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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27화 (127/217)

[127화]

조금 말하기가 어려웠던 듯, 식당을 나와서 한적한 곳에 오기까지 말이 없는 오이겐.

이내 입을 열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다섯 기둥에 대해서 알고 있어?”

한 제국의 다섯 기둥. 원래 몰랐지만, 마니에르 덕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제국은 황제가 절대적인 권력을 잡고 있다. 하지만, 황가(皇家) 보다는 못하지만, 권력을 잡고 있는 다섯 가문이 있었다.

“대충? 귀족이 없는 한 제국에서 귀족 같은 대우를 받는 가문이라는 정도?”

그 말에 피식 웃는 오이겐이었다. 자기 이야기를 도통하지 않는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하기 시작한다.

“뭐 대충 그런 셈인데, 그중에 한 가문이 있어. 효가(梟家)라는 가문이야. 올빼미를 문양으로 하는, 대대로 황제의 스승이나 행정의 정점을 역임하는 머리 좋은 가문.”

‘대충 에밋네 가문이랑 비슷한 건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한 제국은 너무 달라서 복잡해.’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지. 효가(梟家)는 머리가 좋은 것뿐 아니라 암살에도 능한 가문이라는 것. 대대로 황제의 더러운 일을 책임지고 하는 가문이라는 것이지.”

“그런 걸 막 이야기해도 괜찮은 거야?”

“뭐. 이미 난 나온 사람이기도 하고, 네가 갈 일이 있겠어? 하여간 들어 봐.”

효가의 방계로 태어난 오이겐은 그 머리 덕분에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한 제국의 행정과 법리를 연구하고 제안하는 최고 기관인 학술원(學術院)의 최연소로 연구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 제안한 이론이 문제가 되어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가문도 위험할 뻔했다는 것이었다.

“근데 어떻게 황제가 있는 곳에서 입헌군주라는 이상한 이론을 가져갈 수 있는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오이겐이 새로이 주장하는 정치체제라고 했다.

황제가 군림하지만, 통치는 제한되는 이상한 형태의 정치체제였다. 그럴 거면 황제가 왜 있나 싶었다.

오이겐이 학술원에 있었고, 제안이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로 목숨을 부지할 수라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서 자신의 가문은 자신으로 인해서 빛난 만큼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못생긴 아기 돼지는 직계 자손으로 자신을 많이 따르던 이라 더 그럴 것이라고 설명을 이었다.

“사실 할망구가 아니었으면 죽은 목숨이었지. 진짜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그때는 탄신일이라 할망구가 초대받았었거든.”

정말 해맑게 이야기하는 오이겐을 보니, 오이겐은 지식이 많고 똑똑할지언정 현명함은 없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아니 근데 무슨 미친 생각으로 그런 거예요? 그게 진짜 선물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당연하지! 한 제국이 1,000년을 더 빛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인데! 그런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진짜 살아있는 게 용하네. 아니 앞으로가 걱정인 건가? 근데 무슨 용기로 저렇게 도발하는 거야? 훨씬 약하잖아.”

“에이. 나도 살아야지. 이건 아무도 모르게 익히고 있는 거야. 내 비장의 수라고나 할까.”

“가문에서도 모른다고? 그게 가능해?”

“내가 익힌 게 원형에 가까워서. 그냥 유저 정도로만 알고 있지.”

뭔가 더 있는 것 같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물어도 대답 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오이겐의 과거를 듣고 난 직후 늦은 것을 깨달았다. 이야기에 너무 심취해 있었다.

생각보다 지난 시간에 서둘러서 저택으로 다시 돌아갔다. 다행히 도착한 저택에는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응? 손님이 와있는데?”

어딘가 익숙한 기척들이 느껴졌다. 그것도 꽤 많은 수의. 그리고 저택의 앞에 도착하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카인? 량?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어?”

카인, 량, 칼라님, 레핀, 일리야, 마니에르 그리고 프라우가 저택의 앞에 서 있었다.

“로즈 선장님께서 우리를 초대했거든. 나한테도 초대장이 왔어! 그래서 같이 왔지.”

본래 같으면 말을 했어야 할 량은 굳어있는 채로 조용했고 칼라님은 량이의 소매를 꽉 쥐고 있었다.

“량이는 왜 저렇게 굳어있어?”

“아! 구역주로 부른 게 아니라 사윗감으로 부른 거라서 아까부터 저러고 있어. 진짜 신기하지?”

