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대박 왕 돈가스!
79. 대박 왕 돈가스!
#
강하온과 레아는 각성자 검사를 끝내고 헌터 협회를 나왔다.
레아는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레아, 기분이 좋나 보네?”
“응! 이제 나래 언니랑 같이 다녀.”
각성자 등급이나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레아는 나래가 아카데미에 가 있는 시간에 심심하기 기다렸는데, 이제는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아, 그리고 당연히 레아의 각성자 검사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등급은 강하온과 마찬가지로 측정 불가, 대신 자세한 판단을 위해서 결과는 잠시 보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뭐, 보나 마나 EX급이 나오겠지.’
레아는 일반적인 수인이 아니었다.
흉수가 자신의 화신으로 정한, 흉수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수인이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응? 무슨 일 있어?”
강하온의 손을 잡고 걷던 레아는 갑자기 멈춰섰다.
레아는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네.”
레아가 보고 있는 것은 돈가스집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돈가스집이 아니었다.
대박 왕 돈가스, 시간 안에 도전하는 도전 음식이었다.
“저거······, 아니 돈가스 먹으러 가자.”
강하온은 의견을 물어보려다가, 그냥 묻지 않고 결정했다.
간판에 걸린 돈가스 사진을 보는 반짝이는 눈,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
대답하지 않아도 충분히 됐다.
강하온은 레아의 침을 닦아주고는 돈가스 가게로 데려갔다.
“여기 돈가스랑 대박 왕 돈가스 도전이요!”
“치즈 돈가스 2개 주세요.”
가게 안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유명한 집인가 보네.”
지금 시각은 11시였다, 이제 막 오픈했을 시간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건, 맛집이라는 거였다.
“어서 오세요, 자리로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하온과 레아를 확인했는지, 직원이 재빨리 다가와서 안내를 도왔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어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와······, 저기 저 애 좀 봐봐.”
자리로 이동하던 중,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강하온과 레아한테 향했다.
정확히는 레아한테 향했다.
“와······, 혼혈인가? 진짜 귀엽게 생겼다.”
“꼭 모델같이 생겼네.”
레아의 미모에 감탄한 것이다.
“······.”
하지만 정작 레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 레아의 신경은 온통 돈가스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애 아빠는 평범하네? 엄마가 엄청 예쁜가 봐.”
“그러게 남자가 능력이 좋나 봐.”
사람들은 강하온에 보고 얘기도 했지만, 강하온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인식 장애 마법 덕분이었다.
“주문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자리로 두 사람을 안내한 직원은 메뉴판을 건네며 물었다.
“저거!”
강하온이 대답도 하기 전, 레아가 먼저 대답했다.
레아는 주방에 있는 사진을 가리켰다.
『대박 왕 돈가스 도전!
시간 안에 돈가스(밥 포함)를 전부 먹어야 한다.
성공 시: 돈가스 평생 무료, 황금 복 돼지 30돈.
실패 시: 음식값 100,000원 지급』
레아가 가리킨 곳에는 이곳에 도전 메뉴였다.
“대박 왕 돈가스요?”
직원은 곤란하다는 듯 강하온을 쳐다봤다.
아이가 먹을 수 없으니, 다른 걸 고르라는 말이었다.
“저걸로 주세요, 저는 그냥 치즈 돈가스 하나 주시고요.”
하지만 강하온은 직원의 눈빛을 신경 쓰지 않고 주문했다.
“그게 아이가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에요.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직원은 강하온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직접 말했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레아와 비슷한 또래인 아픈 여동생이 있었는데, 동생 생각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괜찮으니까, 주문해주세요.”
강하온 웃으면서 그대로 주문했다.
걱정해준 건 고마웠지만, 레아가 한 끼에 먹는 양을 생각하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양이었다.
“아니, 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 같은데 이건 돈 낭비라니까요? 저기 보이죠?”
직원은 답답했는지, 열을 내며 한쪽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배를 만지면서 지친 표정을 짓는 남자가 있었다.
앞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이 있었다.
“유명한 먹방 너튜버인데도 반 밖에 못 먹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작고 귀여운 따님이 먹을 리가 없잖아요.”
강하온은 열심히 떠드는 직원을 보고 웃었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개인적으로 사장 입에서는 싫어할 만한 유형이었다.
실제로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직원을 불렀다.
