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58th. 감당할 수 있으니 (4)
이틀 뒤.
“잘 다녀와, 자기야.”
이른 새벽부터 현관문 앞에 선 장하연은 한참 꿈나라 여행 중인 현빈이를 품에 안은 채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 마, 자기야.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오늘은 명선우, 그리고 헨리와 아이젠버그, 윌슨과 함께 개성에 다녀오는 날이다. 장하연은 내가 북한에 다녀온다는 게 적잖이 걱정되는 모양이지만 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장하연을 안심시키고 차에 올라탄 나는 박태진과 함께 태현그룹 계동사옥에 도착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명 회장님.”
“어서 오게, 이 이사, 박 전무. 내 평양 갈 생각에 두근거려서 밤새 잠을 못 잤네, 하하.”
차에서 내린 나와 박태진은 정문에 서 있던 명선우와 마주보며 껄껄 웃었다. 한 차례의 웃음이 가시면서 명선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듣기로는 지금 주한미군이 비상대기 중이라더군. 오산 방공통제소부터 평택, 군산 공군기지까지 스크램블 대기 중이라고 국방부에 합참까지 난리속일세. 왜 그런 건가?”
명선우의 눈에서 걱정이 흘러넘쳤지만 나와 박태진은 주한미군이 왜 칼집에 손을 얹었는지 헨리에게서 이유를 들어 알고 있었다.
[나와 아이작이 우리와 교류가 있는 가문들까지 동원해서 워싱턴 D.C를 압박했네. 우리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평양은 불바다가 될 걸세.]
헨리와 아이작을 위시한 미국 내 유력 가문들의 힘은 엄청났다. 그들의 압박을 못 이긴 워싱턴 D.C의 정치인들이 미 국방부와 국무부를 쪼아서 주한미군에 주일미군까지 비상대기 상태로 만든 것이었다. 미국 내 유력인사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헛수작 부리지 마라, 김정일.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고작 30억 달러로 천조국의 미군이 우리 여섯 명의 안전을 보장해주니 아주 싼 보험료다. 명선우를 보며 나는 씩 웃었다.
“미국 경제의 중심부에 있는 인사들이 우리와 함께 북한에 방문하는 날입니다. 허튼 수작 부리면 평양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보여줘야죠, 하하.”
“허, 허허, 허허허···.”
명선우는 헛웃음만 흘렸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나라다. 그것도 미국 경제의 심장인 월가를 쥐고 흔드는 이들의 안전이 걸렸으니 얼마나 민감하겠나?
미국 민주당은 질 선거인데도 10억 달러를 더 받아먹은 데다 여당으로서의 책임이 크고, 공화당은 민주당의 두 배인 20억 달러나 더 받아먹은 값을 해야 한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지만 건네준 건 미국 재계의 유력인사인 헨리와 아이작이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평양에 가면 바로 미팅을 할 수는 없을 걸세. 애태우기 전략, 알지?”
명선우가 내 눈치를 슬쩍 봤지만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아쉬운 건 그쪽이지 우리가 아니지만 말이죠.”
같잖은 허세를 참는 게 내 앞에 있는 사람 하나 살리는 값이면 싸게 먹히는 일이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게 아니지 않나.
나와 명선우가 로비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고려호텔 본점에서 출발한 헨리와 아이젠버그, 윌슨까지 계동사옥에 도착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명.”
헨리의 자연스러운 한국어 인사에 잠시 흠칫했던 명선우는 얼른 헨리가 내민 손을 잡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로이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헨리의 뒤에 있던 아이젠버그와 윌슨도 나섰다.
“체이스맨해튼의 케일러 아이젠버그 행장입니다.”
“부행장 로널드 윌슨입니다.”
두 사람과도 인사를 나눈 명선우는 북한에서의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줬다.
“흠··· 그나마 우리가 모두 한데 모여서 협상을 한다는 게 다행이군요.”
