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화 선의 안배(2)
1781년(개천 506년)
이탈리아.
코르시카.
아작시오.
이탈리아의 섬, 코르시카는 이탈리아반도의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사르데냐와 같이 이탈리아 통일기에 보르자 가문에 의해 왕국의 일원이 된 이 섬은 그간 몇 번의 독립 시도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령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이탈리아 왕국의 역사는 부서진 코무네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그것을 이탈하지 않게 묶어놓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지금은 코르시카와 사르데냐의 사람들도 딱히 살기 좋은 이탈리아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 섬에 사는 서른 살 중후반의 사내, 카를로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막 담배 연기가 자욱한 도박장에서 빠져나와 비틀거리며 집 쪽으로 향했다.
그래, 그의 집. 그의 집이 어디더라?
술에 취한 카를로는 항상 가던 길로 갔다. 그리고 꽤 고급스러운 저택의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의 예전 집은 더 이상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문패에 자신의 이름이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본 카를로가 그제서야 조금 술이 깼는지 울분을 터트렸다.
“에이, 씨. 내 인생은 왜 이 지경이 되어가지고…….”
본래 카를로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카를로의 아버지 주세페는 고향 땅의 유지였다.
주세페는 이탈리아의 지방자치단체인 코르시카 지방의회의 의원이었다. 주세페의 아버지도 그러했고, 주세페의 장남이자 카를로의 형인 세바스티아노도 그럴 운명이었다. 차남인 카를로도 피사의 대학교에서 법률을 공부했기에 가문의 전망이 참으로 밝았다.
그의 가문은 작지만 그렇게까지 비좁지는 않은 이 아름다운 섬에서 나름대로 유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무난히 살아갈 것 같았던 카를로의 가문에는 잇따른 악재가 들이닥쳤다.
주세페가 죽었고, 카를로의 형이었던 세바스티아노도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이제 부오나파르트(Buonaparte) 가문의 운명은 차남 카를로 마리아 부오나파르트의 손에 달리게 된 셈이었다.
처음, 그는 가족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유산을 상속받자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문의 유산은 상당히 많았다.
아버지 주세페는 돈 관리에 유능하지는 않았지만, 고지식하여 자신의 재산의 상당수를 꼬박꼬박 고려의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가 산 고려의 주식은 그가 처음 샀을 때보다 정확히 24배가 불어난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카를로의 아내, 마리아 레티치아 라몰리노도 부오나파르트 가문처럼 코르시카 지역 유지의 딸이었다. 그녀 또한 굉장한 크기의 대농장을 지참금으로 들고 온 상태였다.
하지만 카를로는 심각한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카를로는 절제력이 없었고 이미 쾌락에 중독되어 있었다. 피사에 유학할 당시 그는 방탕한 무리들과 어울려 학업 대신 술과 여자를 탐했다.
그런 그가 청년 시절에 벌써 큰 부호가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절제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을지는 너무나 뻔했다.
카를로의 저택에서는 매일 밤 파티가 열렸다.
그의 파티에는 많은 한량들과 여인들이 찾아왔다. 카를로는 술과 음식이 끊이질 않게 공급했다. 신나는 악단과 축음기, 폭죽과 온갖 볼거리들도 있었다.
카를로의 아내 레티치아는 카를로가 방탕한 행동을 할 동안 타들어 가는 가슴을 두드리며 아이들을 단속했다. 아이들이 질 나쁜 아버지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게 방 안에 있도록 타이르며, 그녀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야만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카를로와 레테치아의 사이에서 무려 아홉 명에 달하는 아이가 태어난 것은 믿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뿐만이랴, 고급형 자동차에 관심이 생긴 카를로는 자신의 주차장에 수십 대의 자동차를 보관해 놓았다. 일부는 아끼느라 타지도 않았다.
주항, 허먼―크리스티안슨 같은 유서 깊고 유명한 명품 차들이 몇 대씩이나 있었다.
