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59th. 새 판 짜기 (4)
얼굴이 달아오른 장용재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몇 년 전에 임원 놀이 하던 시절 생각나네. 호주 광산 개발 건, 기억 나?”
장용재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나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며 입을 털었다.
“그때 제인 레온하트 만날 때 그림 가져가서 퇴짜 맞았다면서?”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한 번이라도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으면 그런 생각은 못했을 텐데 왜 그런 그림을 선물로 준 거야? 딸이 탄 그네를 밀어주는 아버지라니, 거 참.”
‘그 당시에 이 자식이 제인 레온하트에게 그따위 그림을 선물한 건 병신 짓 중의 병신 짓이었지, 흐흐.’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장용재는 아픔을 위로받은 제인 레온하트가 자신에게 감동할 거라 착각했을 터. 나는 방금 전보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장용재를 보며 실실 웃었다.
“덕분에 우리 집안이 쉽게 이삭줍기를 했어. 조만간 우리 집안에서 호주 광산 개발 들어갈 텐데··· 처남이 해내고 싶어 했던 해외 자원개발을 우리가 먼저 시작하게 됐네?”
“그까짓 광산 몇 개 파봤자 반 토막 난 해동그룹을 다시 일으키기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장용재가 비아냥거릴 만큼 현재의 원자재 시세는 저점에 딱 붙어있다. 그렇지만 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장용재를 쳐다봤다.
“글쎄··· 앞으로 중국이 크면 어떻게 될까?”
“중국?”
“중국은 지금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처남이나 작은 처남, 처제한테는 속 쓰린 기억이겠지만 IT버블이 터지고 나서 미국 서민들이 제일 많이 쓰는 게 중국산이거든, 흐흐.”
“너 이 새끼···!”
목청을 높이며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던 장용재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이를 악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중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철광석을 얼마나 빨아먹을지는 생각 안 해봤어? 경제학과 졸업했으면 대충 사이즈 나올 텐데?”
“서, 설마···?”
경제학과 출신이라 금방 머리가 굴러가는 모양이다. 순식간에 눈이 커진 장용재를 보며 나는 씩 웃었다.
“이제야 알았나보네. 철광석 가격이 점점 올라갈 거라는 거. 뭐, 수요가 더 많아질수록 가격은 더 오르겠지, 흐흐.”
“올라봐야 얼마나 오른다고···.”
장용재가 평정심을 찾은 체했지만 말끝을 흐리는 게 불안을 씻어내진 못한 모양이다. 나는 양 손을 쫙 펼쳐 보였다.
“지금이야 톤당 30달러 수준이지만 최하 서너 배는 오를 걸?”
“최하 서너 배?”
이놈이 놀랄까봐 서너 배라고 했지만 철광석은 2010년대 초반에 톤당 180달러 수준까지 치솟는다. 나는 눈이 커진 장용재를 보며 씩 웃었다.
“전 세계의 주요 철광, 그것도 매장량, 채산성 모두 확보된 철광을 가진 회사가 몇 개나 되겠어? 중국이 원자재를 닥치는 대로 빨아먹는데 시세가 안 오르고 배길까?”
‘광물 시세가 폭등한 건 광산메이저들의 담합 때문이었지.’
지구상에서 돈 되는 양질의 대규모 철광, 그것도 수출이 용이한 철광들을 다수 보유한 자원개발 회사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 중 하나가 내가 물려받은 해동물산이고.
이번엔 나도, 해동그룹도, 대한민국도 그 카르텔에 들어갈 것이다. 이를 악문 장용재에게 씩 웃어 보인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고 숨을 가다듬었다.
“철광석 외에도 구리, 니켈, 석탄, 아연, 희토류도 개발하는데··· 우리가 광산만 개발하는 건 아니야. 대주그룹 사태 때 인수한 미얀마 가스전 탐사도 끝났거든. 성공적으로, 흐흐.”
대주그룹에서 가져온 미얀마 가스전은 해동물산의 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99년 1월에 탐사시추에 성공했다. 왜냐고?
[수직으로 뚫어서 안 되면 대각선으로 뚫으면 되잖습니까?]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제안이었지만 나는 미얀마 가스전이 수직 시추보다 대각선 시추가 유리한 걸 알고 있었다.
