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다시 시작 된 교단의 습격
137. 다시 시작 된 교단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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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가 있기 전날 밤, 강하온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
강하온의 힘과 은순이의 고차원적 마법이 결합 된 강력한 결계를 가볍게 뚫을 정도의 강력한 존재, 번개의 신 세주였다.
“오랜만이네, 잘 지났나?”
세주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사설이 기네, 할 말은?”
강하온은 그런 세주를 보면서 용건만 간단하게 물었다.
저 녀석과 길게 말하면 묘하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넌 여전히 쌀쌀맞군, 인간 주제에 인간답지가 않아.”
“그러는 넌 신 주제에 인간답군.”
“그래? 고맙네, 그건 나한테 칭찬인데.”
“······용건은?”
강하온은 굳은 표정으로 얼른 용건만 말하라고, 기세로 압박했다.
역시, 대화를 오래 하면 묘하게 기분이 나쁜 놈이었다.
“아쉽군, 조금 더 대화하고 싶었는데.”
“용건.”
“알았다, 성질도 참 급하네. 이제 곧 녀석들의 습격이 시작될 거야. 으음, 내일이니까 곧 이라는 말을 쓰기는 좀 그런가?”
“내일? 빨리도 말하는군.”
강하온은 습격이 곧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러니까, 나도 그거 때문에 어이가 없었어. 양아치 새끼들도 아니고 하루 전에 말해주는 게 맞아? 나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게다가 동맹도 지들이 먼저 제의해놓고는.”
세주는 자기도 억울하다는 듯, 푸념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한데?”
강하온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피곤해질 거 같은 직감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내일 운동회? 인간들의 큰 축제가 있다지? 그때 습격을 한다고 하더군.”
“그 녀석들은 신화 아카데미에 원수라도 졌나?”
습격의 계획을 들은 강하온은 어이가 없었다.
저번에 학예회 때도 그렇게 습격을 해오더니, 이번에는 운동회였다.
“영악한 놈들이니까, 인간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거겠지, 그나저나 놈들이 진짜 노리는 건 네가 아닌 거 같더라.”
“응? 내가 아니라고?”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얘기다.
“나도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내 생각에는 저기 집 안에 있는 저 여자를 노리는 거 같지만.”
“레이나를?”
세주가 가리킨 곳에는 베란다에 있는 레이나가 있었다.
“그래, 그 이름이었지.”
“레이나를 왜? 가이아 때문인가?”
“맞아, 가이아는 특별하니까.”
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레이나를 노렸었지, 대체 가이아의 존재는 뭐지?”
강하온은 궁금했다.
지구를 노렸다는 악신들, 그리고 교단까지.
태초신의 파편을 가졌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어째서 태초신의 파편이 가이아한테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가 듣기로, 가이아는 태초의 차원 시온에서 태어난 존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이아는 창조주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신이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뭐, 너라면 못 해줄 것도 없지.”
세주는 잠시 고민하다 강하온에게는 알려주기로 했다.
원시의 신 중에서도 최상위에 존재하던 소수만 아는 비밀을.
“지금 창조주가 사라졌다는 건 알고 있지?”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여러 신과 아서와 멀린을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모종의 이유로 창조주가 모습을 감췄다는 것을.
“현재 창조주는 사라졌지, 정확히는 잠들어 있다.”
“잠들어 있다고?”
세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이어갔다.
“시작은 블미르 때문이었다.”
“블미르라면.”
“그래, 네가 죽인 피의 신이지.”
“그 녀석이 최초의 신살을 일으키자 당시 시온의 모든 존재는 혼란스러워했다. 최초의 약속이 깨진 순간이었으니까.”
“최초의 약속?”
“그래, 최초의 약속. 창조주는 모든 존재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지만, 한 가지 약속을 만들었어.”
“그게 서로를 죽이지 말라는 건가?”
“맞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죽이지는 말라는 거였어. 어차피 시온은 굳이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낙원이었으니까.”
“꼭 성경에 나오는 얘기 같네.”
강하온은 성경 속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가 신의 말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것이 떠올랐다.
“성경이라면 선악과를 말하는 건가?”
“성경에 대해서도 알아?”
“뭐, 이번에 이것저것 하면서 읽어봤지.”
강하온은 대체 그동안 세주가 뭘 하고 다녔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대화가 끝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여튼 그 때문에 창조주가 움직였어. 자식이라 생각한 블미르를 죽일 수는 없었고, 대신 참회하기를 바라면서 참회동에 가둬버린 거지. 문제는 거기서 몇몇 원시의 존재의 마음 속에 새로운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한 거야.”
“공포인가?”
강하온의 말에 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언젠가 블미르처럼 되지 않을까? 강했던 블미르가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갇히는 무력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거지.”
사실 원시의 존재들에게 창조주는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방관자였다.
실제로 창조주는 처음 한 가지 약속을 만든 이후, 시온에서 원시의 존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 아무런 것도 관여하지 않았다.
“설마?”
“맞아, 정신 나간 겁쟁이 놈들이 창조주를 죽이겠다고 뜻을 모은 거야. 그리고 웃긴 것 뭔지 알아?”
“뭐지?”
“창초주가 최초로 빚어서 탄생시킨 열두 신이 모두 동조했다는 거야.”
그렇다, 시온에서도 제일 강했던 신들이 전부 창조주를 죽이겠다고 힘을 모은 것이다.
“아, 블미르 그 녀석은 참여하지 못했지. 하여튼 힘 있는 놈들이 알고 보니 전부 겁쟁이 새끼들이었어.”