온몸이 굳은 채로 긴장하고 있는 량이의 모습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 인사드려. 오이겐님이라고 이번에 알게 된 분이야. 오이겐님 이 친구가 오이겐님에게 말한 천재 중 하나인 카인이라고 해요!”

“오이겐 님? 설마 그 오이겐님이세요? 역천의 현자? 학술원에서 인정받은 논문이 10개는 넘어가야 받을 수 있다는 현자의 직위를 가장 어린 나이에 받은 그 현자?”

역시나 카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오이겐도 놀랐다.

“허. 그 칭호를 동대륙도 아닌 서대륙의 사람이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심지어 지워진 이름을 말이지.”

“아무리 지워진 이름이라고 할지라도 논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특히나 오이겐님의 [정보의 힘 : 모든 세대를 움직인다.]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호오? 그 논문을 읽었단 말이지? 다들 내 논문 중에서 가장 허황되다 말하는 그것을?”

“정보라는 것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그 효과에 대해서 풀어 쓴 것을 허황되다 하는 것은 실무를 몰라서 그런 것이겠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둘이 또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아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이런 건 량이가 환장하는데.’

“오이겐, 그리고 카인도 빨리 들어가자 할머니께서 기다리시겠어.”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마치 친구처럼 함께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일행들, 그런데 여전히 량이는 굳어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천하의 량이 이렇게 굳어있고 그러냐. 별로 신경 쓸 거 같지도 않더니.”

“그게. 나도 그랬는데 말이지. 이건 머리로 어떻게 상정할 수가 없단 말이지. 거기에 칼라도 생각해야 하고.”

“칼라님은 왜 이렇게 굳어있으세요. 할머니 만나러 가는 건데?”

“난, 나올 때 엄청나게 사고치고 나온 게 있어서. 안 그래도 엄마가 안 들어오면… 하 진짜 내가 왜 그랬지.”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는 칼라님과 굳은 채로 걸어가는 량의 모습을 보며 저택으로 들어섰다.

신기한 점은 1대대의 해적으로 보이는 이가 두 부류로 나뉘어서 안내해줬다는 점이다.

오로지 자신과 오이겐 그리고 카인과 량, 칼라님만이 저택 내부가 아닌 뒤편의 정원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할머니!”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할머니가 굉장히 편해졌다. 서슴없이 다가가서 옆자리에 앉는다.

“재밌게 놀다가 왔니. 주렁주렁 친구들을 데리고 왔구나.”

자신을 토닥여준 할머니는 문득 카인에게서 시선이 고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가 카인이구나. 반갑구나. 이리 와 보지 않겠니.”

그 부름에 카인이 말없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머리에 손이 얹어진다.

“참 머리 색이 예쁘구나. 아주 예쁜 상아색의 머리야.”

그러면서 혹시 깨질까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는 할머니.

“이렇게 예쁘게 클 줄 알았다면 종종 보러 갈 걸 그랬어. 그놈에 황제 자리가 무엇이라고 그리 그랬는지,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 터인데.”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카인의 머리를 쓰다듬는 할머니의 분위기가 너무 처연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그 노란 눈은 쌍놈을 닮아서 그런지 아쉽기 그지없구나. 쯧. 나중에 한 번 찾아오라고 하거라.”

말을 끝내고 카인을 내 옆에 앉히셨다. 그리고 이내 분위기가 바뀐다. 엄하디엄한 분위기.

“우리 잘나고 잘나신 막내 따님 아니십니까? 나가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면서 튀어나가신?”

“헤헤. 엄마~ 내가 엄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에~! 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까딱이시며 정원의 탁자 곁을 가리키시는 할머니.

“아니~ 엄마 그래도 애들도 있고.”

다시금 손을 까딱이는 할머니를 보자 말을 잇지 못하고 구석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손을 드는 칼라님이었다.

그저 손의 까딱으로 칼라님의 제압하고 혼을 내는 할머니가 너무 신기한 지경이었다.

그제야 할머니는 량이에게 시선을 주셨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량이는 의외로 담담했다.

“바다의 황제이자, 칼라의 어머님이신 골드 로즈님을 뵙습니다. 블라우의 구역주이자 칼라의 배필이 되고자 하는 량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끝으로 한 무릎을 꿇고 한 무릎은 세운다. 그리고 왼손은 심장에 오른손은 단봉(短棒)에 가 있다.