덕분에 미얀마 가스전은 원래보다 5년 일찍 탐사시추에 성공했다. 그만큼 시추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였고 시추 전에 인도 측 지분까지 전부 거둬들인 덕분에 해동물산 상사부문 자원개발본부에서는 나를 영웅이나 괴물 보듯 했다.
“쉐, 쉐푸, 미야 가스전 합쳐서 가채연수가 30년은 된다는데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가스공사와 중국 쓰촨 성에 공급할 거야. 중국까지 놓을 파이프라인에도 투자해서 지분과 배당을 챙길 거고. 아! 다른 가스전들도 개발하기로 했어, 흐흐.”
“그깟 가스전에서 매출이 나오면 얼마나 나온다고?”
“그거야 지켜보면 알겠지, 후후.”
미얀마 가스전이 2010년대 기준으로 연간 4천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여유 있는 웃음을 흘리며 커피를 마셨다.
‘좀 더 약을 올려야겠군.’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나는 인내심을 갖고 장용재의 속을 계속 후벼 팠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저놈 스스로 토해내게 만들기 위해서.
“그뿐만이 아냐. 에너지 개발은 해동물산이 지분 100퍼센트를 쥐고 있는 해동정유도 하고 있어. 처숙부 회사였는데 태현정유까지 인수해서 더 키우고 있는 거 알지?”
“아, 그 기름 걸러서 버는 것보다 기름 사고 팔아서 버는 게 더 많은 회사?”
재벌그룹 계열사면 본업을 통해 내는 수익이 많아야 체면이 선다. 꼴에 회사 차원의 돈놀이를 경시하는 재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장용재의 비아냥은 내 속을 긁을 만했다. 내가 아직도 원유 트레이딩으로만 해동정유를 지탱한다면 말이다.
“최근까지야 그랬지. 원유 값이 내리꽂다가 겨우 반등을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어쩌나?”
잠시 말을 끊고 장용재를 비웃어준 나는 해동정유의 향후 사업들을 알려줬다.
“해동정유에서 조만간 사할린 1,2 유전 지분 30퍼센트씩 확보할 거야. 한고그룹 매각 때 거둬들인 이르쿠츠크 가스전도 개발 들어갈 거고.”
“사할린 유전에 이르쿠츠크 가스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한 장용재의 눈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놀랄 거 없어. 우리도 러시아에서 받을 돈 받는 거 미뤘더니 그쪽 높으신 분들이 의리 지키겠다고 선물로 줬거든, 후후.”
전생의 외환위기 속에서도 신성, 태현, GK그룹 러시아 법인들은 현지 거래처들에 대한 수금을 유예해줬다.
이번에는 내 투자 덕분에 더 여유 있게 처리해서 러시아 쪽 거래처들은 나 몰라라 빤스런했던 일본 기업들에게 눈길도 안 주고 한국 기업들에게만 쌍따봉을 날려주고 있었다.
물론.
이번 생에는 해동그룹도 그 대열에 합류하였지만 겨우 돈 받는 거 묵혀줬다고 그 황금 같은 유전의 지분을 얻고 가스전의 개발 허가까지 받은 건 아니었다.
‘계열분리 이전에 해동자동차가 러시아 공장을 세우기 시작한 게 가장 컸지.’
돈 받을 것도 미뤄준 해동그룹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연산 50만 대 규모의 공장까지 세워 만 단위의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니 얼마나 좋겠나?
전생에는 잘못된 문서 번역으로 이 나라가 놓친 알짜배기 사할린 유전을 손에 넣고 가즈프롬에 넘어갔던 이르쿠츠크 가스전까지 온전히 개발하게 됐다. 스탠더드 캐피털을 통한 러시아 투자도 한 몫 거들었지만 말이다.
“그거 말고도 우리 해동과 손잡자고 러시아 정재계가 그렇게 난리네? 자기네 자원개발에 우리 쪽 돈하고 기술을 끌어들이고 싶다고, 후후.”
해동그룹과 스탠더드 캐피털, 그리고 해동그룹의 혈족인 해동중공업그룹의 자금력을 러시아 정재계에 살짝 흘렸더니 해동물산 상트페테르부르크 법인에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새로 대통령 된 푸틴도 메드베데프 실장 통해서 좋은 조건을 깔아주고 있어. 한국 기업들 중에 러시아 자원개발 시장에서 우리 따라올 곳은 없을 걸?”