그 외에도 몇몇 신이 계획에 동참했고, 그들 모두 최초의 열두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신이라고 해봤자 인간과 다를 게 없군.”
자신이 가진 것이 많으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겁쟁이가 되는 것이 같았다.
“당연하지, 인간은 신을 본떠서 만들어진 존재니까.”
“그래서 가이아의 존재는?”
“겁쟁이 놈들이 창조주를 죽을 계획을 꾸미기 전, 창조주는 모든 것을 알았는지 잠시 자리를 비웠어. 그때 힘의 일부를 때서 하나의 차원을 만들었다.”
“그게 가이아다?”
“맞아, 창조주의 유일한 파편인 셈이지.”
강하온은 그제야 왜 그렇게 신들이 가이아를 노렸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들은 신이라는 탈을 쓴 괴물들이었으니까.
“결국에는 레이나를 통해서 가이아를 잡으려는 심산이군.”
“맞아, 현재 가이아가 맘먹고 숨어버리면 찾을 방법이 없으니까.”
지구가 있는 차원은 가이아가 가진 창조신의 힘으로 특이한 상황이었다.
창조신의 힘 때문에 신들은 차원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만약에 강제로 차원을 넘을 시에는 엄청난 격의 손상을 입었다.
세주를 포함한 열 명의 악신도 강제로 넘으면서 격의 손상을 입었고, 그 때문에 쉽게 잠든 것이다.
어둠의 신 테스가 또 다른 가이아의 파편, 한빛나를 손에 넣고도 가이아에게 접근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었다.
어둠의 신 테스, 테스 역시 최초의 열두 신 중 하나로 강력하지만, 격의 손상을 입고 올 시 세주처럼 잠든 신세가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빛의 신 누스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지구로 강림하지 않고, 광인을 보내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실 신격이 있는 강하온이 지구로 단순히 마나를 조금 잃으면서 넘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원래 지구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 녀석들 이번에는 아마 제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어, 그래서 생각한 게 작전이 있지.”
“작전?”
“그래, 네가 지금 찾는 놈이 대교주인가 하는 그놈이지? 아마 이번에 그 녀석을 제외하고 움직일 수 있는 총 전력을 움직이게 할 생각이야. 그 말은 본진은 텅 빈다는 말이지.”
세주는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결국, 레이나를 미끼로 내주고, 그 사이에 대교주를 잡자는 말이었다.
“지금 네 동료와 내가 힘을 합치면 웬만하면 막을 수 있을 거야. 물론, 선택은 네가 하는 거겠지만.”
세주는 강하온의 대답을 기다렸다.
방법을 제시했을 뿐, 선택은 강하온이 해야 했다.
“······.”
강하온은 잠시 고민했다.
분명 세주의 말대로 하면 위험은 있지만, 가능성이 없는 방법은 아니었다.
성공만 한다면 한빛나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 위험의 대가는 레이나의 신변이다.
“전 괜찮아요.”
그때, 레이나가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세주와 강하온의 시선이 레이나에게 향했다.
“진짜 괜찮겠어?”
“네, 전부 믿을 만한 하니까요. 그리고 혹시라도 저한테 문제가 생기면 하온 님이 구해주실 거잖아요. 아닌가요?”
“무슨 일이 생길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생긴다면 직접 구하러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믿을게요.”
“이러면 준비는 끝났네.”
세주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보자고.”
세주는 그 말을 끝으로 떠났고, 강하온은 은순이와 다음 날 일어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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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전체를 감싸는 번쩍이는 빛, 그걸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미 한 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지난 학예회, 아카데미를 세상과 단절시킨 정체불명의 돔을.
“드디어 시작인가?”
강하온은 아카데미를 천천히 감싸는 돔을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전날 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세주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은순아.”
강하온은 시선을 돌려 은순이를 바라봤다.
“알았어.”
은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번쩍-!
그러자 아카데미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빛을 뿜었다.
교단의 습격이 있을 거란 얘기에 미리 만들어 놓은 마법진이었다.
아직 돔, 교단의 성전이 완전히 발동하기 전이기에 매스 텔레포트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넓은 아카데미 안, 남아 있는 것은 이제 강하온 일행뿐이었다.
“혼자서 괜찮겠어?”
은순이는 강하온을 보며 물었다.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야?”
그런 은순이의 모습에 강하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긴,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
“애들이나 잘 부탁해, 아마 놈들의 습격이 또 있을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놈들이 뭘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다치는 일은 없을 거야. 레이나도.”
“고맙다.”
강하온은 은순이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은순이가 없었다면, 나래를 믿고 맡길 수 없는 존재가 없었다.
그는 어려움을 느꼈을 거라고 확신했다.
“저녁에 김치찌개나 해줘.”
“콜, 거기에 갈비찜도 해주지.”
“그럼, 저녁에 보자.”
그 말을 끝으로 다른 일행도 전부 빛과 함께 사라졌다.
거대한 빛의 돔 안에는 강하온 혼자 남게 됐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군.”
강하온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수백 명의 신자, 그들은 전부 광인이었다.
그리고 강하온은 그 중앙에 있는 거대한 덩치의 광인을 봤다.
이미 안면이 있는 광인이었다.
“친구들을 많이도 끌고 왔군, 스테락”
교단의 기둥이자, 세 번째 사도. 스테락이었다.
세계 헌터 협회 습격 때, 본 적이 있는 광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