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3rd. 행동 개시 (6)
박태진과 나는 종로의 오래된 백반집에서 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촌, 언제 오시죠?”
박태진이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곧 있으면 오실 겁니다.”
“궁금하네요. 세계적인 수준의 투자가, 얼마나 대단할지.”
“트라이엄프 캐피털 운용자산이 한국 GDP와 비슷한데 형님께서 본사에 있었을 때 맡았던 자산이 300억 달러였으니 말할 것도 없죠, 하하.”
300억 달러의 사나이는 바로 선해철이라는 사람이다.
미국계 트라이엄프 캐피털의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동양인 중 월가의 중심부에 다다른 그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키운 인재 세 사람 중 한 명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이다.
오늘 이 자리는 대한이동통신 투자보다 선해철이 나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고, 전쟁이 터질 때가지 나를 가려줄 만한 사람인지 가늠하기 위한 자리다. 대한이동통신 매수 전략은 그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선해철이 내 기대에 부합할 만한 사람일까 생각하던 중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어! 제대로 찾아왔구나?”
“삼촌!”
‘저 분도 여전하시네.’
깔끔하게 매만진 머리카락.
안경으로도 못 가리는 부리부리한 눈매.
우뚝한 코.
곰 같지만 듬직해 보이는 체격.
거기에 콧수염과 턱수염까지.
안경을 벗으면 조폭이나 야쿠자 간부처럼 보이지만 안경을 쓴 지금의 그는 포스 있는 신사였다.
“이야아~ 우리 성민이, 다 나았구나! 이노무시키!”
그 우람한 덩치에 끌어안긴 나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케흑, 케흑!”
숨이 막혀서 마른기침을 하자 그가 황급히 팔을 풀고는 내 어깨를 붙잡고 날 바라봤다.
“왜 그래? 뼈 아문 거 아냐?”
“숨 막혀요, 삼촌.”
포옹을 푼 우리는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남들이 보면 우스꽝스럽겠지만 재벌이라고 맨날 12첩 수라상을 먹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 집안이나 일부 재벌들은 건강관리 차원에서 담백하고 소박하게 먹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밥알 하나 안 남기고 밥그릇과 반찬그릇, 뚝배기를 깨끗이 비운 뒤, 소주로 입가심을 하며 식사를 마쳤다.
“밥도 다 먹었고··· 슬슬 얘기해볼까? 대한이동통신.”
선해철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의 고위 간부 클라스는 어느 정도일까? 과연 내가 아는 것처럼 투자전략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계산대 앞에 앉아있던 주인장을 불렀다.
“사장님, 자리 좀 비워주세요.”
“좋수다. 코딱지 같은 밥집 두 시간 빌리겠다고 2백이나 줬으니 비켜줘야지. 마누라!”
주인장은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고는 주방에서 나온 후덕한 아주머니를 데리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열 평 남짓한 식당을 전세 내길 잘 한 것 같다. 누가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 주식투자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하겠는가?
문까지 닫힌 걸 보고 고개를 돌려 선해철에게 물었다.
“삼촌, 대한이동통신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한이동통신?”
“네. 요즘에 거래하고 있거든요.”
선해철은 별 거 아니라는 듯 거침없이 대답했다.
“좋지. 연말에 민영화 발표만 나오면 대박 터질 텐데.”
“삼촌?”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지만 굉장한 고급정보였다. 대한이동통신 민영화는 10월이나 11월쯤에 공식발표될 일이 아닌가?
“우리도 여기저기 빨대 꽂아놓은 게 있어서 말이야. 공무원 나리들, 일에 치이고 박봉에 시달리는 분들 아니냐. 금뱃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흐흐.”
트라이엄프의 위세가 대한민국에서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주식시장이 개방되자마자 신성전자, 신성물산, 태현자동차, 태현중공업, 금강전자, 금강화학, 세경에너지, 대주물산 같은 국내 주요 재벌 계열사나 모든 시중은행 주식을 5퍼센트 이상 거머쥔 초대형 쩐주라지만···.
