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명문은 개뿔, 상놈의 새끼였네.
21. 명문은 개뿔, 상놈의 새끼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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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머릿속에는 나래와 염동력을 사용하면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여러 가지 생각했다.
“일단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응?”
한참 나래를 위한 놀이 생각하던 강하온은 옆에서 생긴 그늘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덩치 하는 마석도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석도라고 합니다.”
마석도는 고개를 숙이면서 먼저 인사를 했다.
‘생긴 건 산적 같이 생겨서는 명문 귀족 느낌이 난단 말이지.’
한국 5대 길드, 게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각성자라고 하면 목이 뻣뻣할 만도 했다.
그런데 마석도는 먼저 예의를 갖춰서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강하온은 그런 모습에 안 그래도 조금 호감이 있던 마석도를 좋게 봤다.
“잠시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제가 전세 낸 자리도 아닌데, 편하게 앉으시죠.”
“그럼, 허락하신 거로 알고 앉겠습니다.”
마석도가 옆에 앉자, 넉넉했던 벤치가 꽉 찼다.
‘길드 가입을 제의하려는 건가? 하긴 외모면 외모, 재능이면 재능, 스타성이 다분한 초대형 원석을 발견했는데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
강하온은 마석도가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나래의 스카우트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석도의 생각은 강하온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나래면 날개라는 뜻인가? 우리 하늘이랑 어울리는 이름이야, 나이도 같고, 귀엽고 예의까지 바르고 며느릿감으로 딱 맞는군.’
마석도가 나래의 재능을 인정하고 생각한 것은 바로 마하늘과 나래의 혼인이었다.
그렇다면 마하늘이 다음 세대의 최고 헌터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지 않은가.
하지만 조금 나래를 살펴본 결과, 그냥 저 해맑고 밝은 아이라면 마하늘의 배필이 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좀 어리기는 하지만 15년이면 금방이지, 태중 혼약도 종종 하는 판국에.’
그는 엊그제 들은 태양 길드 마스터가 한 손주들 혼약 얘기를 떠올리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아빠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따님 이름이 나래라고 했나요? 생긴 것만큼이나 이름도 예쁘네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아드님 이름도 아주 좋네요.”
딸 바보, 아들 바보인 두 사람은 서로 얘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일단 시작은 나래 칭찬으로 하겠다는 건가? 생긴 것과 다르게 머리가 똑똑하군.’
‘사돈도 우리 하늘이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마석도는 강하온이 마하늘을 마음에 들었다는 생각에, 검사받는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꺄르르! 두둥.”
“두둥!”
두 아이는 공으로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검사받고 있었다.
나래가 도망치면, 그 뒤를 잡으러 마하늘의 공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이가 같아서 그런지 벌써 친해졌나 봅니다, 나래가 참 즐거워 보이네요.”
“또래에 각성한 친구를 처음 봐서 그런 거 같네요, 종종 저렇게 놀게 하는 것도 좋겠군요.”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도 나래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른들의 보는 시선이었고, 실상은 달랐다.
원래 세 번째 검사는 최대한 힘을 아끼면서 허공에 공을 띄운 채로 가만히 있으면 됐다.
강하온이 특수 쇠공보다 훨씬 못하지만, 비슷한 효과 때문에 마나를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래는 애초에 검사라는 개념보다 놀이라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강하온과 놀 때처럼 공을 이리저리 움직인 것이다.
마하늘은 이번에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래의 공을 잡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하늘은 절대 자신이 나래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문제는 자존심이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나래가 멈추기 전까지는 멈추기가 싫었다.
‘그, 그만 멈춰!’
대신에 마하늘은 속으로 나래가 멈추기를 바라면서 외쳤다.
“참, 각성자 아카데미는 정하셨습니까? 나래라면 당연히 신화 아카데미를 가겠죠?”
마석도는 본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그는 어떻게든 마하늘을 나래와 같은 아카데미로 보낼 생각이었다.
‘일단 사랑이 싹트려면 계속 붙어 있어야지.’
그는 마하늘을 나래의 옆에 꼭 붙여놓을 생각이었다.
