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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54화 (53/229)

54화. 17th. 도쿄 대공습 (3)

“가보죠.”

나는 직원과 함께 사무실을 찾아온 손님을 보러 갔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인가 하는 기대와 함께.

문 앞에 도착하니 웬 중년의 동양인 남자가 서류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정수리까지 후퇴하고 있는 앞머리.

가늘지만 날카롭게 빛나는 눈.

선이 굵은 팔자주름.

그를 보며 미소를 띤 나는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대표님 뵙고 얘기하고 싶으니 안내 좀 부탁합시다.”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직원이 나를 보며 어, 어 했다. 클레어가 CEO를 맡고 있지만 사실상의 대표는 오너인 내가 아닌가.

직원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한 나는 그 동양인 남자를 응접실로 안내하고 클레어와 선해철, 박태진을 회의실로 불렀다.

“무슨 일이냐? 방금 전에 손님 한 명 왔다는데?”

“제리 양 소개로 왔다고 하네요, 삼촌. 야후에 투자하려고 온 것 같은데요?”

철판을 깔고 말하면서도 웃음기를 흘리자 선해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 돈이 쏟아지니까 주체가 안 되냐? 흐흐.”

“네. 그 양반이 얼마를 불러도 투자를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흐흐.”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기 전이라면 모를까,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고 시작한 지금으로서는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4월이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날 테니 말이다.

선해철은 낄낄 웃는 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아쉽겠구먼. 한 달만 더 일찍 왔어도 봉 잡았을 텐데.”

“그러게요, 썬. 우린 이미 돈방석 앉을 준비가 다 됐는데, 호호.”

클레어도 한껏 비웃었다. 돈방석을 탑처럼 쌓고 앉을 게 확실하니 아쉬울 게 없어보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발걸음을 해줬으니 만나는 보시죠, 도련님. 앞으로 커나가려면 평판도 관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래야겠죠?”

박태진과 이유는 달랐지만 우리 모두 응접실로 들어갔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미안합니다. 스탠더드 캐피털의 CEO, 클레어 로렌스입니다.”

소파에서 일어난 동양인 남자가 클레어가 내민 손을 잡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라고 합니다.”

***

손정의는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던 우리들 중 유독 나를 신기하다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새파란 동양인, 그것도 20대 밖에 안 됐을 법한 놈이 월가의 투자회사 대표와 면담하는 자리에 있어서 그런가?

클레어는 그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걸 보고 말했다.

“불편하시다면 밖으로 내보내겠습니다, 미스터 손.”

“아닙니다, 미스 로렌스. 미국은 실력 우선주의 아닙니까? 저도 버클리에서 공부한 터라 알고 있습니다, 하하.”

손정의는 잔잔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친 뒤, 표정을 고치고 입을 열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스탠더드가 투자한 야후에 우리 소프트뱅크도 투자하고 싶습니다.”

간단한 통성명만 한 첫 만남에서 대번에 투자를 제안하다니··· 역시 손정의다웠다.

클레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미스터 손, 미안하지만 우린 야후의 투자자가 더 이상 늘어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올해부터는 흑자를 예측하고 있으니 상장 전까진 추가 투자를 수락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건가. 클레어도 손정의가 던진 돌직구에 똑같은 돌직구를 날려버렸다.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만 손정의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미스 로렌스, 인터넷도 결국엔 땅따먹기 싸움입니다. 그 땅에 광고판을 세우고 장사하는 게 인터넷이잖습니까? 우리가 야후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 땅따먹기에 필요할 실탄이 늘어나니 모두가 웃을 일일 텐데요?”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입을 동그랗게 모았다. 인터넷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소프트뱅크도 우습게 보일 돈을 거머쥘 사실을 모르는 거 빼고.

뭐, 저 남자의 과거 행적만 봐도 저런 말이 나올 법했다. 비전펀드라는 돈줄을 만들어서 땅따먹기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았나. 결국엔 여기저기서 줄줄 새다가 판데믹 한 방에 자신의 비전을 접어버리기 시작했지만.

