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신소소를 지켜라
‘재미있어.’
신소소는 일행이 늘어나자 혼자 다니는 것보다 기분이 좋았다.
다섯 명 앞에서 걸어가는 그녀의 걸음이 가벼웠다.
[하림 형, 어떻게 할까요? 개방으로 함께 가는 것은 아니죠?]
[……애매해졌어. 지금 내가 후개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 않냐?]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함께할 수도 없지 않나요?]
[나중에 적당한 때가 되면 얘기해야겠지. 그리고…… 앞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빨리 치워야겠다.]
[알겠어요.]
휙!
팽유도가 옆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앞서가던 신소소가 몸을 돌려, 옆으로 사라지는 팽유도를 가리켰다.
“어디 가는 건가요?”
“갑자기 속이 안 좋다고 해서.”
“또? 그럼 우린 여기서 기다려야겠네요.”
“괜찮아. 곧바로 따라올 거야.”
“알겠어요.”
휙휙-
옆으로 빠진 팽유도는 묵흑반도를 손에 쥐고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지금까지 두 번 산적들과 마주쳤고,
지금은 벌써 세 번째.
하남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라 유난히 산적들이 많이 출몰했다.
‘헤헤.’
팽유도는 나무들 사이에서 숨소리까지 죽이며 숨어 있는 산적들을 찾아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겠지!’
파앗-!
팽유도가 산적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예전보다 강해진 그에게 이들은 몸풀이밖에 되지 않았다.
‘뭐지?’
숲속에서 먹잇감의 빈틈을 노리던 아랑채주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빠르게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한 명?’
그는 잽싸게 대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
타악!
순식간에 접근한 팽유도가 발을 뻗어, 대도를 잡아당기던 아랑채주의 손을 찼다.
“악!”
아랑채주의 손에서 날아간 대도가 오 장 밖으로 떨어졌다.
휘익-!
팽유도는 바닥에 내려앉는 동시에 묵흑반도를 수평으로 뻗었다.
“풋, 멋짐.”
옆으로 군더더기 없이 뻗어낸 손동작.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후!”
팽유도가 햇살 같은 얼굴로 만족스럽게 산적들을 보았다.
“헉……!”
산적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어느새 아랑채주의 목 끝에 묵흑반도가 멈춰 있었으니까.
“어때? 멋있지?”
“…….”
“죽고 싶으면 대답 안 해도 괜찮아.”
“아, 아닙니다. 멋있습니다.”
아랑채의 산적들은 채주를 단번에 제압한 상대를 보며 어쩔 줄 몰랐다.
“뭐지? 가만히 있는 걸 보니 두목이 죽어도 좋은 모양인가 본데?”
“이 새끼들이 모두 무기 안 버려?!”
털썩!
채주의 득달같은 명에 수하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하하, 아까 전 놈들은 말을 잘 안 들어서 재미를 봤는데, 여긴 너무 잘 들어서 재미가 없네.”
아랑채주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묵흑반도에 목이 베일 것만 같다.
“저어…… 대, 대협…… 그만…… 목에서…….”
“살려주는 대신, 조용히 짜지는 게 좋겠지? 그럼 그냥 지나가 줄게.”
“당…… 연한 말씀…… 이십니다.”
스륵-
팽유도는 그를 풀어주었다.
“그럼 수고들 하시오.”
“아…… 살펴 가십시오.”
아랑채주가 고개를 들자 묵흑반도를 펼친 사내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도신…… 도신을 만났어…….’
* * *
스륵.
흑의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인가?”
홀로 바둑판 앞에 앉아 돌을 놓던 노인의 손이 멈추었다.
“주군, 신려세가의 작은 새가 새장을 나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나 무작정 가출을 한 듯합니다. 신려세가 호위대가 찾고자 나섰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호위대까지 나섰다…… 그 물건까지 몸에 지니고 있단 말이군.”
“그런 듯합니다.”
“크크큭, 당황한 신 가주의 얼굴을 보고 싶어지는군.”
타악!
흑돌이 놓였다.
