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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20화 (20/217)

[20화]

떨릴 사이도 없이 빛나는 게이트를 통과했다.

‘뭐지?’

분명 게이트를 지나왔는데 똑같은 풍경이었다. 여전히 탑 내부였다. 1학년들이 웅성거릴 무렵이었다.

“주목!”

모든 학생이 나오고 게이트가 사라지자 기사로 보이는 한 사람이 외쳤다. 그 기사의 견갑(肩甲 : 어깨에서 팔꿈치 부근까지를 보호하는 갑옷의 부속구)에는 수호기사를 의미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진짜… 블레어 수호성인가?’

“블레어 수호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곳은 상급자의 말이 법이다. 이를 항상 명심하도록. 각자 인솔자를 따라 나가도록 하라!”

수호기사의 말이 끝나자 각 조별로 인솔자들을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범이 속한 조의 인솔자는 수호 용병이었다.

“아이고… 햇병아리들도 아닌 꼬꼬마들 뒤처리나 해야 하고…쯧 따라와라.”

탑을 나서서야 자신이 블레어 수호성에 왔음을 실감하는 범과 아이들이었다.

거리를 나서자 보이는 풍경이 수도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실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 주듯 일관된 건물들과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

그 도로 끝에 중심으로 보이는 광장에 솟아 있는 탑이 보였다.

“꼬맹이들. 싸게싸게 와라. 잃어버린다고 찾으러 다니지 않으니.”

주변을 구경하는 것이 자신뿐만이 아니었던 듯 인솔자의 호통이 꽂혀왔다. 그를 따라 광장에 도착했다.

그 인솔자는 아이들을 탑으로 향했다. 탑의 주변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수많은 용병과 기사들 그리고 좌판 상인들이 있었다.

“잘 따라와라. 놓치면 두고 가니.”

그 말을 끝으로 탑으로 들어갔다. 탑의 1층은 여러 의뢰를 주고받는 곳으로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인솔자가 꽤 유명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여~ 파로! 이제는 애기들 보모도 해주나 보네! 그럴 거면 우리 팀 길이나 잡아 주라고!”

“닥쳐. 내 몸값도 못 내는 것이 말은.”

이런 대화가 지날 때마다 들려왔다. 꽤나 유명한 길잡이로 보였다.

수호산맥에서 길잡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어떤 의뢰를 하더라도 수호산맥으로 들어가면 길잡이는 꼭 데리고 가야 했다.

그런 길잡이 중에서도 유명한 사람으로, 보아하니 스콜라스의 덕을 본 것 같았다.

이내 1층 가장 내부로 들어가 그곳의 방 하나에 들어갔다.

“너네들은 다 마나를 쓸 줄 안다 들었는데 맞나?”

“네. 전원 마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인 스콜라스가 대답을 했다. 잘 되었다는 표정의 파로.

“어차피 너네 보니 계속 올 거 같은데, 온 김에 이왕지사 마나 등록을 하고 가라. 나는 볼일이 있어가 올라갔다 올 테니. 수고 좀 해주쇼!”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두고 나가는 파로였다. 파로가 나가고 안에는 사무관이 탁자에 앉아 있었다.

“하…제기랄 노무시키… 여기 조장이 누구냐.”

“접니다.”

“종이 줄 테니까 인적사항 적고 순서대로 구슬에 손을 올려서 마나를 흘려보내라.”

“예.”

대답은 했지만, 표정이 좋지는 않은 스콜라스였다.

사무관의 말에 따라서

종이에 인적사항을 적어가는 범이었다.

이름: 범

나이: 10

고향: 코입툰

특이사항: 없음

실로 간단하기 그지없는 인적사항이었다. 수호성에서는 수호성의 이력만이 중요하다. 했는데 정말 맞는 말 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인적사항을 적어 내고 마나 등록을 하고 있을 무렵 파로가 다시 들어왔다.

“에라이… 젠장… 하… 다 했냐?”

“거의 끝나간다. 왜? 사무장이 뭐라 하든?”

“하… 총 책임 하란다. 씨앙… 그냥 가지 말걸.”

“푸헤헤헤헷 꼴좋다. 다 했으니까 이제 빨리 꼬꼬마들 데리고 가라 병아리 원장아.”

