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언니 아니고 이모!
14. 언니 아니고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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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헤어, 천사 같은 나래한테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나래야, 저기 어딘지 알아?”
“미용실! 엄마랑 가 본 적이 있어요!”
강하온은 대답에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나래가 한빛나와 가 본 적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강하온이 아는 한빛나는 돈이 아깝다고 미용실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빛나는 직접 머리를 잘랐다, 물론 솜씨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강하온은 그런 한빛나의 머리를 보면서 본판이 예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나저나 빛나가 미용실에 가다니.’
강하온은 한빛나도 엄마가 되고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하긴, 딸아이한테 뭐든 잘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그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한빛나와 자신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래, 머리하러 가는 거 좋아?”
강하온은 혹시나 나래가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과거 그가 봤던 방송에서 어린아이 중에서 미용실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더러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다르게 나래는 오히려 좋아했다.
“나래 미용실 좋아요!”
그 모습에 강하온은 한빛나한테 고마움을 느꼈다, 나래가 미용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 건 다 한빛나 덕이었으니까.
“가자.”
하지만 신나게 걸어간 강하온과 나래를 미용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직 오픈 안했습니다. 10시에 오픈합니다. 아직 디자이너 쌤 안 왔습니다.”
미용실 안에서는 보조로 보이는 남자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8시 30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미용실이 문을 열리가 없잖아.’
강하온이 판게아에서 보낸 시간은 50년이었다, 게다가 평범하게 살다 온 것도 아니고 투쟁을 해온 50년이었다.
충분히 까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기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잠깐 디자이너 선생님이라는 분한테 연락 좀 해줄 수 있습니까?”
그래도 강하온은 포기하지 않고 물어봤다. 나래가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대로 그냥 가기는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가게 곳곳에 걸린 사진을 보니까, 이 미용실에 디자이너가 솜씨가 대단했다.
이 디자이너라면 나래의 미모를 100% 이끌어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니요, 저도 지금 바쁘거든요? 저 이거 시간 안에 안 끝내면, 그 마귀할······아니, 죽을지도 몰라요.”
‘하긴, 오픈 시간 전에 가서 이러는 것도 민폐지.’
강하온은 결국 남자 직원의 앓는 소리에 미용실을 나와야 했다.
그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래와 눈높이를 맞췄다.
“나래야. 미안해, 어떻게 하지? 아빠가 오랜만에 와서 지금 안 되는 걸 몰랐어.”
“아빠! 나래는 괜찮아요!”
나래는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강하온에 눈에는 다 보였다.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나래는 고작 다섯 살이었다. 애써 웃는다고 하지만 강하온의 눈에 그게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와, 아빠가 꼭 머리하게 해줄게.”
강하온 그는 인간이되, 신이라 추앙받은 절대자였다. 그가 하고자 했을 때,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아빠 믿지?”
“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나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강하온은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강하온은 마신룡 헬디아크와 결전이 있기 전처럼 간단하게 몸을 풀고,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청소하는 남자 보조를 쳐다봤다.
“뭐, 뭡니까? 오픈 시간 아직 남았다니까요······.”
청소하던 남자는 강하온의 강렬한 눈빛에 움찔했다.
‘무슨 눈빛이······’
남자는 강하온이 뭔 일이라도 낼 것 같은 눈으로 보자 긴장했다.
하지만 그가 걱정하는 일은 안 일어났다.
“청소만 끝내면 혹시, 연락 좀 해줄 수 있을까요?”
강하온은 남자 직원에게 부탁하면서, 이 상황을 생각하자 재밌었다.
‘내가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만약 판게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다면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거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투신이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이름도 모르는 미용사한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그래도 이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네.’
지금 강하온은 판게아의 절대자 투신이 아닌, 나래 아빠였다.
나래가 좋아한다면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히려 나래를 위해서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네?”
“지금 하는 청소만 끝나면, 디자이너 선생님께 연락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뭐,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남자 직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미용실 내부는 전날 뭘 했는지, 귀신의 집을 보는 거 같았다.
“그러면 됐습니다.”