“아마도 자신의 노리개가 어떠한 물건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멍청한지고. 신 가주도 그런 중요한 물건을 계집애 노리개로 주다니…… 정신이 나갔군.”
“아마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허어…… 아무리 등잔 밑이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계집아이이거늘.”
“주군. 일단 살각을 먼저 풀었습니다.”
“살각 가지고 되겠느냐? 상대가 신려세가의 호위대라면 까다로울 수 있지. 살천성이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살각주도 함께 움직인다고 합니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가 확신을 한다면 맞겠지.”
척.
흑의사내는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잡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지. 자네가 수고를 해주시게나.”
* * *
‘흐음…… 진짜 거지들인가?’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탁자에 한가득했다.
“역시 거지는 아니었네.”
혹시나 신패나 매듭이 있는지 슬쩍 살폈지만 볼 수 없었다.
신소소는 역시 돈 있는 사람들이 요즘 유행하는 거지 놀이를 하는 거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섯 명이 음식을 먹는 모습은 도저히 거지로 보이지 않았다.
남하림은 가만히 자신들을 보는 신소소와 시선을 마주쳤다.
“더 먹지 않고?”
“많이 먹었어요.”
그녀는 대답하면서 남하림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면 잘생겼어. 그 거지 옷 벗고 정상적인 거 입으면 여자들이 많이 따르겠어요.”
“보는 눈은 있군. 좀 따르긴 해. 아마 줄을 세우면 여기에서 저어어어기 보이는 나무까지 두세 번 왔다 갔다 해도 모자랄 거다.”
“조금 띄워주니 기고만장하신 게 재수가 없네요.”
“아하하, 사실인데. 왜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면 믿지를 않지?”
“좋아요. 그렇다고 치죠. 그럼 왜 이렇게 살아요?”
“그건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기 때문이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데요?”
“일단…… 중요한 건 나이.”
“몇 살까지?”
“한두 살 정도로 많고 적고. 다섯 살 까지는 아니야.”
“그래도 도둑놈 심보는 아니네요.”
“고맙다. 그다음엔 단아하고 청초하고 조신한 성격이면 좋겠지. 이런, 그러고 보면 너와는 정반대 같군.”
“우엑, 이 양반이…… 꿈도 크네요. 그런 여자가 할 일 없이 당신을 따르겠어요? 나라도 자뻑이 심한 사내는 싫어요.”
“야, 너도 잘생긴 후개 만나러 가는 거 아니냐? 자뻑은 뭔데?”
“그건 인정. 자뻑은 잘난 체가 심한 사람요.”
“크흡, 하하하!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안 되면 혼자 살고.”
“축하해요. 혼자 살겠어.”
남하림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스윽-
곧이어 객루의 총관이 직접 두 손에 쟁반을 들고 나왔다.
“본 루의 특제 후식으로 청화과(淸花果)를 준비했습니다.”
“고맙소.”
각자의 앞에 청화과가 놓였다.
“시원하실 것입니다. 드셔보시지요.”
한 잔씩 내려놓는 총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맛있겠는데……!”
성철각이 입맛을 다시며 청화과를 담은 잔을 잡으려고 했다.
스윽.
그때, 당무독이 자연스레 손을 뻗어 성철각의 손을 막으며 먼저 찻잔을 들었다.
‘무독?’
당무독이 먹을 것을 뺏어간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성철각은 손을 뒤로 거두었다.
“총관이라 하셨소?”
당무독이 잔을 비스듬히 눕히자 청화가가 쪼르르 탁자에 쏟아졌다.
“아이고, 우린 시원한 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따뜻한 것으로 가지고 와주셨으면 합니다.”
“아…… 맞네. 난 따뜻한 걸 좋아하지.”
성철각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근데 생각해 보니 이 귀한 차를 그냥 버리기엔 아깝군요.”
당무독이 자신 앞에 놓인 청화과를 들어 총관에게 내밀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총관이 마셔도 좋습니다.”
“아, 예에…… 나중에…… 나중에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점소이에게 눈치를 주면서 빠르게 청화과를 도로 챙겼다.