침음성을 흘리며 모노클 테두리를 손끝으로 문지르던 헨리가 미소를 지었고, 명선우도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들께서 이 이사와 함께 만들어주신 제안이 보통 제안이 아니니까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며칠 정도는 미팅이 불발돼도 참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명선우가 양해를 구하며 고개를 숙였고,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평양의 백화원 초대소에 도착한지 나흘째가 돼서야 우리는 김정일의 면상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의 면담 신청 끝에, 이 늦은 밤에 말이다.
“어서 오시오, 동지들. 위대한 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하오.”
김정일은 나름 폼을 잡는답시고 두 팔을 벌려 우릴 맞았지만 인사부터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위대한 공화국은 개뿔. 한 글자도 안 맞아, 이 새끼야.’
북한은 지난 1999년에야 수년간의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미 수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 속에서 죽었다. 그런데도 ‘위대한 공화국’이라니··· 마지못해 미소를 지은 우리는 김정일과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내 지방까지 현지 지도를 하러 다니느라 공사가 다망했소. 동지들이 이해해주기 바라오.”
김정일은 애를 태우겠다고 거드름을 피웠지만 강짜에는 더 큰 강짜를 부리는 게 내 본래의 성격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김정일에게 말했다.
“1차분 투자만 15억 달러에 자동차, 반도체 공장 등! 만 단위의 일자리가 걸린 사업입니다. 위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도자이자 인민들의 어버이이신 위원장 동지께 인민들의 생업을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공사가 있으십니까?”
조국일보나 다른 수구꼴통들이 나를 보면 빨갱이라고 지랄하겠지만 비즈니스 자리인 만큼 빨아주는 건 화끈하게 빨아주고 쏘아붙일 때는 맵게 쏘아 붙여야 한다. 존칭으로 포장한 욕을 속사포처럼 쏟아내자 김정일 옆에 서있던 소좌 계급장의 호위군관이 나를 쏘아봤다.
“뭐이 어드래!”
나 또한 기죽지 않고 그 군관을 노려봤다.
“어른들 얘기하는 거 안 보여? 낄끼빠빠, 몰라?”
“낄끼···빠빠?”
순간 어리둥절해 하는 젊은 군관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거야. 너 같은 소좌 나부랭이가 공화국 인민 동지들 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면 계속 소리쳐보던지.”
냉전이 끝난 이래로 세계는 총칼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이 되었다. 김정일의 호위군관이라도 일개 소좌가 으르렁거려봐야 내 앞에서는 똥개 한 마리가 짖어대는 것밖에 안 된다.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인 나를 보던 군관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간나 새끼가!”
바락바락 소리만 지르면 뭐하나. 굳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는 김정일을 슬쩍 훑어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군관에게 다가갔다. 시선을 내려 허리춤의 총집을 보던 나는 일그러진 군관의 눈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 같으면 그 권총 뽑아서 겨누는 시늉이라도 했겠다. 진짜 쏘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수백 대가 평양까지 올라올 테니 각오는 하시고?”
눈이 커진 군관을 보던 나는 검지만 펼친 손을 들어 보이며 짤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아! 괌하고 사이판에서는 B-52가 올라올 거야. 월남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전략폭격기, 알지? 흐흐.”
‘벼랑 끝 전술은 너희들만 쓰는 게 아니다, 이 새끼들아. 나도 눈깔 뒤집히면 밑도 끝도 없이 또라이 되는 놈이야.’
미친놈처럼 실실 웃으며 놈을 약 올리고 있을 때 김정일이 손을 들었다.
“그만하시오, 리성민 동지. 동지도 그만하라.”
“위원장 동지, 그래도 이 간나 새끼가 감히···.”
젊은 군관이 토를 달자 김정일이 벌떡 일어나서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손을 번쩍 든 김정일이 그 군관의 뺨을 짝 소리가 들릴 만큼 후려쳤다.
“나가보라!”
버럭 소리친 김정일은 호위군관을 쫓아낸 뒤, 자리에 앉아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리 동지는 목숨이 서너 개는 되는가보오.”
