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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61화 (161/217)

[161화]

카인과 로사와 함께 들어갔지만 공간에 자리는 넉넉했다. 그 자리에서 바닥에 손을 대는 량이.

“아! 조심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땅이 꺼지듯이 쭉 내려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움직여서 진짜 놀랐다.

“량아!”

“아니. 뭐. 재밌잖아?”

얄밉게 혼자 신나하는 량. 당황해하는 우리들, 그리고 바닥은 꽤나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속도가 느려지더니 부드럽게 멈추어 섰고, 눈앞에 커다란 문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묵빛을 내는 육중한 문. 아무런 조각도 없이 민무늬지만, 그 크기만으로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량이 이거 혹시?”

손으로 만져보니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단도와 같은 재질의 철.

‘티에르님께서 말씀하시기로 엄청 비싼 거라고 하셨는데, 합금이 아닌 순수한 철의 종류라고.’

“응.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걸? 꽤 귀한 철이지.”

“진짜 문만 떼어다가 팔아도.”

“기다려 봐.”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열쇠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카인이 지하실에서 사용했던 은빛 액체가 담긴 시약을 꺼내는 량이.

“확실히 꽤 잘 만들기는 했어. 누가와도 못 열었겠네.”

말과는 다르게 너무 자연스럽게 구멍에 액체를 흘리고 굳어진 액체를 돌리는 량이었다.

“쯧. 이렇게 쉬운 걸 못 찾은 카인은 얼마나 아둔한 걸까.”

“너! 나중에 두고 보자!”

아이처럼 투닥이는 저 두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 건지 이제는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이렇게 쉬운 건가?”

“아니야. 꿈도 아니고 원래 저렇게 쉬운 것도 아니야. 그냥 쟤네가 너무 이상한 거야 로사.”

“그치? 그런 거지? 순간적으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런….”

로사와 대화가 순간적으로 끊겼다. 문이 열리고 드러난 광경은 네 사람 모두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카인이 겨우 입을 열었다.

“량아. 우리 평생 운영비는 걱정 안 하고 살아도 되겠다.”

집무실에 내려온 만큼의 높이로 지어진 공동에 그 천장에 닿을 만큼 황금이 쌓여있었다.

“황금 동산이 실제로 보면 이렇게 생긴거구나…. 황금이 이렇게 많을 수도 있다니….”

네 사람은 그저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그 자리에서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누구도 아닌 량이었다. 금괴로 이루어진 동산에 향하더니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로사와 카인도 돌아다니기 시작했지만, 정신 차린 상태가 아닌, 몽롱한 얼굴로 구경하고 있었다.

열심히 오가던 량이 멈춘 것은 금괴의 키가 자기보다 커졌을 무렵이었다.

“범아. 우선 이거 아공간에 챙겨 놔. 다른 세계에 가도 금은 가치 있을 테니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자 행동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멍한 자신의 표정이 다르게 읽혔을까.

“별거 아니니까 챙겨도 돼. 어차피 티도 안 나고. 비상금으로 이 정도면 넉넉할 거야. 보니까 정련을 잘한 것들은 금괴로 만든 것 같더라.”

열심히 설명해 주는 량이에게 다가가서 안아주었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고마워. 고마워.”

뭐라고 말하며 반항하려는 량이였지만,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자신을 떼어내는 량이었다.

“난. 이미 임자가 있어. 그리고 빨리 집어넣어. 분명히 카인이랑 로사도 챙겨주려고 할 테니까. 이건 비밀로 하고.”

항상 자신을 챙겨주는 걸 보면 많이 변하기도 변했다.

‘내가 못 가지면 남도 못 가지게 하는 것이 승리다. 라고 한 녀석이.’

“범아! 범아! 이리 와 봐!”

활기차게 부르는 카인의 소리가 상념에서 깨어나게 해 주었다. 그 후 수많은 황금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배분은 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 진짜 괜찮겠어?”

“응. 나야 뭐 돈이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너랑 카인이 쓰는 게 낫지.”

결국에 분배는 5:5로 하기로 했다. 자신은 이미 아공간에 쌓아 놓은 황금이 있어서 괜찮았다.

