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18th. 뿌린 대로 거둔다기엔 (1)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향하던 중 클레어가 전화를 넣었다.
“아버지, 메이시스 백화점에 말씀 좀 넣어줄 수 있죠? 저 말고 조니요. 벌 줄만 알지 쓸 줄을 몰라서요. 고마워요, 후훗.”
클레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피로 물든 돈을 벌었지만 최소한 저 부녀지간의 관계가 회복된 걸 보니 일말의 죄책감이 씻어지는 것 같았다.
“헨리예요?”
“응. 아버지가 우리 얘기 해놓는댔어. 귀중한 손님이니까 최고의 예우를 갖추게 준비시키겠다는데?”
최고의 예우라··· 헨리 정도 되는 사람이 부탁한 최고의 예우면 어느 정도일까 싶었다.
“클레어, 백화점에 연락해서 녹음기하고 테이프 준비해달라고 해주세요.”
“응? 왜?”
클레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고 선해철, 박태진도 설마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미안하지만 그 설마를 배신할 수 없었다.
“돈 쓰는 일인데 하나라도 배워 가야 할아버지 볼 낯이 서죠. 카탈로그도 달라고 하세요. 상품 특장점 메모해서요. 정리하고 나면 본가에 갖다 줘야겠어요.”
헨리 정도의 재력가가 주문한 전세 쇼핑이면 서비스부터 상품 설명까지 모방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알파벳 하나까지 모조리 베껴가서 할아버지와 태재호 선물로 줘야겠다.
선해철은 결국 날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독한 녀석. 어떻게든 본전은 뽑아먹으려는 거냐?”
“전세 쇼핑이면 그만큼 뽑아먹어야죠, 흐흐.”
낄낄 거리며 웃는 사이 우릴 태운 자동차는 메이시스 백화점에 도착했다. 매장에 들어간 우리는 정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백화점 사장을 보며 빙긋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로렌스 대표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준비는 다 됐죠?”
“물론입니다. 카탈로그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2,3일 내로 보내드리죠. 녹음은 얼마든지 하셔도 되십니다, 하하.”
껄껄 웃던 백화점 사장은 뒤에 있던 직원 중 훤칠한 남직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을 튕긴 손으로 검지를 까딱거리는 사장의 손짓에 남직원이 곧바로 우리 앞으로 달려왔다.
“간식거리나 음료가 필요하시면 이 친구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머무르실 장소만 알려주시면 바로 준비해드리죠.”
믿을 수가 없었다. 말만 하면 간식을 가져다주겠다니? 지난번 호텔 파티와 달리 남들에게 인정받는 부자가 된 것 같았다.
***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지갑하고 가방부터 봤으면 좋겠네요. 이 친구가 쓸 걸로요.”
보테가 베네타 매장에 들어가자 우릴 맞은 직원은 클레어가 날 가리킨 손을 보고 환한 미소를 띠었다.
“물론입니다, 고객님. 브라운이나 딥 다크 블랙 계통이 어울릴 것 같은데··· 이쪽으로 오시죠.”
우릴 안내한 직원은 하얀 면장갑을 끼고 지갑과 가방들을 유리 진열대 위에 올렸다. 미리 언질을 받아서인지 녹음기를 틀고 있어도 직원은 미소를 띤 채 설명을 시작했다.
“보시는 지갑은 보테가 베네타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상품입니다. 대각선으로 엇갈려서 엮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은 이탈리아 장인들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보여주는···.”
내 눈엔 격자무늬 애플파이처럼 보이는데 저렇게 설명하는 것도 예술이다 싶었다. 저걸 또 외우느라 들인 노력은 얼마나 될까? 돌아가면 저 대사를 GQ체나 보그체로 번역한 걸 매장 직원들에게 숙지시켜야겠다 싶었다.
그밖에도 클레어는 펜디,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등에서도 내가 쓸 만한 물건들을 한 꾸러미씩 골라준 뒤, 뒤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레몬 슬라이스 넣은 토닉워터에 샌드위치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여기서 드시고 가시겠습니까?”
“그러죠. 쇼핑할 게 너무 많네요, 호호.”
클레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돈을 펑펑 써서 즐거운 걸까, 아니면 나를 가지고 살아있는 인형놀이를 해서 좋은 걸까?
잠시 후 멀리서 손수레를 끌고 오는 여직원이 보였다.
“주문하신 샌드위치와 탄산수입니다, 고객님.”
아이스버켓에 담긴 얼음을 컵에 넣은 직원은 탄산수를 채운 뒤, 빨대를 빙글빙글 꼬아서 꽂아줬다. 나와 박태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도련님. 본가에 돌아가시면 회장님께 건의하셔야 할 것 같군요.”
“그래야겠어요, 형.”
감탄을 멈춘 우리는 간식 타임을 시작했다. 손수레를 가져온 직원이 밑에 있던 접이식 의자를 펼쳐준 덕분에 편히 앉아 쉬면서 먹으니 꿀맛이었다.
음식을 다 먹은 우리는 그 직원이 집게로 건네준 뜨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뒤이어 받은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니 뽀송뽀송한 기분이 손에 퍼졌다.
