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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98화 (98/186)

98. 문어보단 크라켄이지

98. 문어보단 크라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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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존재, 드래곤을 부르는 수많은 호칭 중 하나이다.

호칭에서 알 수 있듯, 드래곤은 경외의 대상이다.

그도 그럴 게, 어느 생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스터의 오러를 막을 비늘을 가지고, 도시 하나를 단번에 없앨 브레스 같은 힘을 가지고 있겠는가.

드래곤은 태생부터 초월종인 종족 중에서도 특별했다.

그중에서도 은순이는 더 특별했다.

가진바 재능도 그랬지만, 그의 아버지가 드래곤 로드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다이아 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드래곤인데, 그중에서도 다이아 수저를 또 물고 태어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은순이는 해츨링부터 눈치라는 것을 볼 필요가 없었다.

인간을 비롯한 아인종은 드래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외했고, 같은 드래곤들은 혈통과 재능에 눈치를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은순이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대상은 신이나 드래곤, 초월자도 아닌, 고작 다섯 살 먹은 인간과 수인, 두 아이였다.

‘으음, 오늘은 또 왜 그러지?’

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같이 요리를 만들면서 아이들과 거리가 가까워졌었다.

그런데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더니, 어렵군.’

은순이는 지구의 책에서 본 글귀가 떠올랐다.

‘다시 요리라도 해야 하나?’

은순이는 두 아이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것이 강하온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강하온의 아이라는 생각에 가까워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은순이는 먼저 다가가는 쪽으로는 서툴렀다.

그때, 은순이한테 아이들한테 다가갈 기회가 생겼다.

“······못 먹어요?”

“허억! 문어 없어? 문어가······.”

두 아이가 아쉬워하고 있었고, 때마침 해결할 수단도 생겼다.

『쿠오오오!』

하늘 높게 치솟은 여덟 개의 촉수, 반들반들한 대가리.

바다의 사는 최상의 포식자, 크라켄이 나타난 것이다.

문어가 일반 도라지라면, 크라켄은 산삼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나 가득한 심해의 포식자였으니 말이다.

문어는 없었지만, 적어도 좋으면 좋았지, 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크라켄 자체에 극독이 있기야 하지만, 강하온이나 은순이 정도면 그 독을 없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 저걸로 하자.’

은순이는 마음을 결정했다.

“재료를 구해오지.”

라면에 들어갈 재료를 구하러 가기로.

은순이는 곧바로 크라켄이 있는 쪽으로 튀어나갔다.

“저, 저, 저기 일행분, 위험하신 거 아닌가요?”

앞에 있던 문어라면 가게 주인은 너무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괜찮아요, 별일 없을 겁니다.”

강하온은 웃으면서 가게 주인을 안심시켰다.

『걱정할 건, 저 드래곤이 아니고 타이밍 안 좋게 나온 크라켄이지.』

바오의 말대로였다.

걱정할 건, 하필 강하온 일행이 이곳에 있을 때 나타난 크라켄이었다.

『쯧쯧, 불쌍한 녀석.』

바오는 크라켄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꼈다.

꼭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들아, 은순이 이모가 금방 문어 구해온다니까 기다리고 있자.”

강하온은 울상인 두 아이한테 말했다.

“이모가요?”

“진짜? 문어라면 먹을 수 있어?”

그러자 아이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나래는 좋아하기는 했지만 오묘한 표정을 지었고, 레아는 누구보다 좋아했다.

벌써 문어 라면을 먹는 생각을 하는지, 반짝이는 눈으로 은순이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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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크라켄의 등장에 해수욕장에서 있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느, 늦었어······.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다고!”

“으아아악! 살려줘! 이대로 죽기 싫다고!”

처음에는 미친 듯이 도망갔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죽음을 체념한 듯 도망가는 것을 포기했다.

거대한 산처럼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이렇게 피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주마등이 흘러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처럼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번쩍-!

바닷속에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응? 뭐야?”

“어?”

“갑자기 사람들이 이동됐어.”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해변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기 시작했다.

쩌저적-!

해변으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가 일순간 얼어버렸다.