‘나래 아카데미 수속을 도와주려는 건가? 역시,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야. 전체적인 생활 전반을 돌봐주려는 건가? 무작정 돈을 제시하는 것보다 훌륭하군.’
강하온은 굳이 나래를 길드에 가입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만약 나래가 길드에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마석도의 태산은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단 말이지.’
강하온은 마석도의 디테일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니요, 아직 아카데미는 정확히 안 정했습니다. 일단은 꼼꼼히 다 알아볼 생각이라서요.”
“그럼요, 아이 문제인데 꼼꼼히 알아봐야죠. 이제 평생 학교가 되는 거니까요. 혹시 아카데미에 대해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 저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 이미 많은 사전 답사를 하고 환경을 조사해봤거든요.”
마석도는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강하온과 친해지기 위해 맞장구치는 것이 아닌, 그의 진심이었다.
그 역시 아들 바보 아빠였고, 마하늘의 아카데미 문제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이런 마석도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대체 길드 얘기는 안 꺼내고 자꾸 다른 얘기만 하는 거지?’
이제 슬슬 길드 얘기를 언급할 만도 한데, 마석도가 길드의 ‘길’ 자도 꺼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래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왜긴요, 시간이 되면 우리 집으로 한번 초대하고 싶어서죠. 이것도 인연 아닙니까? 이왕 이렇게 알게 된 거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을 거 같아서요.”
얘기가 진행될수록 강하온은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
‘애초에 길드에 관심이 없는 거 같은데?’
그는 처음에 먼저 친해지고 길드 스카우트 제의를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길드보다 나래와 마하늘이 같은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친해지게 하는 게 주목적 같았다.
‘설마······.’
강하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마석도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서로 친해지고, 커가면서 마음이 잘 맞으면 좋은 연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지금 와이프랑 학창 시절부터 알던 사이랍니다.”
“······.”
강하온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마석도가 자신의 며느릿감으로 생각한 것은 눈치챈 것이다.
‘이런 상놈의 새끼가 감히 나래를 넘봐?’
강하온이 생각했던 명문 귀족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산적 같이 생겼을 때부터 알아봤다, 도둑놈 같으니라고.’
강하온은 아까 자신이 깨달은 부분을 철회했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거였다.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데 명분이 없네.’
강하온은 나래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로 다짐하면서, 아무에게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진짜 악독한 쓰레기 양아치면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마석도는 자신의 마음에는 대역죄를 지었지만, 사실 큰 죄는 아니었다.
‘만약 나래를 좋아하는 마음이 큰 죄라면······.’
강하온은 그렇다면 지구에 전체 인류에 벌을 내렸을 수도 있었다. 나래를 보고 안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래가 너무 예쁘고 귀엽다 보니까,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마석도는 너무 빨리 다가갔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사과했다.
“······.”
강하온은 나래가 너무 예쁘고 귀엽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그래도 그의 눈에 마석도는 이제 그냥 도둑놈일 뿐이었다.
“흐아앙!”
그때였다, 검사를 받는 곳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서럽게 우는 주인공은 바로 마하늘이었다.
“어떻게······, 떨어졌어······.”
마하늘이 우는 이유는 나래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공을 바닥에 떨어트렸기 때문이었다.
“하늘아, 괜찮아?”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던 나래는 서럽게 우는 마하늘한테 다가갔다. 나래는 같이 놀았다고 생각했기에 마하늘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나래 혼자 놀았다.
툭-!
나래는 이미 놀이가 끝났다는 생각에, 더 공을 들고 있을 수 있었음에도 그냥 염동력을 풀었다.
“아······.”
그 모습을 본 감독관은 안타까워했다,
‘시작부터 S급이 될 수도 있었는데······.’
3차 검사 등급이 D급 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아, 울지마.”
나래는 계속해서 우는 마하늘이 걱정돼서, 엄마인 한빛나가 해준 것처럼 안아서 등을 두드려줬다.
“······.”
갑작스러운 나래의 행동에 마하늘은 울음이 뚝 그쳤다, 대신에 얼굴이 터질 거같이 붉게 변해 있었다.
