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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80화 (80/186)

80. 왕비 강하온

80. 왕비 강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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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강하온은 눈을 떴다.

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일 수 있었지만, 강하온에게는 원래 기상 시간이었다.

“잘 자네.”

강하온은 옆에서 자는 나래와 레아를 봤다.

두 딸 아이는 서로를 껴안고 잘 자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는 바오도 힘겹게 자고 있었다.

“레아를 데려와서 다행이네.”

강하온은 레아한테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강하온은 항상 나래한테 미안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잘 해준다고 하지만, 아빠 혼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래가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강하온은 그러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레아가 온 뒤로 나래가 한결 즐거워 보였다.

“그럼, 아침 준비를 해볼까.”

강하온은 잠시 아이들을 보다, 방을 나왔다.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야지.”

매일 맛없는 음식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레아의 신화 아카데미 입학식이었기 때문이다.

레아의 각성자 등급은 강하온의 예상대로 EX급이었고, 입학시험은 가볍게 통과한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입학시험을 맡은 사람은 김규일 학과장이었다.

김규일 학과장은 나래 때를 생각해서 이번에는 시작부터 전력을 다했지만, 레아의 발차기 한 방에 허리를 삐끗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역시 입학식에는 짜장면이지.”

그에게 어린 시절은 좋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번 그나마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날이 입학식과 졸업식이었다.

그 이유는 그 날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항상 입학식과 졸업식에는 항상 찾아왔는데, 그때 눈치를 봐야 하는 악덕 원장이 사줬었다.

그 때문에 강하온에게 입학식과 졸업식은 짜장면을 먹는 날이었고, 나래가 입학한 날에도 짜장면을 먹었었다.

“한 30인분이면 되려나?”

강하온은 시계를 보고 빨리 움직였다.

나래만 먹이는 것이라면 시간에 여유가 있었지만, 레아의 위장까지 만족하게 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잘 먹었습니다.”

“나도! 잘 먹었어!”

잠시 뒤, 세 사람의 아침 식사는 끝이 났다.

물론, 강하온이 준비했던 30인분의 짜장면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강하온 1인분, 나래 0.5인분, 나머지는 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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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레아가 입학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하게 될 어린이반 학예회 최종 결정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 학부모가 전부 참관하고 있었다.

“여러분, 오늘은 새로운 입학생이 있어요. 전부 새로운 친구가 오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알았죠?”

“네!”

아이들의 대답에 한지민은 미소를 지으면서 교실 뒤쪽, 학부모들 사이에 있는 강하온과 레아를 봤다.

“레아야, 앞으로 나와 볼까?”

“······.”

레아는 한지민의 부름에 고개를 훽 돌리더니 강하온을 봤다.

“나가서 친구들한테 인사해야지.”

“응!”

레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갔다.

“어머머, 나래처럼 엄청 예쁘네.”

“그러니까요, 나래 아빠는 능력도 좋네요.”

레아가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강하온이 딸 바보라는 것이 소문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레아의 출생에 관해서 묻는 학부모는 당연히 없었다.

전부 궁금했지만, 그쪽으로는 전부 입을 꾹 닫았다.

괜히 강하온에게 찍히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한지민은 레아를 보고 다른 생각, 아니 고민했다.

항상 나래를 데리고 오는 강하온 덕에 레아하고는 안면이 있었다. 그런데 볼 때마다 레아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봤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경계 했다.

“여기 조심해서······, 혼자서도 잘 하구나.”

지금도 그랬다.

교탁이 있는 앞에는 조금 높은 턱이 있어서 레아한테 손을 내밀었지만, 레아는 무시하고 혼자서 가볍게 올라왔다.

‘······피곤할 거 같네.’

한지민은 레아를 보고, 왠지 피곤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레아야, 친구들한테 인사할까?”

“내 이름은 강레아, 으음······언니 동생이야.”

“아, 레아는 우리 반 나래 동생이에요.”

학부모들과 달리, 몰랐던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더 할 말 없니? 좋아하는 거라든지, 하고 싶은 거라든지.”

“······.”

“끝이니? 끝이구나.”

레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보고, 한지민은 소개가 끝난 걸 알았다.