러시아 자원개발 시장이 우리 손에 넘어왔다는 걸 알려줘도 이놈은 내가 원하는 말을 제 스스로 내놓지 않았다. 나는 좀 더 큰 거 한 방을 먹였다.
“하나 더 있다! 기아나 앞바다에서는 엑손모빌과 합작해서 해저유전 탐사할 예정이야. 엑손모빌에서 추정하기로는 70억 배럴쯤 된다더라고? 후후.”
내 말을 듣던 장용재의 표정이 흔들렸지만 사실이었다.
IT버블 붕괴 때 코주부 모건 놈들을 월가의 볕 드는 땅에서 쫓아내는 데 손을 보탠 게 컸는지 아이작은 내게 엑손모빌이 개발권을 따낸 기아나 해저유전 공동탐사를 제안했고, 나는 해동정유의 자금을 넣어 지분 35퍼센트를 취득했다.
기아나 해저유전의 매장량은 약 70억 배럴.
신성물산 시절에 자원개발에 한이 맺혀 위치를 아는 내가 숟가락을 얹었으니 많아야 십여 개도 안 되는 시추공을 뚫고 기름을 뽑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나 때문에 기아나 해저유전에서 금방 기름을 뽑아내고 미얀마 가스전 지분 20퍼센트도 엑손모빌에 팔았지만 그래도 내가 득이야. 빚지기도 싫었고.’
기아나 해저유전에 비하면 약소한 미얀마 가스전이지만 앞으로 계속 아이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려면 그때그때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다. 친구라도 말이다.
“그래서 해동건설이 대산석유화학단지 주변에서 바다 메우고 산 깎는 거야. 하루 100만 배럴 정제하는 게 해동정유 목표거든. 원유저장고도 필요한 만큼 지을 거고.”
대산석유화학단지의 대규모 확장공사는 이명진의 해동건설과 해동중공업에 맡기고 있었다. 집안 돈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꼴도 못 보고 부실 한 점 없이 공사해줄 곳이 아닌가?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석유화학에 유통, 해운, 육상물류, 전자상거래, 섬유소재, 레저··· 전부 잘 나가고 있으니까, 흐흐.”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던 장용재는 내가 자원개발을 제외한 다른 사업들을 자랑하고서야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신성전자만한 회사가 없을 텐데? 너한텐 신성전자가 없잖아?”
‘질긴 놈.’
이제야 슬슬 제 입으로 내가 듣고 싶은 걸 토해내려는 모양이다. 나는 커피를 비운 뒤, 새 커피를 주문했다.
***
“그건 그래. 신성전자야 장인어른이 처남들이나 처제보다 더 애지중지해온 회사잖아?”
한국에서 신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회사가 없는 건 사실이다. 지금에 한해서지만 인정할 건 인정했다. 곱게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
어느 새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장용재를 보며 나는 끊었던 말을 이었다.
“그래도 딱히 아쉽지가 않아. 해동전자가 있거든, 나한테는.”
“해동전자?”
어처구니없던 표정을 짓던 장용재의 얼굴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고만고만한 놈들 섞은 잡탕을 신성전자에 갖다 대? 미쳤구나?”
“안 미쳐서 하는 말이야, 매부. 음성, 청주 반도체 공장도 엔비디아랑 퀄컴 파운드리, 자체 이미지 센서 생산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고 컴퓨터 사업도 북쪽 사람들이 아이맥 조립 잘 해주기로 했거든. 시험생산 물량 퀄리티도 괜찮았고.”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고보니 인터뷰 때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처남 외가 쪽 종놈 하나가 나한테 개성공단으로 시비 걸었는데 나도 한국에서 만들 거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어.”
“뭐? 아쿠아 웨이브?”
이 자식이 우리 제품에 대해 알고 있다니··· 뭐, 거의 모든 개발을 마쳐서 상표와 디자인 등 각종 특허 등록을 전부 처리했으니 장용재 이놈이 아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었다.
“알고 있네, 후후. 그게 어떻게 진화할지는 지켜봐. 해동전자 몸값을 미칠 듯이 올려줄 테니 말이야, 흐흐.”
