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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4화 (4/217)

[4화]

“탭 탭! 후우… 어떻게 한 번을 못이기지. 너무해!”

“마틴 내가 성경 암송으로 널 이길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그런 거야”

어느덧 칸 님의 저택에 나와서 훈련하기를 한 달이 되어갔다. 이제는 칸 님의 저택에서 밥을 먹고 훈련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익숙해졌다.

연무장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평소보다 더 진지한 모습의 칸 님이 보였다.

“범, 마틴. 너희에게 할 말이 있구나.”

“네!”

“너희 나의 제자가 되지 않겠니?”

“?!?!?!?”

“지난 한 달 동안 너희를 가르치면서 너희를 제자로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더구나. 어떻니?”

“네! 너무 좋아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바로 대답한 마틴과 다르게 자신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너무도 감사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죄송스러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칸 님… 죄송해요”

“왜 그러니. 내가 부족해 보이더냐.”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제 재능이 날이 있는 무기가 필요해요 그런데 칸 님은…”

“허 그렇구나… 오해해서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아니다. 네 재능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죄송해하지 말거라.”

“범아…”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을 무렵 연무장에 인기척이 났다.

“어? 원장님?!?!”

“칸 님. 제가 잘 맞추어 온 건가요?”

“원장 사제님. 오셨습니까?”

연무장에 온 사람은 놀랍게도 고아원 원장 선생님이었다. 개인적인 부탁으로는 절대 고아원을 나서지 않으시는 원장님의 등장에 놀라울 뿐이었다.

‘칸 님이 이 정도로 힘이 있으신 건가?’

“칸 님의 부탁인데, 그리고 저희 고아원 아이가 스승을 맞이하는 날인데 어찌 안 나오겠습니까? 축하한다 마틴. 정말 좋은 스승님을 얻었구나.”

“감사해요. 원장님. 근데… 근데 범이가…”

“괜찮단다. 범이에게도 인연이 있을 게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마틴의 사제(師弟) 의식을 하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원장님이 중앙에 서고 이내 시작된 사제(師弟)의 의식이었다. 처음 보는 의식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쉽고 너무나 부러웠다.

“본명 칸 아브네고. 이명 배달. 제가…”

“본명 마틴. 제가…”

두 사람의 맹세에 따라서 가슴에서 빛이 나와 원장님의 앞에서 하나가 되었다.

“스승은 아버지와 같고 제자는 아들과도 같으니, 오늘 새로운 아버지와 아들이….”

원장님의 축언과 선언에 원장님 앞에서 하나가 된 빛이 반으로 나뉘어 다시 마틴과 칸 님의 가슴에 들어갔다.

‘사제의 의식은 처음 보네 신기하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랄 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관중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고, 마틴이 부러웠다.

“축하해 마틴! 정말 잘 됐다.”

“범아 고마워… 미안해…”

“아니야~ 뭐가 미안해! 진짜 축하해”

“마틴아. 스승을 맞이해서 너무 축하한다. 덕분에 아이들도 맛있는 걸 먹겠어. 그러면 이따가 보자꾸나.”

인사와 함께 원장님은 음식을 가지고 고아원으로 돌아가셨고,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 차려진 식탁을 보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마틴이 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님…”

그 단어가 마법의 단어라도 되는 듯 헛기침과 함께 많이 먹으라고 말하는 칸의 얼굴은 붉어진 것 같았다.

이를 보면서도 그 모습이 참 부러웠다. 식사를 진행하는 중에 칸이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을 먹고 마틴 그리고 범 둘 다 나에게 배울 것이 있다.”

“뭔데요? 스승님~?”

“크흠. 너희에게 심결(心結)을 가르쳐 줄 것이다.”

“심결이요?!”

“서킷과는 다르지만, 너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결…? 내가 배워도 되는 건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쳐갔다. 하지만 결국 믿고 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저 칸 님. 제가 사실 서킷을 하고 있는데, 그거랑 상관이 없을까요?”

“뭐?!?!”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기는 했다. 고아가, 그것도 갓 9살이 된 아이가 서킷을 스스로 배우고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어떻게, 아니 어떤?”

