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광인과의 전투
138. 광인과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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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 있는 스테락의 시선이 지상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강하온에게로.
“그리 반가운 사이는 아닐 텐데, 인사까지 해주다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스테락은 여태 만난 사도들과 달리, 여유로운 태도로 강하온에게 말했다.
강함에서 나오는 여유였다.
“그나저나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그새 인간들을 다 빼돌렸군?”
스테락은 지상을 내려보며 말했다.
현재 교단의 성전, 거대한 돔 안에는 강하온과 수많은 광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말이 많네? 네 말대로 그렇게 반가운 사이가 아닐 텐데?”
강하온은 검을 꺼내면서 말했다.
세주와 짠 작전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 시가 바빴다.
빨리 여기 있는 광인을 전부 없앤 뒤, 차원의 틈에 있는 교단의 은신처를 급습해야 했다.
“성질이 급하군, 전부 놈을 죽여라.”
스테락도 곧바로 아바타를 사용했다, 그 뒤를 이어서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광인이 전부 아바타를 사용했다.
번쩍이는 빛과 함께, 빛으로 이루어진 광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도 데려왔네, 반딧불 녀석들.”
하늘에는 수백이 넘어가는 광이 한눈에 봐도 위력적인 무기를 들고 강하온을 노려봤다.
“단단히 벼르고 있었군.”
스테락 외에도 강한 광인이 꽤 있었다.
데카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만났던 사도보다 강한 존재들.
따로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남은 사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세주의 말대로 이번에는 교단의 대부분 전력이 모인 것이다.
『여전히 여유롭군.』
그때, 다른 광인보다 배 이상 큰 덩치를 가진 스테락이 말했다.
현재 스테락을 포함한 광인은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냈지만, 강하온의 표정은 평온했다.
“강자의 특권이랄까? 위협도 되지 않는 버러지를 보고 쫄 수는 없잖아.”
『과연 그 여유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지켜보지.』
스테락은 자신이 든 빛의 창을 역수로 든 채, 곧바로 강하온을 향해서 투창을 던졌다.
거대한 빛의 창은 모든 것을 꽤 뚫어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며,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하지만 빛의 창은 지상에 닿지 못했다.
서걱-!
강하온이 휘두른 검에 그대로 배어서 빛으로 흩어졌다.
『역시 너는 재미있다.』
스테락은 자신의 공격이 무력화됐음에도 전혀 당황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끝까지 재미있을지 보자고.”
강하온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오랜만에 만나는 강적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 역시 살기 위해서 전투를 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투 자체를 좋아했다.
강한 적과의 전투는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즐거움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강하온에게는 1분 1초가 중요했다.
쿵-!
일순간 강하온의 기세로 돔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모든 광인은 반사적으로 공포라는 것을 느꼈고, 일순간 멈칫했다.
그 이후, 광인에게는 재앙이 덜어졌다.
서걱-!
투신, 강하온의 진홍빛 검기가 별처럼 하늘을 수 놓은 광인 무리를 베고 지나갔다.
그 경로에 있던 광인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강하온의 공격에 몸이 분리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교단의 성전이었다.
번쩍-!
추락하던 광인들은 눈 부신 빛과 함께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 공간, 아주 귀찮았지.”
강하온은 저번 학예회 때, 데카를 상대한 것이 떠올랐다.
성전을 이루고 있는 세 명의 광인을 동시에 죽여야만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뭐, 지금은 크게 문제없겠지만.”
그때, 데카가 귀찮은 것은 모든 공격 그대로 되돌려주는 갑옷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갑옷이 없었다.
그 말은 그냥 숫자가 많은 놈들이라는 거였는데, 강하온에게 수는 무의미했다.
강하온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서걱-!
진홍빛 검기는 수많은 광인을 베고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아까보다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강하온의 공기를 막아 낸 사도들 덕분이었다.
『크윽, 더럽게 강하네.』
『저 새끼 인간이 맞긴 한 건가?』
『여태 다들 왜 못 돌아왔는지 알 거 같군.』
『이곳이 성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강함이긴 하네요.』
공격을 막은 사도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사도 여럿이 작정하고 막았음에도 완전히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법이네?”
강하온은 의외라는 듯 공격을 막은 사도들을 바라봤다.
스테락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귀찮은 애들부터 전부 치워놔야겠네.”
강하온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우선으로 목표한 것은 사도들의 제거.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지금 이 전투를 끝내는 데 있어서 방해요소였다.
이 순간부터 광인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무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걱-! 쿠르릉-! 쩌저걱-! 화르륵-!
진홍빛 검기가 매섭게 날아왔으며, 하늘에서는 갑자기 번개가 내려 꽂혔다.
한쪽에서는 극한의 한기가 몰아쳤고, 한쪽은 몸이 순식간에 불타버릴 정도의 극열의 지옥이 펼쳐졌다.
꾸르륵-!
그 외에도 갑자기 독에 당해서 광인의 육신이 녹아서 사라진 일도 생겼다.
그렇게 강하온은 투신이었다.
그의 강함은 단순히 검에 국한되지 않았다.
싸움에 대한 모든 것,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모든 수단, 그것이 강하온의 진정한 힘이었다.
