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50th. 피할 수 없는 빅딜 (3)
이성민이 선해철, 박태진과 함께 사무실을 나설 무렵.
GK그룹 사옥에서도 오현무, 해수찬, 오현준이 집무실에 모여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코너에 몰린 걸 어떻게 알고···.”
오현준은 해동그룹과 스탠더드 캐피털이 내밀어준 도움의 손길에 고마우면서도 신기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반도체는 태현그룹, 제련소와 통신장비는 대주그룹에게서 공격당하고 있는 GK그룹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때문에 명 씨 놈들과 싸우는 것도 벅찬 마당에 강 회장까지 칼 빼들고 달려들어서 죽을 맛이었는데 숨통이 트이겠어.”
해수찬 또한 최근의 스트레스 때문에 구겨졌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해동그룹과 스탠더드 캐피털이 백업을 해주면 태현과 대주 양쪽을 상대로 버틸 수 있지 않은가?
“번번이 사돈어른과 성민이한테 빚을 지는군요. 한 번은 꼭 갚아야 할 것 같은데···.”
두 사람과 달리 오현무는 얼굴이 편치 못했다.
은혜든 원수든 받은 만큼 돌려줘야 마음이 편한 성격인 것도 있지만 GK그룹의 체면이 걸린 일이다. 그 체면을 지켜야 할 그룹 회장으로서 오현무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럴 게 아니라 지난번 미팅 때 우리와 제휴하고 싶다던 사업에 대해 물어보는 게 어때?”
고민하던 오현무는 해수찬의 권유에 눈이 새로 뜨였다.
“해동자동차 장기 프로젝트 말입니까?”
“그래. 내 생각엔 저번에 스탠더드에서 투자한 곳을 보면 답은 딱 하나야.”
“뭡니까?”
“전기자동차.”
“전기자동차요?”
의아해하는 오현무와 달리 해수찬은 확신에 가까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때 얘기를 잘 생각해봐. 스탠더드가 전자, 화학, 상사 지분을 14.99퍼센트까지 확보했지만 상사에 투자한 건 구색 갖추기였을 거야. 셋 다 우리 그룹 지배구조의 3대 축이지만 그 당시에 선 대표가 전자의 모터 기술과 화학의 배터리 연구를 말한 걸 떠올리면 전기자동차밖에 답이 없어.”
해수찬의 설명을 듣고 잠시 몇 달 전의 미팅을 떠올렸던 오현무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러겠군요. 자동차에서 엔진은 모터, 기름은 배터리로 대체될 테니. 현준이 네가 봤을 땐 어떠냐?”
“차량용 모터 개발은 세탁기 모터를 응용하면 되니 해볼 만합니다, 형님. 그렇지만 차량용 배터리는 앞으로 20년 이상 적자를 각오해야 할 거요.”
“흠···.”
GK그룹 오너 가문 경영진들 중 기술에 가장 밝은 오현준이 뽑아준 견적에 오현무의 침음성이 길어졌다.
해동자동차와 함께 할 전기자동차에서 모터는 책임질 수 있지만 자신이 영국 출장 때 보자마자 ‘이거다!’라고 꽂혀서 추진한 배터리 사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떻게든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나?
세 남자가 말없이 차를 마시던 중 인터폰이 울렸다.
[회장님, 스탠더드 캐피털 코리아 선해철 대표와 이성민 이사, 해동그룹 총괄전략본부 박태진 전무 도착했습니다.]
비서의 목소리에 세 사람이 합이라도 맞춘 듯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이번 미팅은 일방적인 도움받기가 아닌 주고받는 거래로 만들고 싶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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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금속에 9천억, GK통신에 5천억?”
“네, 회장님. GK금속은 해동물산, GK통신은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성민이 몫의 돈으로 투자할 예정입니다. 50퍼센트씩 지분을 주시면 바로 자금이 들어갈 겁니다.”
