾼들을 잡았군. 소영아, 수고했다.”

“아닙니다. 단주님!”

구소영은 자경단주 여주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주미는 확인도 하지 않고 소리를 쳤다.

“네놈들이 사기를 쳤는데도 잡히지 않을 줄 알았더냐? 자경단은 당장 저놈들을 포박해서 검문으로 끌고 가라!”

“잠깐만, 잠깐만.”

남하림은 이들이 달려들기 전에 손을 뻗으며 움직임을 막아섰다.

“검문에 간다고 하시니, 우리들이 알아서 걷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잡고자 하는 사기꾼들은 우리가 아니외다.”

“이놈들이 어디서 발뺌을 하는 것이더냐? 분명 사기 친 놈들의 인상착의가 네놈들과 똑같거늘!”

“거야, 당연하지 않소이까? 걸협오성을 흉내 냈으니 똑같겠지요.”

“사기꾼 놈이 말이 많다. 닥치고 포박을 받아라!”

“나참, 포박 안 해도 그냥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람 말귀가 이리 어두워서야.”

“뭣이라……!”

“갑시다. 앞장서세요. 검문으로 조용히 따라갈 테니.”

검후를 만나야 하는 입장이니, 검문과 최대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아야 했다.

“그럼 포박은 하지 않겠다. 대신 무기를 버려라.”

“조용히 따라간다고 하지 않소이까. 우리가 진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굳이 무기까지 버릴 이유가 있습니까? 고작 다섯 명이고.”

여주미는 매섭게 남하림을 노려보았다.

하기야 무기가 있다고 해서 이곳을 빠져나갈 순 없을 터.

“좋다. 가자. 검문에 가서 네놈들이 지은 죄를 하나도 빠짐없이 파헤쳐 주지.”

* * *

검문의 성문은 웅장했다.

중원의 천하오대검가(天下五代劍家) 중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는 검문.

“오우, 멋지군.”

예상보다 더 웅장한 검문의 성문을 보며 남하림은 감탄했다.

‘그분의 검이구나.’

이휘연은 성문 위에 걸린 현판을 올려다보았다.

검문에 꼭 한 번 찾아와 보고 싶었던 이유.

현판에 새겨진 ‘검문’이란 두 글자는 초대 검후가 검으로 새긴 글씨였다.

‘이토록 웅장한 검을 펼칠 수 있었다니…… 초대 검후의 검을 한번 견식해 봤으면 좋았을 것을.’

“뭣들 하느냐?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주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하림 형, 목소리 진짜 장난 아니다. 철판도 뚫을 듯.]

[어디 아픈 사람 같다.]

팽유도와 남하림은 전음으로 소곤거렸다.

끼이익-

검문의 성문이 열렸다.

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문을 위해 우선 자경전으로 향했다.

“네놈들은 자경전으로 가서 곧바로 심문을 받을 것이다.”

“우릴 누가 심문하는 것이오?”

“본 문의 장로님께서 나오실 거다.”

“아항…….”

여주미는 당당하게 자경전으로 앞장섰다.

웅성웅성.

그사이 소문이 퍼졌는지 여기저기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저들이 가짜 걸협오성이야?”

“어머, 정말 잘생겼네!”

“그러게. 저 사람은 진짜라고 해도 믿겠어.”

“전부 기도가 보통이 아닌데? 나쁜 사람 같지도 않고.”

“정말 그놈들 맞아? 저번 문책 때문에 괜한 사람 잡아온 게 아닌가 몰라.”

‘저년들이…….’

여주미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보고 눈을 흘겼다.

자경전에 들어서자, 미리 연락을 받은 자경장로가 눈에 힘을 주며 기다리고 있었다.

‘저놈들이군.’

자경단원들에게 포위당한 채 들어선 다섯 명의 사내들.

“뭣들 하느냐. 무릎을 꿇지 못할까?”

“누구신지?”

“어허, 건방진 놈이로구나. 저놈들의 무릎 꿇려라.”

척척.

자경단의 무인들이 강제로 무릎을 꺾기 위해 다가섰다.

파아앗!

다섯 명은 동시에 내력을 외부로 쏟아냈다.

“아악!”

“악!”

자경장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놈들…… 은 누구냐?

남하림은 허리에서 신패 하나를 꺼냈다.

