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20화 (20/186)

20. 나래가 검사장을 뒤집어 놓으셨다.

20. 나래가 검사장을 뒤집어 놓으셨다.

#

힘 측정기,

나래가 염동력을 사용한 검은 벽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힘 측정기는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특수 합금을 사용해서 만든 벽으로, A급 수준 정도의 헌터가 아니면 흠집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단단했다.

그런데 그런 힘 측정기 중앙에 뚜렷하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략 축구공 정도의 크기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깊이였다.

“······.”

다섯 살 소녀가 보여준 믿기 힘든 광경에 검사장 안은 정적으로 휩싸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나래와 어느 정도 예상하던 강하온은 제외였다.

“헤헤, 아빠. 나래 잘했어요?”

“그럼, 너무 잘했네.”

해맑게 웃으면서 강하온에 품에 안긴 나래, 그런 나래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강하온.

마치, 두 부녀만 따른 공간에 있는 거 같았다.

“······.”

두 부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가 말던가, 검사장 안에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힘 측정기 위로 향했다.

『499』

붉은 전광판에는 지금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수치가 적혀 있었다.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한 사람들은 더욱 놀랐다.

“믿을 수가 없군······.”

지금 나래가 기록한 수치는 S급 기준에서 1 부족한 수치였다.

물론, S급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힘뿐만 아니라, 다른 종합적인 수치도 넘어야 하지만, 적어도 힘 분야 한 곳에서는 다섯 살 소녀가 거기에 근접했다는 얘기였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결과가 거짓이라거나, 오류라고 말하는 어른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힘 측정기는 100% 정확성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 측정기 중앙에 생긴 흔적이 그 증거였다.

특히, 감독관이나 마석도처럼 보는 눈이 있는 헌터들은 오히려 나래의 강함보다 수치가 적게 나왔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나래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야! 잘못 나온 게 분명해!”

물론, 이러한 상황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확히는 아이, 바로 나래한테 경쟁의식을 가지던 마하늘이었다.

“잘못 나왔을 리가 없지, 오히려 적게 나오면 적게 나왔지.”

강하온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이!”

마하늘은 분한 얼굴로 강하온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

감독관은 난감한 상황에 마석도를 쳐다봤다, 보통이었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을 테지만, 지금 그 말을 했다가는 마하늘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아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석도가 소문이 자자한 아들 바보였기 때문이다.

감독관도 헌터인 이상, 한국 5대 길드의 주인인 마석도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저 덩치가 어떻게 나오려나?’

강하온도 마석도를 보고 있었다, 과연 마석도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마석도가 움직였다.

“마하늘!”

그는 자기 아들인 마하늘한테 다가가더니, 호통을 치며 불렀다.

“히끅!”

마하늘은 갑작스러운 아빠의 호통에 놀라서 딸꾹질했다.

마석도는 마하늘이 놀라든 말든, 엄격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빠가 사내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지?”

“······결과에 정정당당 하라고 했어.”

마하늘은 울음을 참으면서 대답했다.

제대로 훈육하는 마석도를 본 강하온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잘못을 바로 꾸짖을 수 있는 부모라······.’

강하온은 판게아에서 수많은 귀족 가문을 봤었다, 그들 대부분은 강하온의 기준에 귀족이 아닌, 망나니였다.

가문의 체면이 우선이며, 선민의식에 찌든 놈들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에 기준에도 귀족이라 불린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체면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며 나서서 모든 이들의 선망이 되는 자들,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귀족들이었다.

‘훌륭한 부모군, 저런 부모 밑에서 자란다면 꽤 괜찮게 자라겠어. 비록 애가 조금 버릇이 없긴 하지만, 저런 부모 밑에 있으면 차차 달라지겠지.’

강하온은 마석도에게 명문가의 귀족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괜찮은 사람이군.’

강하온은 마석도가 꽤 마음에 들었다.

“마하늘,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겠어?”

“사과해야 해······.”

“그럼, 빨리 남자답게 사과하고 와라.”

“······응.”

마하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하온과 나래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미안해.”

그러더니 머뭇거리다가 나래에게 사과했다.

“헤헤, 나래는 괜찮아.”

“······”

나래가 웃으면서 말하자, 마하늘은 얼굴이 붉어져서는 후다닥 마석도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자, 이제 상황이 정리된 거 같으니까. 마저 검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상황이 해결된 걸 보고, 감독관이 움직였다.

“77번 각성자, 한 번 더 기회가 있는데 해보시겠습니까?”

감독관은 지금까지 다른 각성자를 대할 때와는 달랐다.

다른 각성자들한테 말하는 게 권유였다면, 이번에는 부탁의 느낌이 강했다.

그는 확실히 나래가 500점을 넘는 것을 보고 싶었다.

“나래야, 어떻게 할래? 한 번 더 두둥 해볼래?”

강하온은 감독관의 강렬한 눈빛에 나래한테 물었다.

“······콰앙, 재미없어요.”

나래는 고개를 저었다, 힘 측정을 하는 건 나래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나봐요.”

강하온의 말에 감독관은 물론, 마석도 역시 아쉬워했다.