지금의 내게는 별 거 아닌 돈이지만 세 사람은 입을 떡 벌린 채 내가 건네준 투자제안서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차를 마시던 선해철은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세 분도 아시겠지만 이 이사는 스탠더드 캐피털 소속이면서도 지난 연말부터 해동그룹의 전략 컨설턴트를 맡고 있습니다. 해동물산의 GK금속 투자는 이 이사가 그룹 수뇌부들을 설득해 이끌어낸 겁니다, 하하.”
“이 이사가요?”
“예. 지난 연말연시 내내 이 이사는 그룹 부회장 분들과 만나서 각 부문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각 부문을 맡고 있는 부회장님들도 이 이사의 안목을 인정한 덕분에 이번 투자도 성사된 거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선해철이 힘을 실어줘도 세 사람은 여전히 날 못 믿는 것 같았다. 나는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이번 투자는 단순히 GK그룹이 제 외가라서 추진한 게 아닙니다. 해동물산도 GK금속에 투자할 사업상의 이유가 있어서 성사된 겁니다, 회장님.”
“해동물산이 구리사업을 하는 건 알고 있네, 이 이사. 그래도 카자흐스탄 구리사업은 광산에 제련소까지 갖추지 않았나?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건 노하우뿐일 텐데···.”
오현무가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여전히 미안해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동물산은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권도 갖고 있습니다.”
“코브레파나마?”
“네. 태평양 방면 연안에서 20여 킬로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진 광산인데 금속 기준으로 연간 약 35만 톤 이상의 구리를 40년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금이나 은 같은 부산물도 생산될 거고요.”
오현무와 해수찬, 오현준의 입이 떡 벌어졌다.
현재 톤당 1,700달러 남짓인 구리 시세만 감안해도 코브레파나마 광산의 가치가 240억 달러를 훌쩍 넘긴다는 말이니 얼마나 놀랐을까? 벌써부터 오현무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이, 이 이사?”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야 광산을 개발하겠지만 해동그룹에서는 현지에 제련소를 지을 생각이 없습니다. 정광(精鑛) 설비만 갖추고 금속으로 제련하는 건 전부 GK금속에 넘길 겁니다. 해동물산의 투자를 받고 GK금속을 영원히 GK그룹의 계열사로 남기신다면 말이죠.”
세 분 외삼촌들이 미안해하지 않게 사업상 실리를 댔지만 사실은 GK금속을 GK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만들어주면서 계열분리도 막고 싶었다. 똘똘 뭉쳐서 밀어주고 당겨주며 올라가도 부족한데 자꾸 그룹이 쪼개지면 도태되지 않겠나?
그런 내 마음이 전해졌을까 오현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이 이사 자네, 우리 그룹의 계열분리를 안 좋게 보는 건가?”
에두르는 GK그룹의 문화와 달리 오현무가 돌직구를 던졌다. 잠시 흠칫했던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교적 전통 때문에 계열분리를 하는 건 경영 효율의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조치입니다.”
최대한 정중히 말했지만 집안사람들의 항렬과 감투 때문에 계열분리를 하는 건 정말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내부자 거래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게 걸리지만 그룹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대출금리 우대, 내부 지원 등을 생각하면 GK그룹 정도의 그룹은 지주회사든 모기업이든 구심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행동그룹이야 나라는 초대형 물주가 뒤를 봐주니 한 번 정도의 계열분리는 상관없겠지만.
내 대답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오현무가 말했다.
“가족회의를 해봐야겠지만 이 이사 자네와 해동그룹만 수락한다면 우리 그룹 전략 컨설턴트로 기용하고 싶네. 자네가 제안만 받아준다면 계열분리 계획은 고민해보도록 하지.”
“외, 외삼촌?”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사석에서나 쓰는 말버릇이 나왔는데도 오현무는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성민이 너와 선 대표가 일전에 말했던 해동자동차 장기 프로젝트, 아니 전기자동차 사업 때문에라도 해동과 우리, 그리고 스탠더드 사이에 가교가 필요하겠지? 그 가교를 맡아줄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 제안하는 거다, 허허.”
좋은 제안이었다.