아무튼, 야후를 그가 원하는 대로 손쉽게 넘겨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기에 나도 나서서 태클을 걸었다.

“시기상조 아닐까요, 미스터 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현재 PC 보급률이나 인터넷 통신망 구축률, 회선 속도 등을 따지면 판도 제대로 안 갖춰졌는데··· 무모하군요, 후후.”

자신보다 새파랗게 어린 내가 날을 세워도 손정의는 여유를 잃지 않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클린턴 행정부에서 IT 인프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지요. 장래는 보장된 게 아닙니까? 야후의 구성원으로 받아주면 소프트뱅크가 측면에서 지원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뻥이 아닐 것이다. 나 때문에 순서만 바뀌었지 소프트뱅크는 야후를 뒷받침할 만한 회사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나서야 야후에 투자했으니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한 번 어깃장을 놨다.

“야후를 증시에 상장하면 우리 지분이 희석되는 걸 최대한 줄이면서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투자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안 그렇습니까, 보스?”

“그렇지. 미스터 손, 이제 공은 당신에게 넘어갔습니다. 얼마를 투자하겠습니까?”

클레어의 질문에 침음성을 흘리던 손정의. 얼마나 흘렀을까, 그의 침음성이 멈췄다.

“현재 야후 가치를 12억 달러로 잡고··· 유상증자로 3억 달러 투자하겠습니다.”

손정의 계산대로 투자를 받으면 소프트뱅크의 야후 지분은 20퍼센트. 우리가 쥔 야후 지분은 28퍼센트로 떨어진다.

여기에 우리 지분을 35퍼센트로 다시 맞추려면 우리 쪽에서 1억 7천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나만이 알고 있는 미래에 써먹을 방탄조끼를 입는 값 치고 이만저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클레어도 마뜩찮은 표정을 띤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손정의를 쳐다봤다.

“차라리 우리가 3억 달러를 더 넣는 게 이득이겠네요, 미스터 손. 월가에서 도는 우리 소문 모르나보군요?”

“알고 있습니다, 미스 로렌스. 제 조건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투자에 동의해준다면 소프트뱅크에 스탠더드 자금 5억 달러를 유상증자로 유치하고 싶습니다.”

손정의의 역제안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자금으로 야후 지분을 가져가겠다는 게 아닌가? 선해철이 코웃음을 쳤다.

“지금 우리하고 장난하자는 겁니까? 우리에게 남는 게 뭐라고···!”

점점 얼굴이 굳어지는 선해철. 그가 목소리를 높일 때 손정의가 말을 잘랐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이 3천억 엔입니다. 5억 달러를 투자해주면 증자 후 기준으로 20퍼센트를 보장해드리죠. 어떠십니까?”

그 말을 듣고 선해철이 눈을 껌뻑거렸다. 클레어와 박태진, 나도 잘못 들은 소린가 싶었다. 현재주가를 반영해서 자본을 늘려도 6퍼센트 가까이 더 많은 주식을 주겠다니?

클레어와 눈을 마주하고 내가 직접 나섰다. 의중의 뭔지 확인해봐야겠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증자를 하면 불법일 텐데요?”

“물론입니다. 유상증자는 현재 주가대로 갑니다. 증자 후 기준으로 20퍼센트의 부족분만큼 내 주식을 넘겨드리죠. 계약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하하.”

미친 배짱과 집념이었다.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투자를 받아서 야후에 투자하겠다니··· 세 사람도, 나조차도 미친놈 보듯 쳐다봐도 손정의는 여유가 넘쳤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미스터 손.”

클레어의 뒤를 따라 응접실을 나온 우리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선해철은 질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자식 미친 거 아냐?”

“무서워요, 썬. 월가에서도 저런 딜 하는 인간은 없었다고요.”