카를로는 차량 구매 시 ‘구매자 심사평가’라는 제도가 있어 일반인으로서는 구하기도 힘든 쌍룡자동차에도 관심을 보여 로마지점에 숱한 문의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매번 기각당했다.
고려 황실과 정부의 의전용 차량이자, 도이치와 조선, 백제와 이탈리아의 왕실 차량, 프랑스의 통령 차량 등으로 공급되는 쌍룡자동차는 사람의 직업이나 신분으로 자동차를 판매하지는 않지만, 소유주의 인격은 보았다.
골 빈 멍청이들에게 자동차를 팔아, 그들이 술 취한 채 몰다가 꼴사납게 나무에 박는 경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자동차를 만든 장인들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고려 속담 중엔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다.
카를로의 만행이 그 정도로 그쳤다면 부오나파르트 가문은 괜찮았을 것이었다. 연회의 비용이 대단해 봤자, 카를로의 대농장은 그보다 많은 수익을 내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들은 굉장히 비싸긴 한데, 그래도 카를로의 눈이 꽤 좋아 아무거나 덥석덥석 사진 않았다. 그의 자동차 모음(컬렉션)은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고 정비도 잘해 놓은 상태였으니, 정신을 차린 뒤 중고로 판매해도 엄청난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카를로는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도박에 손을 대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트리온피도, 그리고 그 트리온피를 계승한 트럼프 카드에도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심지어 유럽의 놀이가 아니라 저 멀리 동양의 놀이에도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마작이 있었다.
명나라의 가장 유명한 수출품이 뭐냐 묻는다면, 사람들은 도박이라 대답할 것이었다.
도자기와 비단이 아니었다. 그건 아주 옛날의 이야기였고, 이미 그 시장은 고려가 몇백 년 전부터 독차지해온 상태였다. 도자기라는 단어의 발음이 원래의 뜻 그대로 여러 언어로 쓰이는 것도 그런 현상을 의미했다.
반면 중원의 도박은 크게 융성했다. 시대가 참 막장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중 강화가 다스리는 해남도는 환락의 섬이라고 불릴 만큼 심했다. 마약과 매춘, 도박과 폭력조직의 땅이었다. 그곳과 접한 광동, 오문(마카오)도 그랬다. 마작은 이곳에서 개량에 개량을 거듭했다.
마작은 동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박이 되었다. 이내 이것들은 오히려 유럽과 고려로 퍼져 나갔다. 지나인들과 강화인들은 그들의 위대한 발명품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이었다.
마작에 빠져든 카를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작만 없었다면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대학교 졸업이라도 했을 것이었다. 법률가로서 뭐라도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는 한때 법률가를 꿈꾸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반쯤 폐인이 되어 매일매일 도박장을 기웃거렸다.
카를로는 도박에 재능이 없었다.
재능이 있어도 별반 다를 건 없었을 것이다. 도박은 이탈리아의 폭력조직, 마피아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다. 그들이 작정하고 이 멍청하고 덜떨어진 부호를 등쳐 먹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는 재산을 잃는다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많은 재산도 도박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카를로와 그의 가족들은 금방 가진 재산을 다 잃고 거대한 저택 대신 궁핍하고 꾀죄죄한 집으로 이사 가야 했다.
“이… 이렇게 살 순 없어.”
참다못한 카를로는 누나의 집으로 찾아갔다.
카를로의 누나 게트루데 파라비시니는 현 아작시오의 시장, 니콜라 루이지 파라비시니와 결혼하여 풍족하고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카를로는 그런 누나에게서 조금의 지원을 얻어내고 싶었다.
‘혈육이라면 돈을 빌려주겠지.’
물론 카를로는 이 빌린 돈을 언제 갚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 철썩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누나의 집 앞에서 카를로는 지원은커녕 뺨을 맞았다.
“넌 내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들어처먹지를 않더니, 이제 와서 뭐? 당장 꺼져!”
게트루데는 친정을 망가뜨린 동생을 증오했다.
그동안 게트루데가 대체 몇 번이나 그의 집을 찾아가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했던가. 서럽게 우는 올케를 몇 번이나 다독여야 했던가.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올케에게 직접 돈을 줄지언정, 저 도박에 미친 놈에게 자신의 돈을 줄 순 없었다.