“제 신패입니다.”

“우리 것도 여기 있습니다.”

네 사람도 허리에서 신패를 꺼내 들었다.

“저자들의 신패를 가지고 오너라.”

자경단 무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남하림부터 다섯 개의 신패를 받는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

#NAME?

#NAME?

#NAME?

#NAME?

#NAME?

다섯 개의 개방 신패.

시선이 마주치자,

히죽.

미소를 짓는 남하림을 보며 그녀는 당황했다.

‘지, 진짜…… 걸협오성이잖아…….’

그녀는 울상을 한 채 상관인 여주미를 올려다봤다.

“허어! 뭣을 하는 게냐? 어서 가지고 오지 않고!”

“아, 그게…… 네에…….”

다섯 개의 신패가 자경장로 앞에 내밀어졌다.

‘개방…… 신패?’

자경장로는 신패에 적힌 이름을 하나씩 보았다.

사기꾼 가짜가 아닌 진짜 걸협오성이라면 이리도 무례한 행동이 있을 수 없다.

휙!

자경장로의 노기는 바로 여주미에게 향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더냐? 여 단주, 네가 진정 나를 욕보이려고 하는가?”

“예? 장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들은 진짜 걸협오성이거늘. 신패 확인도 하지 않고 무례하게 가짜라고 몰아붙이다니,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나!”

“그, 그런! 믿을 수 없습니다! 신패도 가짜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어…….”

자경장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경단주 여주미를 향해 다가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분들은 걸협오성이 맞아요.”

익숙한 목소리.

“백리 소저?”

“오랜만이네요. 남 대협님.”

남하림의 앞에 선 백리희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검문에 있었습니까?”

“그렇게 되었네요. 근데…… 검문에는 어인 일로 오셨나요?”

“검후님을 만나볼까 싶어 왔습니다.”

“그러시군요.”

백리희가 자경장로 앞에 다가섰다.

“장로님, 저분들은 걸협오성이 맞습니다.”

“크흠, 알겠다. 본 문에서 큰 실수를 할 뻔했군.”

“남 대협께서 장난기가 발동한 모양입니다. 충분히 사전에 신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쯔쯔…… 네가 친분이 있으니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스윽.

자경장로는 남하림을 향해 두 손을 올렸다.

“후개, 여 단주의 실례에 대해서는 본인이 따로 이야기를 하겠네. 미안하게 되었어.”

“아닙니다. 백리 소저의 말이 맞습니다.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고맙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만나도록 하지.”

자경장로는 여주미를 한번 째려본 후 사라졌다.

“여 단주, 제가 이분들을 모시고 가겠어요.”

“…….”

그녀는 자경장로와 백리희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백리희는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섯 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고맙습니다. 남다른 환영인사인지라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운이 좋군요.”

“대협께서도 고민하시는군요. 하긴 검문이 사내들에겐 부담스러운 장소이긴 하죠.”

백리희는 우선 그들을 내화당으로 안내했다.

“조금 불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니오. 여기 있는 자체가 불편해서 상관이 없소이다.”

“후후, 농담도. 세상에 어디에 간들 남 대협께선 불편하지 않을 것이지요.”

“내가 그 정도로 보입니까?”

“일행분들 모두 알고 계신 부분이 아닌가요? 후후, 그렇게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이 검문에 찾아온 용건이 궁금하네요.”

“흐음. 검문에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왔소이다.”

“대답하기 곤란하신 모양이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여하튼 백리 소저의 얼굴이 밝아서 좋습니다.”

“고마워요. 다 왔네요.”

* * *

검후전.

검후 정화진에게 걸협오성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개가 무슨 일로 찾아왔지?’

그녀 또한 중원의 소문을 모두 듣고 있었다.

얼마 전 종남파와 문제가 있었던 걸협오성.

‘제갈령, 무림맹의 군사가 맹주의 이름을 팔면서 허락도 없이 독단적으로 종남파를 치다니……. 야비하군. 대체 맹주께서는 무엇을 하시는지.’

무림맹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었다.

백리세가에 이어 종남파까지.

“걸협오성이 찾아올 정도의 이유라. 설마…… 그것 때문인가?”

구천신품.

정화진, 자신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인물은 세상에 두 명.

무림맹주와 군사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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