“정아 씨, 거기서 자꾸 뭐해요? 손님이 주문했으면 주문을 받아야죠.”
남자의 표정을 보니, 이미 얘기를 다 들은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했는데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도 전부 다 들었으니까.
“사장님이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은데요? 진짜 괜찮으니까 주문은 그대로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직원은 불편한 표정으로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는 사장을 따라서 잠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음식을 기다리는 강하온의 귀에, 조금 전 나간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정아 씨,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그게······, 어린아이가 먹기에는 불가능한 양이라······.”
“아니! 먹겠다는 걸 왜 말리냐고? 내가 억지로 시키게 했어? 그러면 난 망하라는 말이야?”
“······죄송합니다.”
“정아 씨, 일 그만두고 싶어? 동생 병원비 때문에 일해야 한다며,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하는 거야? 나도 돈을 벌어야, 월급을 줄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대체 알아서 돈을 주겠다는 걸 왜 막는지, 바쁘니까 얼른 들어와.”
조금 전, 여직원은 사장한테 혼나고 있었다.
대화를 전부 들은 강하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좀 괘씸한데?”
강하온도 한때, 음식 장사를 꿈꿨었다.
그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자신의 음식을 먹고 손님들이 행복해하는 것이 좋아서였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케팅으로 음식을 파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이것 자체로 손님한테는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사장의 말을 들으니 좀, 거슬렸다.
손님을 그저 돈으로만 보고 있었다.
음식점 사장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강요한 것이 아니고, 선택한 것은 레아였으니까.
그런데 한때, 요리사를 꿈꿨던 강하온으로서는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먹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줬으면 했으니까.
‘상금은 받아야겠네.’
원래였다면 성공 보상인 ‘황금 복 돼지 30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음식값도 내고 갈 생각이었다.
띵동-!
강하온은 사장과 여직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벨을 눌렀다.
“부르셨습니까?”
이번에는 여직원이 아닌 사장이 직접 강하온에게 다가왔다.
“네, 메뉴 변경 좀 하려고요.”
“······메뉴 변경이요?”
사장은 표정이 굳으면서 멈칫했다.
“네, 안 되나요?”
“네, 죄송합니다. 이미 조리에 들어가서 그건 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래요? 대박 왕 돈가스 도전 하나를 더 추가하려고 했는데, 안 됩니까?”
“아, 그건 괜찮습니다. 도전 메뉴에 치즈 돈가스가 들어가 있으니 변경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하온이 주문을 바꾼다고 하니, 그제야 사장의 표정은 밝아졌다.
“참, 성공하면 보상은 다 주는 거죠?”“네?”
“아니, 두 명이 도전하는 거니까, 성공하면 저 보상은 두 명한테 다 주냐고 물어본 겁니다.”
“아! 물론이죠, 성공하시면 아버님도 따님도 전부 보상이 있습니다.”
사장은 환하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속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부녀 사이에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사장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는 다른 주문을 받으러 움직였다.
‘추억이라······, 하긴 추억이 되겠네.’
강하온은 신난 사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보다는 사장에게 더 큰 추억으로 남겠다고.
“음식 나왔습니다, 도전 시간은 20분······이고, 소스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먹어야 성공으로 인정됩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음식을 가지고 온 사람은 강하온을 걱정했던 여직원이었다.
아직도 마음이 불편한지, 표정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많긴 많네.”
확실히 양이 많았다.
접시 무게를 빼고, 음식 무게만 2kg가 넘었다.
이런 음식을 20분 만에 먹어야 한다니, 성공하라고 만든 도전이 아니었다.
“많아!”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은 없었다.
오히려 레아는 양이 많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손에 든 포크로 당장이라도 먹으려고 했다.
“바로 시작해야 하나요?”
“아니요······, 준비가 되면 말해주세요.”
직원은 카운터에서 지켜보는 사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조금이라도 음식이 식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사실 도전은 바로 되어야 했다.
강하온은 카운터에 불만 가득한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시작하죠.”
“음식이 뜨거······.”
“괜찮아요, 애가 빨리 먹고 싶어서 하네요.”
“먹어도 돼?”
레아는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네, 그럼 타이머 누르겠습니다.”
직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타이머를 눌렀다.
그리고 강하온과 레아의 도전이 시작됐다.
