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63화 (63/186)

63. 비스트 길드

63. 비스트 길드

#

인천국제공항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부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였다.

“리차드 씨, 갑작스러운 내한에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이번에 내한하신 이유가 강하온 헌터와 관련이 있습니까?”

그 사람은 10대 길드 중 한 곳인 비스트 길드의 마스터 리차드 헨더슨이였다.

리차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꼽히는 20인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자세한 건 길드 내부 사정이라 말할 수가 없네요, 자세한 것이 밝혀지면 공식적으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리차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는 비서의 안내를 따라서 차로 이동했다.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그럼 전 급한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리차드는 준비된 차에 타는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기자들을 대했다.

알려진 이미지대로, 젠틀한 박사 느낌을 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차에 타는 순간, 리차드의 얼굴에 미소는 일순간 사라졌다.

“귀찮은 녀석, 매번 뭐가 저렇게 궁금한지.”

조금 전 환한 미소를 짓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싸늘한 얼굴이었다.

“지금 바로 협회로 모실까요?”

“그렇게 해라.”

리차드를 태운 차는 한국 헌터 협회로 향했다.

“웃긴 놈이군.”

창밖을 보던 리차드는 옅은 실소를 터트렸다.

“강하온 말씀입니까?”

“그래, 헌터 협회를 무슨 비서처럼 대하고 있지 않나.”

강하온은 만나러 온 리차드가 강하온의 집이 아닌 협회로 이동하는 이유는, 강하온이 자신을 만나러 온 사람은 헌터 협회를 통해서 전부 연락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하온을 만나고 싶으면 무조건 헌터 협회를 거처야 했다.

“참으로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네?”

“강하온 말이야, 강하다고 한들 어차피 개인이다. 막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 말이야.”

“아, 그렇습니다.”

“그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리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보이는 헌터 협회의 건물을 바라봤다.

#

잠시 후, 리차드는 헌터 협회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리차드가 차에서 내리자, 입구에서 기다리던 협회 직원이 다가갔다.

“협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시겠습니다.”

“이런, 귀하신 분을 기다리게 했군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싸늘했던 리차드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리차드.”

“저도 오랜만입니다, 박노식 협회장. 올해 초에 열렸던 세계 헌터의 밤 이후로 처음이군요.”

이미 두 사람은 꽤 안면이 있었다.

서로를 보고는 환하게 인사를 나눴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음료는 여전히 콜라겠죠?”

“물론이죠, 당연히 코코입니다.”

리차드는 하루에 1리터 이상 콜라를 마시는, 잘 알려진 콜라 애호가였다.

그리고 그는 특정 브랜드인 코코콜라만 좋아했다.

“김 비서, 음료 부탁합니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박노식 협회장은 비서를 시켜, 곧장 음료를 준비했다.

“캬아, 역시 시원한 콜라만 한 게 없습니다.”

잠시 후, 준비된 콜라를 시원하게 원샷한 리차드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콜라 사랑은 여전하시군요, 그나저나 한국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너무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서 놀랐습니다.”

“아, 그게 저도 갑작스럽게 보고 받은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강하온 헌터를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강하온······헌터요?”

박노식은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비스트 길드는 테이밍 관련 각성자만 받는 길드였고, 그 때문에 강하온의 영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 영입하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노식의 표정이 좋지 않아진 것을 본 리차드가 곧바로 오해를 풀기 위해 말했다.

기본적으로 박노식, 크게 보면 한국 헌터 협회는 강하온이 타국의 길드로 넘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강하온의 국적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길드에 가입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협회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면 어쩐 일로 강하온 헌터를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박노식은 아직 완전히 오해를 푼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강하온 헌터가 아니라, 강하온 헌터의 딸이 키운다는 팬더를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바오 말씀이시군요.”

박노식은 강하온의 전담 직원인 이미소한테 보고 받아, 바오의 존재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완전히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마수의 광적으로 집착하는 리차드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어떤 조건을 걸러도 바오를 데려가는 것을 힘들 겁니다.”

박노식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리차드에 대한 감정은 굳이 따지자면 좋은 편이었다.

리차드 정도의 위치에 있음에도 항상 매너를 지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위험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미리 언질을 준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냥 신기하다는 소문이 있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리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역시 강하온을 조사해서 알고 있었다, 강하온은 아쉬운 것이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일단은 연락은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것은 강하온 헌터의 몫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답이 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리차드는 그렇게 강하온이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답이 온 것은 정확히 한 시간 뒤였다.

#

아카데미가 쉬는 토요일, 나래는 마당에서 바오와 어김없이 소꿉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바오야, 이제 화장 말고 다른 놀이 할까?”

『그, 그래 줄 수 있나?』

바오는 나래의 제안에 얼굴이 밝아졌다.

알록달록한 얼굴을 하고 웃는 바오의 모습은 꼭 할리우드의 영화 주인공을 닮아 있었다.

“응! 이제는 미용 선생님 하는 거야.”