이미 내후년에 나올 아쿠아 웨이브는 크기만 줄이고 통화 기능과 인터넷 접속까지 되도록 개발방향을 잡아뒀다. 실실 웃으며 약 올리던 내게 장용재가 버럭 소리쳤다.
“그래봤자야, 이 새끼야! 메모리 반도체에서 신성전자 따라올 곳이 있을 것 같아!”
장용재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지만 참으로 반가웠다. 이제야 내가 뿌린 떡밥을 완전히 삼키지 않았나! 나는 엉덩이가 들썩거리려는 걸 참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메모리 반도체? 신경 안 써. 내가 일하는 스탠더드가 GSMC 물주 노릇 해줄 거거든. 나야 업계 정리될 즈음에 그간 일하면서 회사에 쌓일 분배금 털어서 지분 태우면 되고.”
“너희 외가만 미국 물주 있는 줄 알아! 우리도 미국 물주 있어, 이 새끼야!”
‘미국 물주?’
내 눈이 번쩍 뜨였고, 그 모습을 두려움으로 착각했는지 악에 받쳐 바락바락 소리치던 장용재가 피식 웃었다.
“이제야 쫄리는 모양이지? 어디 한 번 끝까지 해보자고, 흐흐.”
장용재는 자신이 이겼다고 착각했는지 실실 웃으며 카페를 나갔지만 나야말로 저놈에게 이길 수 있는 단서를 잡았다.
‘헛똑똑이 새끼, 흐흐.’
본인은 열이 뻗쳐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 인지도 못하겠지만 그게 내 노림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자랑만 해서 내가 뭘 캐내고 싶었는지 생각할 수도 없을 테고 본인조차 어디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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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건방진 새끼···.”
카페를 박차고 나온 장용재는 이성민이 오늘 자신의 앞에서 처음으로 보인 오만함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광산이든 가스전이든 유전이든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신성물산, 그리고 아버지와 자신의 역린이다. 장용재는 그 역린을 뽑아낼 것처럼 쥐고 흔들어댄 이성민에게 주먹이 날아가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허나.
자원개발 외에도 해동그룹의 사업들은 하나같이 이 나라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거나 1등을 차지할 것들 밖에 없었다. 이성민이 지 주둥이로 자랑하지는 않았지만 그놈이 대주주인 GK디스플레이도 해동전자가 확보한 특허를 지원받아서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지 않나? 신성전자 산하의 신성디스플레이는 아직도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후우··· 그나마 핸드폰이랑 메모리 반도체라도 앞서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숨을 내쉬었지만 장용재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핸드폰과 반도체만큼 사람들이 많이 필요로 하는 제품도 없고 그 두 개는 신성전자라는 거대한 마차를 선두에서 이끄는 명마 두 필이 아닌가?
“앞으로는 죽어라 달려야겠군.”
앞서나가기 위해서인지 도망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용재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왜 날 보자고 한 거지?”
뒷좌석에 앉은 장용재는 아직도 이성민이 자신을 보자고 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자신이 패배의 단초를 흘린 건 까맣게 모른 체.
***
“장용재랑 만났다고?”
“네. 듣고 싶은 얘기 끌어내려고 제 자랑 하느라 입에서 단내 나는 줄 알았어요.”
장용재 앞에서 했던 우리 회사 자랑 퍼레이드를 압축해서 풀어놓자 선해철이 피식 웃었다.
“너처럼 지독한 놈도 없을 거다. 아픈 사람 속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싶디?”
“그래도 원하는 건 얻어냈으니 그걸로 됐어요. 장용재 본인은 모르겠지만요, 흐흐.”
“뭔데?”
“신성그룹 물주요.”
“물주?”
“네. 정확히는 말하지 않았는데 미국 물주라고 하더라고요.”
대답을 내놓자 가늘게 뜨여졌던 선해철의 눈이 커졌다.
“혹시···?”
박태진까지 눈이 커진 걸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한테 원한을 진 미국 놈이면 딱 한 놈, 아니 한 집안뿐이죠. 지금 당장···.”
사실을 확인하고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계음과 함께 팩스에서 종이가 뱉어져 나왔다. 인쇄가 멈춘 종이를 뜯어낸 나는 그 종이에 적힌 걸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이 남자가 신성의 물주였다니···.”
헨리가 팩스로 보내준 문서를 받은 우리는 첫 장에 인쇄된 프로필 사진 하나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