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188화 (188/653)

제해권과 현존함대

고려함대는 출전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템즈강 하류에서 침몰한 배는 중범선이 다섯 척. 소선은 스물한 척.

격렬한 해전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많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해전 또한 육전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사망자(완파된 함선)보다 부상자(반파된 함선)가 더 많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부상자가 빠른 처치를 받지 못하면 사망자와 거의 비슷한 의미라고 봐도 무방했던 것처럼, 반파된 함선 또한 빠르게 조선소로 갈 수 없다면 그 결과는 자명했다.

범선 밑, 포환에 의해 만들어진 큰 상처에서 바닷물이 솟구치는 가운데 선원이 얼굴을 때리는 바닷물에도 열심히 수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푸흐흡… 여기 균열을 막아야 해! 아무나… 크흑, 판자 좀… 가져다줘!”

― 콰아아

그러나 다른 이들은 다른 위급한 틈을 막거나 큰 물통으로 들이차는 물을 미친 듯이 퍼 나르고 있어 도저히 여유가 되지 않아 보였다.

거의 대부분의 선원들이 보수를 하며 물을 빼는 일에 투입되었음에도 함선들은 수명을 다한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처럼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하부에 있던 선원들은 포기하고는 서둘러 갑판 위로 도망갔다.

“배를 버려라!”

김홍의 명령에 마침내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들을 구조하면서, 김홍이 침음성을 삼켰다.

포격전으로 잃은 배보다 도망가며 침수되는 배들이 훨씬 많았다.

안 그래도 북방항로를 오며 신음을 내지르던 노후 함선들은 격렬한 포격전으로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완전히 힘을 잃었다.

전투에서 잃은 배들의 세 배, 무려 열다섯 척의 중범선이 바다를 나아가다가 침몰했다.

물에 빠진 선원들은 모두 판자나 상자, 기타 잔해 더미를 붙잡고 있다가, 나머지 배에 구조되어 올라탔다.

물에 아직까지 떠 있는 범선들도 제 상태는 아니었지만 삐걱거리면서도 열심히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함선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선원들로 콩나물시루처럼 변했다.

옹기종기 갑판을 가득 메운 고려 선원들은 불안한 얼굴로 방금까지 그들이 지나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고려 해군들이 천만다행으로 바다 안개에 몸을 숨겼다 하더라도, 잔존한 배들은 이미 중환자나 다름없어 추격함대가 제대로 쫓아온다면 큰일이 벌어질 것이 당연했다.

“북쪽으로 향하지 않는다.”

김홍은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 몰골로 다시금 스코틀랜드를 거치는 북방항로를 간다는 것은 자살 시도와 다름없었다.

남쪽은 더더욱.

김홍은 해전에서 피해를 적게 입은 날렵한 협저선 몇 척으로 에린과 카나리에 소식을 전할 배를 파견했지만 느릿느릿한 본대는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항해사와 조타수가 초조한 듯 물었다.

“어디로 갑니까?”

김홍이 펼친 지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릴 때, 옆에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해전 막판 근접한 로열 네이비의 포격을 단 한 번의 외침으로 저지해낸 여장부.

그 덕분에 목이 약간 쉬었는지,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배의 상태상 멀리는 못가겠죠?”

“…예.”

왕비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흐르는 피를 지혈하기 위해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자들.

격렬했던 해전의 여파가 뒤늦게 몰려오는지 누워서 눈을 붙이는 자들

그리고 그 해전, 불에 타 죽거나 피 흘리며 죽거나 물에 빠져 죽은 선원들.

왕비는 자괴감이 들었다.

남편과 자신이 저지른 사건들 때문에 이 모든 사람들이 희생된 것인가?

눈물을 삼킨 채, 그녀가 말을 이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했다.

“브레다(Breda)로 가요.”

“…부르고뉴 대공국은 잉글랜드와 동맹 아닙니까?”

게다가 한창 프랑스와 전쟁을 하고 있기도 한데.

김홍의 지적에 왕비는 고개를 흔들었다.

