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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5화 (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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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는 신기한 얼굴로 봉지를 바라보다 나를 본다.

이게 뭔지 대충 감이 온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봉지를 열었다.

역시 그 봉지 안에 있는 건 하얀 봉투였다.

다연이의 엄마라는 사람이 다시 가져간,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최소한의 엄마 노릇이라고 생각했던 건가.

마음에 들진 않는다.

자식을 버리고 간 부모는 뭘 해도 그저 자식을 버린 부모, 그 이상도 아니다.

하지만.

“....”

그래도 어떤 마음으로 이걸 여기 놓아두고 간 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잠깐 고민하다 봉지를 집 안으로 넣는다.

여자가 이 돈을 내밀었을 때는 솔직히 받을 수 없었다.

내가 이 돈을 받으면 꼭 다연이를 100만원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 돈은 많을 수록 좋을 것이다. 특히 이제부터 다연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기에 이건 오직 다연이를 위해서 쓸 것이다. 내가 아닌 다연이를 위해서.

“그거 뭐야?”

뒤에 있던 다연이가 작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응.”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실대로는 말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가자.”

“응.”

나를 따라서 다연이가 뒤뚱거리며 걸어왔다.

엄청 큰 옷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조만간 필요한 옷들도 사야겠다.

빌라 입구에서 다연이가 멍하니 빗속을 보고 있다. 새로운 곳에서 보는 비 내리는 풍경이 조금 신기한 것 같기도 하다.

“비가 많이 오네.”

나도 그 앞에 서서 혼잣말을 한다.

아까보다 더 많이 쏟아지는 것 같다. 우산도 하나 밖에 없는데.

“응, 많이 와.”

바깥을 보며 걱정하고 있을 때 다연이가 말했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자기한테 말한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귀엽네.

“그래.”

그러자 다연이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는 우산이 하나밖에 없다.

혼자 살았을 뿐더러 고작해야 가게와 집을 왔다갔다 할뿐이었으니까.

그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다연이는 어떡하지.’

나와 같이 우산을 쓰고 가기엔 너무 작다.

작아서 비에 맞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 두고 가기에도 불안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다연이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비 맞아도 괜찮아.”

“응?”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몰라서 다시 되물었다.

“우산 하나밖에 없어서 비 맞아도 괜찮아..”

다연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온전히 나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다연이는 버림 받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에게 피해가 되길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학대를 당했던 내 어릴 적의 기억과는 다른 이유였다. 두려워서 한 그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다연이를 젖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우산이 하나라도 방법이 있으니까.

“비 안 맞아도 돼.”

나는 후드 집업에 달려있는 모자를 씌운다.

모자가 너무 커서 얼굴이 다 파묻혔다.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나를 보는 다연이.

나는 우산을 펴고 한 손에 다연이를 안았다.

“와...”

누군가를 이렇게 안은 적이 없어서 조금 어색하지만 다연이는 괜찮은 것 같았다.

“갈까?”

“응!”

쏴아아.

비가 부서질 듯 우산을 때린다.

혹시 찢겨나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는 쏟아져 내렸다.

내 왼팔에 안긴 다연이는 신기한 듯 나를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다시 거리를 쳐다보았다.

마트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내가 매일 장을 보러 오는 곳.

마트 안으로 들어가니 카운터에 있는 아주머니가 인사를 한다.

“어, 안녕. 웬일이야. 이런 시간이 다 오고.”

아주머니는 조금 놀란 얼굴로 말했다.

매일 이 곳을 방문하긴 했지만 이 시간에 오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 애는 누구야?”

아주머니는 내 품에 안긴 다연이를 보며 말했다.

“동생이요.”

“동생? 동생이 있었어?”

“네, 있어요.”

마트 아주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을 걸어주곤 했다.

그만큼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니까.

품에 안긴 다연이가 풀썩 내려왔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연이를 잡아먹는 것 같은 모자를 벗는다.

“와, 오빠 힘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작게 말하는 다연이.

“얘가 네 동생이라고?”

아주머니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나 스스로는 다연이와 내가 닮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네.”

“오빠 동생이에요.”

작게 말하는 다연이.

아주머니와 눈을 마주치진 못한다.

“아니... 너무 예쁘장하게 생겼네.”

아주머니는 한참 다연이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서 사탕 하나를 꺼낸다.

“자, 이거 먹어.”

“어.....”

다연이가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다시 나를 본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다연이가 어설픈 자세로 허리를 숙인다.

“어머, 귀여워라.”

나조차도 그런 말이 튀어나올 뻔 할 정도로 다연이는 귀여웠다.

다시 눈치를 살피는 다연이. 어떤 말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다.

“먹어도 돼.”

“우와!”

다연이가 받은 사탕을 이리저리 보면서 사탕 껍질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리 해도 잘 까지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해 줄게.”

내가 까준 사탕을 받은 다연이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오빠!”

오빠라는 말이 이렇게 듣기 좋았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연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청년은 그래도 안 웃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내가 웃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런 말은 익숙하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안 들으면 다행이지.

우리는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온 김에 다연이가 쓸 칫솔이나 빗, 작은 수저 같은 걸 사기로 한다.

우선 이런 것들부터 사고 저녁거리는 마지막에 사자.

옆에서 사탕을 쪽쪽 빨아먹던 다연이는 별안간 놀란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사탕... 엄청 맛있어! 진짜 진짜로!”

그리고 나도 한 번 먹어보라면서 막대 사탕을 들이민다.

“나는 괜찮아. 너 다 먹어.”

“진짜 맛있는 사탕이야! 오빠도 먹어!"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대충 알 것 같았다.