“에라이… 내가 진짜… 하… 조장!”

“네.”

“따라와라.”

이내 파로는 우리를 데리고 중앙의 탑에서 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탑을 바로 건너에 4개의 건물이 하나로 만들어진 건물로 향했다.

“여기가 너희가 한 달 동안 있을 숙소다. 너희는 맨 끝 건물에서 생활할 거다. 오늘은 오후에 시체 처리 작업을 할 거니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나오도록.”

파로는 정말 대충 설명해 주었다. 방까지 가면서 간단하게 설명한 것으로 그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방은 한 조에 2개의 방이 주어졌다. 알아서 나눠서 쓰라고 한 뒤에 나오라는 시각을 알려주고 사라진 파로였다.

스콜라스의 제안대로 남자가 1방 여자가 1방을 쓰기로 하고 방에 들어갔다.

“하!… 이런 곳에서 어떻게 한 달을 지내라는 건지.”

방을 보자마자 로안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을 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방이었다. 본래 10명이 지내는 방으로 보였다. 10개의 관물대가 있었고 2층 침대 5개가 놓였었다.

투덜대는 로안을 두고 문과 가까운 침대에 가서 짐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인 또한 옆으로 가서 짐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하… 역시 평민 놈들은 이정도면 편한가 보지.”

괜한 시비였지만, 그냥 참아 넘겼다. 어찌 되었건 1달을 보내야 했기에 넘어가 준다는 마음으로 무시하고 카인과 베라트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좋게좋게 넘어가 줄 때 그만하면 좋은데 말이지…’

“너도 고생이 많겠다.”

대련하면서 친해진 건 히베와 방인 그리고 베라트 모두였지만 지금은 베라트만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식당으로 내려오자 많은 아이가 식사하고 있었다. 다른 반 아이들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이 신기했다.

다들 잘 지내는 반도 보여서 신기할 따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아이들도 모두 내려와서 곁으로 왔다.

“범. 다음부터는 단체행동을 했으면 좋겠어.”

다짜고짜 와서 자신에게 말하는 스콜라스를 보며 의아하긴 했지만, 조로 왔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좋아. 아무 말도 없길래 나왔을 뿐이야. 다만,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안 그래도 말하고 왔다. 여기 있는 동안은 그러지 않을 거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스콜라스가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왕자는 좀 다르려나… 모르겠네.’

“좋아! 잘 부탁해 조장!”

불퉁한 표정의 로안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다. 식사하며 스콜라스와도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이 조금씩 친해질 무렵이었지만 스칼렛과 로안은 그런 분위기에서 한 발 동떨어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식사를 끝내고 집합을 하니 자신들의 조를 제외하고 4개의 조가 더 나와 있었다. 파로와 함께 3명의 병사가 나왔다.

“오늘 너희는 시체를 보러 간다. 언제나 이 시기에는 시체가 넘쳐난다. 그 안에서 인간의 시체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파로의 말에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다들 굳은 얼굴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차피 너희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저 익숙해진다고 생각해라. 그럼 이동한다.”

4열로 파로의 뒤를 따라가는 아이들이었다. 각자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아이들은 긴장감에 굳어 있었다.

조용히 카인에게 말을 건넸다.

“카인. 너무 긴장하지마. 꽤 걸어야 하는데 긴장하면 더 힘들어.”

“으…응. 고마워 범아.”

성문을 나오니 7명의 병사가 더 나와 있었다. 그 병사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걸음은 빨랐다.

그들을 따라가는 아이들은 힘겨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로지 종합 1, 2반의 무사 반 아이들만이 그들을 맞추어 갈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법사 반의 아이들의 가방을 무사 반의 아이들이 들어주고 있었다.

“잠시 쉰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주저앉았다. 느낌으로 보아 대략 5킬로를 온 것 같은데, 멀쩡해 보이는 아이가 드물었다.

반면에 파로와 병사들은 걸은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호흡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내가 본 병사들이랑은 질이 다르구나! 질이. 괜히 수호 병사라고 따로 말하는 것이 아니구나.’

수호 병사는 왕국 병사이긴 하지만 다르게 취급받는다. 애초에 수호성이 독립된 지역이기에 병사 또한 일반병사와 다르다.

