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사도를 찾았다
53. 지하 경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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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쿨은 진심으로 경비에 임했다.
작은 기척이라도 느껴지면, 곧바로 반응하며 움직였다.
물론, 그 기척은 전부 벌레나 바람으로 인한 소리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근무 태만이라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 밤새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제 끝이군.”
드라쿨은 따끔거리는 피부에 하루 근무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제법 해가 떠올라 있었다.
뱀파이어가 햇빛에 불타 죽는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었다.
단지, 조금 따갑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뿐이었다.
“보고나 하러 가야겠군.”
드라쿨은 지붕에서 사뿐히 뛰어내렸다.
“······.”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가려 했던 그는 멈칫했다, 베란다에서 아직 잠에서 덜 깬 나래가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투신의 딸?’
드라쿨이 처음으로 나래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드라쿨은 조심스러웠다.
전날에 강하온에게 들었던 말 때문이었다.
-네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대상은 나래다, 혹시라도 나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순간 넌 죽는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일 뿐이지만, 드라쿨에게는 가장 주요한 대상이었다.
“허억!”
나래는 조금 잠에서 깨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드라쿨이 도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드라쿨은 온통 검은 옷에 햇빛을 가리려고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
누가 봐도 100% 도둑이었다.
“자, 잠깐만! 나는 도······커억!”
드라쿨을 울먹이는 나래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혹시라도 나래가 울었다가는 저 악덕 사장인 강하온이 근무 태만이라고 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의 몸을 옥죄는 강력한 힘 때문이었다.
나래의 염동력이었다.
‘무슨 힘이······.’
저항하던 드라쿨의 눈이 배는 커졌다.
나래의 나이를 다섯 살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햇빛 때문에 힘이 줄었다고 해도, 지나치게 강했다.
전부 강하온의 노력 덕분이었다.
안 그래도 타고난 힘 자체가 좋았는데, 남들은 구경조차 못 할 영약을 매일 먹고 있었다.
힘이 약한 게 이상한 거였다.
‘이렇게 강한데 대체 호위가 왜 필요한 거야······.’
드라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콰앙-!
드라쿨의 몸은 그대로 튕겨 나가며 땅에 처박혔다.
“나래야, 갑자기 왜 그래?”
부엌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던 강하온은 큰 소리에 나래한테 왔다.
“아빠! 나래가 나쁜 도둑 잡았어요!”
나래는 강하온을 보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새 실력이 많이 늘었네.’
강하온은 감탄했다.
이 순간에도 나래는 드라쿨이 움직이지 못하고 염동력으로 누르고 있었다. 뒤처리까지 확실했다.
실력이 아주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해할만하군.’
강하온은 드라쿨이 입은 옷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다.
“나래야, 그런데 저 아저씨는 도둑이 아닌데?”
“도둑 아니에요?”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던 나래는 눈이 배는 커졌다, 그리고는 재빨리 염동력을 풀었다.
“응, 앞으로 밤에 나래 무섭지 말라고 집 지켜줄 아저씨야.”
“어떻게 해요······.”
나래는 그제야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얼른 사과해야지, 빨리 가서 잘못했다고 해.”
“네!”
나래는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드라쿨한테 달려갔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괜찮다.”
드라쿨은 혹시나 나래가 놀라지 않을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래 드라쿨의 성격이었다면, 당장에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화내면 죽는다.』
머릿속으로 강하온의 의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놈······,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드라쿨 역시 종의 한계를 초월한 자였다.
의념을 사용해서 강하온에게 대신 화풀이를 했다.
“아빠, 아저씨 안 괜찮은가 봐요······.”
그때, 나래가 울먹이면서 강하온한테 말했다.
드라쿨은 화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목소리도 낮고 무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웃어라,』
강하온은 곧바로 다시 의념을 보냈다.
『갑자기 공격을 당해서 화를 내지도 않았는데, 웃기까지 하라는 거냐? 대체 날 얼마나 더 치욕스럽게 할 생각인 거냐!』
드라쿨도 이번에는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그만큼 억울했기 때문이다.
『나래가 우는 순간 근무 태만이다, 이번 달 월급은 없다.』
『제길! 빌어먹을 새끼!』
드라쿨은 더욱 분노했다.
“아저씨는 진짜 괜찮아요. 하. 하. 하.”
하지만 그는 속마음과 다르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월급은 포기하기에 너무 매력적이었다.
“아빠, 이빨이 삐죽해요······.”
하지만 드라쿨한테는 또 다른 난관이 생겼다.
나래가 송곳니를 보고 겁을 먹은 것이다.
『어차피 이제 흡혈도 못 할 텐데······.』
『이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송곳니를 뽑으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마라,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드라쿨은 강하온에게 먼저 선수를 쳤다, 말하지 않으면 진짜 송곳니를 뽑으라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입 닫고 웃어라.』
『······고맙다.』
드라쿨은 혹시라도 말이 바뀔까 싶어서, 재빨리 입을 닫았다.
점점 강하온에게 적응해가는 드라쿨이었다.
“나래야, 아저씨가 아파서 그런 거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 아파서 그런 거예요?”“······그래, 아저씨가 아파서 그런······거야.”
졸지에 아픈 사람이 된 드라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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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출발하냐?”