“저희 고아원에 책이 있었는데, 프렌들리 서킷이라고 처음 시작하는 데 좋다고 해서요…”

“우와 범이는 정말 대단하다!!”

“허 허… 상관은 없기는 없다. 인연이란 모를 일이구나. 너희가 배울 극기 심결이 프렌들리 서킷의 원형이 되는 거란다. 극기 심결은 유산(Legacy) 중 하나란다.”

그 말에 경악했다. 유산이라니,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취급되는 것이었다.

‘유산이라니… 그걸 배운다고.? 내가?’

하나만 등장해도 피를 부른다는 아티팩트. 그 위에 유산과 유물이 존재했다.

유산과 유물은 대통합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이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고, 그 주인들은 항상 어떤 방식이든 유명세를 타곤 했다.

그 유산의 무게를 알기에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 대단한걸 제자도 아닌 제가 감히 배워도 될까요.”

“범아 너도 내 제자란다. 내 진신 절기를 알려주지는 못해도, 충분히 자격이 넘친단다.”

“칸 님….”

그렇게 심결을 배우고 나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쓸쓸했다. 항상 같이 오던 마틴과 그 길을 혼자 걸어오니 너무 외로웠다.

이제 마틴은 칸과 같이 살기에 혼자 걸어야 했다. 방에 돌아와서도 너무 쓸쓸한 밤이었다.

분명 마틴에게 너무 잘된 일이고 축하해 줄 일이었지만, 혼자 남게 된 이 밤이 너무 외로웠다.

‘후 극기 심결이나 하자.’

명상이라고 하는 그 여타의 여러 가지 비법들과 극기 심결은 궤를 달리했다. 명상과 관조가 즉각적이고 직관적이었다.

극기 심결을 시작하자, 자신의 과거가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온갖 멸시와 무시를 받고 포기했던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많이 보고 봤는데도 여전히 어렵네…’

먹고살고자 시작한 용병일에서, 자신의 재능이 다들 말하는 것처럼 쓰레기가 아님을 발견한 순간도, 그럼에도 기본 재능인 자신이 잘 나가자 시기하는 그 순간도, 언제나 혼자였다.

‘진짜 불쌍하게 살았네. 내 책임이기도 하지만.’

온갖 무시와 멸시를 당하며 살아왔기에, 자신에게 호의를 보낸 사람도 동정이라고 생각하며 뿌리치는 자신의 모습, 더더욱 혼자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

환경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도 있지만, 결국 그 속으로 들어간 것은 자신의 선택이요 행동이었다.

‘나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아파했구나.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했구나… 수고했어. 이제 안 그럴게, 이제는 다르게 나아갈게.’

결심하는 순간 범은 뭔지 모를 자유로움을 느꼈다. 어디엔가 묶여있던 자신이 풀려나는 느낌.

혼자가 된 순간, 범은 경지를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겪었다. 자신을 바로 바라보고 바르게 나아가는 방향을 조금이나마 잡게 되었다.

*

어느새 마틴이 칸 님과 함께 지낸지 한 달이 될 무렵이었다. 손님이 온다고 하시며 깨끗한 옷을 선물 받은 날이기도 했다.

칸 님께서 손님을 받게 되는 것을 처음 보기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누가 오시길래 이렇게 준비를 하는 걸까? 뭐 들었어?”

“아니 스승님께서 말씀을 안 해주셔서… 놀랄 거라고만 하셨어.”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마틴의 방문이 열렸다.

“도련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네. 나갈게요!”

이제는 도련님이라는 소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틴이었다. 그런 마틴이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러웠다.

‘마틴이 도련님이라니. 진짜 많이 달라졌네.’

정문에 나가니 칸 님이 계셨다. 인사를 하고 곧이어 열린 문에서는, 먼지 하나 없는 하얀 로브를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로브를 잠그는 브로치는 은빛의 날개 모양인 것으로 보아 신전의 사람인 듯했다.

“칸! 오랜만에 불러주는구만! 제자를 들였다고?!”

“프란체스코! 잘 살아있었나! 종종 들리라고 해도 안 들리는 게 누군데! 마틴, 범 인사해라. 내 전우이자 친우인 프란체스코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칸 님의 제자 마틴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칸 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는 범이라고 합니다.”