“왜 돈이 필요 없어? 고작 그거로 괜찮다고?”

반면에 로사는 몇 개의 금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카인과 량에게 넘겨주었다.

“있어 그런 게.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지금 알면 재미없잖아?”

한결 여유로워진 로사. 카인에게서 이상한 것을 배웠는지 나중에 알게 된다고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나저나 묘한 움직임이 파악됐어. 근데 이게 기습 같지는 않단 말이지.”

“아! 오늘 확인하고 말해줄 게 있다고 했었지.”

어제 카인이 쉬러 가기 전, 확인한 후 말할 것이 있다고 한 게 생각났다.

“응. 아무래도 [맘몬] 같은데, 숫자가 사절 같은 분위기란 말이지.”

“[맘몬] 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데?”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맘몬] 이라고 생각하는 건 비약이 아닐까 싶었다.

“서섬에 있는 주요 인물들은 우리가 대부분 파악을 하고 있거든. 근데 전혀 파악이 안 된 인물들이라서.”

“서섬에 주요 인물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실시간으로?”

“뭐. 실시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데 익스퍼트 경계로 보이는 이가 한 명, 익스퍼트가 세 명 그리고 전혀 알 수 없는 이가 한 명이 있단 말이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건…?”

“아마도 마스터라고 짐작하고 있어. 그리고 일행의 장이 따로 있더라고.”

“그 일행이 오는 경로가.”

“바로 이곳, 돌라의 성으로 오고 있어. 마치 ‘우리가 간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똑바로.”

묵묵히 듣고 있던 량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입을 연다.

“고민할 게 뭐가 있어. 오고 있다고 알려주면 받아주면 돼.”

“그렇게 간단하게?”

“응. 괜찮아. 여기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앞마당으로 들어오는 거니까 차라리 더 낫지.”

“하지만.”

“하지만이고 괜찮아. 가끔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지금 속도로 온다면 3일 정도? 빠르게 온다고 가정해도 2일.”

“그러면 충분하지. 그동안 카인 너는 나랑 내성을 좀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해 놓자.”

계산이 다 선 것인지 량은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로사는 내일 알려주는 위치에 피더를 순찰 돌게 해 주고. 피더에 얼굴이 드러난 사람이 얼마나 돼?”

“나까지 포함하면 3명 정도?”

“깊이 안다면?”

“그러면 4명이긴 한데, 그 정도로 알….”

“그 정도로 안다고 하고 움직이는 게 편해. 그럼 4명은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너는 저 공간에 들어가 있고.”

마지막으로 쳐다보는 것은 바로 나였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꼭 저런 미소를 지으면 내가 구른다는 소린데.’

“범이 너는 수호대원들을 데리고 나가서 데리고 와. 시간은 카인이 알려줄 거야. 빅터도 데려가.”

“항상 뭔가 몸을 쓰는 일은 나를 시키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럼? 너가 머리를 써? 일부로 한 발 떨어지려고 애쓰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그리고 잘 모르겠으면 내가 뭐라고 하라고 했지?”

“나는 칼에 불과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근데 사실이잖아?”

“우리 사이에서야 그게 사실인 걸 알지. 프라우는 데려가고 마니에르는 로사랑 같이 숨겨 놔.”

때맞춰 보고하러 들어 온 탁트와 함께 더 세세한 지시를 내리는 량이었다.

‘저 머리에 한 번만 들어갔다 나와보고 싶다.’

끊임없이 사람을 부르고 지시하는 량은 마치 이미 준비를 해 놓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시했다.

*

“제가 꼭 따라나서야 했을까요?”

“량이한테 가서 말했는데 퇴짜 맞았다며.”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분이 세계 제일의 강자일 거예요.”

“왜? 따라나서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누가 올지 모르니까요. 거기에 만약에 그분이 오면….”

“재인? 설마 재인이 오겠어? 후계자 같더만. 이 자리에 오면 위험하지.”

“에이. 범님은 종종 스스로를, 저희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세요. 저희뿐이잖아요.”

“뭐가?”