간식타임을 마치자 클레어는 남직원에게 뭔가를 묻고는 고급스러운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달랑 남직원 한 명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는 온갖 샘플 북들이 쌓여있었다.
“여긴 뭐예요?”
“양복 맞출 거야.”
“양복이요?”
“응. 메이시스 백화점 VVIP 상위 1퍼센트한테만 제공되는 서비스야. 여기서 치수 재면 원하는 브랜드에서 주문제작 되거든.”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명품 브랜드라지만 VVIP 서비스는 다른 모양이었다. 매장이 아닌 라운지에서 재단사가 치수를 재다니.
“대단하네요.”
“대단할 거 없어. 그만큼 비싸니까, 호호.”
비싼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딜 가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 부자들은 대개 그 나라의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고 한국의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부자들이 해동백화점의 충성고객이 되면 돈도, 권력도 우리 집안에 더 모이게 된다. 그 청사진을 만드는 값이라 생각하면 오늘 쓸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직원이 줄자를 꺼내들고 내게 다가와서 치수를 잰 뒤, 스케치를 시작하자 클레어가 직원을 향해 외쳤다.
“등판과 앞판은 깊게 잡아줘요. 소매통도 넉넉하게 빼주고요. 라펠하고 플랩도 넓게 잡아주고··· V존도 깊게 넣어주면 좋겠네요. 허리도 원래 치수보다 좀 더 안으로 넣으세요.”
무슨 차이인가 싶어 눈을 깜빡거렸지만 재단사가 작업을 마친 스케치를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들을 때는 몰랐지만 내 기억이 맞으면 이건 톰 포드의 윈저(Windsor) 라인에 가까운 디자인이었다.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이다.’라며 톰 포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한 디자인이라고 장수연이 보여줬는데 럭키 샷이 터지다니!
“저 스케치, 가져갈 수 있죠?”
갑자기 내 얼굴에 생기가 돌자 클레어가 눈을 깜빡거렸다.
“응? ···응. 고객들한테 서비스 차원에서 선물로 주는 거니까. 그런데, 주문은 어떻게 하려고?”
“저는 맘에 드는데 저희 할아버지, 은근히 보수적이시거든요. 다른 디자인을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삼청동 밖에서의 할아버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국 신사 같았다. 저 과감하다 못해 도발적인 디자인은 그런 할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테니 핑계거리로 딱이었다.
클레어는 내 말을 듣고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떠올랐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아쉽네. 저대로 만들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습니다, 미스 로렌스. 공식 석상에서의 회장님은 근엄하신 분이니까요.”
박태진까지 말을 보태자 선해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니가 그룹 내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지. 다시 해야겠어, 클레어.”
“알았어요. 미안한데 지금 스케치는 이 친구 주고 다시 해줘요. 허리만 살짝 넣어서요.”
시무룩한 클레어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인이 뿌린 씨앗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나중에 거둘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며칠 뒤.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떠놓은 녹취록과 그곳에서 보내준 물건들과 자료 등을 정리한 나는 선해철, 박태진, 클레어를 불러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게 그거야?”
“네.”
선해철은 내가 나눠준 두 개의 문서를 모두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이놈의 자식··· 피는 못 속이겠다. 거 참.”
“돌아가신 사장님 아드님인 건 못 속일 것 같습니다, 하하.”
박태진도 내가 정리한 문서를 보고는 껄껄 웃었고···
“못 말려. 조니 너, 정말 워커홀릭이구나? 아니면··· 효도하려는 거니?”
클레어는 날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겸사겸사죠. 16억 달러는 명품 브랜드 지분 확보에 쓰세요. 목표는 최하 50퍼센트. 한국 매장 출점권에 매출 수수료 책정권만 넘겨주면 노터치 하겠다고 하세요.”
내가 만든 서류 중 하나는 해동백화점에 도입할 고객서비스에 관한 자료였고, 다른 하나는 럭셔리 펀드였다.
전생의 나였다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쳐다도 안 봤겠지만 이번 생은 좀 다르게 살고 싶었다. 전생에 못한 효도까지 합쳐서 하는 길이기도 하니 나쁘지 않은 투자였다.
“오케이. 투자 대상도 좋은데 효손 노릇하겠다는 거 말리면 쓰나. 그런데···.”
선해철은 내 뜻을 이해했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중 잠시 흐리던 말끝을 뚜렷하게 이었다.
“저번에 가져온 스케치를 구찌에 보내자고 적어놨던데··· 진짜냐?”
“거기 디자이너가 젊은 사람이라면서요? 영감을 주면 협상하기 편할 것 같아서요.”
성별에 상관없이 섹슈얼한 매력을 강조하는 톰 포드라면 우리가 보낼 스케치의 가치를 알아볼 거다. 당연히 우리가 함께 보낼 투자제안서 또한 폄하되지 않을 것이다.
선해철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구찌는 그렇게 하고··· 펜디, 보테가 베네타도 작업 들어갈게.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고. 에르메스하고 LVMH 주식은 장내에서 담으면 되지?”
“네. 에르메스부터 시중에 풀린 지분 전부 거둬오세요. LVMH는 그 다음에 하시고요.”