결국 카를로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그래도 꼴에 남편이라고 차려준 딱딱한 빵과 밍밍한 수프가 있었다. 그는 허기를 느끼며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두 명의 아들이 그러한 아버지의 시중을 들었다.
“어머니는?”
“들어가 주무세요.”
“흥, 내가 왔는데 반겨주지도 않고.”
카를로는 꺼억 트림을 하며 찬장을 열었다. 술, 술이 어디 있지?
하지만 잡히지 않는 위스키를 휘적거리며 찾던 그는 이윽고 성질을 냈다.
“니들 내 술 몰래 훔쳐 마셨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카를로는 분풀이를 할 상대가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간 ‘교육 시간’이 올지 모른다. 아버지가 허리춤의 벨트를 풀어 헤치는 상황까지 올지도 몰랐다.
어린 소년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 보았다. 나폴레오네가 그의 형에게 눈짓했다. 주세페가 얼른 서랍에서 새 술병을 가져왔다.
“뭐야, 이거 어디서 났니?”
“저희가 샀어요.”
당연히 형제가 산 것은 아니었다. 꼬마 애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받은 것이었다. 나폴레오네는 친절한 고려인 아저씨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아저씨는 수상하지 않을 정도로 접근해 그에게 이것저것 물건들을 나누어주곤 했다. 아버지께 드리라며 술도 한 병 주기도 했다. 자신의 가정사항을 아는게 아닐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음… 잘했다.”
정작 카를로는 술병을 집어 들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는 어떠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그것을 들이켠 뒤 자신의 침상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나폴레오네가 아버지의 신발을 벗기며 주세페에게 투덜거렸다.
“우리 도망가자. 엄마랑 동생들 다 데리고.”
“뭐? 어디로 가게?”
“알게 된 사람이 있어.”
“네가?”
기껏 열두 살 꼬마 소년이다. 누굴 알겠는가. 주세페가 의문을 품었다.
“…형은 똑똑하니까 내일 같이 가줘. 그 사람이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인지 확인해 달란 말이야.”
차남이지만 일찍 죽은 장남 대신 장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던 주세페는 남매 중에서 그나마 좋은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었다.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다. 레티치아는 자녀교육만큼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주세페의 연년생 동생, 나폴레오네는 가정형편 때문에 형만큼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코르시카의 괜찮은 종교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두 형제는 사실상 부오나파르테 가문의 두 기둥이었다. 열셋과 열두 살의 아이가 기둥이라고 할 정도로, 기둥이 되어야 할 사람은 이미 저렇게 술에 취해 나자빠진 상태였다.
* * *
“여기야?”
“응.”
북대동양 조약기구, 즉 타수의 설립 이후 조약국들은 서로 방위동맹을 맺었다. 대전쟁기 전후로 조약국에 주둔한 고려군 나라들도 좀 빠져나갔다.
이탈리아도 그랬다. 사실상 지중해의 패자로 발돋움한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이려군의 존재를 싫어했다.
자존심도 있었고, 기지 비용이니 하는 것들도 있었다. 명확히 지정된 적이 이제는 없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소비에트 연방이 뭘 해보려 해도, 그들은 일단 흑해 북쪽과 크림을 점유한 루테니아부터 넘어야 할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완전히 미련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해마다 고려의 3함대(대동양함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국제 해군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길 원했다. 비록 그들의 전력이 드러난 3함대의 전력 삼분의 일보다 못했지만 나름대로 지중해에서는 가장 강했다.
올해 해군 연합훈련은 려―프―이 삼국이 공동으로 실시했다. 마르세유와 아작시오의의 앞바다에서 이루어지는데, 고려군 해군은 아작시오에 머무르기로 했다. 마르세유는 예전 대전쟁 당시 함포사격으로 인한 약간의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도시라 지역감정상 고려군 해군의 주둔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린 형제는 평소에는 이탈리아 해군, 레기아 마리나의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잠시 고려군 해군에 빌려주고 있는 해군기지 앞으로 갔다. 보초병들이 꼬마 아이들의 등장에 당황했다.