왜 그런 표현을 쓰나 했는데.

“나는 많이 먹었어. 다연이가 다 먹어도 돼.”

“정말? 정말 많이 먹은 거야?”

“응.”

다연이는 몇 번이나 확인하듯 묻고 나서야 막대 사탕을 다시 입에 넣었다.

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엄청 좋으신 분이었구나.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모두 고르고 식품 코너로 향했다.

여러 가지 음식들이 가득 쌓인 곳. 다연이는 그 곳에서 별천지를 보듯 눈을 반짝인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나는 오빠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어.”

아까와 같은 대답이다. 이럴 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안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코너를 돌면서 적당히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본다.

“다연이가 맛있어 할 만한 게...”

혼잣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가지 식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시지도 좋아할 것 같고 햄도 마찬가지겠지.

일단 좋아할 것 같은 건 사 보자. 어차피 오늘부터 다연이는 우리 집에서 살 것이다.

오늘 못 먹으면 내일 먹으면 된다.

그렇게 식품 코너를 돌다가 냉동식품에 시선이 닿는다.

바로 만두.

만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소시지도 좋지만 만두도 괜찮을 것 같다.

만두도 하나 챙기자.

다연이는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내 옆으로 따라 걸었다.

“다연아.”

“응?”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지금 먹고 있는 사탕 같은 거.”

“사탕 같은 거...”

다연이는 사탕을 한 번 쳐다보고 주변에 있는 과자에 눈길을 돌린다.

“나는 오빠가 먹고 싶은 거...”

그렇게 말하다가 너무 많은 과자들에 시선을 빼앗겨 말끝을 흐린다.

“다연이가 먹고 싶은 거 사도 돼. 선물이니까.”

“선물?”

“그래, 오늘부터 같이 사니까 주는 선물.”

“선물....”

작게 되뇌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리고 털레털레 걸어가서 뭔가를 열심히 살펴보더니 양 손 가득 안고 걸어온다.

다연이가 가지고 온 것은 막대 사탕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였다.

지금 먹고 있는 것과 같은 사탕.

“사탕 가져왔어.”

그리고 바구니에 툭 내려놓는다.

먹고 싶은 게 사탕이라니. 아까 먹었던 사탕이 그렇게나 맛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많아?”

다연이가 내려놓은 사탕을 보고 있으니 다연이가 말했다.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내 굳은 표정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일부러 이런 표정을 짓는 게 아니라 원래 이런 건데.

“아니, 그래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안 돼.”

“왜?”

다연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이유인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많이 먹으면 이가 썩거든.”

“이가? 이빨이?”

“응.”

“이가 썩으면 왜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묻는 다연이가 너무 귀여웠다.

다연이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조금씩 가르쳐 줘야겠다.

“이가 썩으면 맛있는 걸 못 먹어. 사탕도 더 못 먹고.”

“사탕! 못 먹으면 안 돼.”

“그러면 조금씩만 먹어야 돼.”

“응.”

우리는 다시 카운터로 간다.

손님이 많이 없었기에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사탕 맛있었어?”

“응! 엄청 맛있었어!”

조금 전만 하더라도 조심스럽더니 그것마저도 이결 낼 정도로 사탕이 맛있었던 모양이다.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아주머니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산을 시작한다.

평소와 다른 건 옆에 있는 다연이 뿐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다.

이렇게 아주머니와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고 장을 본다는 것도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다.

“너는 이름이 뭐니?”

계산을 끝낸 아주머니가 다연이에게 물었다.

“다연이요! 이다연.”

“다연이. 이름 예쁘네.”

“감사합니다.”

배운 인사도 잊지 않고 잘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인다.

아직 다연이와 만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이런 기분이 드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자, 다연아.”

“응!”

마트에 들어오기 전보다 훨씬 밝아진 것 같다.

고작 사탕 때문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아직 애라서 다행이다.

마트를 나서려던 찰나 입구에 꽂혀 있는 우산이 보인다.

기다란 우산부터 해서 어린이용 우산까지 있다.

앞으로는 다연이도 우산이 있어야 하니까 하나쯤 사둬야겠다.

“다연아, 우산 하나 골라볼래?”

“우산..?”

“응, 다연이가 쓰고 다닐 우산.”

“우사안....”

저벅저벅 걸어가서 우산꽂이 앞에 선다.

형형색색의 우산. 그러나 다연이는 그 중에서 회색의 우산을 들어 보인다.

“이거 할래.”

어린이용 우산은 회색이 없어서 성인용 우산을 들었다.

다른 예쁜 색깔도 많은데 왜 하필 회색 우산을 고른 걸까.

그리고 다연이가 말했다.

“오빠랑 같은 색깔.”

나랑 같은 색.

그랬구나.

벌써 그 정도로 나를 의지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빨리 의지를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도 생각했지만 다연이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떠나갔다.

그 와중에 내가 자신을 키우겠다는 말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다연이가 고른 우산을 더 예쁜 색깔로 바꿔줘야겠다.

“그거 말고 이거 하자.”

나는 그 옆에 있는 노란 꽃무늬 우산을 집었다.

투명한 우산에 노란색 꽃이 그려져 있다.

“오빠랑 같은 색깔하고 싶어.”

아주머니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거랑 비슷한 우산도 있는데. 성인용으로.”

그리고 아주머니가 걸어와서 우산 하나를 꺼낸다.

“우와! 그럼 오빠도 이 우산 해!”

아주머니가 건넨 건 다연이 것보다 훨씬 눈에 띄는 노란색 우산이었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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