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30/31)
외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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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학은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버스 계단을 내려왔다. 풀벌레 소리만 이따금씩 들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이제 저가 정을 붙여야 할 곳이었다. 낮에는 직장인들과 밤에는 네온사인이 화려한 골목을 누비며 다니던 생활은 어제부로 끝이 났다.
계기는 단순했다. 밤샘을 거듭하며 파고든 사건이 윗선에서 덮으라고 염불을 외던 일이었다. 잘 나가는 모 국회의원의 아들이 유력한 용의자라 수사에 더러운 알력이 끼어들었다.
남들은 모른 척했으나 상학은 확신했다. 그놈이 범인이었다. 피해자의 부모가 시체를 보고 오열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상학의 눈에 어른거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고 싶었다. 그래서 끼니도 거르고 일에 매달렸다. 상사가 그러다가 모가지 날아간다고 경고해도 언젠가 정의는 승리할 거라고 상학은 믿었다.
그러나.
정의를 좇은 결과가 겨우 이거다. 사건은 질질 끌다가 어영부영 타 부서로 넘어갔고, 상학은 강제로 전출되었다. 씁쓸한 입에 담배를 물고서 상학이 저벅저벅 시골길을 걸었다. 움푹 패고 금이 간 콘크리트 바닥만이 상학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