잉글랜드의 사략선단은 온갖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바람에 너무나 많은 곳에서 너무나 깊은 원한을 샀었다.

저지대는 특히나 그 사략행위에 혹독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였고.

“지금은 아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연줄이 있으니….”

결국 마땅히 갈 곳도 없었기에 김홍은 왕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지대로 간다!”

* * *

이 해전을 뭐라 칭해야 할까.

두 나라는 모두 무언가를 잃었다.

김홍의 함대는 잉글랜드에 의해 절반이 침몰당하고 절반은 시간을 충분히 들여 보수를 하지 않는 이상 당장 출격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해전은 분명히 고려의 심대한 패배였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그들의 매복작전이 완벽히 실패로 돌아가며, 수도의 다리가 끊어지는 엄청난 치욕을 겪었다.

그들의 왕비와 현 왕의 딸까지 고려인들의 손에 넘어갔다는 건 더 끔찍한 일이었고(잉글랜드는 고려의 ‘구출’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홍의 함대가 브레다에 도착해 잉글랜드에게 받은 피해를 수습하고 있을 때, 잉글랜드 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지경이오!”

“해적 놈… 아니 사략선단은 대체 뭘 했기에 런던이 불타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

잉글랜드의 기원이 되는 노르만인 자체가 앵글로색슨족에겐 침략자라 그러한가.

잉글랜드인들은 수도를 직접 타격한 적 함대에 거대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소문만 들었던 대양 건너편의 제국은 잉글랜드의 심장부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해전이 끝난 이후 여러 가지를 지시했다.

템즈강 하류는 부랴부랴 해안포대를 증축하는 인부들로 북적거렸다.

강 하류와 강변을 감싸는 거대한 방어시설은 이러한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는 그의 굳건한 다짐이 서려 있었다.

게다가 그는 무리를 해서라도 군함을 빠르게 뽑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채텀의 왕립 조선소는 그 규모가 증축됨과 동시에 갤리온급 선박의 동시건조에 들어갔다.

물론 이 모든 토목사업과 군함건조를 할 재정은 모두 백성들에게 여러 명목으로 거두었음은 당연했다.

“우리가 세운 계획이었다면 그대들은 이미 진작에 도착해야 했었소.”

잭 디건이 해군의 질타에 살기를 흘리며 대답했다.

“도버 앞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당도하는 시간을 따져봐도 그렇지.”

“…….”

“애초부터 그대 해군들은 우리 사략선단들이 고려에 의해 큰 피해를 입길 원했던 것이 아니오?”

이번 일로 사략함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선장들 몇 명이 움찔거리며 잭의 시선을 피하는 광경이 왕좌에서 여실히 보였다.

에드워드는 얼굴을 구긴 채 턱을 괴고 아래에서 해군 수뇌부들과 잭 디건을 위시한 사략해적들의 수뇌부가 싸우는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이윽고 대노하며 왕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그만!”

“…….”

싸늘한 침묵이 감도는 웨스트민스터궁의 회의실.

에드워드는 잭 디건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번 일로 그의 관대함 또한 바닥을 보였다.

“이 치욕을 어떻게 풀 것인가 말해보시오.”

“…….”

잭 디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 하류에 쳐 놓은 그물망은 만약 로열 네이비가 상대였다면 죄다 침몰시켰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고려해군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으며 끈질겼다.

선원 개개인의 역량도 그러했고.

그래서 잭 디건은 에드워드가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명백한 손해가 예상되는 일.

그는 침묵을 지키기로 작정했다.

‘독이 든 성배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로열 네이비의 제독들은 왕에게 무언가 제시해야 했기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리머릭의 고려 군항을 공격하심이 어떻겠습니까?”

“…가능한 부분인가?”

“어찌 되었든 저들의 함대는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리머릭의 방비는 분명 허술할 겁니다.”

에드워드는 크게 기대하며 왕립해군을 보냈다.

리머릭을 넘으면 아일랜드 전역이 에드워드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런던의 치욕은 충분히 되갚아줄 수 있었다.

* * *

정식적인 선전포고는 없었지만 양국은 셰피 해전 이후 완전히 전면적인 전쟁에 돌입해 있었다.

