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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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아버지는 쓰레기였다.
나를 때리고 술만 퍼 마시는 그런 사람.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외동이라는 것.
그래서 나만 참으면 됐다.
어머니는 그보다 더 어릴 적 돌아가셨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아무것도 없지만 좋은 분이라는 것만 기억난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내 삶을 살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얽매인 삶이 아닌 내 삶을.
어릴 적의 나쁜 기억들 때문인지 나는 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싸이코패스냐는 물음도 받았지만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들 때문에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외동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그런 일을 나만 겪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네 동생이야."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떤 여자가 말했다.
본 적 있는 여자다.
아버지가 종종 만났던 여자. 단지 그것 뿐이었다.
나와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여자.
“그러니까 네가 키워줘.”
나는 그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여자는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고 한 손에는 유치원생 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는 단정했고 예쁘장한 옷을 입고 있었다. 풍겨오는 분위기도 어렸을 적 나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잔잔했다.
아이도 우산 속으로 들어와 있었지만 우산을 하나밖에 들고 오지 않은 탓에 아이는 비에 조금 젖어 있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였지만 여자는 아이를 비에 맞게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아이를 우산 속으로 살짝 당겼다.
"제가 왜요."
"말했잖아. 네 동생이라고."
여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살자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