당연히 이 모습을 그들의 아빠도 보고 있었다.
마석도는 나래의 행동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래가 참 착하군요.”
그리고 강하온을 보기 위에 옆으로 고개를 돌린 마석도는 흠칫 놀랐다. 강하온이 검사대 위에서 나래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 저기까지······, 아니 그것보다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석도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강하온이 움직이는 것은커녕,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여기까지······.”
놀란 것은 감독관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아이들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강하온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전혀 괴리감이 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감독관님, 이미 검사는 끝이 난 거 같은데 이만 가도 됩니까?”
“네, 넵! 그러셔도 됩니다.”
감독관은 강하온에게 느껴지는 비범함에 이등병이라도 된 듯, 바짝 군기가 든 것처럼 대답했다.
“결과가 나오면 자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래야. 집에 가자.”
“네! 하늘아, 빠빠.”
강하온은 재빨리 나래를 데리고 헌터 협회를 나왔다.
검사장 안에 남은 사람들은 전부 강하온과 나래가 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대체 정체가 뭐지?”
감독관은 분명 일반인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강자인 강하온을 궁금해했다.
“이거 더욱 포기할 수 없겠어, 사돈 조만간 봅시다.”
마석도는 조금 전 본 강하온의 모습에 더욱 마음을 굳혔다.
“나래야, 빠빠······.”
마하늘은 나래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보면서, 얼굴이 붉어진 채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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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어떤 사람이 좋아?”
집으로 돌아온 강하온은 검사장에서 있던 일 때문에, 문득 궁금해진 것을 나래한테 물었다.
“헤헤, 나래는 아빠가 좋아요!”
강하온은 배시시 웃으며 말하는 나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나보다 약한 놈은 나래 곁에 둘 수 없어.’
강하온은 투신이라 불리는 절대자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약한 남자는 나래와 만날 수 없다?
평생 나래를 노처녀로 만들겠다는 다짐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정작 본인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띠링-!
그때 강하온의 스마트 폰이 울렸다.
『강나래 각성자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각성자 등급: A』
『상위 0.01%에 속하는 각성자입니다.』
『잠재력: SS』
『상위 0.0002%에 속하는 잠재력입니다.』
나래의 검사 결과였다.
“역시, 나래는 천재란 말이지.”
검사 결과를 확인한 강하온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나래가 전력으로 했으면 더 높은 등급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강하온은 오히려 지금이 좋다고 생각했다.
‘너무 뛰어난 재능은 미움을 받는 법이니까.’
지구, 판게아.
강하온이 본 세상이 그랬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꼭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정도 등급이면, 원하는 아카데미는 무조건 갈 수 있을 테니까.’
강하온은 목적은 처음부터 각성자 아카데미 입학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같은 적당한 등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지구에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강하온의 생각일 뿐이었고, 나래가 받은 등급은 엄청 높은 등급이었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빼앗고 싶을 정도로.
“아빠! 뭐에요?”
나래는 강하온이 보고 있는 게 궁금했는지, 올려다보며 말했다.
“참, 나래도 봐야지. 이거 나래가 두둥 검사받고 온 거야.”
강하온은 나래한테 검사 결과를 보여줬다.
“뭔지 알겠어?”
“헤헤.”
나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래가 잘했다는 거야, 오늘 두둥 검사도 잘하고 왔는데 하고 싶은 거 없어?”
“두둥 놀이! 아까 하늘이랑 두둥 놀이한 거 하고 싶어요!”
강하온은 나래가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염동력 공을 사용해서 술래잡기하는 거였다.
‘마침, 잘됐네.’
강하온은 안 그래도 나래의 염동력 숙련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는 빠르게 나래를 데리고 마당으로 향했다.
그날 나래는 또 한 번, 모든 마나와 정신력을 소모하고 피곤했는지 잠에 들었다.
“이러다 아빠보다 강해지겠네.”
강하온은 세상 모르게 자는 나래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봤다.
그러던 강하온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쥐새끼가 들었군.”
늦은 밤, 그의 집으로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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