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르골 소리가 울렸다. 나는 피곤한 얼굴을 베개에 파묻으며 잠시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 아니었던가. 집사 윌리엄의 손이 부드럽게 어깨를 흔들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주인님. 벌써 12시입니다.”
“12시?”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늦잠을 잔 적이 최근에 있었나. 하지만 피로는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것은 어제 오후였다. 션과는 여전히 1, 2주 텀으로 금요일 밤에만 만나고 있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없다 보니 헤어지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곤 했다. 집에 있는 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느슨해지는 탓인지 섹스를 하고 나서 바로 일어나 나오게 되지 않는다.
따뜻한 체온을 벗 삼아 침대 속에서 잠시 누워 있다 보면 잠들기 일쑤였고, 션도 토요일 근무가 있는 날이 아니라면 내가 일어날 때까지 침대 속에서 뭉그적대면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깨어나고 나면 아침에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잠시 멍하게 어제 일을 생각했다. 어제는 더 길었다. 깨어나자마자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고, 부드럽게 몸을 맞대 비빈 모닝 섹스 후에 일단 집에서 나올 준비를 마치긴 했었다. 토스트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에 옷을 갖춰 입고 욕실에 있는 션에게는 빨라도 30분은 기다렸다가 가라고 말하고 현관으로 나서는데, 가운 차림으로 계단까지 뒤따라온 션이 손목을 낚아챘다.
‘빨고 싶습니다.’
무슨 말인지 잠깐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벽에 기대어 놓고 그가 뺨을 쥐고 허리를 감으며 입을 맞춰 왔다. 깊게 혀뿌리까지 빨리면서 어차피 4층 계단으로 올라올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내버려 두었더니 그는 나를 다시 집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소파에 앉혀 놓고 성기를 빨기 시작했다.
퉁퉁 불어 터질 정도로 하루 종일 션에게 오럴을 받았다. 침실까지는 어떻게 갔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다리를 벌리고 션의 머리를 허벅지로 조인 채 뒤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손가락으로 애무받았다. 이틀 연속 삽입은 몸에 무리가 되니까 하지 않았더니 미진하게 아쉬움이 남아서 아직까지도 무지근하게 그 감촉이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딱히 빨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경험이 대부분 원나잇이었던 만큼 그런 것을 한 적도, 받은 적도 드물다. 콘돔 없이 생으로 남의 입 속에 사정하는 경험은 오싹했다. 손으로 션의 것을 처리해 주면서 역시 콘돔 없이 삽입하면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실천할 생각은 없지만.
온종일을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며 보내다가 저녁이나 되어서 집에 돌아왔으니 아직까지도 피곤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만나는 횟수 자체도 늘었는데 섹스 횟수는 그보다 훨씬 늘었다. 마음은 편하고 욕구불만이 쌓이는 일도 없지만, 딱 그만큼 게을러지는 것을 느낀다. 일탈조차 규칙적이었던 생활이 점차 느슨해지고 예정 외의 일이 많아진다. 솔직히 만족스러웠지만, 스스로에게 적절한 스트레스를 부과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때 문자 알림이 울렸다. 그것 봐라. 역시 예정 외의 일이 생기고 만다.
나는 팔을 뻗었다. 윌리엄이 핸드폰을 가져다주었다. 역시 션에게서 온 것이었다.
[아직 주무시고 계신가요? 해가 중천입니다:)]
[점심은 드셨어요? 저는 오늘은 카레를 했답니다.]
그리고 냄비를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껐다. 어제 꺼 놨어야 했는데 말이다. 션은 쓸데없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내는 경향이 있다.
침대에서 내려오자 윌리엄이 가운을 걸쳐 주었다.
“3시에 승마장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저녁에는 룅힐드 부인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실 거고요.”
“기억하고 있네.”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그는 최근 나의 외박이 잦은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렇다고 남자와 자느라 집에 들어올 틈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므로 그냥 입을 다물었다.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클럽에 얼굴을 내밀었다. 일요일 오후에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별로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만 하고 나면 방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굳이 나오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가끔씩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군소리가 돌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유가 있을 때는 잠깐이라도 들르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쁘지 않다. 이것도 가문의 평판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일 중에서는 가장 편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락의자에 몸을 묻은 채 느긋하게 시가를 물고 지난주의 신문과 잡지를 체크하는데, 당구대에 들러붙어 있던 얼스터 백작 리암이 큐대를 쥔 채로 만세를 부르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게 누구야? 유령이 되신 헤리퍼드 공작 아니신가?”
“오랜만이군, 리암. 유령이라니?”