#
레아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손님들의 시선은 레아한테 집중되어 있었다.
새하얀 머리와 사이사이에 있는 검은 머리카락, 거기에 인형 같은 외모까지.
게다가 생긴 지 1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왕 돈가스 도전까지 했으니, 전부 집중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 속에 두 부녀의 먹방이 시작됐고, 순간 음식점은 정적에 휩싸였다.
놀라운 광경에 음식을 만들던 주방의 요리사들도 나와서 전부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맛있다!”
레아는 게눈 감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돈가스를 작은 입에 쏙쏙 없애고 있었다.
분명, 음식에서 김이 날 정도로 뜨겁기까지 했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강하온도 마찬가지였다.
레아처럼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니라, 나름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레아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번에 크게 크게 먹다 보니, 레아보다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맛은 나쁘지 않네.”
사장은 별로여도, 요리사들은 제대로 인지 음식은 맛있었다.
“저거 맞아?”
“그러니까······, 어떻게 저 작은 아이 뱃속으로 음식이 다 들어가는 거야?”
“혹시 영화 촬영인가? 가짜 아니야?”
가게 안에 손님들은 눈을 의심했다.
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음식의 반 이상이 사라졌었다.
“······나 먹방 접어야 하나?”
오늘 가장 먼저 도전했던 100만 너튜버는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했다.
잠시 후, 가게 안에는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와, 대박! 저걸 성공하네, 그것도 동시에 둘이서.”
“미친, 심지어는 10분도 안 돼서 끝났어.”
강하온과 레아가 도전을 성공한 것이다.
『08:32』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기록으로.
“이러면 도전 성공인가요?”
강하온은 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를 보며 말했다.
접시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네, 네! 성공 맞아요.”
바로 옆에서 기이한 장면을 봤던 여직원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레아야, 잘 먹었어?”
“응! 그런데 하나 더 먹어도 돼?”
레아는 아직 배가 차지 않았는지, 포크에 묻은 소스를 빨아먹으면서 말했다.
“하, 한 번 성공하면 재도전은 할 수 없습니다.”
그때, 카운터에 있던 사장이 기겁하며 다가왔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저기.”
강하온은 도전 내용이 적혀있는 곳에 보상을 가리켰다.
“평생 무료하면서요? 메뉴판에 있는 거 하나씩 다 주세요. 아, 그리고 금도 갖다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의 표정은 굳었지만, 강하온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강하온은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한 번씩 다 먹고 나서야 식사를 끝냈다.
“잘 먹고 갑니다. 참, 거기 아가씨.”
가게를 나가려던 강하온은 정아라는 직원을 불렀다.
“네?”
“여기, 친절해서 주는 팁입니다.”
강하온은 보상으로 받은 30돈짜리 황금 복 돼지였다.
“네? 이걸 팁으로 주신다고요? 그치만······.”
“레아야, 괜찮지?”
“응! 저거 맛없어.”
하나의 황금 복 돼지에는 반쯤 잘려져 있었는데, 레아가 받자마자 한 행동이었다.
“아이가 괜찮다고 하네요, 그냥 받으세요. 들으려고 엿들은 건 아닌데, 동생 아프다면서요? 그리고 어른이 주는 건 그냥 받는 겁니다.”
“아······, 고맙습니다.”
여직원은 글썽이며 강하온이 주는 팁을 받았다.
“아, 아니······.”
“맞다, 그쪽.”
강하온은 뭐라고 하려는 사장의 말을 끊었다.
“혹시라도 저거 뺏으면 좋은 꼴 못 볼 겁니다, 아가씨도 혹시 사장님이 뺏거나 하면 여기로 연락 주세요.”
강하온은 급한대로 주머니에 있는 명함 하나를 꺼내서 여직원한테 건넸다.
헌터 협회장한테 받은 명함이었다.
“이, 이건······.”
옆에서 명함의 주인을 확인한 사장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알았죠, 사장님?”
“아, 알겠습니다!”
강하온은 화들짝 놀라는 사장의 인사를 받으면서 가게를 나왔다.
“레아, 밥 맛있게 먹었어?”
“응! 저녁에 나래 언니랑 또 오자!”
“그럴까?”
“응!”
강하온은 그날 저녁, 나래와 레아와 함께 다시 돈가스집을 찾았다.
물론, 돈가스는 공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