『미, 미용? 지금 이 놀이를 할 때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나?』

바오는 움찔 놀랐다.

지금 하는 화장 놀이를 할 당시에도 나래는 미용 소꿉놀이를 하자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라.”

『뭐가 다르지?』

“이제는 머리 자르는 선생님이야.”

『머, 머리를 잘라? 아니다! 지금 하는 놀이도 좋다.』

바오는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그리고 강하온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나래는 바오가 화장 싫어하는 줄 알았어. 그러면 화장 놀이 계속하자!”

나래는 바오가 화장 놀이가 좋다는 말에 웃으면서 다시 유성 매직을 손에 들었다.

강하온은 그렇게 노는 나래와 바오를 보고 있었다.

“녀석 덕분에 시간 여유가 생겼네.”

원래였다면 지금 바오 자리에 강하온이 있어야 했다.

그는 바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뉴스를 틀어놓고 조판수와 김복남이 보낸 유전공학 박사들의 정보를 읽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비스트 길드의 마스터인 리차드 헨더슨이 내한을 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뉴스에서는 리차드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영향력이 있는 인물답게 연일 뉴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 리처드란 사람도 유전 공학박사라고 했던 거 같긴 한데.”

조판수와 김복남이 보내준 뛰어난 유전공학 실력을 갖춘 박사 리스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자였다.

하지만 강하온이 찾는 쪽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외된 인물이었다.

리차드는 인간 유전공학보다는 동물과 마수에 관한 유전 공학전문이었기 때문이다.

“으음.”

강하온은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리차드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묘하네.”

분명 웃고 있는데, 강하온의 얼굴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마침, 한국에 왔다고 하니 한 번 봐야겠군.”

강하온은 리차드를 한 번 찾아가기로 했다.

그의 직감이 수상한 자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스마트 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하온님!

전화를 건 대상은 조판수, 스마트 폰 너머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리차드 헨더슨 있지?”

-비스트 길드 마스터 말씀입니까?

“그래, 게이트 등장 이후 그 녀석에 모든 행적을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빠르게 찾아보겠습니다.

조판수는 그 어떤 대꾸도 없이, 곧바로 일을 진행했다.

이러한 행동만으로도 조판수가 강하온에게 얼마나 충성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하온님!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강하온은 조판수의 전화를 끊고, 곧바로 김복남한테도 연락했다.

조판수 역시,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역시 조판수와 마찬가지로 강하온이 시킨 일을 군말 없이 이행했다.

발모제와 정력제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띠링-! 띠링-!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스마트 폰이 울렸다.

“이미소? 무슨 일이지?”

전화를 건 사람은 헌터 협회 직원인 이미소였다.

강하온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강하온 헌터님. 저 이미소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게 강하온 헌터님을 만나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요.

강하온은 지금까지 없던 이미소의 반응을 보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으면, 문자로만 남겨달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날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리차드 헨더슨입니까?”

강하온은 그 대상이 누군지도 단번에 파악할 수도 있었다.

10대 길드에서 찾아왔을 당시에도 전화를 거는 경우는 없었다.

그들은 길드 마스터가 직접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연락했다는 것은 10대 길드 중 마스터 정도는 움직였다는 것이고, 마침 한국에 10대 길드 마스터가 방문한 상태였다.

-네, 맞습니다. 길드 영입 제안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강하온 헌터님이 키우는 바오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미소는 혹시라도 거절할까, 이유도 바로 말했다.

“좋습니다, 만나보도록 하죠.”

-진짠가요?

이미소는 놀라서 되물었다.

사실 강하온이 리차드를 만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생각이 원래라면 맞았다.

강하온은 10대 길드 마스터가 직접 찾아왔다고 해도 굳이 만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어디 길드에 가입할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리차드 같은 경우는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다.

“그럼 가짜일까요?”

-아, 아닙니다! 시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으로 하죠, 지금 당장도 상관없고요.”

-그러면 지금 당장 하온님의 집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이미소는 혹시라도 강하온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빨리 전화를 끊었다.

“마침 잘됐네.”

강하온은 리차드를 만나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빛의 교단과 연결돼 있기를 바랬다.

#

“리차드 마스터님, 강하온 헌터님이 지금 당장 오셔도 된다고 합니다.”

전화를 끊은 이미소는 웃으면서 리차드한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게 다 이미소 씨 덕이군요, 강하온 헌터와 친한가 보네요? 지금까지 그 어떤 10대 길드가 와도 만나지 않았다고 했던 거 같은데.”

리차드는 눈을 반짝이며 이미소를 봤다.

“하하, 저를 좋게 봐주셨나? 그런 건 아닐 테고, 아마 리차드 마스터님이 직접 와주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나저나 마스터보다는 박사라고 부르면 됩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부르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리차드 박사님, 그러면 당장 가시겠습니까?”

“그러도록하죠.”

이미소와 리처드는 곧바로 강하온의 집으로 향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