“소식은 들리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까 유령이지. 요즘 뭘 하고 있는 거야? 클럽에서도 안 보이고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고 골프 모임에서도 탈퇴하더니. CE에서 뭘 어쨌다더라 하는 이야기야 있지만.”
“흠.”
리암이 골동품에 금이 가 있는지 아닌지 관찰이라도 하려는 듯한 태도로 나를 살피며 한 바퀴를 빙 돌았다. 그는 내 육촌 친척으로, 나이가 비슷하고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이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살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어이가 없어서 잡지를 내려놓고 똑바로 쳐다보자 그가 “아니, 아니.” 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내 건너편에 털썩 앉아 보려던 책자들을 모조리 밀어서 치워 버렸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리암은 흔들리지 않고 관찰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왜?”
“애인 생겼지?”
그가 단정적인 말투로 물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여자였다면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을 테니, 남자?”
“뭐?”
이번에야말로 헛웃음이 소리가 되어서 목구멍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러나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이 손끝까지 번졌다.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몸을 안락의자에 고정한 채로 나는 의도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나 리암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렇잖아. 아일라가 파리로 가 버린 게 정부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 그러면 너도 새로운 상대가 생길 법한데도, 헤리퍼드 공작께서는 아직까지 아일라를 제외하고는 어떤 여자에게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지. 하다못해 하루의 불장난이라는 것조차 나타난 적이 없으니. 그럼 고자이든가, 게이이든가 둘 중 하나일 텐데, 고자라는 설은 내가 밀고 싶지 않으니 게이라는 것으로.”
“내가 그 말에 모욕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리암?”
“넌 과민반응을 하면 오히려 가십이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리암이 키들거리면서 웃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남자든, 여자든.”
“없네.”
“정말이야? 흐음. 내가 그런 거 눈치채는 데는 아주 비상한데.”
그가 다시 한번 나를 뜯어 보았다. 나는 혀를 차면서 잡지를 도로 펼쳤다. 리암의 장난질을 일일이 상대해 주다가는 끝이 나지 않는다.
“없어. 나한테는 아일라뿐이라는 거 알잖아.”
“부정할 수가 없군. 슬프게도.”
리암이 가볍게 말했다. 있다고 해도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맞받자 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쨌든 엘리엇, 놀이라면 좀 더 가볍게 하는 쪽이 좋아.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고 하잖아. 완강하게 감정이 없다고 주장하는 쪽이 상대를 훨씬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닐까?”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거로군.”
“감정적인 문제에 관해서라면, 널 믿느니 내 눈을 믿는 쪽이 훨씬 확실하거든.”
“리암, 지나친 부정이 진지한 생각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자네 말을 부정하는 건 아닐세. 그러나 자네가 어째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군.”
리암이 얼굴을 굳혔다. 나는 잡지를 덮었다.
“자네는 나를 알고 있지 않나. 아일라조차도 나에게 자네가 말하는 그런 종류의 ‘사랑’은 느끼게 하지 못했어. 지금도 역시, 내가 그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내가 아무리 진지해져도, 아무리 깊어져도, 결코 그것으로 인해 인생을 파멸시키는 일은 없어.”
“그래. 그렇지.”
그가 혼잣말처럼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간혹, 자네가 자꾸만 나에게 경계시키는 것이 도리어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우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네.”
“아니, 엘리엇. 나는 네가 감정을 다루는 것에 경험이 적기 때문에 그저 염려가 되어서…….”
“리암, 지금까지 나는 내 지위와 입장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네. 그리고 지금의 상태가 좋아. 격렬한 감정이나 탐욕은 나에게는 독이 될 뿐이야. 알고 있지 않은가.”
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좋아.” 하고 작게 대꾸하고 나는 내려놓았던 잡지를 다시 들었다. 진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되었다. 사실 리암은 이런 식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 걸맞은 상대도 아니었다.
“룅힐드 부인의 출판 기념회에는 참석할 건가?”
“초대장은 받았었지만, 오늘은 다른 사람과 선약이 있어서. 너는 참석하나?”
“얼굴은 내밀어야지. 자네 말처럼 유령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가 약간 웃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를 하고 풀쩍 자리에서 뛰듯이 일어섰다. 카드 테이블에서도, 당구대에서도 리암을 불렀다. 리암은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비비면서 당구대 쪽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약간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다가와 시야를 가렸다. 나는 시가 끝을 약간 씹으면서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몇 번 보아 낯은 익었으나 정식으로 소개받은 적은 없는 사람이다. 곁에 선 것은 골프 모임에서 알고 지내는 오닐 경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공작 합하. 소개해 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잠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시가를 내려놓고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사람을 아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소개받은 풀러 씨는 오브라이언 보안 회사의 CEO였다.