잉글랜드는 고려가 제멋대로 적국 아일랜드와 결탁하고 런던을 공격한 것을 명분으로 삼았으며, 고려는 잉글랜드가 이전까지 해적들을 이용해 국가의 권익을 해치는 기만적 외교를 해왔을 뿐 아니라 그들이 자국의 황족을 사사롭게 위협하고 살해하려 시도했다 주장했다.

으레 그렇듯,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신경 쓸 틈이 없이 바빴거나, 혹은 두 세력 간의 전투가 어찌 흘러갈지 관망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해군은 리머릭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 김홍의 소식을 담은 배가 무사히 잉글랜드 해군이 철수한 도버해협을 빠져나가 이맥항에 도착해 이번 일의 전말을 알렸다.

변흠규 제독은 아직 병세가 완전히 낫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직접 섀넌강의 하구에서 로열 네이비를 맞이했다.

정박해 있던 스무 척의 군용 중범선도 장식은 아니었고 빠져나온 북유럽회사의 상업용 중범선들 일곱 척 또한 제각기 무장을 갖추어 방어를 지원했다.

로열 네이비와 해적들은 수적으로 오 할은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저항하는 고려의 해군에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급히나마 건설된 해안요새는 이번에는 고려의 편이 되어 로열 네이비를 괴롭혔다.

사거리 면에서 강력한 고려의 중포는 해안포로 쓰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로열 네이비들은 손가락을 빨면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 또한 함선으로 방어시설이 증축된 항구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해군 제독이 풀이 죽어 보이는 부하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함대의 존재(Fleet in Being)가 건재한 이상, 저들은 다시금 우리의 해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다.”

고려의 무적함대는 꽤나 연식이 오래된 구형 중범선.

다시금 온다면 침몰할 운명을 면치 못하리라.

물론 지금 당장은 잉글랜드의 현존함대 또한 고려의 현존함대를 신경 쓰느라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채텀 로열 독스(Chatham Royal Docks)에서 신식 군함이 건조된다면 어떨까?

잉글랜드는 함대를 항구에서 보존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흠규 제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빌어먹을 부하 놈이 말아먹은 뒤처리를 하느라 배를 움켜쥐면서도 끙끙대며 리머릭을 요새화했다.

“고려의 함대는 항상 결전을 준비하던 처지였는데,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변흠규 제독은 지금까지의 함대 결전 교리가 가진 모순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는 고려함대와 전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꺼려왔다.

그들이 맞부딪힐 것은 오로지 자신들이 승리할 판에서만 그러했고.

‘내가 홍이 그놈이었다면 아마 전하를 구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이 아니라 못이다.

물론 흠규는 상덕의 존재와 정보총국의 구출 작전에 기대를 하며 함대를 보내지 않았겠지만, 솔직한 말로 잉글랜드의 심장부에서 어떻게 다른 곳으로 탈출을 하려는지는 미심쩍은 바가 많았다.

흠규는 이번에 알아차린 것들을 서술해 나갔다.

“…제국은 더 이상 바다를 자신의 것만으로 여기는 오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이미 유럽의 후발주자들은 중범선의 시대에 합류하고 있었고, 그들 나름대로의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항구에 콕 박힌 저 현존함대들은 고려로서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제국 또한 끊임없이 함선을 건조해 나가야 한다. 이번처럼 반백 년이 지나 노후화된 함선들로 해전을 승리하겠다는 것은 오만일지니.”

― 서걱서걱

흠규의 세필이 열심히 움직였다.

“함선의 건조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무기, 새로운 대포와 해전 전술의 흐름 또한 개선시키고 발전해야 한다.”

어쩌면 적당한 경쟁자의 등장은 오히려 기꺼운 일일지도 몰랐다.

흠규는 이번 일로 조정이 경각심을 가지길 원했다.

“하나는 둘과 셋, 넷이 합친 것보다 크다(1>2+3+4의 원칙).”

어린아이도 손가락질할 만큼 말도 안 되는 수식을 보고서에 적은 흠규가 뇌까렸다.