“어이, 어린 꼬마 손님들. 여기엔 왜 왔니?”
“위험한 곳이란다. 집으로 돌아가렴.”
고려군들은 참 친절했다. 몇 번 엉겨 붙으면 그 맛있는 쇼콜라 하나를 얻고 돌아갈 수 있었다. 고려군 보초병도 후임에게 쇼콜라를 가져오라 시켰다. 뭐 까짓거 하나 주고 보내면 되겠지 싶었으리라.
하지만 나폴레오네는 당당하게 방문목적을 말했다.
“구승표 참령님 보러 왔는데요.”
“…뭐?”
보초병은 어처구니가 없어 그렇게 되묻다가, 이 꼬마 아이가 사람 이름과 직급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 신경 쓰여 수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위병소 상병 박승기입니다.”
“…….”
“…….”
한참 동안 상부와 전화를 하던 보초병이 이윽고 고갯짓했다. 다른 병사가 차단문을 열었다.
“들어가 봐. 기다리고 있으시단다.”
주세페는 영문을 모르지만 일단 굉장히 놀란 얼굴로 나폴레오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꼬마 소년은 당당히 부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 평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요람! 국제사관학교!]
그리고 두 소년은 전단지 뭉치를 받고 나왔다. 두 소년은 얼음보숭이를 쭉쭉 빨며 전단지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구승표 참령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이번에 새로 들어온 눈치 없는 참위 하나가 그렇게 질문을 했다. 원래 병과는 함정병과인데, 마침 부상을 입어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 구 참령이 상부에 부탁해 빌려 온 놈이었다. 원대복귀하면 다시금 함선에 탈 터.
하지만 구 참령은 참위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미 둘은 꽤 오래전부터 친해져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을 방금 달성했다.”
“훈련이 끝났습니까?”
“아니, 훈련은 훈련이고 내 임무는 임무니까.”
― 탁탁
구 참령은 서류를 정리했다. 부대 소속과 병과는 별개로, 그는 정보총국의 일원이었다. 본래 군 정보국이 각 군에 따로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특이한 처지였다.
“그 꼬마 아이들은 아직 사관학교에 입학할 나이도 아니잖습니까.”
“뭐가 되었든, 결국 우리가 신변을 확보할 것이다. 저들이 이민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돼. 동기는 상관없다. 뭐 복권이라도 당첨되었다고 하면 되겠지.”
“복권이라. 당첨될 만한 애들인지 의문입니다.”
고려로의 이민은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특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또 굉장히 관대했다. 능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는 어느 곳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린 애들이 뭐가 그렇게 능력이 있겠는가. 젊음은 최고의 잠재력이라지만, 그러면 모든 애들이 다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구 참령은 참위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자넨 뭐 그럴 만해서 뽑혔었는가?”
그 말에 참위는 머리를 긁으며 웃어 보였다.
자신의 일화도 나폴레오네와 꽤 비슷했다. 외국인 이민 가정. 국제사관학교 출신, 뜬금없는 인재 발탁.
“그렇긴 그렇네요. 근데 위에서는 도대체 뭘 보고 이렇게들 긁어모으는 겁니까?”
“모르지.”
참령은 참위에게 서류를 던지듯 정리했다.
“이 일은 자네가 신경 써서 마무리해 봐. 아직 배에 타려면 멀었잖나. 비슷한 과거를 가졌으니 설득하기도 쉬울 거다. 어쩌면 동생 같은 놈이 될지도.”
참위는 참령이 남겨두고 떠난 서류를 받아들고 생각했다.
대충 듣기로는 땅개가 필요한 자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위대한 해군이 뺏어와도 상관없지 않을까.
“일단 그 애 아빠를 설득하는 것이 좋겠지?”
그는 해군 정복과 정모를 눌러쓰고 나섰다.
제국해군 3함대 소속 참위 호레이쇼 넬슨.
그의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가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