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나래와 동물원
58. 나래와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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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륵-,찌르륵-.
강하온은 귓가에 들리는 풀벌레 소리에 눈을떴다.
“꿈이구나.”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했다.
“하필 꿔도 여기라니, 오늘은 악몽이군.”
그의 눈앞에 보인 곳은, 그가 판게아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대수림이었기 때문이다.
“어? 그러고 보니 저런 녀석을 잡은 적도 있었다.”
대수림을 돌아다니던 강하온은 거대한 동물을 머리 뼈를 볼 수 있었다. 웬만한 빌라보다 큰 크기의 돼지 머리뼈, 대수림의 왕인 자이언트 포레스트 피그였다.
대수림에는 총 다섯의 왕이 있었다.
그중 제일 약한 왕으로 강하온이 제일 먼저 잡은 왕이었다.
“이런 꿈도 나쁘지 않군.”
강하온은 악몽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이 꿈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원래 뭐든 당시에는 아주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됐다.
그에게 대수림은 제2의 고향 같은 그런 곳이었다.
“으음, 다른 놈들의 시체도 있으려나?”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숲을 돌아다녔고, 과거 그에게 죽은 숲의 왕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몸길이만 100m가 넘어가는, 이무기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숲의 파괴자 티탄 스네이크.
날카로운 송곳니와 타고난 피지컬, 영리한 두뇌로 사냥을 즐기는 대수림의 사냥꾼 검치 재규어.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비늘로 무장한 대수림을 가로지르는 강의 포식자 드래곤 피쉬까지.
강하온은 자신이 죽였던 대수림 왕들의 흔적을 보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네 명의 왕을 전부 보고, 이제 마지막 왕만 남아 있었다.
“으음, 녀석은 잘 있으려나?”
마지막 왕은 죽지 않았다, 정확히는 강하온이 죽이지 않았다.
강하온은 마지막 왕과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래가 보면 좋아하겠네.”
강하온은 문득 옛 친구 생각을 하면서 나래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마지막 왕은 나래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거기 있겠지?”
강하온은 자신의 친구가 좋아했던, 대수림 중앙에 있는 황금 대나무 숲으로 향했다.
“이런? 여기서 끝인가?”
하지만 이동을 하던 강하온은 꿈에서 깨야할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굿모닝~, 빠빠빠~빠빠!
귓가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아쉽네.”
강하온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꿈에서 깨어났다.
그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나래의 아침밥 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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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사도 둘과 전투가 있은 이후, 강하온은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 집에 결계를 더욱 강화했다.
이제는 지구에서 제일 안전한 요새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아쉽게도 교단에서는 습격해오지 않았다.
『아마 새로운 박사를 구해서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닥터 드웰의 연구자료는 교단에도 있으니까.』
니우다의 말로는 육체를 수급해서 제공하고 있던 닥터 드웰이 죽으면서, 당장은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전공학 박사들 조사 좀 해봐, 최근에 이상한 점이 있는 게 있으면 다 체크하고.”
강하온은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곧바로 조판수와 김복남에게 시켜서 빛의 교단과 연결될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주말이 다가왔다.
“아빠! 일어났어요?”
나래는 먼저 일어나서는 자는 강하온의 배 위로 올라와서 말했다. 말하는 나래의 손에는 달력이 들려 있었고, 오늘 날짜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일어났지, 빨리 밥 먹고 도시락 준비할까?”
“헤헤, 네!”
오늘은 동물원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래는 이미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으차, 그러면 빨리 도시락을 준비해보자.”
강하온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나래를 안고 부엌으로 향했다.
“나래, 뭐 뭐고 싶어?”
“김밥이랑 샌드위치!”
“알았어, 아빠가 금방 만들어줄게.”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음식 준비에 필요한 재료를 꺼냈다.
언제든지 나래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해주기 위해, 그의 아공간에는 없는 식재료가 없었다.