“대단하네요, 트라이엄프.”
감탄을 숨기지 않았지만 선해철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별 거 아냐. 그래봐야 해외법인 중에서 제일 작아. 회사 자랑은 여기까지 하고··· 돈 있으면 11월까지 최대한 모아둬. 매수 구간은 최대 11만 원이다?”
“삼촌?”
“형님?”
나와 박태진은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 아니 내가 아는 매수전략을 손금 보듯 말하다니?
내가 기억하는 대한이동통신 박스권은 최하 8만 원에 통상 9만원, 그리고 최대 12만 원이다. 갑자기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는데 가격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니?
나야 죽음의 강을 거슬러 올라왔기에 알고 있지만 이런 고급정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내 계획을 함께할 만한 사람으로 제격이었다.
“고마워요, 삼촌.”
“고맙다는 말은 회장님하고 명우, 제수씨한테 해. 회장님하고 명우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으니까. 알았지? 흐흐.”
할아버지와 아버지와의 연도 있지만 선해철의 도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첫 걸음을 쉽게, 은밀하게 만들어줄 사람이 아닌가?
“네. 잘 되면 꼭 보은 할게요.”
“그래주면 고맙고.”
빙긋 웃은 선해철은 시계바늘이 7을 가리키는 걸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1차는 여기서 파하자. 술시도 됐으니 제대로 달려야지?”
“좋아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선해철도 내겐 소중한 가족이고 동지니까.
***
선해철과 2차로 숯불구이 집에 가서 소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 10병을 마신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네, 형. 삼촌, 오늘 집에 온다고 하셨죠? 금방 들어갈게요.”
수업을 마치고 밖에 나온 나는 박태진과의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푸조 604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레이싱이 아닌 이동수단 용도로 남겨둔 차는 이 차 외에도 독일 3사의 대형 세단이 집에 있었지만 이 차를 타고 다니는 건 이 차에 담긴 남다른 의미 때문이었다.
아도자동차가 푸조의 제휴, 사실상 부품을 수입해 조립했다는 이 차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나로 이어지는 보물이었다. 그것도 국내 생산 1호차이니 더 말해서 뭐하리.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온 나는 주방에서 앞치마를 하고 나온 박태진을 보며 빙긋 웃었다.
“바쁘시네요?”
“모처럼만에 함께 하는 식사잖습니까, 하하.”
우리가 모처럼만에 식사를 하는 이유는 선해철을 초대했기 때문이었다.
눈을 뜨고 처음 본 자리에서 주식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했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우리 집에 오지 못했던 그에게 여전히 이 집에 생기가 도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가방을 소파에 놓은 나는 박태진에게서 앞치마를 넘겨받은 뒤 야채와 고기, 와인을 준비했다.
소고기는 할아버지의 횡성농장에서 올라온 1++ 한우에 온갖 야채도 우리 집안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거라 몸에도 좋고 맛도 최고였다.
박태진이 바비큐 그릴에 불을 붙이고 나는 먹을 걸 손질하다보니 어느 새 저녁 7시가 되었다.
띵동! 띵동!
“오셨나보네요?”
“딱 맞춰 오신 것 같군요, 하하.”
현관문으로 걸어간 박태진은 선해철과 함께 돌계단을 밟고 정원으로 올라왔다.
“식사 아직 안 하셨죠?”
“끝나자마자 오라고 했잖아?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타고 한강다리 건너서 왔다, 흐흐.”
“불도 올라오니까 고기부터 올려볼까요? 하하.”
밖에서 두어 시간 가까이 쌀밥도 없이 소고기 세 근에 가니쉬로 야채 한 바구니를 구워먹은 우리는 안으로 들어와서 전축을 틀어놓은 채 입가심으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 따라 두 분이 보고 싶네요. 아버지가 기타 쳐주고 어머니가 노래불러주면 신나서 춤도 췄었는데.”