그들은 나래가 다시 검사받는다면 무조건 500점을 넘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싫다는데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강하온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나래가 싫다는데 시킬 생각도 없었고, 지금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래가 가고 싶다는 아카데미가 있다면 전부 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걸로 1차 검사는 끝내는 거로 하겠습니다. 잠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에 2차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1차 검사가 끝이 났다.

#

잠시 휴식이 끝나고, 2차 검사가 시작됐다.

“제가 간단한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2차 검사는 특수 제작된 테니스공을 사용해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표적을 맞히는 거였는데, 감독관은 바람의 힘을 사용해서 공을 조종하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12번 각성자, 준비되면 말해주시면 됩니다.”

“준비됐습니다.”

이번에도 가장 먼저 검사에 응하는 사람은 12번 박지훈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2차 검사가 시작됐다.

‘오? 제법인데?’

검사가 시작되고, 강하온은 의외라는 눈으로 박지훈을 봤다.

텅-! 텅-!

박지훈은 재빠르게 반응하며 표적을 맞혔다.

그렇게 그가 1분 동안 맞춘 표적의 개수는 32개, F급 평가를 받았던 1차 검사와는 다르게, 2차 검사에서는 C급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다음은 77번 각성자······.”

“내가 먼저 할래!”

다음 차례는 나래였는데, 이번에도 마하늘이 먼저 손을 들고 나섰다.

“마하늘!

“······내가 먼저 해도 될까?”

대신 이번에는 뒤에서 눈치를 주는 마석도 때문인지, 아까와는 다르게 나래에게 허락을 구했다.

“응! 먼저 해도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럼 79번 각성자 먼저 검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나래의 허락이 떨어지자, 감독관은 마하늘을 호명했다.

“아빠가 그랬어, 염동력은 힘보다 잘 조종해야 한다고.”

검사를 하러 올라가는 마하늘은 이번에는 자신이 나래를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아빠가 내가 엄청 잘한다고 했으니까.’

마하늘의 컨트롤은 S급 염동력을 사용하는 마석도가 칭찬할 정도로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저런, 또 실망하겠군.’

강하온은 그런 마하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눈에는 앞으로의 결과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해도 마하늘은 나래를 이길 수 없었다.

“준비됐어!”

마하늘은 올라가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곧바로 2차 검사를 시작했다.

‘자신한 만큼 실력은 있네.’

강하온은 마하늘이 컨트롤이 확실히 뛰어난 것을 인정했다.

속도도 속도지만,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였다.

“두둥! 텅! 재밌겠다!”

옆에서 나래가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훗.”

검사를 끝낸 마하늘은 1차 검사 때와 마찬가지로, 나래를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게, 이번에 마하늘이 1분 동안 맞춘 과녁의 숫자는 104개였다.

120개가 S급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헤헤, 준비됐어요!”

하지만 나래는 빨리 검사를 하고 싶었는지, 마하늘을 신경도 쓰지 않고 검사대로 올라가서 시작했다.

“헤헤, 텅텅!”

나래는 웃으면서 표적이 나오는 순간, 바로 들어가게 했다.

속도면 속도, 게다가 표적에 정 가운데만 맞추는 정교함까지.

나래의 모습은 감독관과 마석도로 하여금 감탄을 끌어냈다.

“으윽······.”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마하늘은 웃으면서 모든 표적을 없애는 나래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7, 77번 각성자. 최종으로 표적을 맞힌 개수는 154개입니다.”

검사가 끝나자, 감독관의 놀란 목소리가 검사장 안을 가득 채웠다.

“헤헤, 두둥! 텅! 재밌어요!”

하지만 당사자인 나래는 그냥 이 상황이 재밌을 뿐이었다.

그렇게 충격적인 2차 검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3차 검사가 시작됐다.

3차 검사는 그냥, 얼마나 오래 염동력을 사용해서 공을 오래 들고 있을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머지는 세 명에서 동시에 시작했다.

“두둥이다.”

나래는 진짜 두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고.

“······.”

이미 자신감을 잃은 마하늘은 살짝 겁을 먹은 표정으로 검사에 임했다.

그렇게 강하온은 벤치에 앉아서 나래의 모습을 지켜봤다.

나래는 다른 각성자와 다르게, 공을 이리 저리로 움직이며 놀고 있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까, 새로운 놀이를 좀 만들어 봐야겠네.”

강하온은 나래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염동력을 사용해서 놀 수 있는 놀이가 뭐가 있을까 생각에 빠졌다.

#

마석도는 자기 아들이 다음 세대에는 최고의 헌터 중 한 명이 될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래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1차 검사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힘만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강한 힘이 있어도, 그걸 정교하게 다를 수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검사까지 본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괴물 같은 재능이군······.’

나래가 궤를 달리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필 같은 시대에 태어났구나.’

마석도는 자기 아들이 나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래가 있음으로써, 마하늘은 최고의 헌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건 기회다.’

아쉬워하던 마석도는 오히려 이렇게 빨리 나래를 보게 된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저 아이를 완성된 후에 알았다면?’

마석도는 오늘 나래를 보게 된 것이, 하늘이 자기 아들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대신 나서야지.’

마석도는 마하늘을 위해 자신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강하온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