가장 강력한 것은 수적 우위.

고려의 해군은 그 규모부터 타국을 압도해야 했다.

“아국 고려, 첫 번째 열강이 정녕 우리의 모든 적들을 대동양에서부터 틀어막아 우리의 대륙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열강이 가진 해군의 합산규모보다 커야 할 것이니.”

끝없는 군비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흠규는 직인을 찍어 창양으로 이 보고서를 내려보냈다.

* * *

고려.

해문.

수도 창양의 항구이자 고려 최대의 항구도시 중 하나인 해문에는 고려에서 가장 거대한 조선소가 있었다.

청해의 조선소도, 남포의 조선소도, 그리고 저 위에 한창 성장하는 앙주 정앙(누벨 오를레앙)의 조선소도 이에 비견하지 못했다.

해문 황립 조선소는 아주 먼 옛날부터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여 지금은 실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근위함대와 국가의 모든 함대는 이곳에서 설계되어 건조된다.

하지만 이 조선소는 지난 몇십 년간 상당히 널널하게 했다.

조선소의 장인들은 군함보다는 민간 상선을 제작하는 일이 훨씬 많았고

고려가 처음으로 해양의 문을 열어재낄 동안 다른 경쟁자들은 그들만큼 약진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최근 고려의 군무부에서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다.

“자, 자, 주목!”

군무부 관리의 소집령에 조선소의 장인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관리는 가장 앞에 서 있는 장인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황립조선소의 수석장인은 고려 조정의 품계와 녹봉상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이었기 때문에 상급부처인 군무부 관리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수석장인께서는 조정에서 내려온 명령서를 보이는 대로 읽어주십시오.”

수석장인은 관리의 부름을 받고 앞으로 나왔다.

먼바다 너머에서 갈등이 일어났고, 따라서 노후화된 범선들을 대신할 새로운 군용 함선을 건조한다는 것은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

수석장인은 주문서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주문서에 적힌 글자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단종진을 운용할 때, 적함과의 포격전에서 함선의 내구성이 보장받고, 또한 우리의 중포는 충분히 실려 적을 원거리에서 포격하는 것에 지장이 없게 갑판을 한 층 더 올리고, 상부 갑판에는 짤퉁포… 이건 뭡니까?”

“항아리 모양의 대포로 근거리에서 저속의 탄환으로 사격하는 포라 합니다.”

군무부의 관리는 병기창에 제출했던 무기 제원 사본을 건넸다.

그러나 장인은 그것을 흘낏 보면서도 받지도 않았다.

옆에 있는 숙련공이 당황해하며 대신 받아들었다.

“그렇다면 옹포라 부르지요. 어찌 되었든 이 옹포가 넉넉하게 실려 근접전에서도 대응을 해야 하고….”

주문서를 읽어가는 장인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

“백병전 시 충분한 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그에 따른 시설들을 확충하고… 커지는 덩치에 비해서도 어느 정도의 기동성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만들며… 먼 거리의 대양을 오갈 정도로 항해지속력이 높아야 하고… 높은 파도와 좋지 않은 기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골조와 판이 튼튼한 범선을 건조하라굽쇼?”

“불가능합니까?”

“…이런 씨….”

군무부 관리의 말에 장인이 화를 내며 망치를 집어 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의 팔을 구속했다.

“어르신! 참으십시오!”

“이런 육시럴 놈들을 봤나! 조선소의 일이 장난으로 보이나?”

그러나 군무부의 관리는 얼굴을 가리면서도 외쳤다.

까라면 까야지. 만들면 되잖아?

“중범선을 적당히 크게 증축하여 만들면 되지 않겠소?”

그러나 관리의 대답은 오히려 수석장인의 화만 돋구었다.

“이런 미친놈! 놔라! 놔! 내 저놈의 머리를 새로운 배의 선수상으로 삼을 테니!”

망치를 잡은 조선소 장인의 근육이 씰룩이는 것이 보였다.

숙련공들이 수석장인을 말릴 동안 군무부 관리는 적당한 곳에 명령서를 내려놓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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