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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22화 (122/217)

[122화]

동굴에 들어갔는데 하나도 어둡지 않았다. 마치 빛이 동굴을 환하게 비추는 느낌.

신비한 그 느낌을 따라서 들어가니 꽤 큰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벽을 가득 채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벽을 가득 채우면서 10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좁은 칸은 특히나 깊게 판 듯 그 선이 깊어 보였다.

“책이 진짜 많으시네요.”

알 수 있는 제목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처음 보는 읽을 수 없는 언어들이었다.

“뭐 내 보물들을 빼면 대부분 내가 쓴 거라. 그리 많지도 않아. 쓸모있는 지식만 뽑아 논거라.”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대부분 누가 쓴 거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못 들었다.

“저 얇은 부분이요?”

“저건 내 보물들이지. 천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명작들이랄까.”

그 말인즉슨 저 얇고 얇은 고작해야 백 권을 조금 넘는 책을 제외하고는 다 자기가 썼다는 것이다.

“저걸 다 쓰셨다는 건가요?”

“뭐. 여기에 갇혀서 할 일도 없는데 정리하는 셈 치고 하나하나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재능이 빠르게 글쓰기 이런 건가? 아니 그래도 저렇게 쓸 내용이 있을 수나 있나?’

도저히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양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이었다.

“멍 때리지 말고 어서 일로와!”

“저 아이가 괜히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칭함 받는 게 아니란다. 지내다 보면 알게다.”

“흠. 그래서 기본 재능에 [절(切)]이라고 했지? 발아한 후에 어떻게 변했지? 아니 처음부터 이야기해 봐.”

자세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도축을 통해서 발아했고, 세상에 자르는 면이 보이고, 그를 조절하고 더 나아가서 오러와 마법을 자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때, 품 안에서 어디서 많이 본 종이를 꺼내는 오이겐. 서약서였다.

그곳에 한 문장을 쓰더니 나에게 내미는 오이겐.

“좋아. 네가 숨기려 했다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 했지만, 네가 다 이야기하니까 전력을 다해주지.”

그 서약서에는 여기서 말한 재능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오이겐님만 제약을 하는 건데 괜찮으세요?”

솔직히 조금 감동이었다. 가르쳐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생각이었는데 의외였다.

“그럼. 내 나름의 의지 표현이니까. 어서!”

그 마음에, 서약서에 제자에게 가르침을 위해서 예화로 드는 것은 괜찮다고 추가로 쓴 뒤에 서로 계약을 맺었다.

“흠.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너 진짜 괜찮은 놈이구나! 그럼 우선 개념부터 잡고 가보자. 너 절(切)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냐.”

기실 누구보다 잘 아는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지식이기 때문이었다.

“자르고, 끊어내는 것. 그리고 가장 단순히는 날붙이로 물건을 끊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렇지. 그렇다면 무엇을 끊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냥 잘 베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러와 마법을 베는 것을 보고 저에게 달린 게 아닐까 생각을 하긴 했어요.”

자신의 재능에 대한 무궁한 설명이 이어진다. 끊어낸다는 것이 그렇게 많은 것을 의미하는 줄 몰랐다.

“그렇다면, 네가 지금 가야 할 방향은 어떤 방향일까?”

“방향이요?”

“그렇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잘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지. 재능을 결국 궁리만 해도 안 되고 사용만 해도 안 되는 것이니까.”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본다. 자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마법을 자르고 오러를 자르니, 그다음에는 뭘 잘라야 하는 거지?’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무 단순해서 더 어려웠다.

“네가 말하기를, 오러를 끊어내고 마법을 자른다는 것이 너의 오러를 사용해서 라는 거지?”

약간 생뚱맞은 질문이었다. 당연한 말을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

“네. 오러는 오러만으로 상대 할 수 있으니까요.”

“흠.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과연 네 오러가 자른 걸까, 네 재능이 담긴 도가 자른 걸까?”

