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68화 (368/653)

패권 전쟁, 갈망의 도시(3)

트라키아 전쟁은 결국 러시아가 콘스탄티노플의 코앞에서 패배하여 퇴각하는 것으로 그 막을 내렸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퇴각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는 부상자와 미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이미 그들의 작전은 막을 내렸다.

다시 공세를 펼치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고려가 방어선을 콘스탄티노플에 구축해놓은 뒤 함대 중 일부를 이용하여 보스포루스를 통과해 흑해 서부의 러시아 회랑의 주요 도시, 부르가스나 바르나를 공격한다면, 안 그래도 지금 거의 공세 종말점에 도달해 있는 러시아군은 최근에 주종관계를 맺은 불가리아, 왈라키아 등에게 의존하는 추태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략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영 좋지 않은 선택이다.

오스만이 뚫린다는 급박한 소식에 허겁지겁 온 고려는 많은 병력을 대동하진 않았다.

술탄의 사절이 중간에 하도 사로잡히고 죽어서 일곱 번째 사절에게 소식을 들었던 것도 있었다.

물론 그 전부터 정세를 읽어내고 있어 함대들은 준비하고 있었지만.

부랴부랴 온 탓에 준비한 병력은 수도에서 가장 가까우며 항상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무장과 물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근위여단 중 일부였으니 대군을 상대하러 내륙으로 들어갈 순 없었다.

비행선으로 심리적 공포를 선사해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비행선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무려 콘스탄티노플까지 황금함대를 타고 직접 행차한 고려 황제 해원이 잘 관리된 아래턱의 수염을 쓸어내렸다.

처음 탈 때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그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알았기에 더 이상 비행선을 자주 타려 하진 않았다.

“단점이 너무 많이 보여, 뭘 지적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날 때부터 자질이 충만했고, 어릴 적에 입학한 고려 숭무감 내에서도 엄청난 수준의 전략과 전술안을 가지고 있었던 해원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과 최고의 정보접근성, 그리고 선조와 아내로부터의 여러 가지 훈수를 들은 덕에 아마 현 고려에서 군사적 역량은 열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의 눈에 비친 비행선은 아름답긴 했지만 보이는 것만큼 효과적인 무기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일단 느릿느릿한 기동성은 둘째 치고, 머리 위에서 투하하는 폭탄은 ‘에라 모르겠다, 한 대만 맞아주라.’ 하고 심술을 부리는 종류의 공격과도 같았다.

물론 폭탄의 절대적인 수량이 많아 효과는 얼추 보았지만, 효율적인 공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참호 안에서 머리를 처박고 있었던 잔존 러시아군이 비행선이 지나간 후 두 손을 들고 나온 것은 직접적인 피해보다도, 사방에 어마어마한 양의 폭탄이 떨어진 후의 거대한 충격(쉘 쇼크)으로 모든 꿈과 희망을 잃어버렸기에 선택한 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반사적으로 적도 대응을 하려 했던 것처럼, 만약 저들이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비행선 타격이 목표인 대공포를 만들어낸다면 비행선의 직접적인 전투 참여는 힘들어질 터.

포신이 길고 장약이 많고 강선이 파여진 대포는 개인화기와는 다르게 사거리가 훨씬 길었으니 하늘에 떠 있는 둔중한 목표물에게는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다.

충격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모양이지만 지금 당장 쓰고 있는 러시아군의 대포도 어찌어찌하면 가능할 것이다.

비효율적이고 계산도 어렵겠지만 지형지물을 이용해 포각을 비틀어서 하늘로 쏘아 보내면 닿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 해원은 이 비행선이 추한 꼴을 보이기 전에 그 위세만 딱 드러내고 멈춘 현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열강들이 바락바락 목에 핏대를 세우며 플라잉 코리안(잉글랜드 대사가 말한 이후 어느새 공식적인 별명이 되었다)을 만들어내라 주문할 동안 고려는 다른 것에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의 나라에선 한동안 동물 창자로 만든 소시지 요리가 보기 힘들어질 것은 덤이고.

“적의 장군은 결국 도주에 성공했는가?”

“그렇습니다.”

“아쉽게 되었군.”

충정과 능력이 지극한 자라, 곧바로 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두 마리 토끼를 쥘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러시아의 군주에게 전령을 보내라. 셀림브리아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오려면 오라고.”

그대와 내가 이토록 가까이 있는데, 한번 얼굴이나 보자고.

고려야 피해가 별로 없었지만, 병력의 사분의 일이 죽거나 항복한 러시아의 차르로서는 몹시 기분이 상할 수 있을 제의였다.

그러나 해원은 블라디미르가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

* * *

실리브리(Silivri).

그리스어로는 셀림브리아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이자 트라키아인들의 정착지였다.

처음에는 특유의 가파른 구릉 덕에 군사적 요새로 기능했지만 동로마 제국 그리고 오스만의 치세에는 군사적 의미를 잃고는 여름 휴양지로서 기능했다.

과연, 마르마라해와 접한 모래사장이 아름다웠다.