다만, 사망률이 매우 높아 지원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정도. 그렇다 보니 살아남은 병사들은 모두가 정예병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애들이 죽어나겠구나…’

거의 2시간 정도가 더 지나서야 막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사와 함께 그 앞에 목책이 보였다. 나무와 덩굴 흙이 함께 뭉쳐 만들어진 목책은 목책임에도 단단해 보였다.

다만 여기저기 무너지고 부서져 있는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앞으로 5일간 막사에서 생활하면서 잡일과 목책 보수를 배울 것이다. 10분을 주마. 막사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오도록. 가방은 필요 없다.”

막사에 들어가서 가방만 놓고 다시 나오는 아이들이었다. 막사 앞에 집합해 있자 병사들이 짧은 깃발들을 나누어 주었다.

“너희들이 받은 깃발을 찾은 시체 옆에 꽂으면 된다. 뭐…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만. 조장은 조원을 모두 잘 챙기도록.”

깃발들을 받아서 허리에 꽂는 아이들이었다.

“선임 병사들에게 반드시 보고하고 다니고 멀리 떠나지 말도록. 하… 이런 걸 다 말해줘야 한다니…”

뒷말은 조용히 말해 자신의 조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막사를 벗어나 목책으로 향했다.

목책으로 향하면서 기본적인 수칙을 가르쳐 주는 병사들이었다. 깃발에 소속과 이름을 쓰는 것과 기본적인 수화를 배우며 걸어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비린내와 썩은 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여 분을 걷자 점점 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책 가까이에 오자 냄새가 더 심해졌다.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많나 보네. 이정도로 진한 냄새가 나면…’

“목책 문이 열리면, 각 선임 병사들과 함께 다니면 된다. 병사가 지정해주는 구역을 맡으면 된다. 질문 있나?”

냄새에 이미 정신이 나가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래서… 에휴… 그럼 선임 병사 너네가 수고해라.”

그리고 목책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엄청난 냄새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체와 시체, 그리고 또 시체였다.

수많은 시체가 그곳에 존재했다. 몸이 성한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목책을 나오자마자 토하고 정신을 잃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조에서는 자신과 카인, 방인과 베라트는 그나마 괜찮았다. 로안과 스칼렛은 정신을 놓고 토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을 필사적으로 참으려 하고 있었다.

“카인. 괜찮아?”

“응.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이것만큼은 아니지만 징그러운 것 보게 되니까.”

그런 말을 하는 카인조차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괜찮은 아이는 자신과 방인, 베라트 뿐이었다.

“범이. 너는 왜 이리 태연하냐.”

“어? 베라트.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움직이자.”

베라트와 함께 아이들이 호흡을 고를 동안 병사가 지정해 준 구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베라트가 용을 쓰는 동안 자신은 매우 수월하게 돌아다녔다.

‘전생에 용병 초창기에 뺀질나게 하던 일인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만.’

전쟁용병으로 살았던 전생에서 1년간은 내리 시체 처리를 했던 범이었다. 병사든, 용병이든, 기사든 시체를 찾으면 보상을 해주었다.

몬스터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익숙한 일이었다. 오히려 몬스터들을 처음 보기에 그 모습이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고블린과 오크였다. 두 몬스터는 덩치와 색이 달랐다. 오크는 초록색 피부에 덩치가 컸고 고블린은 검보라색 피부에 크기가 자신과 비슷했다.

선임 병사에게 몇 번을 다녀오면서 깃발을 다시 받고 찾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찾은 시체만 23구였다. 선임병 사가 범을 보고 놀랐을 정도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4일이 지나갔다. 막사에 대해 불평을 할 정신도 없이 적응하는데 바쁜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4일간 96구의 시체를 발견해 냈다. 웬만한 신입 병사보다 많은 양이었다. 그 덕에 아이들은 4일 저녁 특식을 먹을 수 있었다.

자신이 찾은 시체 중에 용병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용병대가 특식을 들고 와준 것이었다. 용병들과 함께 저녁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용병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신에게는 아이들과 있는 것보다 쉽고 자연스러웠다.

“전 제가 잘못한 줄 알았잖아요. 오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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