늦은 밤, 드라쿨은 은근 기대하며 강하온에게 물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오늘이 경매장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외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다.
경매장에 가서 쇼핑이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생각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강하온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라니? 오늘 경매장을 가려는 거 아니었나?”
경매장은 신분을 철저히 숨기기는 하지만, 들어가기 전 경매장 측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위치도 아는데, 뭐하러 그렇게 해야 하지? 그냥 은신하면 그만인걸.”
“······.”
“집이나 잘 지키고 있어라.”
강하온은 절망하는 드라쿨을 놔두고, 경매장이 있는 섬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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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동석이었구나.’
강하온의 생각이 맞았다.
전날까지도 아무것도 없던 카호올라웨섬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생겨 있었다.
지하에 거대한 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미 꽤 많은 참가자가 안에 있는 거 같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섬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규칙 때문인지 완전히 신분을 추정할 수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역시 빛의 교단이랑 연관이 있었어.”
강하온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지키는 두 명의 가드를 보고, 지하 경매장이 빛의 교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금 둘에게서 빛의 교단 신자들과 같은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스르륵-!
강하온은 은신술을 사용해서 입구로 향했다.
입구를 지키는 둘은, 연구소에서 봤던 빛의 신자보다 훨씬 더 강했지만, 강하온의 은신술을 간파할 수는 없었다.
‘공간 왜곡마법? 아니 마법과는 다른 힘이다. 권능인가?’
경매장의 내부는 밖에서 느낀 공간보다 훨씬 넓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넓었다.
강하온은 이질적인 힘으로 공간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빛의 교단이 믿는 신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긴?’
강하온은 경매가 시작하기 전, 넓은 경매장 내부를 돌아다니다 수상한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입구를 지키던 가드보다 더 강한 자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그는 곧바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넓은 공간이었는데, 경매에 출품되는 물건이 있는 곳이었다. 그 안에는 각종 물건, 그리고 몬스터나 사람, 이종족이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이군.’
경매 물품을 확인한 강하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것은 나래 또래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강하온은 지금 당장 저들을 구할 수는 없지만, 경매가 끝나고 일만 해결하면 전부 구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강하온은 경매로 나온 사람들에게 전부 은밀하게 마킹 마법을 걸었다.
“오셨습니까.”
그때,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강하온이 들어왔던 곳으로 하얀 정장에 하얀 가면을 쓴 남자가 들어왔다. 요쿠바의 기억에서 본 경매를 진행하는 사람이었다.
‘찾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강하온이 찾던 사람이었다.
오른쪽 눈동자에 새겨진 빛의 교단 문장, 그가 찾던 사도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저 눈, 단순한 눈이 아니네.’
강하온은 사도의 눈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판게아에서 간혹가다 마안이라는 특이한 눈을 사용하는 자들과 비슷했다.
신력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마안 보다는 신안이라고 부르는 게 옳았다.
“물건을 잘 점검했겠지?”
사도는 전체적으로 물건이 있는 방을 한 번 훑어보고는, 자신을 안내한 부하한테 말했다.
“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확인했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사도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방을 훑어보고는 방을 나갔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강하온은 나가는 사도를 보며 다짐했다.
그리고 경매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경매가 끝나고,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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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경매가 시작됐다.
“뫼비우스 경매장에 찾아오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강하온은 한쪽에서 조용히 경매를 지켜봤다.
“첫 번째 등록된 물건은 마나를 증폭시키는 마나 팔찌입니다, 경매 입찰가는 10억부터, 호가는 1억으로 하겠습니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수준이 꽤 높았다, 마나를 증폭하는 아티펙트는 높은 수준의 마도 공학이 있어야만 가능한 물건이었다.
판게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이번 뫼비우스 경매에 참여해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찾아주시기를 바라며 경매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그렇게 2시간, 경매가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낙찰받은 물건을 가지고,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북적거렸던 경매장은 어느새 조용해졌다.
강하온 역시, 경매장을 나와 빛의 교단이 이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움직이는군.’
조금 기다리고 있자, 사도로 보이는 인물이 밖으로 나왔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더니, 빛이 번쩍하며 경매장 입구와 함께 사라졌다.
“싹 다 잡아주지.”
강하온은 반짝이는 돌까지 전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동석에 은밀하게 마킹 해놓은 자신의 힘을 추적했다.
“차원석이었나?”
자신의 힘을 추적하던 강하온은 단순히 지구에서 이동한 것이 아니고, 반짝이는 돌이 차원을 이동하는 물건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오히려 잘 됐군.”
강하온은 얼굴에는 미소가 짙어졌다.
원래였다면 강하온이라도 차원을 연결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드래곤인 은순이의 도움을 받아서 지구로 돌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지금처럼 차원을 이동하고, 차원 간에 틈이 남아 있다면 얘기가 달랐다.
착-!
강하온은 지구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자신의 애검을 꺼냈다.
그리고는 조금 전, 사도가 사라진 곳을 향해서 휘둘렀다.
서걱-!
그 순간, 연결된 차원이 베이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연결된 차원의 입구를 강제로 열어버린 것이다.
강하온은 그대로 자신이 만든 차원의 입구로 몸을 던졌다.
“생각보다 빠르군.”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도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