“너희 아버지하고 제수씨가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지. 둘 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까. 하긴, 회장님은 색소폰, 명진이는 드럼에 일가견이 있으니 오죽하겠냐마는, 하하.”
껄껄 웃던 선해철에 이어 박태진도 옛날 이야기에 동참했다.
“돌아가신 큰 사장님이나 사모님 모두 대학 가요제 때 만나셨죠. 두 분 모두 신분을 숨기고 만나셨는데 회장님이나 도련님 외조부님께서 그 사실을 알고 결혼시키셨고요, 후후.”
“제수 씨 친정도 참 특이했지. 그 딱딱한 금강그룹에서 첫째 딸의 연애결혼을 허락했을 줄 누가 알았겠냐? 하하.”
유교적 가풍이 엄격한 금강그룹이지만 외할아버지인 오자현 명예회장은 유일한 딸이었던 어머니를 금지옥엽처럼 키웠다.
그런데다 아버지는 같은 또래의 재벌가 남자들 중 '엄친아 중의 엄친아'였다. 잘 생긴 외모에 훤칠한 체격,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거기에 '해동그룹 이대수 회장님의 장남'이 아니었나? 외할아버지도 맘에 들었으니 두 분의 연애를 반대하지 않고 결혼까지 시켰을 것이다.
그 옛날의 이야기에 젖어있던 우리 셋 중 선해철이 나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앞으로 더 잘하면 두 사람도 기뻐할 거다. 뭐··· 지금 해낸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건가? 하하.”
“삼촌도 참. 주식 투자하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멋쩍어서 뒷머리를 쓰다듬던 나는 선해철의 핀잔을 들었다.
“짜식, 눙치는 거 보게? 그런 거면 얘기하지도 않았어, 흐흐.”
“무슨··· 말씀이세요?”
“승주 형님한테 들었다. 이번에 그룹 비자금 철수시킨 거, 네 의견이라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직접 키운 세 사람이라는 건가. 고승주가 선해철에게 그룹 내부 사정을 알려줬을 정도면 선해철도 우리 집안과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양반에게, 앞으로 함께 일할 양반에게 얄팍한 거짓말을 할 수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작년 대선 끝나고 할아버지한테 말했을 때 왜 안 먹혔는지 고민해보고 말했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하고 위스키를 마신 내게 선해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전투에서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지. 그대로 포기했으면 경계에 실패한 걸로 보였을 거야.”
선해철의 말이 뼈아프게 들렸다.
전생의 나는 할아버지와의 전투에서 경계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보다 면밀하게, 주의 깊게 생각하고 할아버지를 설득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더글러스 맥아더가 할 말은 아니었죠. 그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고요, 후후.”
전생과 달리 이번에는 경계에 성공했기에 선해철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한 나는 박태진에게 물었다.
“형이 봤을 땐 어때요?”
“앞으로 쭉 잘하시면 1.4 후퇴 같은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
박태진이 장교 출신다운 대답을 내놓고 껄껄 웃었지만 난 웃을 수 없었다.
전생의 나는 경계를 잘못해서 전투를 망쳤고, 전쟁까지 망쳐서 박태진을 죽게 만든 최악의 지휘관이었다.
두 번 다시 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를 밝혀야 한다.
손에 쥔 위스키 글라스를 단숨에 비우고 잔을 내려놨다.
“삼촌. 형. 우리··· 일 한 번 벌여보죠?”
무거운 목소리로 던진 제안에 선해철의 표정이 바뀌었다.
“무슨 일?”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련님?”
덩달아 물어보는 박태진도 꽤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대한이동통신 투자로 선해철을 만난 건 지금을 위해서였다. 죽음의 강을 거슬러 올라온 뒤로 모든 기억을 쥐어짜내서 만든 계획을 선해철과 박태진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 계획에 두 사람을 동반자로 초대하기 위해서.
***
소파에서 일어난 나는 두 사람의 눈길을 뒤로 한 채 방에서 내가 만든 계획이 담긴 노트를 들고 왔다.
“뭐냐?”
“보세요, 삼촌.”
