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원주민 아이.
161: 원주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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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일단 기척부터 감췄다.
갑자기 등장해서 놈들을 경계시킬 필요가 없었다.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웬만하면 그냥 따라잡겠지만 피곤한 잔재주가 있을지도 몰랐다.
‘평범한 인간인가?’
이곳의 원주민으로 추정되는 존재의 생김새는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좋게 봐줘야 13살? 그 정도 되는 어린애였다.
특별히 무슨 힘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굳이 특별한 게 있다면, 생명력이라고 해야 하나? 외관다 다르게 기본적인 생명 에너지가 넘쳐났다.
강하온은 기척을 숨긴 채, ‘테라’의 원주민을 지켜봤다.
‘식량이라도 찾는 건가?’
어린아이는 단검을 꺼내더니, 말라 비틀어진 나무의 껍질을 벗겨냈다. 그러더니 그나마 조금의 수분이 남은 나무 속살을 입에 넣었다.
‘안타깝군.’
어린아이가 먹을 것을 찾아서 저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안타까웠다.
만약 지구에도 자신이 없었다면, 혹시 나래가 저 아이가 될 수도 있었다.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어.’
어린아이는 나무 속살을 전부 긁어냈는지, 다시 이동하려 하고 있었다.
“허억!”
어린아이는 강하온을 보더니, 기겁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잠깐!”
강하온은 그 모습에 아이를 멈추게 하려고 했지만, 둘의 언어가 다른데 멈춰설 리 없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는 강하온에게 굉장히 겁을 먹고 있었다.
말을 알아들었다고 해도 멈출 리 없었다.
“이런 말을 못 알아듣겠구나.”
강하온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나저나 보통 인간이랑은 다르네.”
피골이 맞닿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였는데, 어느새 저 멀리까지 도망가 있었다.
절대 일반적인 어린아이의 속도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탁-!
강하온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아이가 빠르다고 하나, 강하온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어느새 강하온은 아이의 옆까지 따라붙었다.
“히익!”
아이는 그 모습에 기겁하더니 더욱 속도를 올렸다.
“이거 꼭 나쁜 놈이 된 거 같네.”
아이가 절박한 표정으로 도망가자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온 역시 한빛나를 구하고,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단 저 아이부터 멈춰야겠어.”
강하온은 아이를 멈추기 위해 의념을 보냈다.
『잠깐만 멈춰봐라.』
의념은 의지의 표현, 서로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생각을 하는 존재라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강하온의 예상과 달리, 이상하게 흘러갔다.
“허어억!”
아이는 갑자기 뛰던 걸 멈추더니, 공포에 질린 얼굴로 강하온을 향해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아이의 몸이 벌벌 떨리는 것을 보고, 강하온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강하온은 오해부터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벌 떠는 아이를 보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뭐 때문에 그리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를 해할 생각 없으니까 고개를 들어봐.』
“······.”
강하온의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아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는 아직도 공포와 경계 섞인 눈으로 강하온을 바라봤다.
『믿지 못하는 모양인데, 진짜로 너를 해할 생각은 없어. 단지 믿고 싶은 게 있을 뿐이야, 묻는 말에 대답해 줄 수 있을까?』
“······.”
아이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경계하는지 모르겠지만, 강하온은 일단 아이의 경계심부터 풀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나를 경계한다는 거 안다, 하지만 나는 네가 경계하는 존재와 비슷할지 몰라도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러니까 조금 더 침착하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를 봐봐라.』
강하온은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기다렸다.
“$###%?”
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강하온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강하온은 아이가 조금은 경계를 풀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없단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것에 맞으면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겠니?』
아이는 강하온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라는 것에 대해서 아니?』
강하온이 마나라고 부르는 힘을 아이는 마나라고 부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념으로 보냈기에, 적어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렇구나.』
강하온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마나가 필요하단다, 혹시 마나가 있는 곳까지 나를 안내해줄 수 있겠니?』
“······.”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강하온은 그것이 아이가 선뜻 결정하지 못할 문제거나, 혹은 아직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머무는 곳 때문이면, 혹시 다른 곳을 알려줘도 된단다. 맹세하지만 나는 전혀 너한테 해가 될 생각이 없어.』
강하온은 아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을 전했다.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는 아직 아이,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email protected]#······.”
아이는 생각이 많아졌는지, 알 수 없는 말을 조심스럽게 뱉고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강하온은 가만히 아이를 기다려줬다.
“쿠오오!”
그때였다.
멀리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 상당히 강한 짐승이었다.
“#$%#$!”
아이는 짐승 울음소리에 돌라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강하온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니? 혹시 저 짐승 때문에 도망가는 거야?』
“#%[email protected]$#@.”
강하온은 뛰면서 아이에게 물었고, 아이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울음소리를 냈던 짐승이 두 사람을 따라잡았다.