강하온은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저분했던 미용실 내부가 순식간에 새것처럼 변했다.
“허, 허, 헌터셨습니까?”
남자는 강하온이 마법을 사용하자, 헌터라고 생각했는지 겁을 먹었다.
“아, 헌터는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제 연락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넵! 알겠습니다.”
남자 직원은 재빠르게 스마트 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었다.
“우와! 아빠가 샤라락했어요!”
그때, 뒤에 있던 나래가 강하온에게 달려왔다.
‘샤라락? 청소 마법을 말하는 거 가보네.’
강하온은 이번에는 ‘나래어’를 정확히 파악했다.
‘그나저나 샤라락이라, 확실히 나래는 네이밍 센스가 좋단 말이야.’
그저 강하온 눈에는 나래가 뭐만 하면 다 좋아 보였다.
“김정호, 너 다 안 끝났으면 죽었어!”
그때, 미용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미용실의 디자이너 김민지였다.
“어? 손님이 있었네. 죄송합니다. 제 동생님이 워낙 게을러서······.”
여자는 강하온이 있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안녕 꼬마 아가······어머! 나래 맞지? 오랜만이야.”
그런데 여자의 반응이 이상했다. 갑자기 놀라더니 나래를 알고 있는 듯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게다가 나래 역시, 여자 디자이너를 알고 있는 지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나래야, 아시는 분이야?”
그러한 모습에 강하온은 나래에게 물어봤다.
“네! 민지 이모에요!”
김민지는 나래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자,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어머! 2년이나 지났는데 기억하고 있었네?”
“네! 민지 이모!”
그 모습에 강하온도 놀란 눈으로 나래를 봤다.
‘2년 전이면 세 살이었을 텐데, 그때 본 사람을 기억해? 기억력도 좋지, 역시 나래는 천재야.’
그리고 흐뭇하게 나래를 쳐다봤다.
“언니라고 부르래도, 참, 초면이시죠? 안녕하세요, 김민집니다.”
“네. 나래 아빠, 강하온입니다.”
“그럼, 바쁜 거 같으니까 일단 들어갈까요?”
강하온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미용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예전에 나래 엄마랑 나래가 여기 왔던 손님이었다는 거죠?”
“그렇죠, 그때도 너무 예뻐서 딱 두 번 정도 봤는데 정확히 기억하고 있죠. 저기 뒤에 사진도 있는걸요?”
강하온은 곧바로 뒤로 돌아서 벽에 걸린 사진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진짜 나래와 한빛나가 웃으면서 찍힌 사진이 걸려 있었다.
‘설마 엄마랑 가본 적이 있다는 게 진짜 그 말이었을 줄이야.’
강하온은 아까 나래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그냥 미용실을 가봤다고 한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까 진짜 이 미용실을 한빛나와 와봤다는 말이었다.
“그 뒤로 또 나래를 보고 싶기는 했는데, 아쉽게도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설마 갑자기 연락이 오신 분이 아버님이었다니, 이건 운명이라니까요. 그치, 나래야.”
“운명?”
“응, 나래랑 언니랑 엄청 특별하다는 거야.”
“이모랑?”
“이모가 아니고 언니.”
“이모!”
나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나래의 기억 속에서는 한빛나가 이모라고 했기 때문이다.
“얘는 참, 누굴 닮아서 그런지 고집은 여전하네. 그래, 이모.”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는 김민지를 본 강하온은 움찔했다.
판게아에서는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투신은 고집쟁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나저나 그동안 나래 미용실 안 데려갔죠?”
나래의 머리를 살짝 만져본 김민지는 눈을 치켜뜨고 강하온을 봤다. 그동안 나래가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나래의 예쁜 얼굴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다니, 반성하세요!”
그리고는 강하온을 혼내듯이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강하온도 동의하는 얘기였기에 고개를 사과했다, 그가 생각해도 그동안 나래의 예쁜 얼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주 큰 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강하온은 그조차도 자기 잘못이라 생각했기에 잘못을 인정했다.