“죄송합니다, 위원장 동지. 허나 이번 일은 저런 피라미가 낄 자리가 아니라서 객기를 부렸습니다.”
각 잡고 제대로 된 거래를 트려면 당사자들만 있어야 한다. 제 3자가 보고 있으면 김정일도 얼마나 모양이 빠지겠나? 정중한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인 내게 김정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 우리 명 동지가 아주 재기 넘치는 동지를 데려 왔구만!”
호탕하게 웃던 김정일이 웃음을 거두고 내게 물었다.
“내 명 동지가 올린 리 동지의 사업계획서는 잘 봤네. 리 동지가 가장 원하는 게 개성공단에 파견될 남측 동지들과 미국 동지들, 그리고 개성공단 공장들의 안전이라고?”
“예. 어디까지나 기본 조건이지만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의 확답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북한 놈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저팔계 외교라는 국가 단위의 사기를 치는 김정일이나 그 애비 김일성, 아들내미 김정은 등 김 씨 왕조의 패악질을 아는 나로서는 확실한 보장을 받아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당연히 보장해야지. 거기에 개성공단이 정치에 휘말리지 않게 해달라는 건 무슨 뜻인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한 김정일의 질문에 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남도발과 핵개발을 멈춰주셨으면 합니다.”
올 것이 왔다는 듯 김정일의 표정이 굳었지만 나는 말을 계속했다.
“지난 대선 때 한국의 현 야당이 대남도발을 해달라고 한 걸 거절하신 건 감사드립니다만 그 야당이 변하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은 정치라는 바람 앞에서 등불 신세입니다. 위원장 동지도 아시잖습니까?”
“알지. 알고 말고. 내 그 반동 놈들에게 사주 받은 놈들은 그때 전부 숙청시켰으니 염려 말게, 리 동지.”
숙청이라는 말에 명선우와 박태진, 헨리의 눈이 커졌지만 북한의 숙청은 대중 앞에서의 자아비판부터 여러 단계가 있다. ‘총풍사건’에 엮인 놈들이야 요덕이나 아오지에 끌려갔겠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또한 휴전선 전방 장령들의 ‘과잉 충성’을 단속해주시면 더 감사드리겠습니다. 후방에서의 미사일 발사도 멈춰주시면 더더욱 감사드리겠고요.”
사업가인 우리로서는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지만 디테일이 많은 요구일수록 짜증스러운 법이다. 짜증스러울 요구에도 김정일은 내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제 동지들까지 함께 온 통에 미제 공군이 비상출격 대기 중이라 우리 장령들이 죄다 얼어붙었네. 이거면 답은 충분하지 않겠나? 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리던 김정일이 웃음을 그쳤다.
“헌데, 리 동지의 집안은 왜 우리 공화국에 거액을 투자하려는 건가?”
“예?”
“내 듣기로는 지금 주한미군이 비상대기 중이라더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명 회장님?”
“오산 방공통제소부터 평택, 군산 공군기지, 게다가 주일 미 공군까지 스크램블 대기 중이라고 국방부에 합참, 일본 자위대까지 난리속일세. 왜 그런 건가?”
의구심이 서린 김정일의 눈을 보며 나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영면하신 위대하신 주석 동지께서 말씀하셨던 천년의 적, 중국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시기를 늦추기 위함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로이스 경?”
말끝을 흐리며 내 의중을 캐려는 김정일에게 대답한 나는 헨리에게 바통을 넘겼다.
“미스터 리의 말이 맞습니다, 위원장 동지. 우리 미국은 IT버블 붕괴의 여파로 서민들의 형편이 곤란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서민들은 값싼 중국산 소비재를 쓰게 되겠지요.”
이제는 한국인처럼 자연스러운 헨리의 한국말에 김정일도 흠칫했다. 헨리는 김정일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 미국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돈은 중국의 중화학 공업과 첨단산업까지 발전시킬 테고 당연히 중국 경제도 커질 겁니다. 그 경제를 기반으로 무력을 갖출 중국은 동아시아권부터 자국 영향권으로 만들려 하겠지요.”