지금도 100억 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프랑스의 국가대표 기업인 LVMH 인수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짓이다. 차라리 개별 브랜드들을 쓸어 담아두는 게 효과적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할래? 그래도 32억 달러가 남는데.”
“20억 불은 인덱스 펀드에 넣어두죠. 12억 불은···.”
스타벅스에 3억 불을 투자해서 의결권을 넘겨주되 한국과 중국 사업권은 해동물산에 양도하게 하고, 아메리카 온라인에 3억 불, 6억 불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골고루 쪼개서 넣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만 해둬도 다가올 전쟁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햇수로 3년 만에 이룬 성과라기엔 과분할 정도였지만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내 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고향 생각이 났다. 자랑은 할 수 없지만 고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장하연과 할아버지가 눈에 밟히고 있었다.
***
이성민이 본격적으로 월가에 자리를 잡고 있을 무렵, 삼청동 응접실의 긴 테이블 앞에는 여섯 남자들이 앉아있었다.
“참말이냐?”
“예, 회장님. 해동물산에서 거둔 수익이 총 30억 달러입니다. 그와 별개로 트라이엄프에 맡기신 비자금은 20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고요.”
수익을 확인한 이대수도, 정산 결과를 보고하는 고승주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짙었다. 해동그룹이 몇 년 걸려도 못 벌 돈을 한 방에 벌어들이지 않았나?
“으하하하! 살다 살다 이런 노름판은 처음이구먼!”
이대수가 탁자를 두들기며 호탕하게 웃었고···
“감축 드립니다, 회장님!”
세 대표와 이명진, 고승주도 이대수에게 큰소리로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회사의 운명을 걸고 배팅한 석 달 간의 도박이 잭팟을 터뜨리지 않았나?
한참을 웃어대던 이대수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고 실장?”
껄껄 웃던 고승주가 표정을 가다듬었다. 웃음을 거뒀다고 해도 수조 원이나 되는 돈을 번 주역이라기엔 지나치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대수와 네 사람도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안 나올 것을 알아챘는지 웃음을 그치고 귀를 세웠다.
“경제수석과 만났는데 정산 과정에서 낸 세금과 별도로 국고채 인수에 4천억을 쓰라고 했습니다. 인수는 해동종금에 돈을 맡겨서 하라고···.”
“이런 우라질···!”
눈이 치켜떠진 이대수가 마저 내뱉으려던 욕을 속으로 삼키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화기를 가라앉혔다.
“그거 받고 아무 것도 안 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4천억이 애들 코 묻은 돈은 아니잖나?”
“그룹 내에 구멍 난 장부를 메우고 덮어주는 값이라고 했습니다. 분식을 없애는 데 2천억 정도는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겁니다.”
“흐으으···.”
이대수는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감고는 뒷목을 주물렀다.
해동보다 분식회계가 심한 신성, 태현, 금강도 이번 투기에 대한 세금만 냈다. 그에 반해 해동은 억지로 장부를 메우고 세금까지 뜯기게 됐으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고승주는 이대수에게 청와대에서 받은 당근을 내놨다. 이대수가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고승주로서는 그 당근이라도 내놔야 했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시중은행 금리를 5대 그룹과 똑같이 맞춰주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종합상사들을 따라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대통령 말도 전해달라고 했고요.”
“육시럴 놈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청와대 주인장과 여의도에 있을 여당 의원들이 들으면 귀가 가려울 소리였지만 이대수는 날 선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난달에 있었던 장쩌민과의 회담 때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고 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엔고투기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대통령이다.
그러고도 6천억을 쓰게 만든 주제에 안 주느니만 못한 혜택에 약 올리는 말까지 던지다니!
잔뜩 골이 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이대수가 입을 열었다.
“비자금, 모르고 있겠지?”
“청와대 경제수석한테 너무하지 않냐고 했더니 재작년에 날린 걸로 부족하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청와대 참모가 그리 말했다면 금융실명제 때 해동그룹이 모든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이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래도 세금 낼 때 한소리 더 보태도록 해. 알지?”
다른 그룹들이 보면 궁상 떤다고 할 수 있지만 고승주는 담담히 대답했다.
“예, 회장님. 의심이 사라졌다고 생각될 때까지 못 박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고 실장이 한 번만 더 고생해주면 6천억 값어치는 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
배재훈까지 고승주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청와대 덕분에 장사 잘했으니 번만큼 토해야지 어쩌겠나. 체질개선 한다 치고 계열사 장부 전부 메워. 국고채 인수는 그 다음에 해.”
숨겨둔 현금은 이 나라 제일이지만 해동그룹의 드러난 덩치는 여전히 작다. 사채자금이 공중분해 된 체하는 데 쐐기도 박아야 하지만 지금껏 받은 혜택들을 생각하면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대수 또한 사람이고 사업가다. 이번 일로 쌓인 앙금은 이어지는 말에서 드러났다.
“억울하면 더 클 수밖에.”
더 이상의 수모를 안 당하려면 그의 말대로 안주할 틈도 없었다. 모두들 오늘의 수모를 잊지 않으려는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