『크아아악! 살려줘!』
태어나기를 지고한 존재로 태어난 광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검기에 몸이 베이고, 얼어붙은 몸이 깨지고, 번개에 몸이 감전되고, 몸이 불타 없어지고, 독에 몸이 녹아버리고.
저항하고 싶었지만, 사방에서 몰아치는 폭풍 같은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게 무슨······.』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도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자신들이 몰살당하는 이 순간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물론, 모든 사도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스테락은 이런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때는 힘을 숨기고 있던 것인가?』
그는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었다.
자신을 흥분시킬 강자를 만나는 것은 그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전부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막는 데만 신경 써라. 죽게만 하지 말아라.』
강하온의 공격이 무지막지하지만, 성전이라는 이 공간의 힘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셋이 동시에 즉사만 당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무한히 몸을 재생시킬 수 있었다.
『크로네.』
남은 사도들에게 명령한 스테락은 유독 왜소한 형태의 아바타를 한 광인을 불렀다.
크로네, 그 역시도 강하온의 두려운 무력에 위축되지 않은 사도 중 하나였다.
『클클클, 불렀는가.』
크로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그는 다섯 번째 사도였다.
크로네, 그는 광인 사이에서 기괴한 현자라 불리는 존재였고, 특별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는 누스가 최초로 만든 다섯 광인은 아니지만, 아주 초기에 생겨난 나약한 광인이었음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결국에는 사도의 자리까지 꿰찬 광인이다.
나약했지만, 지능은 뛰어났던 그였기에 기괴한 사술을 연마했고, 그런 쪽으로 강한 힘을 얻게 된 존재였다.
『저 인간 녀석이 생각보다 강해,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하지.』
스테락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고집대로 했다가는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하온의 강함이 원래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클클, 잘 생각했네. 이로써 저 무능한 녀석들도 제대로 교단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으니 말이야.』
『······빨리 시작이나 해라.』
크로네는 기분이 좋은 듯 말했지만, 스테락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하지만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해야 하는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스테락이 할 수 있는 건, 고통받는 동족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클클클, 알겠네.』
크로네는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지팡이 하나가 생겨났고, 그 지팡이는 강하온이 아닌 고통스러워하는 광인들에게 향했다.
『으아아악!』
『그냥 죽여 줘······.』
그의 지팡이가 움직이자, 고통스러워하던 수백의 광인들이 한 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는 했지만, 마치 찰흙을 뭉치는 것처럼 기괴한 상황이 연출됐다.
『빌어먹을, 저 영감탱이 아주 즐거워하는군.』
다른 사도들 역시,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지금 크로네가 시도하는 것은 광인을 희생시키면서 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수백의 광인은 이제 평생 고통받으면서 크로네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사도들, 그들 역시 나약했다면 지금 저 기괴한 광인 덩어리에 일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어딜가나 특이한 놈은 있나 보네.”
기괴한 상황에 강하온도 공격을 잠시 멈췄다.
광인이 뭉치면서 점점 거인의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사, 살려줘!』
『크아아악!』
그 와중에도 기괴한 거인한테서는 끔직한 의념이 울려퍼졌다.
강하온은 이러한 힘을 사용하는 미친놈들 본 적이 있었다.
“네크로맨서, 그 새끼들이랑 비슷한 힘을 사용하네.”
판게아에서 본 미친 흑마법사 집단, 그 중에서 시체를 다루는 정신나간 흑마법사, 네크로맨서라 불리는 놈들이 있었다.
그 녀석들이 사용하는 마법 중에 시체와 영혼을 같이 뒤섞어서 거인형태로 만드는 어보미네이션이라는 언데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광인들의 모습은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비슷하군.”
강하온은 스테락이 기괴한 상황을 만들어낸 사도를 부를 때 이름을 들었다.
크로네, 생각해보면 애초에 기괴한 사령술 자체의 시조가 저 광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광인은 많은 차원을 돌아다녔고, 가끔 다른 차원의 힘이 전해지는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럴 땐 선빵이 최고지.”
강하온은 광인 어보미네이션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광인 수백 명이 있을 때는 그냥 날파리 수백 마리가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말벌 하나가 생기는 것처럼 상당히 강해지고 있었다.
저 녀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손해였다.
강하온은 곧바로 검을 휘둘렀고, 그의 검에서 진홍빛 검기가 매섭게 광인 어보미네이션을 노리고 날아갔다.
콰앙-!
하지만 그의 검기 앞에 거대한 거인이 나타나 빛의 창으로 막아냈다.
『성질이 급하군.』
스테락이었다.
“내가 급한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강하온은 곧바로 검을 휘둘었다.
또한, 다시금 강하온의 마나가 움직이면서, 재앙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빌어먹을······, 무슨 인간 놈이 이렇게 강해.』
『크윽! 크로네 영감탱이야! 빨리 완성 시켜!』
하지만 가만히 있던 사도들도 전력을 다해서 합류하자, 강하온도 쉽사리 뚫어내지 못했다.
『클클, 이제 거의 완성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크로네는 광기 어린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그때였다.
『쿠오오오!』
우렁찬 포효가 거대한 돔 안에 울려 퍼졌다.
크로네가 만든, 괴물이 완성 된 것이다.
“이거 꽤나 귀찮아지겠네.”
스테락보다 배 이상 큰, 기괴한 빛의 거인을 본 강하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될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