파도를 타고 같이 움직이던 크라켄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크라켄 얼음 동상으로 변해 있었다.

“저, 저 얼음은 뭐······엣치!”

“으으윽, 추워.”

사람들은 죽음 대신에 추위를 겪어야 했다.

“응? 뭐야? 갑자기 거대한 문어 몬스터가 사라졌어.”

“······.”

사람들은 꿈 같은 상황에 전부 멍하니 얼어 있는 파도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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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선, 그는 라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의 음식점은 직접 문어를 잡아서, 잡은 문어로 라면을 끓여주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유명했다.

수익도 괜찮고, 어릴 적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을 이룬 음식점이었지만, 그는 최근에 음식점을 접으려고 고민하고 있었다.

쉬고 싶다거나,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그가 그만두려는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췌장암 4기라······.”

최근 계속 피곤해서 병원을 가봤더니,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듣는다면, 현실을 부정한다.

그도 그럴 게 다른 암도 아니고 췌장암이다.

가뜩이나 생존율이 낮은 암인데, 4기였다.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게이트 시대가 열린 지금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엄청난 치료 능력을 갖춘 헌터의 도움이 있다면, 조금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암을 말끔하게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복선은 일반적인 사람과 달랐다.

장복선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걸려보니까 알겠다, 엄마도 힘들었겠어.”

그는 자신을 홀로 키웠던 엄마가 생각났다. 지금 자신과 똑같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엄마, 못난 아들이 드디어 벌을 받나 봐.”

장복선은 자신이 병이 걸린 것이 과거, 엄마한테 저질렀던 불효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과거에 여의도 증권가에서 황금선이라 불리는 유명한 투자관리자였다.

어릴 적부터 가난했던 그는 돈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고, 결국에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엄마의 마지막 임종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서야 자신의 행동이 부질없을 깨닫고, 엄마의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가 하시던 분식점을 이어서 한 것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다.

“이제 슬슬 접을 때가 됐나 보네.”

하지만 이젠 그 속죄도 오늘로써 끝이 났다.

원래였다면 이번 달까지는 하려고 했지만, 뭔 일인지 문어가 잡히지 않았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오늘 장사 안 합니까?”

그런 장복선에게 강하온이 찾아왔고, 그는 진짜 마지막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마지막 요리로 나쁘지 않네.”

주방에 들어간 장복선은 도마 위에 올려진 거대한 크라켄의 다리를 봤다.

웬만한 성인 남자 몸통보다 굵은 다리, 1m도 되지 않은 길이인데 무게가 200kg은 훌쩍 넘었다.

그의 요리 인생을 마무리하는데 오히려 차고 넘치는 재료였다.

죽어서 사후 세계가 있다면, 평생 추억으로 남을 요리가 될 게 분명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주방 안쪽으로 강하온이 고개를 내밀면서 말했다.

“아, 아닙니다, 손님인데 그냥 앉아 계시죠.”

괜찮다고 말하는 장복선을 보고, 강하온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좋겠는데, 그 재료 손질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서요. 재료 손질만 제가 돕도록 하죠.”

그렇다, 다른 몬스터도 아닌 크라켄의 다리였다.

몬스터 등급으로 따진다면, 능히 SSS급은 받을 몬스터였다.

실제로, 은순이가 처리한 직후에 이미소한테 전화가 왔었다.

제주도에 코드 제로가 발생했다고.

“아······, 감사합니다.”

장복선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강하온의 제안을 수락했다.

“문어 손질만 할 테니까, 라면은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오늘 최고의 라면을 끓여드릴 테니까. 그런데 몇 인분이라고 하셨죠?”

“40인분이요.”

“아, 4인분 치고는 문어 양이 너무 많을······.”

“40인분이요.”

“네?”

강하온의 대답에 징복선은 눈을 깜빡거렸고, 주방 밖을 쳐다봤다.

바다를 얼렸던 얼음의 여신 같은 여자, 귀여운 아이 둘, 그리고 새끼 팬더.

몇 번을 눈을 비비고 확인해도 그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4인분이 아니고 40인분이 맞나요?”