‘어? 저 단봉을 가지고 나올 줄은 몰랐는데? 진짜 진지한가 보네.’

저 단봉은 웬만해서는 밖으로 꺼내지 않는 량의 무기이자 모든 것이기도 했다.

여전히 완성품이 아니라면서 수도 없이 제련하고 더하는 이상한 단 봉.

‘파울로 님께서도 저 단봉이면 마스터를 잠시나마 잡아 둘 수 있다고 하셨지.’

익스퍼트 10명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단봉. 그 단봉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연슴술사들은 마나를 어떻게 다루려나. 그러고 보니 량이는 마나가 주변에만 있는 것 같던데.’

자신의 궁금증과는 다르게 량이의 인사를 본 할머니는 이채를 빛내며 입을 여셨다.

“지금은 해적 중에서도 아는 이가 없는 인사 방법을 알고 있다니. 공부를 꽤 했나 보구나. 그렇다면 그 의미도 알겠지?”

‘뭔가 싶더니 해적의 인사였구나. 진짜 쟤도 모르는 게 없는 것 같다니까.’

“네. 꿇지 않는 무릎은 그 누구에게도 꿇지 않는, 자유함을 꿇은 무릎은 오로지 바다를 지배하는 이에게만 드리는 경애를.”

“그리고?”

“무기에 손을 잡은 것은 내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심장에 손을 댄 한 손은 평생을 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맹세를 의미합니다.”

안 그래도 그 인사를 보면서 일어서려고 하는 칼라님을 제지한 것은 할머니였다.

“파울로님의 제자가 해적으로 사는 맹세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 줄 모를 리 없을 텐데.”

“예.”

“그럼 결정한 것은 량이 개인일까 파울로님의 후계자까지 포함 한 것일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연금회의 회주 량. 바다의 황제이시자 칼라의 어머님을 뵙습니다.”

“호? 파울로님께서 자리를 네게 주셨나 보구나. 치사하시지. 나도 모르게 말이다.”

“따로 찾아뵐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뭐 그렇다 치고. 우리 칼라는 어떻게 하려는가 모르겠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되는 대로 인사를 올리며 함께 평생을 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칼라님은 무릎을 꿇을 채로도 몸을 비비 꼬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셨다.

“일어나렴. 그래도 정말 참한 놈을 데리고 왔으니 봐주도록 하마. 마음에 드는구나.”

그 말에 화색이 도는 량이와 칼라님. 그래도 은근히 긴장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치? 엄마 내가 또 남자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히잖아! 그런 내가 데리고 왔는데 당연한 거지!”

어느새 의기소침한 모습에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칼라님을 보면서 할머니는 피식 웃으셨다.

“넌 참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를 않니. 다들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렇지. 쯧.”

그렇게 칼라님이 할머니에게 붙어서 온갖 아양을 떨고 있을 무렵에 조심히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긴장이 넘치는 오이겐의 모습.

그 조심스러운 모습에는 경외가 담겨있었다. 마치 평생의 꿈을 그리던 사람을 만나는 듯한 조심스러움.

“진정으로. 그 연금회의 회원도 아니고 회주가 맞으십니까? 필부(匹夫) 우매한 현자의 칭호를 한때 가졌던 오이겐이라고 합니다.”

‘맞네. 연금회는 또 뭐지? 뭐길래 저렇게 오이겐이 저자세로 나가는 거지?’

자신만 몰랐던 듯, 오이겐의 인사를 듣고 나서 량은 당연하다는 듯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연금회, 아니 서대륙에서는 디비네로 알고 있을 터인데. 그를 알고 있는 현자를 만나게 되어서 반갑네.”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더욱 이상한 것은 오이겐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영광입니다. 회원이 아닌 회주를 만나 뵙게 되리라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 역천의 현자. 그래 방금 카인이 말을 했었지. 안 그래도 그대를 찾고 있었는데 자취를 감추었더군.”

‘말투가 너무 어색한데. 저런 말투가 아닌데.’

“연금회의 일은 들어가서 이야기하려무나. 칼라도 함께 들어가고, 난 카인이라는 친구와 막내 손주랑 이야기할 터이니.”

어느새 칼라님을 떼어놓은 할머니의 말씀이었다. 그를 따라서 자신과 카인을 제외하고는 저택으로 들어섰다.

“근데 저를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저택으로 들어간 것을 본 후 이어진 카인의 질문에 할머니께서 대답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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