“나래 꽃 김밥이랑 꽃 샌드위치 만들어줄까?”
강하온은 저번 소풍 이후, 팬더 얼굴 김밥을 먹는다고 했을 때 겁에 질린 나래 얼굴을 본 뒤로, 다시는 동물 김밥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신 소풍인데 특별한 김밥은 해주고 싶어서 생각한 요리였다.
“좋아요!”
나래는 기대가 되는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알았어, 아빠가 금방 해줄게요. 나래 그때까지 경찰 뽀삐 보고 있을까?”
“네! 뽀삐 보고 있을래요!”
경찰 뽀삐, 요새 나래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범인들을 붙잡는! 용감한 뽀삐!”
나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자, 금방 집중하고 시청했다.
“그러면 시작해볼까.”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일단 음식에 들어갈 모든 재료부터 손질했다.
먹기 좋고, 예쁜 모양으로 나오게 얇으면서도 일정한 크기로 썰었다. 이미 신의 경지의 오른 그의 칼 솜씨는 자로 잰 듯 일정한 크기로 재료를 썰어냈다.
“재료는 일단 끝났고.”
그는 순식간에 모든 재료 준비를 끝냈고, 곧바로 만들기 시작했다.
밥이 없이, 김만으로 속 재료를 종류별로 싸기 시작했다.
지금은 뭔가 하겠지만, 김밥을 다 만들고 잘랐을 때 단면이 꽃처럼 보이게 해줄 방법이었다.
“나래를 먹일 생각이라 그런가? 즐겁네.”
사실 강하온이 만드는 김밥은 맛에는 하등 차이가 없었다.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만 좋을 뿐이고, 그에 들어가는 인력은 배 이상 소모됐다.
솔직히 말해서 쓸데없는 짓이기는 했다.
과거 강하온도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면 만드는 법도 몰랐을 것이다.
당시에는 귀찮기만 했는지, 사랑하는 딸을 먹인다고 생각하니 이 과정이 마냥 다 좋았다.
강하온은 금방 김밥을 끝내고,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그가 만드는 샌드위치는 일반적인 샌드위치랑은 달랐다.
둥근 밀대로 빵을 펴고는, 그 안에 재료를 넣고 김밥처럼 말아서 만드는 롤 샌드위치였다.
그는 샌드위치까지 전부 만들고, 후식으로 먹을 과일까지 전부 깎아서 준비했다.
혹시나 과일의 색이 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도시락에 보존마법을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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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래 예뻐요?”
옷을 갈아입고 온 나래는 강하온의 앞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말랬다.
하얀 블라우스에 청색 멜빵 바지, 옅은 베이지색의 모자까지.
광고 속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너무 예쁘네.”
강하온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칭찬에 나래는 까르르 웃으며 강하온한테 안겼다.
“그럼 가볼까요?”
“네! 동물원가요!”
나래는 신이 났는지, 염동력으로 몸을 두둥 띄우면서 대답했다.
강하온은 신난 나래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의 집 앞에는 검은 SUV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강하온과 나래가 나온 것을 봤는지, SUV의 운전석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나래 아버님.”
“일찍 오셨네요, 하늘이 아버님.”
차에서 내린 사람은 마하늘의 아빠, 마석도였다.
오늘 동물원은 가는 것은 강하온과 나래뿐만이 아니었다.
나래가 하늘이와 가고 싶어서 했고, 그래서 마석도와 마하늘도 합류했다.
“그나저나 옷이······.”
강하온은 마석도가 복장을 보고 멈칫했다.
“아, 좀 밝게 보이려고 오래간만에 챙겨 입어봤습니다.”
마석도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밝아 보이고 싶었는지, 베이지색 반바지에 분홍 셔츠를 입었다.그런데 과할 정도의 근육과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다 보니, 보는 순간 경각심을 가지게 만드는 패션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기분이 좋았던 나래도 겁을 먹었는지, 강하온의 뒤에 숨어서 인사하고 있었다.