“네, 딸 아이가 좀 많이 먹어서요.”

40인분 중에서 36인분은 레아의 몫이었다.

“하하······, 마지막답게 화끈하네요.”

제대로 음식을 확인한 장복선은 곧바로 화구를 최대로 키워서 물 준비를 시작했다.

“그럼, 저도 빨리 준비해야겠네요.”

강하온은 어안이 벙벙한 장복선의 얼굴을 보고 웃으면서 크라켄 다리 손질에 들어갔다.

“일단 독만 빼내면 되겠네.”

크라켄을 먹기 위해서는 2가지 해야 할 것이 있었다.

하나는 독 제거였다.

강하온은 마나를 사용해서 다리에 남아 있는 모든 독을 뽑아냈다.

그러자 초록색이었던 피부가 진짜 문어처럼 불그스름하게 변했다.

“끝났네.”

이로써 손질이 끝이 났다.

원래였다면 초 극저온의 냉기를 사용해서 크라켄의 피부를 전부 얼렸다가 녹여야 했다.

그래야 피부에 있는 질기게 하는 구조를 부서트려서 연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순이가 애초에 얼려놓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윽-, 스윽-.

강하온은 곧바로 문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지막이라고 하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재료를 손질하던 강하온은 장복선에게 물었다.

“별일은 아니고, 슬슬 힘이 들어서요.”

장복선은 굳이 건강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는 손님이 자신의 음식을 먹고 행복해했으면 했는데, 굳이 병의 사실을 밝혀서 걱정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군요.”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크라켄의 다리를 손질했다.

“라면 끓이는 것도 도와드릴까요?”

손질을 전부 끝낸 강하온은 장복선에게 물었다.

“안됩니다! 이건 제가 하죠, 그래야 돈을 받을 거 아닙니까?”

장복선은 단호하게 말했고, 강하온이 기분 나쁘지 않게 농담도 섞어 말했다.

“그래야겠네요, 그럼 맛있게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최고의 라면을 끓여드릴 테니까.”

강하온은 자신만만한 장복선의 대답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주방을 나왔다.

“라면 나왔습니다!”

잠시 후, 장복선이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크라켄 다리가 들어간 라면, 호화롭기 그지없는 음식이었다.

만약 값을 따진다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을 할 거였다.

“어서 드셔보시죠, 냄새가 끝내줍니다.”

장복석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만든 라면은 자신이 만든 최고의 라면이라는 것을.

“잘 먹겠습니다.”

강하온 일행은 장복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가장 먼저 먹은 것은 나래였다.

“우와! 맛있다!”

나래는 한 입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온을 쳐다봤다.

“맛있군.”

은순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후르륵.”

레아도 맛있는지 정신없이 라면을 먹었다.

강하온은 전부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만족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 크라켄 다리는 맛있네.”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감은 야들야들하고, 풍미는 끝내줬다.

게다가 먹자마자 몸에서 활력이 솟았다.

크라켄의 몸은 영약이나 다름없었다.

단일 재료로만 본다면, 강하온이 먹어본 재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잘 먹었습니다.”

잠시 후, 음식을 다 먹은 강하온 일행은 전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래는 맛도 있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과거에 왔던 곳이라는 생각에 좋았고, 은순이는 그냥 강하온과 이런 시간을 보낸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레아는 그냥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좋았다.

“남은 재료는 어떻게 할까요?”

“사장님이 드세요, 지금은 연해져서 직접 손질하기도 쉬울 겁니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먹어보고 싶기는 했거든요.”

장복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요리를 만들면서도 냄새 때문에 몇 번이나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 장사는 계속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나중에 아내와 다시 오고 싶어서요.”

“장사요? 글쎄요? 언제 다시 오실 줄은 모르겠지만, 제가 힘이 닿는다면 열고 있겠습니다.”

장복선은 오늘, 마음이 바뀌었다.

요리하고, 손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더 장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하온은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그는 나중에 한빛나와 이곳에 왔을 때도, 음식점이 열려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크라켄, 그것은 천고의 영약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엘릭서 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버금가는 효과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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