해동자동차의 자동차 사업 인프라와 GK그룹의 모터, 배터리 기술력, 여기에 스탠더드 캐피털의 자금력이 뭉치면 세계 최고의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니 말이다.
잠깐 사이에 계산을 끝낸 나는 오현무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저희 그룹 수뇌부에서도 허락하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그룹 내부의 어른들이라면 허락할 것이다. 필요 이상의 적을 만드는 것보다 아군을 만드는 쪽을 선택하는 분들이니 말이다.
***
뜻밖의 제안을 받은 나는 GK금속, GK통신에 대한 투자 협정을 체결한 뒤, 선해철, 박태진과 함께 해동그룹 본관으로 넘어갔다.
“어떠십니까, 본부장님?”
나에 대한 오현무의 전략 컨설턴트 영입 제안을 들은 고승주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GK와 손잡아서 나쁠 건 없지. 겹치는 사업이라고 해봐야 석유화학인데 그쪽은 오히려 두 회사가 뭉치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 다들 좋아하실 거다, 흐흐.”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감사는 무슨. 성민이 네가 공과 사 모두를 챙기는 거 보면 명우나 제수씨도 좋아할 거야, 하하.”
소탈하게 웃던 고승주가 차 한 모금을 들이켰다.
“이걸로 강 회장님이 우리 쪽으로 치고 나올 곳은 전부 막았구나.”
“강 회장이 간덩이가 붓지 않고서야 GK그룹 상대로 빅딜 추진할 생각은 꿈도 못 꿀 겁니다, 형님. 흐흐.”
능글맞게 웃는 선해철의 말대로 대주그룹 강오중은 더 이상 내 외가를 상대로 살점을 물어뜯을 수 없었다. 자본력에서 비교도 안 될 만큼 건실해진 GK금속과 GK통신을 물어뜯으려 들었다가는 자신의 이빨만 깨져나갈 터.
“이제부터는 반격을 시작해야 합니다, 본부장님. 당한 만큼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태진의 굳은 표정을 보며 고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박 전무. 그런 의미에서 각자 알아본 정보부터 교환해볼까?”
고승주의 제안에 우리 셋 모두 서류를 꺼내서 고승주에게 건네줬다.
“저희 쪽에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대주전자가 국내영업망을 떼어내서 대한신용유통과 합병시킨 뒤, 주식을 매각할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 점이 이상해서 좀 더 파고 들었는데 재미있는 게 나왔더군요.”
“뭔가?”
나를 보던 시선이 가늘게 변한 고승주에게 박태진이 대신 말했다.
“대한신용유통, 대주그룹 위장계열사 같습니다.”
“위장계열사?”
“예. 주주 명부를 확보해서 조사해봤는데 대주그룹 주요 임원들의 친인척들이 대다수인데다 주식의 15퍼센트는 실종처리 됐거나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잘게 쪼개서 쥐고 있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고요.”
박태진이 말한 내용은 전부 재벌들이 차명주식을 확보할 때 쓰는 패턴이다. 확실한 연결고리는 없지만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그 종착점은 대주그룹일 터.
박태진의 보고에 고승주의 미간이 좁아졌다.
“역시나였군. 대한신용유통에서 대주그룹 퇴직 임원들이 세운 건설회사에만 매장 건설을 맡기는 게 수상했는데···.”
“그래도 대한신용유통 건만으로는 대주그룹을 완전히 멈출 수 없습니다. 강오중 그 양반 성격상 멈출 위인도 아니고요. 확실한 건수가 필요합니다, 형님.”
보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선해철의 의견에 고승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도 그룹 차원에서 대주그룹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어. 대주그룹에 투자한 투자회사들부터 알아봤는데 소재지가 라부안, 파나마, 케이맨제도, 버진 아일랜드 등이야.”
고승주가 말한 곳 모두 조세피난처다. 그곳에 세워진 투자회사들이 대주그룹에 투자한 40억 달러··· 더 볼 것도 없이 강오중의 해외비자금이라는 심증이 짙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해동물산 유럽법인들이 대주그룹을 조사하고 있는데 급한 대로 허위 수출 자료는 일부 확보됐다. 자료부터 보여주마.”