그곳에 누워 흑경을 낀 채로 햇살을 즐기고 있던 해원은, 근위여단장이 다가와 귀엣말을 한 뒤에도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다.

“승자의 여유로군.”

그리고 러시아 억양이 가득한 고려어가 들렸다.

해원은 마침내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넓은 차양막 안에 설치된 두 개의 나무 침대 중 남은 하나에 털썩 주저앉은 블라디미르는 태평스럽게 누워있는 해원을 보고 순간적으로 심술과 부아가 치밀어 올랐으나, 이윽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야지. 정녕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대적할 만한 사내로다.’

블라디미르도 호위병을 다섯 명만 데리고 이곳에 올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간 인물이지만, 해원도 그 호위병이 불과 세 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마르마라해에는 그 끔찍한 전함들도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두 패권국의 군주는 그들의 처지를 망각이라도 한 듯 그냥 나무 침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포로를 돌려준 것은 고맙네.”

“항복했다지만, 그들은 겁쟁이가 아니야. 알아두게나.”

거대한 충격과 공포 속에도 하늘에 총을 쏘며 끝까지 대항하려 하는 일부 병사들의 모습을 보았던 해원은 그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지 블라디미르에게 그들의 처우를 가혹하게 하지는 말아 달라는 어조의 말을 건넸다.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몰랐다.

사실 뭘 말해도, 잘난체하는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블라디미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 또한 비슷한 감정을 겪기도 했었으니.

포로를 아무런 대가 없이 풀어준 것은 분명한 그의 자비였다.

적어도 고마워할 줄은 알아야지.

사실, 블라디미르는 지금 꽤나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축적되어 왔던 호기심도 호기심이었지만, 자신과 거의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외국의 군주, 그것도 자신보다 더욱 강력한 나라의 군주는 처음이었으니까.

앞으로도 유일할 것이고.

그렇기에 블라디미르는 자기가 형제를 죽이고 즉위를 했던 그 순간부터 자신을 덮친 거대한 고독감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를 만난 셈이었다.

그 감정은, 비록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참패의 쓴맛을 삼키던 그로서도 이전의 기분을 망각할 만큼 상당히 특이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어쩌면 우정일지도 몰랐다.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악의와는 정반대로, 황제와 차르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뒤에서는 러시아 제국 근위척탄병과 고려 근위여단이 서로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그보다 더 뒤에서는 십만이 훌쩍 넘는 러시아 제국군과 무시무시한 기물을 앞세운 고려 제국군 및 오스만군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두 군주의 담소는 끊이지 않았다.

* * *

물론 항상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었다.

정작 루이제 아말리에와 마리아 안나는 몰랐지만, 두 사람의 경쟁심리는 지금 그들의 남편에게까지 옮겨붙고 있었다.

“동의할 수 없다, 볼로댜. 그대의 안사람도 아름답지만, 세계 제일의 미녀는 내 아내니까.”

해원이 코웃음을 쳤다.

“유럽인들은 다르게 생각할 텐데? 엄연히 잘츠부르크 자이퉁에서 꼽은 유럽 최고의 미녀는 마리아 안나였다고.”

“뭐, 그럼 프로이센 신문지를 가져와 볼까? 유치한 소릴. 제3국으로 해야 공정하지. 자네에게 음… 오프러흐터 하를럼셔 쿠란트의 신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네.”

“아니, 자네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자칭 열강이라는 더치 놈들의 신문을 말인가?”

해원은 이 유치한 말다툼에 끝을 내기로 했다.

“여인의 열정은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기도 하지. 우리 아내는 자신만의 군복이 따로 있어.”

“…….”

블라디미르도 마리안나에게서 들었는지, 혹은 어디서 들었는지 알고 있었다.

부부가 비슷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다 했지.

“그리고 남녀 간의 열정은 가끔씩 신성한 제복을 입고도 발휘되곤 해. 그대는 모르겠지만.”

“…이이익.”

블라디미르가 기괴한 패배자의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 것을 바라본 해원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전투에서 대패한 것마냥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던 블라디미르가 나직하게 물었다.

재미는 충분히 즐겼다.

아마, 블라디미르는 죽기 전까지 해원과 이 자리에서 누워 같이 대화한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화를 나누니 너무나도 재밌었다.

온몸이 오싹해질 만큼.

때로는 자신의 행동이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도 있었고, 때로는 저자에게 질투가 났으며, 때로는 동경하기도 했고, 때로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그는 간결한 미소로 그 상념을 잘라냈다.

세월이 지나 보니 군주는 개인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존재였다.

과거에는 자신이 가졌던 감정이라고 착각했을지언정, 그 감정들은 대체로 돌이켜보면 국가라는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유도되고 있곤 했었으니.

욕망과 경쟁의식, 전투와 정복의 본능은 어쩌면 그의 천성이기 전에 러시아의 숙명이었을 수도 있었다.