“늑대?”
따라붙은 짐승은 늑대였다.
그런데 그 덩치가 일반적인 늑대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컸다.
웃긴 것은 그 늑대로 마른 편이었는데, 속도나 안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상당했다.
“#[email protected]@#······.”
늑대를 본 아이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잘됐군.”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다.
아이는 늑대에게 죽을 것으로 생각했고, 강하온은 그 공포를 없애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강하온은 절망한 와중에도 절박하게 뛰는 아이에게 말하고 멈췄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갑작스러운 강하온의 행동에 아이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강하온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늑대를 가만히 지켜봤다.
“크와아앙!”
늑대는 강하온을 향해서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당장에도 집어삼킬 것처럼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한 번에 끝내주마.”
강하온 그 모습을 차분히 바라보며, 가볍게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늑대의 입을 가볍게 피한 뒤,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그의 주먹은 늑대의 가슴 부위를 타격했고. 그대로 심장이 터져버렸다.
“크르르······.”
늑대는 피거품을 물면서 그대로 절명했다.
“#[email protected]#$······.”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거봐라, 내가 괜찮다고 했지?』
강하온은 아이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
그때까지도 아이는 너무 놀라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혹시 필요하니? 필요하면 가져가도 좋아.』
강하온은 넌지시 미끼를 풀었다.
딱 봐도 식량이 부족한 상황, 아이에게 저 거대한 늑대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물건이다.
어린아이의 이런 식으로 회유하기는 싫었지만, 강하온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었다.
갑자기 볼기짝을 때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email protected]#$······.”
강하온의 미끼는 제대로 먹혔는지, 아이는 침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하는지 조심스러운 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진짜 가져가도 되냐고 물은 거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져가도 된다. 내가 옮겨줄 테니까 같이 갈 수 있을까?』
“#@@$.”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온은 거대한 늑대를 어깨에 들쳐메고, 아이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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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한참을 뛰었다.
‘대체 얼마나 멀리서 온 거야?’
아이를 따라서 뛰던 강하온은 놀라웠다.
거의 뛴 거리만 해도 100km가 훌쩍 넘었다.
그런데도 아이는 열심히 뛰고 있었다.
혹시나 뺑뺑 돌거나 그런 것도 아닐까 생각했지만, 강하온이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말은 단순히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아이가 엄청난 거리를 이동했다는 거다.
『아직도 많이 남았니?』
강하온은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라도 많이 남았다면, 아이를 직접 업고 뛸 생각이었다.
아이가 느린 것은 아니었지만, 강하온의 기준에서는 빠른 것도 아니었다.
“$%#$%.”
다행히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그나저나 신났군.”
아이의 얼굴에는 처음에는 볼 수 없었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마도 늑대를 자신이 머무는 곳에 가져간다는 것이 기뻐 보였다.
그 모습이 보니, 강하온 역시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네가 지내는 곳에 사람들이 많니?』
아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강하온에 대한 경계도 완전히 푼 상태였다.
『그래? 그러면 이걸로 부족할 수도 있겠구나, 근처에 몇 마리가 더 있는 거 같은데 잡아갈까?』
“#@[email protected]#?”
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되냐고 물은 거 맞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온도 이제 대충 아이의 말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강하온은 아이에게 말하고 근처에 기척이 느껴졌던 곳으로 이동했다.
“······.”
아이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강하온을 보면서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어릴 때 들었던 전설을 떠올렸다.
어둠 속에 빠져서 죽어가고 있을 때, 전설의 용사가 나타나서 자신들을 구원한다는 내용의 전설.
아이는 강하온이 그 용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됐다, 가자.』
그 순간, 강하온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강하온의 어깨에는 거대한 늑대 3마리가 더 있었다.
그 모습에 아이는 강하온이 용사라고 확신했다.
타닥-!
다시 강하온과 아이는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더 이동했을 때, 강하온은 아이가 말하는 목적지를 볼 수 있었다.
『저기가 네가 사는 곳이구나.』
강하온은 저 멀리 보이는 나무 목책으로 된 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에는 마나가 있었으면 하는데······.’
강하온은 지금까지 오면서, 그 어떤 마나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발 저 목책 안에,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마나가 있었으면 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나를 되찾는 일도, 아공간에 가득 찬 식량을 아이한테 베풀 수도 있었다.
강하온은 제발, 여기서 일이 끝나기를 기도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잠시 후, 목책 근처까지 도착하자 아이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먹을 걸 구해왔다고 자랑하는 거 같았다.
아이의 얼굴의 피어난 미소로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책의 반응은 강하온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이거 뭔가 일이 잘못 됐나 본데?”
목책에서는 환영이 아닌, 무기를 들고 강하온과 아이를 노리고 있었다.
“#@[email protected]#······.”
아이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