‘오늘은 굳이 인식 장애 마법을 쓰지 않아도 되겠네.’
강하온은 마석도가 옆에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드르륵-!
그때, 뒤에 있던 차 문이 열리면서 마하늘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마하늘은 강하온을 보고 힘차게 인사했다.
지난번, 일일 교사를 했을 당시 마하늘도 강하온에게 지도를 받았고, 그날 이후부터 마하늘은 강하온은 스승 대하듯이 깍듯하게 대하고 있었다.
“······어, 그래. 하늘이도 안녕.”
인사를 받은 강하온은 움찔했다.
“하늘아, 나래랑 옷이 똑같아.”
마하늘이 입은 옷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나래와 비슷한 청 멜빵에 흰 티였다.
강하온과 달리, 나래는 웃으면서 좋아했다.
“그럼, 바로 동물원으로 갑시다.”
“그러죠.”
강하온 부녀는 마석도 부자와 함께 동물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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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향한 곳은 용인에 있는 거대 동물원이었다.
이곳은 나래가 좋아하는 팬더가 유일하게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정해진 곳이기도 했다.
“아빠, 저기 코끼리가 있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나래는, 동물원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저곳 뛰어 다면서 좋아했다.
“······코끼리.”
마하늘도 나래처럼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래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
“동물원이 넓긴 넓네요.”
그가 살면서 동물원을 몇 번 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가봤던 동물원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침에 동물원이 개장하고부터 한참을 걸어 다녔는데도, 아직 동물원의 반도 돌지 못했다.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큰 곳이니까요.”
마석도의 말대로, 오늘 온 동물원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원에는 외국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슬슬 도시락이나 먹죠.”
“그럽시다.”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었다.
강하온은 한쪽에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통을 꺼냈다.
“꽃이다! 너무 예쁘요!”
“우와!”
“이야, 대단하네요. 역시 저번 소풍에도 느꼈지만, 나래 아버님 대단하시군요.”
강하온이 도시락통을 열자, 나래와 마하늘, 마석도는 전부 감탄했다.
도시락 안에는 꽃이 수 놓은 것처럼, 김밥과 샌드위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준비한 과일도, 한 폭의 그림같이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그만 놀라고 먹읍시다.”
강하온의 말에 전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부 음식을 먹었다.
“아빠, 맛있어요!”
“······맛있어요.”
김밥을 먹은 나래와 마하늘은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맛있는 음식은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역시! 나래 아버님입니다! 살면서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최고군요. 이 새콤달콤한 소스, 계속 손이 가게 하는군요.”
마석도는 특히 샌드위치를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는 소스는 헤븐리 후르츠로 만든 잼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전부 음식이 입맛에 맞았는지, 후식까지 전부 싹싹 비우고 나서야 식사가 끝이났다.
“그럼 식사도 끝났으니까, 나머지도 돌아볼까?”
“네!”
강하온 일행은 잠시 쉬다, 다시 동물원을 돌기 시작했다.
동물원을 전부 돌라면, 지금부터 돌아도 시간이 빠듯했다.
“헤헤.”
동물을 보러 이동하는 나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렇게 좋아?”
“네!”
나래가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가는 곳이 팬더 우리였기 때문이다.
“바오다!”
그리고 잠시 후, 팬더 우리에서 나래가 그렇게 좋아하던 팬더, 푸바오을 볼 수 있었다.
나래는 오랜만에 팬더를 봐서 기분이 좋은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대나무를 먹는 게 그 녀석이랑 닮았네.”
강하온은 멍하니 대나무 잎을 계속 먹는 팬더를 보며, 옛친구를 떠올렸다.
그의 친구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강하온도 옆에서 팬더를 멍하니 바라봤다.
쩌쩌적-!
그때였다,
두 부녀가 팬더를 보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뒤쪽에서 갑자기 게이트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