클레어도 몸을 바르르 떨었다. 주식은 오너의 목숨줄이 아닌가? 유상증자로 자기 지분이 희석된 뒤에 6퍼센트나 되는 본인 지분을 넘기겠다니 어떤 미친놈도 손정의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을이 돼버린 것 같군요. 야후 지분 35퍼센트 방어에 쓸 돈을 생각해도··· 하하.”

박태진까지 어색하게 웃는 걸 보니 대충 각이 나왔다.

손정의에게 한 방 먹었다. 역시 시대가 낳은 사람이라는 건가?

단순한 돈지랄꾼인 줄 알았건만 자기 나름의 신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죽하면 어떤 경제 유튜버가 ‘나를 가져요, 뿌우우-’라는 말로 그의 경영 스타일을 표현했을까?

그렇다면 나도 보여주겠다. 불가사의하게 과거로 돌아온 사람답게.

“15퍼센트까지만 받죠.”

“조니?”

클레어가 반색했지만 손을 들어 흔들었다.

“저 사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 같아요. 일본인인데도 월가보다 더 공격적이에요.”

“그건 그래. 일본 사람들하고 딜 할 때마다 지나치게 몸을 사려서 답답했는데 꼭 썬이나 조니 보는 거 같아.”

그럴 수밖에.

자랄 때부터 ‘너는 천재다.’라는 소리를 자신의 아버지한테 듣고 자란 재일교포가 아닌가. 지금 이 자리에서도 자기만의 감각을 보여줬으니 손정의는 보통의 일본인과 차원이 다른 인종이었다.

“앞으로 더 지켜보죠. 계약할 때 의결권하고 우선매수청구권 넘겨줘요.”

계약서를 보고 손정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야후를 먼저 가로챈 것에 대한 사과이자 전생에 투자 좀 받겠다고 한국의 한 지자체에서 그의 조상 묘를 벌초하는 영상을 보낸 무례에 대한 사과인데··· 차라리 우리 집안에서 지금부터 관리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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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계약서를 손에 쥔 손정의는 말을 클레어와 계약서를 번갈아 쳐다봤다.

“진심입니까, 미스 로렌스?”

“물론입니다, 미스터 손. 저기 저 친구가 당신은 좀 특별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클레어가 손으로 날 가리키며 말하자 손정의는 눈을 비비고 날 바라봤다.

“혹시, 한국계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미스터 손. 사정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야후는 제 작품입니다. 그렇죠, 클레어?”

“물론. 그게 네 첫 작품이잖아? 후훗.”

정담을 주고받는 우리와 달리 손정의는 입을 떡 벌렸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야후라는 대어를 낚았으니 믿을 수가 있겠나? 나는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놀랄 것 없습니다. 대신, 당신이 이 방에서 한 약속은 성실히 이행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야후와 스탠더드의 충실한 동반자가 될 겁니다. 약속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하하.”

빚을 털어낸 것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투자 계약을 마친 뒤, 우리는 손정의를 배웅해주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고승주와 연락했다. 해동그룹과 나머지 세 그룹도 일본은행이 백기를 올리게 하려고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다니 남은 건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고베대지진이 터진 뒤로 모든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엔화를 사들였다. 엔화 가치는 하루가 멀게 높아지면서 환율을 갱신했고 마침내 달러당 80.15엔까지 치솟았다.

결국,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은 백기를 걸어 올렸다. 달러당 80엔이라는 자신들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려고 하자 외환보유고를 풀어서 엔화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결단은 내가 알던 것보다 열흘 더 빠른 1995년 3월 31일에 일어났지만, 환율 하락 속도를 보며 타이밍을 쟀기에 실수는 없었다.

4월 중순에 들어와서야 엔고 배팅을 모두 청산한 나는 스탠더드 캐피털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이건 꿈이야···.”

“믿기지가 않습니다, 형님.”