“당연히 재능이 담긴 오러가.”

“정말?”

그 질문에 본래라면 확신에 찬 대답을 내릴 수 있을 텐데, 눈앞에서 할머니의 능력을 본 후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냥 아무것도 없는 도로 오러나 마법을 자를 수 있을까?’

아무리 내 재능을 담았다고 하더라도 오러가 없는 도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사실, 네가 오러와 마법을 자른다고 했을 때 경심(驚心 : 마음속으로 몹시 놀라다.)했지. 아직도 안 믿어진다고.”

사실 그럴 만 한 일이기도 했다. 내 얕은 상식으로도 그것은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니 그랬다.

“마나를 자르다니. 이건 진짜 덤덤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비록 본연의 마나가 아니라 가공된 마나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자신도 그게 놀랄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오러랑 마법을 자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아니 엄청난 건 알지만.”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은데. 마법도 쳐 내면 되는 거고 오러는 오러로 부딪히면 되는 건데.’

“하! 아주 기본부터 시작해야 하는구나. 너 마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니? 아니다. 아니야, 한도 끝도 없지.”

그러면서 책꽂이로 가더니 가장 오른쪽 구석에 적힌 책을 꺼내서 건네주셨다.

“마나에 대한 기본이니까. 읽어. 머리어 억지로라도 집어넣어. 계속 물어보면서.”

[마나. 세상을 이루는 근원] 이라는 책이었다, 다행히 그렇게 두껍지는 않았다.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계시던 할머니는, 대뜸 옆에 자리를 잡으신다.

할머니의 손에는 엄청 두꺼운 책이 손에 들려있었다. 심지어 제목도 없는.

“이 할미도 저 녀석의 도움을 많이 받는단다. 카랑한 주제에 이렇게 선물도 해 주고 말이다.”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오이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는 모습이 재밌었다.

“빨리 읽어!”

자신이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꼈는지, 자신에게 소리치는 오이겐이었다.

책을 펴자 의외로 쉽게 설명된 글이 있었다. 어려운 단어도 꼬아 쓴 문장도 없었다.

직관적이고 쉬운 설명에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넘기는 소리와 쓰는 소리만이 공동을 채우기 시작했다.

*

한 번을 읽고, 두 번을 읽었다. 그리고서 오이겐에게 질문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맛보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모호하게 생각하고 왔는지, 당연하게 생각을 한 것이 당연한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오러를 자른다는 것이, 마법을 자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오이겐님이 다시 질문을 던지셨다.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아?”

“기본이요. 완전히 다시. 자른다는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엄두가 안 나기는 하네요.”

“비슷해.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돼. 자.”

그러면서 허리띠를 푸셨다. 기겁하려는 찰나, 그 허리띠가 검이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허리띠에서 은은하게 오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마법사인 줄 알았는데!’

신기한 건 그 검이 흐물흐물한 채로 흐르는 듯이, 오러도 같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과제야. 도에 오러를 쓰지 않은 채로 오러를 잘라 봐,”

자연스럽게 손이 허리에 매여있는 도를 쓰다듬는다. 오러가 실린 무기를 치는 것은 무기에게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임시로 받은, 사실 돌려줄 생각은 없지만, 도를 이가 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서라. 네 도로 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따라와.”

공동에 있는, 왼편에서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다양한 무기가 놓여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무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무기들의 향연.

그중에서 도들 또한 각양각색의 도가 있었다.

‘여기에 있는 무기들만 해도 엄청난데. 도대체 정체가 뭐지?’

방에 정성스럽게 놓인 무기 하나하나가 보검(寶劍)은 아니더라도 명검(名劍)에 이른다고 할 수 있는 질의 무기들이었다.

오이겐은 그중에서 자신의 도와 가장 비슷한 도를 건네주었는데, 처음 보는 형식의 도였다.