노트를 본 선해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걸··· 하겠다고?”
“네.”
믿기지 않을 것이다. 트라이엄프 캐피털을 통해 내 돈을 이 나라 밖으로 빼내서 세계금융의 심장인 월가에 나의, 우리의 투자회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아닌가?
그뿐만이 아니다.
주주구성에 선해철과 박태진 두 사람을 끼워 넣은 것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디즈니 등 투자대상으로 적은 기업들은 지금의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을 온 몸으로 겪은 선해철이라면 이 계획이 의욕만 넘친 게 아님을 알아챌 것이다.
선해철은 멍한 표정으로 날 보고는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너, 취한 거 아니지? 그치?”
“말짱합니다, 삼촌.”
허리를 곧게 펴고 대답하자 선해철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박태진도 얼굴이 굳었다.
“뭡니까, 형님?”
“너도 봐야겠다. 지금은 니가 성민이 보호자잖아?”
좋은 액션이었다. 박태진 또한 이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고, 내가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선해철이 펼친 노트를 그대로 내밀자 그걸 받아서 본 박태진도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도련님?”
“왜요, 형?”
“그래서 그렇게 자료를 구해달라고 하신 거였습니까?”
그럼 내가 뭐 하러 영문으로 된 해외기업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달라고 부탁했겠나?
대학 공부에만 매달렸을 이 시절의 내가 아무 것도 안 보고 이런 계획을 짜냈다면 이상하게 바라볼 테니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알리바이 때문인지 박태진은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네. 물려받은 거에만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제 힘으로 이뤄보고 싶거든요.”
지금의 해동그룹으로 신성그룹을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이 좁은 대한민국은 정보, 시장규모 등 모든 면에서 돈을 벌기 어려운 땅이다. 그러니 이 나라 밖, 가능하다면 미국으로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두 사람에게 보여준 노트는 우리의 히스파니아를 만들 계획 그 자체였다. 신성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뒷받침할 히스파니아를 만들 계획.
차분하게 대답한 나는 선해철에게 물었다.
“삼촌, 연말까지 처리해줄 수 있죠?”
“액수가 좀 커서 걱정이긴 한데··· 3백억 정도는 연말까지 처리할 수 있어. 삼촌이 힘 써주마, 흐흐.”
씩 웃는 선해철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현재 환율로 대략 3,7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연말까지 새로 세울 회사에 보낼 수 있다니?
“그래도 대한이동통신 매수에 2백억, 미국으로 보내는 돈이 3백억이면 명동역 근처와 강남에 있는 빌딩, 지방에 있는 땅, 그리고 해동그룹과 금강그룹 주식이 전부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박태진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나는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나와 형이 세계적인 수준의 금융시장에서 뛸 수만 있으면 그때까지 라면만 먹어도 좋아요.”
회사만 세우면 박태진도 내가 아는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포텐셜이 있는 사람이니 월드 클래스의 금융시장을 온 몸으로 겪으면 훨씬 더 큰 사람이 될 테니까.
“최대한 괜찮은 사람들로 뽑아주세요, 삼촌. 그 사람들이 원해서 떠난다면 몰라도 제가 그 사람들 보낼 일은 없으니까요.”
“콜. 돈 넣어주면 뉴욕 가서 바로 처리해줄게, 하하.”
선해철이 웃음을 그치고 위스키 병을 들었다.
“박태진, 얼른 술 비워.”
“예?”
“얼른?”
선해철의 채근에 박태진은 위스키 글라스를 단숨에 비우고 짤막한 침음성을 냈다.
“우리 예비 오너님이 채워주시죠, 흐흐.”
아무도 모르는 모험에 합류해서일까 선해철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완벽해 보일지는 몰라도 절친의 아들과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서일까?
“좋습니다, 흐흐.”
낮게 웃은 나는 선해철에게서 술을 받은 뒤, 위스키 병을 건네받아 그와 박태진의 잔에 술을 채워줬다.
“건배!”
짤막한 건배를 외친 우리는 쨍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