후다닥.
총관과 점소이가 주방으로 다급히 사라졌다.
남하림이 전음으로 물었다.
[무독, 안에 독이 있었던 거야?]
[내가 촉각이 예민하잖아. 누군지는 모르지만 청화과에 독을 풀었어.]
[으음…… 뭐지? 원한 사는 짓은 안 한 것 같은데. 우리가 얼마나 착한 일을 많이 했는데 말이야.]
[이 정도의 독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전문적인 살수집단밖에 없어.]
당무독은 미량의 독이라도 주위에 있으면 손에 느낌이 왔다.
[살수들이 우릴 왜?]
[그건 잡아서 물어봐야겠지.]
스윽-
남하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주방으로 움직였다.
죽음의 냄새.
살향이 느껴졌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기.
주방으로 들어선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살수가 확실하군.’
짧은 시간, 주방에 있던 모든 사람을 죽이고 사라졌다.
“전부 독에 당했어.”
당무독이 따라 들어와, 곧바로 목구멍에서 피를 흘린 시체들을 살폈다.
“구항독(口亢毒)인 것 같아.”
“중원에서 흔한 독인가?”
“알려지긴 했지만 흔한 정도는 아니야. 주로 살천성 살각에서 만들어서 사용하는 독이고.”
“살천성의 살각? 그들이 우릴 왜 건드리지? 원망을 산 일은 없는데?”
“우리가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아니라면…… 저 녀석?”
스윽-
남하림은 세 사람과 앉아 있는 신소소를 보았다.
“설마 신려세가에서 살각에게 청부하진 않았을 테고…… 어떤 놈들이지?”
“부장, 이상하게 꼬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모르는 척하고 저 녀석과 헤어지면 우린 나쁜 놈이겠지?”
“아마도.”
“흐음, 개방에 데리고 가느냐, 아니면 신려세가에 데려다주느냐, 둘 중 하난데.”
“우리가 신려세가까지 가기엔 애매한 거리야. 차라리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 중간에서 만나자고 하면 어떨까?”
“그게 좋겠군. 우리와 함께 있을 동안만 좀 봐주면 되니까.”
남하림과 당무독은 주방을 나와 탁자로 돌아갔다.
신소소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눈치챘다.
“무슨 일 났어요?”
“주방에 있던 이들이 중독된 상태로 모두 죽어 있어.”
“……!”
당무독의 말에 신소소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를 죽이려고 했는데 그들이 실패해서, 입을 닫기 위해 죽인 것 같아.”
“형, 어떤 녀석들인가요?”
“살각의 독을 사용하는 인물들이야.”
“살각이라면 살수인데? 우리가 살수에게 청부받을 짓을 했나 모르겠네. 그게 아니라면…….”
팽유도는 말을 하면서 신소소를 보았다.
“나도 나쁜 짓 안 했어요! 지금까지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살았는데!”
“정확한 이유를 모르니 일단 여기에서 나가지. 눈과 귀가 많아.”
“객잔의 사람들은?”
“알아서 나갈 거야.”
남하림의 의견대로 객루를 나온 일행은 의논하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움직였다.
다리 밑.
거지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유구한 역사의 장소.
“형, 여긴 조용해서 좋네.”
다리 밑에선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편안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있으니 진짜 거지 같군. 거지긴 하지만.”
“그러게.”
남하림은 우선 신소소의 정체에 대해 캐묻기로 했다.
“신려세가의 사람인 것은 알고 있어. 사실대로 말해봐. 무슨 짓을 하고 나왔지?”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시장 구경을 하러 나왔다가 무작정 도망친 것밖에 없다고요.”
신소소의 눈동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놈들의 살인 대상은 우리 아니면 이 녀석인데…… 아직 확실치 않으니 장담을 못하겠군.”
“저어…… 근데 내가 아니라면 당신들은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기에 살수가 죽이려고 하나요?”
“무슨 짓을 하다니. 우리가 얼마나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알아?”
“설마요. 지금까지 하는 것을 봐서는 나쁜 짓만 골라서 한 것 같아요.”