한쪽만 날이 있는 것은 여느 도와 같았지만, 도신이 훨씬 휘어있었다. 마치 초승달처럼.

“샴쉬르라고 불리는 도야. 베는 것에 특화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돼. 워낙 많고 튼튼하니 괜찮을 거야.”

그리고 세 자루의 샴쉬르를 들고나와서 다시 그 자리로 왔다.

“자.”

이번에는 검에 오러가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흐물거리던 검이 꼿꼿하게 섰다,

“우선 벤다고 생각하고 베어봐. 내려치는 것이 아니야. 베는 거야.”

확실히 어색했다. 내려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벤다는 것이. 거기에 대상이 도이다보니 더욱 그러했다.

“아니야! 내려치지 말라고!”

도가 눈에 들어오니 쳐내야 하고 밀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다.

몇 번의 실패와 호통 끝에 벼락같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도축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구나! 멍청한.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빨리 발아가 된 건가?’

확실히 도축을 할 때만큼 재능이 빠르게 변화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온몸에 힘을 뺀다. 그리고 선천 재능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도신이 하나하나 느껴진다.

그리고 도축을 할 때처럼 부드럽게 검 위에 도를 올리고 파고들어 가듯이 힘을 준다.

“캉!”

“그만! 이 미친놈아! 너 뭐냐!”

분명 느낌이 좋았는데, 반발하는 힘이 느껴지면서 도가 튕겨 나왔다.

그리고 노발대발하며 자신에게 화를 내는 오이겐이 보인다.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눈에 보이는 광경에 수긍하고 말았다.

‘연검에 살짝 홈이 패였네? 뭐지? 처음인 것 같은데.’

“사실 저도 재능만으로 이렇게 다른 걸 베어 본 것이 처음이라. 도축할 때 말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시금 돌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보지 않고 있던 세상이 눈에 들어왔었다.

‘너무 억눌러 놓았나? 근데 너무 이상한데.’

“아니! 왜 바로 성공하는 건데! 이게 무슨 검인지나 알고! 누가 만들었는지 아냐고!”

“죄송합니다.”

“아니! 진짜 내가 이걸 얻으려고 무슨 수를 썼는데! 진짜 어떻게 하냐!”

순간 울 것 같은 오이겐을 보자 마음이 약해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이였기에 자신도 도와주고 싶었다.

“혹시. 탈해님이라는 야장이 계신데 그분께 부탁드릴게요.”

그 소리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는 오이겐.

“탈해님이 어디 계신 줄 알아? 정말? 네가 해 줄 수 있다고?”

“탈해님을 아시나 봐요?”

“이 검이 탈해님께서 만드신 거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내가 이걸 구하려고 진짜! 근데 넌 어떻게 알아?”

“이래 저래요?”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정말 여기 있는 동안 온 힘을 다해서, 내 뇌를 꺼내서 도와주마!”

그렇게 약속을 하자마자 무기가 있던 방으로 가셔서 여러 무기를 가지고 오셨다.

“자! 시작하자.”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온갖 잔소리와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하나의 무기에 이가 나갈 정도로 베어보자 조금 잡히는 감각이 생겼다.

‘내가 너무 억누르고만 있었구나.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했던 거였어.’

처음에 오로지 벤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게 왜 그런지 느꼈다. 힘이 너무 들어갔다.

‘전생에서 왜 재능이 발전을 못 한, 아니 너무나 느렸는지도 알겠네.’

그리고 마스터들이 왜 초인이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재능이 보조가 아니고, 후가 아니야. 재능이 오히려 주(主)고 선(先)이 되어야 하는 거였어.’

그것을 깨달은 순간 몸에 변화가 느껴졌다. 검을 향하여 도가 내려간다.

하지만, 내려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베듯이, 눈에 보이는 선을 따라서 베어 들어간다.

“탕!그르르”

단단하기 그지없는 철검이 아무것도 없는 도를 통해서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재능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이 미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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