“네가 마틴이구나! 사제를 꿈꾼다면서, 어떻게 무식한 직진쟁이의…쿠엑”

“흠 흠… 들어가자꾸나. 알아서 들어올 것이다.”

당황해하는 우리를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셨다. 이내 우리도 칸 님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고, 곧이어 칸 님에게 맞고 굴러간 프란체스코 님도 같이 들어왔다,

“여전히 성질은… 쯧”

“넌 사제씩이나 되어서 말본새하고는 쯧”

“그래서. 어쩐 일로 부르셨데?”

“너. 4월 말경에 한 번 더 들리지?”

“그렇지. 그때는 항상 여기를 지나가는 길이기는 하지. 왜?”

“그때 범이 좀 데리고 가라. 수도 아카데미까지 데려다줘.”

순간 밥을 먹던 마틴의 손이 멈췄다. 나는 칸 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입학하기 전까지 신전에서 잘 수 있게 해주마. 많이 누그러졌다?”

“됐고, 고맙다.”

“칸 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저 친구한테 하려무나. 그리고 범아 아카데미를 갈 거라면 수도 아카데미로 가야 한다. 조금 멀더라도 그것이 너에게 더 좋은 것이야. 그러니 더 이상 상행을 찾을 필요는 없단다.”

“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목표는 수도 아카데미였다. 수많은 아카데미 중에서도 항상 그 위에 존재하는 아카데미.

상행에 끼어 갈 수 있을까 해서 여기저기 상단에 문의를 차였다. 생각 외로 찾기가 쉽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 한 번에 고민을 해결해 주는 칸에게 더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알고 계셨구나 하… 진짜 받기만 하네.’

“범아…”

마틴의 표정은 복잡했다. 이를 바라보는 자신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자신도 마틴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칸 님. 혹시 오늘은 자고 가도 괜찮을까요?”

“그래. 그러도록 해라. 너도 마틴도 할 이야기 많을 테니, 나도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둘은 먼저 올라가 보거라.”

칸과 프란체스코에게 인사를 하고 마틴을 데리고 마틴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마틴. 내가 떠난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범아… 꼭 가야 해?”

“응. 꼭 가야 해. 마틴, 넌 이제 스승님도 계시고 사제가 되려고 하는 거지만, 난 아카데미에 가야 더 나아갈 수 있어.”

“그래도…”

“그리고 내가 아카데미에 간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변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는 형제잖아.”

“형제… 맞아. 우리는 형제지.”

“작년에, 기억나지? 우리 신 앞에서 맹세한 거.”

“응… 응! 알았어. 대신, 가는 만큼 정말 대단해져서 오는 거야! 약속해!!”

“알았어. 약속할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

그 시각, 연무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칸과 프란체스코였다.

“나한테 부탁까지 할 정도면, 엄청 재능있는 아이인가 보지? 상위 재능이라는 건가?”

“아니. 내 제자도 범도 기본 재능이다.”

“뭐?!?! 미쳤어? 그런데 수도 아카데미로 보낸다고?!”

“응.”

“왜. 제자 제안을 뿌리친 것 때문에 그래?”

“아니, 비록 내 모든 것을 받은 제자는 아니더라도 범이는 소중한 제자야. 그럴 리가”

“그런데 왜…”

“프란체스코, 재능이 무엇일까? 초인이 되는데 재능이 중요할까?”

“당연히 중요하지! 살아남아야지!”

“전장에서라면 그럴지 몰라, 수호산맥이라면… 꽃 피울지 몰라. 저 아이의 재능은, 우리가 말하는 재능보다 무(武) 그 자체의 재능이 더 뛰어나.”

“그정도야? 네가 말할 정도로?”

“수호 유술을 가르쳤거든?”

“뭐? 아… 넌 가르칠 수 있구나. 근데?”

“이틀. 이틀 만에 9살 꼬맹이가 형을 잡더라 독기도 있고 인내심은 말할 것도 없지.”

“허 그 정도라면 네 말대로 알 수도 있겠는데?”

“그래 그러니 잘 데려다주라고! 죽음으로 인도하지 말고.“

“너!!”

*

그렇게 마틴과 이별을 준비하며, 칸 님에게 이것저것을 배우며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떠나야 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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