평양에 오기 전에 나와 미리 합을 맞춰서일까 헨리는 느물느물한 눈길로 모노클 너머의 김정일을 보며 말했다.
“흠···.”
침음성을 흘리던 김정일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알겠네. 내 개성공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치에 휩쓸리지 않게 하지. 대신.”
순조로운 거래는 없는 법이다. 김정일은 멈췄던 말을 이으며 조건을 걸었다.
“개성공단에 파견될 인원들과 설비의 안전을 보장할 예치금 5억 달러는 조속한 시일 내에 보내주시오.”
공산주의고 주체사상이고 역시 돈이 최고인 것 같다. 김정일의 눈에 비친 탐욕에 우리는 헛웃음을 참으려 애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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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우리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방식을 비롯한 여러 제반 사항들에 대해 김정일과 큰 틀에서 합의를 마쳤고, 뒤이어 들어온 실무진들과 개성공단 조성부터 운영에 대한 세부사항들을 조율했다.
밤샘 마라톤협상이 끝나고 새벽 어스름이 되자 헤네시 코냑을 마시며 협상을 지켜보던 김정일이 손뼉을 쳤다.
“고생들 했소. 동지들은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출근하라.”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철야근무를 시키면 당일 휴무야 당연한 일인데 저렇게까지 해야 한다니··· 김정일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실무진들을 보니 아직도 북한이라는 나라는 갈 길이 멀지 싶었다.
“동지들도 오늘 하루 정도는 푹 쉬었다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내 초대소에 얘기해서 연회를 베풀어줄 수 있소만.”
우리를 쓱 둘러보던 명선우가 김정일에게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닙니다, 위원장 동지. 하루라도 빨리 민족적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저희 같은 자본가들의 일이잖습니까? 정부와의 조율부터 여야 정치권의 합의, 미국 정관계에 대한 전달 등 산적한 일들이 많습니다, 하하.”
명선우가 적당한 핑계를 잘 대줬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호화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나나 박태진, 헨리, 아이젠버그, 윌슨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김정일이 내심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우리네 기쁨조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입니다?”
그 순간 내 눈이 커졌다.
‘기쁨조라니? 기쁨조라니! 나, 유부남이야, 이 인간아!’
김정일이 누구 가정 파탄 내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돌아가서 여우같은 마느님에 토끼 같은 현빈이, 마느님이 품고 있는 둘째 보고 싶어 죽겠는데.
***
협상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돌아간 우리는 청와대에 들어가서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고생했소, 명 회장, 이 이사, 박 전무.”
“아닙니다, 대통령님.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아주며 고생을 치하해준 김 대통령은 헨리와 아이젠버그, 윌슨에게 다가갔다.
“세 분의 결정이 이 한반도의 평화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허허.”
“아닙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북한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땅이니 사업가라면 기회를 잡아야지요, 하하.”
헨리가 한국어로 말한 뒤, 아이젠버그와 윌슨에게 통역을 해줬다. 헨리의 통역을 들은 두 사람도 미소를 지으며 김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그 뒤, 다과를 함께 하며 평양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자 김 대통령이 껄껄 웃었다.
“허허! 이 이사 배짱이 보통이 아니구먼?”
“명 회장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블러핑을 쳤을 뿐입니다. 강 대 강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하하.”
평양에서 폭격 드립을 친 건 김정일이 미 공군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도 여의도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구렁이다. 헨리, 그리고 아이작의 대리인인 아이젠버그와 윌슨이 내놓겠다는 5억 달러는 김정일 본인이 맘껏 운용해도 되는 돈인데 일개 군관 앞에서 밝힐 수는 없지 않나.
껄껄 웃던 김 대통령이 차 한 모금을 들이켜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우리 이 이사 같은 사람이 평양에 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에 가는 게 어떻소? 이명진 부회장에 이대수 회장님까지 함께 말이오.”
지금 내가 김 대통령의 제안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나도 모자라서 숙부님에 할아버지까지 끌고 평양에 가겠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