“이게…….”
“으악! 농담도 못 해요?”
남하림은 진지하게 신소소를 보며 물었다.
“만일 살각에서 우리가 아니라 너를 죽이려는 거라면 어떻게 할 거야?”
“…….”
신소소는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만일 그 말이 맞다면 자신 때문에 이들 다섯 명에게 피해가 갈 테니까.
“그럼 우리 여기서 헤어져요. 저 때문에 죽을 순 없잖아요.”
“아니, 우리가 듣고 싶은 답은 그게 아니야.”
“그럼요?”
“네가 신려세가에 돌아가야 한다는 거지.”
“어떻게요? 돌아가고 싶어도 너무 멀리 왔는데?”
“방법은 우리가 찾아볼 테니, 개방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거다?”
“……알겠어요. 그분을 만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목숨이 중요하지. 진짜 인연이 있음 만나게 되겠죠.”
“잘 생각했다. 혹시 우리가 그를 만나면 이야기나 잘해줄게.”
“……고마워요.”
남하림은 우선 신려세가에 먼저 연락을 보내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분타가 어디지?”
“마양분타가 있을 겁니다.”
“휘연 형하고 유도가 같이 갔다 오면 좋겠어.”
“알겠다. 우린 중간 지점으로 바로 가마.”
* * *
‘허어…… 이 녀석이…… 대체 어디를 간 것이냐?’
신려세가 가주 신명항은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온다면 맘대로 시집보내겠다는 소리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으마.”
시녀 홍화에게 들으니, 나이차가 너무 많은 남자와 결혼하기 싫어했다고 한다.
최근 이상형은 개방의 영웅 후개라면서.
신속하게 호위대를 풀었지만 딸내미의 행방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찾을 수 있는 반경을 넘어서고 있었다.
후다다닥-!
“가주님, 가주님!”
시름에 잠겨 있던 신명항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컹!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다급하게 달려오는 수하의 뒤로 허름한 거적때기를 두른 거지가 함께 들어섰다.
“개방에서 오셨습니다!”
“개방?”
예전이라면 모를까, 걸협오성의 위명이 중원을 떨치고 있는 지금은 개방의 거지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개방에서 무슨 일이오?”
“멀리서 후개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왔소.”
“방금 후개라 했소?”
“그렇소.”
“그가 뭐라 했길래?”
“잠깐 주위를 물리지요.”
‘주위를 물리라?’
“알겠소이다. 안으로 드시오.”
의창에서 가장 가까운 남양분타주 허지웅은 그를 따라 사방이 막혀 있는 방에 들어섰다.
“됐소이다. 여기에서는 우리 말을 듣는 귀는 없을 것이오.”
“후개께서 말씀하시기를, 말썽꾸러기는 안전하게 데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소.”
“……후개가? 정말이오?”
정파에서 자신의 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허지웅은 신명항의 미심쩍은 표정을 금세 알아챘다.
“그렇소. 그분이 안전하다고 한다면 안전한 것이오. 굳이 정사(正邪)는 의미가 없다고 하셨으니까.”
“아…… 하하…… 정말 고맙소이다. 혹시 다른 말은? 아니, 도대체 어디 있답니까?”
“하장촌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세가에서 빨리 사람을 보내라고 하셨소이다.”
“허어…… 허허, 정말 다행이군. 개방에 빚을 졌소이다.”
허지웅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근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나 살각에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소이다.”
‘살각에서!’
살각은 살천성을 이루는 네 가문 중 한 곳.
비록 천사혈천이십문의 한 문파라 하나 신려세과와는 유대 관계가 없었다.
슈우우우우-
신명항의 살기가 터져 나왔다.
‘감히 살천성에서 소소를 죽이려 들었다고……? 설마…… 그놈들이 그 아이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단 말인가?’
그는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거렸다.
자신밖에 모르는 극비.
‘이런…….’
그때, 갑자기 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신소소의 생일날.
몇 안 되는 지인들 앞에서 그 아이가 자랑한 적이 있었다.
‘젠장…… 그때 누군가 알아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