“아, 아니 농담으로 말한 건데······, 제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김민지는 강하온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오히려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나래 머리는 어떻게 해줄까요? 아버님이 원하시는 헤어 스타일이라도 있나요?”
강하온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 눈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보여서 정리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딱 이거다 생각한 헤어 스타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다 좋습니다.”
“으음, 참 어려운 주문이네요. 나래는 하고 싶은 머리 있어?”
“응!”
강하온은 나래가 원하는 머리가 있다는 말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 뭔데? 언니한테 말 만해요! 다 해줄 테니까.”
김민지는 팔을 걷어 올리며 의욕 있게 말했다.
“응, 이모!”
“······그래, 이모한테 말해봐요. 어떤 머리를 해줄까?”
김민지는 여전히 이모라 부르는 나래를 보며 체념했다.
“헤헤, 아빠가 좋아하는 거요!”
나래는 웃으면서 강하온을 쳐다봤다.
‘어떻게 마음도 저렇게 착하고 귀여울까?’
강하온 역시 그런 나래를 보면서 바보같이 웃고 있었다.
“······참 다정한 부녀네, 어려운 주문을 하시는 것도 똑같고. 그냥 제가 나래한테 어울리는 머리를 해줘도 될까요?”
김민지는 두 부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세요.”
“오케이! 그러면 딱 기다려 주세요, 나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해줄 테니까.”
강하온은 역시,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만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김민지였지만, 왠지 그 말에 믿음이 갔다.
김민지 말대로, 잠시 뒤면 나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돼 있을 거 같았다.
‘확실히 손놀림이 다르기는 하네.’
강하온은 뒤에서 김민지를 지켜보며 감탄했다.
가위를 섬세하게 컨트롤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 정리는 끝났고, 파마 들어갈게요.”
“잠깐만요.”
강하온은 파마약을 꺼내는 김민지를 불렀다.
“뭐죠?
“나래가 다섯 살인데 파마해도 됩니까?”
예전에 봤던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파마약이 독하다 보니, 아직 여린 피부를 가진 아이들한테는 위험하다는 기사였다.
“언제 얘기를 하고 그래요.”
김민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게이트에서 추출하는 특별한 재료로 파마약을 만들어서 무자극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래 아버님.”
“아하, 네.”
강하온은 불과 5년이지만, 지구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짜잔! 어때요?”
잠시 후, 나래의 머리가 전부 끝이 났다.
“와······.”
강하온은 거울 속에 비친 나래를 보고 감탄했다.
단지, 머리만 바뀌었을 뿐인데 훨씬 더 예쁘고 귀여웠기 때문이다. 진짜 인형같이 생겼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이런, 다 큰 어른이 침까지 흘리고 뭡니까?”
그때, 옆에서 들리는 김민지의 목소리에 강하온은 재빨리 침을 닦았다.
“어디 가선 그러지 마세요, 그랬다가는 딸 바보라고 하니까.”
“하하,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딸 바보 맞으니까.”
김민지의 말에 강하온은 행복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 그에게 투신이란 별호보다, 나래 딸 바보라는 말이 훨씬 더 좋았다.
“하긴, 저러니까 딸 바보가 될 수밖에 없지.”
김민지는 그래도 강하온이 이해가 갔다. 자신도 나래가 귀여워서 눈을 떼지 못했으니까.
“나래는 마음에 들어?”
“네! 나래가 예뻐졌어요.”
나래는 마음에 드는지, 작은 두 손으로 꽃받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 모습에 강하온가 김민지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자아이들은 머리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니까, 못해도 한 달마다 꼭 다시 오세요.”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건 선물이요. 필요하실 거 같아서.”
김민지가 꺼낸 건, 나래와 한빛나가 찍은 벽에 걸려있던 사진이었다. 그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두 부녀에게 뭔 일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안 그래도 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던 사진을 김민지가 먼저 주자 고마워했다.
“별말씀을, 그나저나 꼭 다시 오세요!”
“알겠습니다, 나래야 인사드려야지.”
“네! 이모,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 나래야.”
끝까지 이모로 선을 긋는 나래였다.
그렇게 강하온과 나래는 ‘희망 보육원’으로 향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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