내가 다소 관심 있게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주위에서는 이상하게 여기는 듯했지만 말이다. 별로 작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 적이 없는데도 어쩐지 그런 사람으로 인상이 박혀 있는 것 같던데,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 *
출판 기념회는 일찌감치 끝났으나 그 뒤로 자리를 옮겨 연회가 계속되어, 결국 귀가한 것은 한밤중이었다. 연미복을 벗고 샤워까지 마친 후에 핸드폰이 생각나서, 꺼 두었던 전원을 다시 넣었지만 그사이에 들어와 있는 연락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무릎에 내려놓고 오늘 리암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가 걱정할 정도로 나는 변했나? 그럴지도 모른다. 생활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자각은 있다. 션이 나에게 있어서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 같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욕망을 느끼고, 같이 있는 시간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란다거나 과거를, 혹은 미래를 공유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리워한다거나 애가 타는 기분도 느끼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욕망을 느끼는 것을 고맙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가 흡족하거나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몸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일라처럼 사랑스러워, 무엇이든 그 입에 맛있는 것을 넣어 주고 싶고, 편안히 잠든 모습이 보고 싶고, 웃는 얼굴이 애틋한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성욕과 사랑을 연결시킬 수 없다. 아일라를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안고 싶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션에게 안기고 싶으면서도 그에게 그 이상의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
성욕 역시 사랑에서 중요한 일부분이고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보다 내밀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유일무이하다거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윌리엄이 따뜻한 허브티를 가지고 들어왔다.
“이제 주무셔야지요. 내일 아침에도 출근하셔야 합니다.”
“이걸 마시고 자도록 하지. 자네도 가서 쉬게. 이건 내일 치워도 괜찮으니까.”
“예, 주인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너무 늦게까지 깨어 계시면 안 됩니다.”
그럴 작정은 없다고 웃어 보이자 그가 정중히 허리를 굽혀 다시 한번 인사하고 물러나갔다[email protected]났다.
나는 무료하게 찻잔을 입에 대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괜스레 그간 주고받은 이야기를 쭉 훑었다. 참 무시한 경우가 많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리암의 말처럼 너무 진지하게 거리를 두려고 한 것도 오히려 상대에게 무게를 두고 있다는 반증이긴 할 것이다.
[이제 귀가했네.]
나는 짧은 문장을 보냈다. 집에 도착한 것은 삼사십 분 전이지만, 그런 것까지 말하기는 너무 복잡하다.
밤늦은 시간이라 방해가 될까 염려했는데,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놀라서 전화를 받았다.
「주무실 건데 제가 방해를 한 건 아니죠?」
득달같이 걸었던 주제에 션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차를 한 잔 마시고 잘 작정이었네. 나야말로 자네의 잠을 깨운 것은 아니지?”
「예. 어쩐지 잠이 오지 않더라니 엘리엇 씨와 통화를 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오늘은 어떠셨습니까?」
“어떻다니?”
「하루 잘 보내셨는가 하고요.」
나는 잠깐 생각해 보았다.
“뭐, 평범하다네. 딱히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고. 자네는?”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었으니까요.」
“카레는 맛있던가?”
「저 요리 꽤 잘합니다. 자취 경력이 길거든요.」
“그런가.”
「그, 저어……. 싫지 않으시다면, 금요일에 저녁을 함께 드시지 않겠습니까?」
새삼스러운 제안이었다. 아파트에서 종종 자게 되면서 거기에서 브런치를 먹게 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예 가정부에게 냉장고를 채워 두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같이 뭔가를 먹는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제법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굳이 션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션이 부끄러운 듯이 약간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뭔가 만들어 볼까 하고요.」
“그래?”
별로 맛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한 끼 한 끼에 그렇게 신경 쓰는 편도 아니고 말이다.
“다음 주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아직 확실히 모르겠군. 별다른 일이 없다면 같이 할 수 있을 거야. 늦어도 수요일 저녁까지는 알려 주겠네.”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는데…….」
“부담이라는 건 여력이 닿지 않는데도 시간을 내는 경우에 쓰는 말이지.”
「그것도 그렇군요.」
션이 웃었다.
차를 마신 몸이 따뜻해졌다. 포트에 약간 남아 있는 진한 차를 마저 따라 마시고 나는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이만 자야겠네. 자네도 쉬게.”
「예. 엘리엇 씨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목소리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남았다. 전화를 끊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