말을 마친 고승주가 금고에서 두툼한 누런 봉투 하나를 꺼내 와서 우리에게 건네줬다. 우리는 곧바로 서류에 들어있는 사진들과 서류들을 꺼내봤다.
“햐아, 눈 쌓인 거 봐? 형님, 이거 어디서 찍은 거요?”
탄성을 흘리던 선해철이 손끝으로 잡은 사진을 팔랑거리며 물었다. ‘Warsaw’라고 왼쪽 위에 적힌, 야적장에 세워진 차들이 찍힌 사진을 보고 고승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바르샤바 교외에서 찍은 거다. 대주자동차 바르샤바 공장에서 대주물산 바르샤바 법인에 넘겨서 팔았다고 해놓고는 생산물량을 전부 그쪽에 쌓아둔 거야.”
다른 사진들 또한 선해철이 들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팔리지도 못한 채 눈이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공터를 가득 메운 수백, 수천 대의 차량들··· 공장 라인에서 땀 흘려 일했을 노동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자동차들은 강오중의 과욕이 낳은 배설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심각하군요.”
실소를 참지 못한 내게 고승주가 말했다.
“땡처리라도 하면 적자는 줄일 수 있을 거다. 대주그룹을 빨리 쓰러뜨릴수록 피해도 더 줄어들 거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대주그룹 런던법인을 집중적으로 파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런던?”
눈썹이 꿈틀거린 고승주를 보며 나는 담담히 말했다.
“아시겠지만 런던은 뉴욕, 도쿄와 더불어 세계 3대 금융허브입니다. 자금의 이동은 나머지 두 곳보다 훨씬 자유롭고요. 차입경영을 해온 대주그룹의 실정을 고려하면 자금 회전이 신속해야 하니 런던법인에서 작업했을 겁니다.”
“흠··· 확실히 다른 법인보다 런던법인에 접근하는 게 까다롭다고 배 부회장님도 말씀하셨어. 얼마가 들더라도 밀어붙일 거라고 하셨으니 기다려보자.”
고승주와 배재훈 모두 돈을 써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주그룹이 신나게 부채를 늘리는 속도를 생각하면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가 훨씬 무거우니 아낌없이 퍼부어야 했다.
‘그룹에서 관리하는 해외비자금이야 트라이엄프에 넉넉히 있을 테고··· 이번에는 어른들한테 맡겨둬야지.’
매번 내가 나서면 어른들도 내심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기업 경영은 원맨쇼가 아니라 팀 게임 아닌가? 한 발 물러서기로 결정한 내게 고승주가 말했다.
“남은 건 본사인데··· 본사는 내가 직접 치고 들어갈 거다.”
“본부장님···께서요?”
“형님?”
“본부장님?”
그룹의 실세인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니··· 눈이 커진 나와 선해철, 박태진에게 고승주가 말했다.
“너희도 알겠지만 어느 그룹이든 본사는 총수의 성이야. 그룹의 최정예들만 모여서 총수를 지키는 성.”
“그렇지만 지금은 그 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지휘관들도 동요하고 있고요. 우리가 좀 더 힘을 쓰면 무너질 텐데 왜 직접 나서시려는 겁니까?”
고승주가 왜 직접 나서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껏 우리가 상대한 대주그룹 본사 임직원들만 해도 높게는 전무급까지 있을 만큼 대주그룹 내부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괜히 나섰다가 고승주가 다칠 수 있었다.
만류하는 나뿐만 아니라 박태진, 선해철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바라봤지만 고승주의 눈에는 결심이 서 있었다.
“대주를 무너뜨린 뒤도 준비해야지. 뒷수습에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그래.”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대신에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 일만큼은 비겁하게 뒷짐 지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해동그룹 수뇌부의 한 사람으로서 위험을 나눠지고 싶었지만 고승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혼자 만나야 해. 네가 그 양반을 보는 건 그 다음이다, 성민아.”
처음으로 내게 보인 완고한 모습··· 고승주가 저토록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고승주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