“[맘몬] 이라는 세력에 반대하는, ‘적’이라고 규정 할 수 있는 세력이요.”

“그런데?”

“그 말은 그 ‘적’을 회유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적이 없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걸 하려면 적어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하는 거죠. 그런 걸 하기에 후계자만큼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잘하면 공이 되고 안 되어도 그 눈으로 가늠 할 수 있으니까요.”

프라우랑 지내며 가끔 이렇게 말을 길게 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량이 괜히 널 데리고 가라는 게 아니었구나. 대단한데?”

량이 프라우를 데리고 가라고 했을 때 의문을 표했었다. 그런 모습을 본 량의 대답이 다시 떠올랐다.

‘미네르바의 후계야. 거기에 로사에게 붙여준 검이고. 무시하지 마. 귀족은, 대대로 세력을 유지해 온 귀족은 이유가 있어.’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이해가 갔다. 종종 보이던 모습이 프라우의 본 모습이었다.

‘해적 덕후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확실히 편하겠어.’

자신이 그동안 카인과 량에게 배우며 느낀 바가 있었다. 아무리 인생을 오래 살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점.

자신은 판세를 읽는 것도 소위 말하는 대국적인 시야를 가지는 것도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 들어서야 그걸 내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저 귀를 열고 있으면 되었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말을 듣기만 하면 되었다.

‘중심은 가지라고 했지. 듣는 것에 그치고 휘둘리면 안 된다고.’

정체 모를 이들을 마중하러 나가는 길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프라우에게 부탁한 후, 속도를 조금 높였다.

기감에 잡히던 이들이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마차와 함께 그 주변으로 4명이 말을 타고 있었다.

“마부가 경계에 이른 무인. 가장 선두에 마스터 나머지 세 명은 익스퍼트다. 마차 내부에는 익스퍼트정도로 보이는 이가 두 명.”

기감과 시야로 확인한 사실을 대원들에게 알리며,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잠시 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의 선두에 있던 마스터의 권역의 끝에서 멈추어 섰다. 굳이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자 이채를 띄는 마스터.

“돌라의 성에서 우리를 맞이하러 온 이들인가.”

“뭐. 그렇기는 한데, 손님인지 불청객인지를 모르겠네?”

대답하려던 마스터가 입을 다문다.마차 문이 열리며 익숙한, 그리고 보지 않았으면 하는 얼굴이 나타났나.

“오랜만이네? 이제는 더 이상 고아라고 말할 수도 없겠는데?”

“그렇게 말한다고 예전처럼 화라도 낼 것 같아서? 적당히 해. 재인.”

“미안해. 이런 게 습관이 되어서. 사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흥분시키는 거니까.”

“반갑다는 말은 빈말로도 못 하겠는데? 그나저나 네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왜? 죽이려고?”

그 말에 긴장감이 감돌던 장내가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지기 직전의 실과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

“뭐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서 말이야.”

“하긴. 너는 머리 쓰는 유형은 아니었지.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프게 하지만.”

‘전원이 비인(非人)이구나. 마스터까지도. 그래도 할 만한데?’

죽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자마자 마스터도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고, 덕분에 대략적인 수준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가자. 네 말대로 너가 불청객이든 손님이든 판단하는 건 내가 아니니까.”

“어머? 이렇게 쉽게? 많이 변했네.”

“뭐. 그런 거지.”

수신호에 따라서 수호대원들이 움직이며 마차를 포위하듯이 진형을 만들었다.

“호위일까. 포위일까 모르겠네? 어머! 프라우잖아? 반갑다. 이제 로사에게서 벗어났나 봐?”

진형 때문에 마차의 곁으로 다가온 프라우를 마치 이제야 발견했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하는 재인이었다.

“프라우는 별로 안 반가운 것 같으니까 내버려 두고. 다시 들어갈 거면 들어가.”

“에이. 오랜만에 만난 아카데미 동기한테 너무 빡빡한 거 아니구? 나는 마부석에서 너랑 이야기하면서 갈 건데?”

해맑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참 뻔뻔한 얼굴이기도 했다. 용병단을 치려고 했던 사실이 마치 없던 것처럼.

“부발님은 잘 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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