“으음, 비어있는 자리가······.”

“선생님! 여기요!”

아이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영기 옆자리가 비었구나.”

강하온이 파티를 초대받아 간 적이 있던 영기였다.

영기는 레아와 짝이 되고 싶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린애나 어른이나, 보는 것은 다 똑같았다.

“레아야, 영기 옆자리에 가서 앉을까?”

“······싫어.”

레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한지민은 벌써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프로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중학교 때부터 동생들을 돌본 경험과 아르바이트 경험, 아카데미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재직 중이었다.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에는 도가 튼 그녀였다.

그녀는 평정을 유지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레아는 보통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하하,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레아는 어디 앉을······. 그래, 앉고 싶은 데로 가보렴.”

레아는 한지민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움직이고 있었다.

교실 내에 있는 모든 시선이 레아한테로 집중됐다.

당연한 거지만, 레아가 향한 곳은 나래의 옆이었다.

정확히는 마하늘의 앞이었다.

“뭐야?”

엎드려있던 마하늘은 자신의 앞에서 걸음을 멈춘 레아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마하늘이 은근히 풍기는 아우라에 무서워했을 테지만, 레아는 아니었다.

“너 비켜, 언니 옆에 앉을 거야”

레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했다.

“······.”

두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봤다.

둘의 모습은 전투를 나온 호랑이와 늑대 같았다.

“아······.”

그 모습에 한지민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녀의 불안한 느낌이 적중한 것이다.

“애, 애들아! 잠깐만!”

일촉즉발의 상황, 한지민은 다급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가 가기 전, 상황은 손쉽게 종결됐다.

“레아야, 그러면 안 돼. 여기는 하늘이 자리야.”

가만히 있던 나래가 나선 것이다.

“응.”

그제야 레아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어있는 레아의 뒷자리에 앉았다.

나래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레아였다.

“너, 여기 앉아.”

그리고는 처음에 앉으려고 했던 영기를 불렀다.

“나? 알았어!”

레아와 짝을 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영기는 환하게 웃으면서 레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휴······.”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이 넘어갔다는 사실에 한지민은 안도했다.

이런 상황에 안도한 것은 한지민 뿐만이 아니었다.

‘······괴물.’

바로 레아와 잠시나마 부딪힌 마하늘이었다.

마하늘은 조금 전, 레아가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아빠인 마석도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조심해야지.’

마하늘은 레아를 경계 대상 2호로 지목했다.

물론, 1호는 나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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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은 학예회에서 할 연극 때문에 조율할 문제가 있어서 학부모님을 불렀어요.”

레아의 입학이 끝나고, 한지민은 학예회 얘기를 꺼냈다.

할 연극과 아이들 역할 조정은 끝났지만, 몇몇 역할 중에서는 학부모가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 전에 레아의 역할부터 정하고 시작할게요.”

신화 아카데미의 학예회는 그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반 인원이 모두 참여해야 했다.

혹시라도 소외당하거나 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아카데미 학장의 뜻이었다.

“레아는 백설 공주가 뭔지 아니?”

“응! 백설 공주는 언니야.”

레아에게 백설 공주는 나래였다.

집에서 나래가 백설 공주 연극을 연습한다고, 같이 논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나래처럼 예쁘다는 것만 알았다.

“하하, 그래. 나래가 백설 공주 역할을 맡았지.”

한지민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녀는 레아가 백설 공주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레아는 무슨 역할 하고 싶어요?”

“기사!”

“기사?”

“응! 나래 언니가 공주니까, 공주를 지킬 거야!”

레아는 백설 공주에 관한 얘기는 몰랐지만, 공주에 대한 개념은 강하온과 나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아는 처음부터 기사가 하고 싶었다.

“그럴까? 그러면 레아는 나래를 지키는 기사 역할로 하자.”

한지민은 레아의 담임이다 보니까, 얼추 레아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EX급이라는 것은 몰라도, 나래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레아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레아를 통제할 수 있는 건 두 사람뿐이야.’

그녀는 사람도 많이 모이는 데, 괜히 사고 치지 않게 강하온이나 나래의 옆에 붙여 놓을 생각이었다.