드미트리를 죽게 하고, 자신이 차르에 오른 것도 어쩌면 크냐지와 보야르,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신민들의 요구에 오직 그만이 부응을 할 수 있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보라, 단순히 인간과 인간으로만 상대해 볼 때 블라디미르라는 사람과 해원이라는 사람은 아마 독한 술을 들이켜면서도 사흘 밤낮 동안 쉴 틈 없이 대화와 웃음을 나눌 존재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영향받지 않기 위해 사적 영역의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그래, 해원. 실로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다만 날 이곳으로 초대한 것은 무슨 연유인가.”

“있잖나, 볼로댜. 그대와 내가 노력한다면 진정으로 이 세계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해원이 흑경을 벗고는 말했다.

전술적, 전략적 식견과 군사분에게야 대한 엄청난 관심과는 달리 해원은 의외로 평화주의자였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지지하는 정당은 경당이었을 정도로.

마찬가지로, 황후 루이제 또한 반전주의였다.

그들 부부는 관함식을 통해 세상의 평화가 이루어지길 바랐다.

고려의 압도적인 무위 과시를 통해 전 세계에 질서가 자리 잡고 분란이 해소되길 원했다.

하지만 위압당한 것도 잠시, 사람들은 다시금 싸워대기 마련.

블라디미르 역시 해원의 말에 대한 진지한 생각보다는 해원의 물건에 탐을 내고 있었다.

저 흑경이라는 것, 꽤나 멋있는 물품이다.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게 하니, 왠지 모를 위압감도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흑경을 벗은 해원의 고요한 두 눈동자는 오히려 흑경을 벗었음에도 더욱 강렬했다.

“내가 존경하는 어떤 분은 세계 평화라는 것이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다, 그리 말씀하셨지.”

선친인가.

하지만 전 고려 황제 해찬은 그런 말을 할 성격이 아니었다는 것을 블라디미르도 알았다.

그렇다면 아마 붕어한 그의 할아버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노력을 하지도 않은 채 그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해원이 나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따르면 분명히 공동의 번영이라는 것이 존재해. 아주 간단한 원리야. 자네는 자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서로에게 가깝게 다가간다면 시장이라는 위대한 마법이 서로의 총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거지.”

“…….”

블라디미르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전쟁이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 변혁을 이끈다지만, 평화는 도리어 전쟁 이외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신민의 안위를 챙길 수 있지. 굶주리던 자들의 비율은 줄어들 것이고 사방에서는 그대를 칭송할 터, 그대는 정복군주가 아니라도 위대한 러시아의 차르로 불릴 수 있어.

너와 내가 노력한다면, 지구는 가장 강대한 나라 둘에 의해 평화를 구축하고 심지어 강제할 수 있다. 만세무궁한 번영의 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전 인류가 하나 되어, 인류의 본능인 평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미래적 시대로….”

“그걸 믿나?”

“뭐?”

“아시냐를 사들여 프랑스 제1공화국에 소위 말하는 예방전쟁을 감행할 준비를 하는 네가, 인류의 본질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느냐고.”

이번에는 해원이 할 말을 잊었다.

“너의 고려와 나의 러시아는 공통점이 하나 있지. 타타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몽골이라는 나라에 한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는.”

알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과거에 인류 역사상 가장 강대했던 나라, 몽골 제국에 의해 반쯤 박살 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려는 작은 반도, 아니 반도 안의 작은 섬에서 항거하다 버티지 못함을 알고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새로운 대륙으로 도망쳤고, 러시아 또한 15세기까지 타타르의 멍에를 벗어던지려는 발버둥과 같은 몸부림을 쳤다.

“그러면 너도 공감하지 않나? 유목민들이란, 정주를 거부한다면 모조리 쏘아 죽여 없애버려야 할 버러지 같은 존재들이라고.”

“…….”

“이미 화약의 시대가 들어선 순간, 그 버러지들은 자연스럽게 쇠락할 테지만 나는 확실히 해두고 싶었던 것이야.”

그래서 그는 트란스옥시아나, 카자흐, 중가르 등 러시아가 지금까지 박살 낸 거대한 적들의 본거지에서 실로 잔혹한 학살극을 벌였다.

“그 유목민족은 자신들이 학살당할 때는 눈물과 콧물을 짜며 죽이지 말아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하지만, 정작 그들의 세력이 강할 때는 정주민들을 수레바퀴에 묶어 학살하는 짓거리를 초원의 뜻이라 주장하며 합리화하는 파렴치한 놈들이지. 이들을 보고도 너는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평화라 믿는가?”

“볼로댜. 철도가 깔리고, 세상의 접근성이 낮아진다면 평화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른 것을 물어보지. 지구의 농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땅이 사람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대는 어찌할 텐가?”

한마디를 꺼내 보았던 해원이 다시 입을 꾹 닫았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사실, 그 또한 블라디미르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기에 진심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아, 이들은….’

어쩌면, 고려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 자체에 편입되어 평생을 고려의 아래에서 고려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수도 있을 터다.

블라디미르와 대화를 한 해원은 비로소 자신이 바라보는 이상이 너무나 고려 중심적인 생각이란 사실을 인지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가 마침내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한 걸음씩 해보도록 하지. 일단은 콘스탄티노플의 처리에 대해 말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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