나와 함께 회의실 탁자에 앉아있는 선해철과 박태진의 얼굴은 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이번 엔고배팅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38억 달러. 종자돈으로 삼았던 멕시코 환투기 수익금 11억 달러까지 회수했으니 지난겨울 한 시즌에 벌어들인 돈만 49억 달러였다.

“다 끝났는데 다들 뭐예요? 그럴 시간 있으면 돈 쓸 생각해요, 호호.”

멍한 두 사람과 달리 클레어는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탁자 앞에 앉은 그녀의 앞에는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보내준 카탈로그가 양쪽으로 활짝 펼쳐져 있었다. 체크 표시가 된 걸 보니 백화점을 통으로 전세 내고 쇼핑할 기세였다.

“그래도 그렇지, 저게 뭐냐? 자동차 딜러 출장소야? 백화점 상담실이야?”

“언제 이러겠어요, 삼촌? 이번 한 번만 하기로 했잖아요. 정산도 끝났으니 즐겨야죠.”

유리벽 너머로 선해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깥쪽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입니다, 고객님. 미드십에 V형 8기통 엔진이고 마력은···.”

“고객님 정도면 요일마다 바꿀 숄더백은 장만하셔야죠. 우리 메이시스에서는···.”

직원들은 모니터 대신 돈 냄새를 맡고 찾아온 자동차 딜러나 백화점 영업담당자들을 보며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미 직원들의 책상에는 영업담당자들이 들이민 선물가방들이 놓여있었다.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방문을 거듭하는 걸 본 나는 직원들에게도 돈 번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쌔 빠지게 돈 벌어도 자기가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그러긴 한데 일하는 곳에서 저러는 게 내키지가 않아. 일하는 곳은 일하는 곳다워야지.”

내 부탁을 못 이겨 동의해줬지만 선해철은 여전히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유들유들한 양반이 일에 대해서는 철저할 줄이야.

“그럼··· 삼촌은 배당금 안 쓰실 거예요?”

농반진반으로 던진 질문에 선해철이 반색했다.

“일터에서 저러는 게 맘에 안 든다고 했지, 안 쓴다고는 안했다? 반 덩어리는 스탠더드에 맡겨놓고 천천히 골라야지, 흐흐.”

씩 웃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 뿌릴 성과급과 내 몫을 제외한 배당금이 줄잡아 2억 달러는 될 텐데, 2천 5백만 달러가 그의 몫이니 어지간한 건 뭐든 살 수 있었다.

선해철을 보며 피식 웃던 나는 박태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은 어떡할 거예요?”

“글쎄요··· 전 전부 스탠더드에 맡길까합니다, 하하.”

껄껄 웃던 박태진은 웃음을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도련님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우리한테 들어온 헨리 자금으로 트라이엄프 지분 매입하고··· 우리 자금으로는 퀄컴이나 시스코, 오라클, 아메리카 온라인에 투자하고 싶네요. 우리가 마시는 커피 만드는 곳도 좋고요, 후후.”

사치품은 전생에 쓸 만큼 써봤다. 그딴 거 살 돈 있으면 증시에 널린 주식을 한 주라도 더 사는 게 남는 장사다. 현찰이 넘치는 나에겐 지금만한 특판 시즌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가볍게 보이고 싶어서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흔들어보였지만 선해철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자식이··· 너 그거 병이야, 인마.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 클레어, 태진아.”

두 사람을 부른 선해철이 이어서 한 말은 충격적이었다.

“당장 백화점 가자. 오늘 하루 전세 내고 쇼핑해야겠어. 이놈 교육 좀 시키게.”

“교육이요?”

“앞으로 돈 많은 배불뚝이들 볼 일이 허다할 텐데 그놈들 기죽이려면 너도 비싸게 꾸며야지? 회장님도 즐길 땐 즐기는데 넌 어째··· 얼른 일어나! 흐흐.”

선해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박태진, 클레어도 미소를 띤 채 일어난 걸 보니 오늘 하루는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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