없는 역할이었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니, 레아가 이제 언니 지켜줄 거야.”

“고마워, 레아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고양이처럼, 나래한테 말하는 레아를 본 한지민은 안도했다.

적어도 저렇게 둔다면 따로 사고가 나지는 않을 거 같았다.

“레아의 역할도 정했으니, 이제 남은 역할을 정해보죠.”

한지민이 학부모를 부른 이유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반의 평균 나이는 5.7세였다.

6살 미만의 아이들끼리 연극을 진행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 중간중간 주요 역할을 맡아서 매끄럽게 이끌어줄 어른이 필요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역할은 학부모였다.

여기에도 아카데미 초대 학장의 뜻이 들어가 있었다.

학예회를 준비하면서, 부모와 아이의 유대감을 끈끈하게 만들라는 뜻이었다.

“우선은 대장 난쟁이 역할을 해주실 분이 필요한데······, 자원해주실 분 있으신가요?”

난쟁이, 백설 공주에서 빠져선 안 될 감초 같은 역할이었다.

중요한 만큼 연극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했기 때문에, 어른이 대사를 말하면서 상황을 이끌어가 줘야 했다.

그래서 남은 자리 중 하나가 대장 난쟁이였다.

“······.”

학부모들은 조용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쁘고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었다.

굳이 난쟁이, 그중에서도 대장 난쟁이를 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는 없었다.

“으음, 역시 선뜻 자원하시기는 힘들겠죠? 그러면 아이들이 고르는 거로 해보죠.”

몇몇 학부모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 엄마나 아빠가 대장 난쟁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친구 있을까요?”

한지민의 말에 학부모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자신을 자식을 향해 기도했다.

제발 손들지 말라고.

“저요! 우리 엄마가 말이 잔소리가 엄청 많아요!”

손을 든 사람은 영기였다.

“쟤, 쟤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영기의 말을 들은 영기 엄마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그럼, 대장 난쟁이 역할은 영기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다음은 사냥꾼 역할인데······”

“제가 하겠습니다.”

“하은이 아버님이요? 알겠습니다.”

혹시나 영기 엄마 같은 일이 생길까, 조금 괜찮은 역할이 있으면 자진하는 학부모가 생겨났다.

“이제 왕비랑 거울만 남았네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중요한 두 역할만 남게 됐다.

“우선은 거울 역할부터 지원받아 볼게요.”

“······.”

이번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거울은 주요 역할에다, 분장까지 심하게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사실상 벌칙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우리 부모님이 해줬으면 한다? 손들어주세요.”

“······.”

이번에는 학부모의 뜨거운 눈빛을 느꼈는지, 아이들이 멈칫하고는 손을 들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말없이 손을 들었다.

“하늘이?”

손을 든 아이는 하늘이었다.

“하늘이 아버님, 괜찮으시겠죠?”

한지민은 마석도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태산의 마스터여서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지민이 마석도가 분장한 모습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괘, 괜찮습니다.”

마석도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저 녀석이······.’

전날, 마석도는 마하늘이 사달라고 한 장난감 로봇을 사주지 않았었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 역할이 남았네요. 왕비! 하고 싶으신 분 있을까요?”

“······.”

이번에도 학부모들은 조용했다.

여왕이라면 사실 제일 좋아할 수도 있는 역할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제일 기피 하는 역할 중 하나였다.

워낙 분장도 많은 데다, 분량까지 많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피곤한 역할이었다.

“그럼 아이들이 고르는 거로 하죠, 우리 부모님이 왕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는 손을 들어주세요.”

한지민의 말에 아직 역할을 배정받지 않은 학부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부모의 마음과 다르게 아이들은 왕비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여럿이 손을 들 거라고 생각했다.

“저요!”

“저요!”

실제로 아이들이 많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금방 한 곳, 나래가 손을 든 것을 보고는 전부 손을 내렸다.

학부모들이 강요는 아니지만, 항상 나래한테는 양보하고 친하게 지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일하게 손을 든 사람은 나래와 레아뿐이었다.

“나래, 레아 아버님, 축하드립니다.”

“······.”

강하온은 그렇게 왕비의 역할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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